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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느님] 03 - 사실은 기뻤어요.
1. S# 버스 정류장. (2부 65씬)
쏴아! 내리는 비.
사람들도 거의 다니지 않은 버스정류장에 덩그라니 앉아 있는 하루,
은혜를 기다리며 이리저리 고개를 빼고 두리번 거리는 모습위로.
하루Na : 안녕하쎄요, 내 이르믄 하루임미다. 울이 엄마는 나를 하루살이라고 불러씀미다. 그레서 내 이르믄 하루가 됐슴미다.
하루엄마E : 하루야, 하루야?
하루 : (소리에 돌아보는것과 동시에)
flash-back> 하루의 기억속.
그 앞으로 내밀어지는 딸기 아이스크림.
어린 하루, 와아! 좋아서 얼른 받아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하면
하루엄마 : 하루야, 엄마 잠깐만 갔다올께. 여기서 기다리구 있어?
어린하루 : (완전히 딸기아이스크림에 빠진채) 응.
하루엄마 : 착해라, 우리 하루살이..
머리 한번 쓰다듬어 준뒤 돌아서서 인파속으로 사라지는 엄마의 뒷모습,
어린하루, 맛있게 딸기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에서,
dis. 밤. 어린 하루, 혼자 의자위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지나가는 어른들 무심하게 쳐다보며 그저 지나갈뿐..
어린하루 : (덜덜덜 추위로 몸이 떨려온다. 그러면서 중얼중얼..) 잠깐만 갔다올게, 여기서 기다리구 있어.. 착해라, 우리 하루..
하루는 착해. 여기서 기다리구 있어. 잠깐만 갔다올께.. (입술이 새파랗게 되서 덜덜덜 떨면서 돌아보는 시선에서)
2. S# 병원 응급실. N
쿵!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는 젊은 지순경, 입술이 시퍼래진채 덜덜 떨고 있는 어린 하루를 안은채 들어서며,
지순경 : 버스정류장에 밤새 버려져있었는게뷰! 열두 엄청 심허고, 무쟈게 떨었쌌는디 냥!
어린하루 : (덜덜덜.. 정신없이 떨고 있는 가운데 침대에 눕혀지면)
의사들, 간호사들, 하루의 상태 점검하고, 주사바늘 찌르는데,
순간 으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거부하는 하루, 공포와 아픔과 추위과 고열로 몸부림치다가
그만 와장창! 주사기구들을 건드려 떨어뜨린다. 쨍그랑! 깨지는것과 동시에.
3. S# 병원 복도. (현재)
쿵! 문을 열고 도망쳐나오는 하루. 그 뒤로 바닥에 떨어진 주사기 챙기려 쫓아나오랴 정신이 없는 간호사1,
맨발로 도망쳐 나오는 하루, 이리저리 사람들을 피해 달려오다가 막 코너를 돌아서는데 동재와 정면으로 맞닥드린다.
순간 우뚝! 멈춰서서 본다. 숨을 몰아쉬며 쳐다보면.
동재 : (뒤에 쫓아온 간호사를 한번 본 뒤 다시 하루를 본다, 보더니) 엠플 다시 준비해요, 내가 직접 하죠.
간호사1 : 네. (돌아서서 가면)
동재 : (하루를 보며) 한시간 뒤에 수술인거 잊었어요?
하루 : (흘끗 시선 피하며) 그래두 주사는 무서운데.. 아픈데..
동재 : 참는다고 약속했죠? 그만 병실로 돌아가요.
하루 : (본다. 시무룩.. 조용히 돌아서서 간다. 가다가 다시 돌아보며) 근데요.. 은혜성생님은요?
동재 : (멈칫.. 본다)
하루 : 은혜성생님은 언제 와요? (빤히 쳐다보는 얼굴위로)
은혜E : 금방 올거야. (하는 목소리에서)
4. S# 다시 버스 정류장.
하루앞으로 쑥 내밀어지는 딸기 아이스크림.
은혜 : 내가 올때까지 그거 먹으면서 기다리구 있어. 알았지? (그러더니 돌아서서 인파속으로 멀어진다)
하루 : (아이스크림을 든채 멀어지는 은혜의 모습을 본다, 그 위로)
하루Na : 울이 엄마도.. 그렇게 가버렸슴미다.
dis. 밤. 덜덜덜 빗속 추위에 혼자 떨고 있는 하루, 은혜를 기다리며 이쪽저쪽 돌아본다. 그러면서 혼자 중얼중얼..
하루 : 여기서 기다리구 있어.. 내가 올때까지..
하루Na : 그리고 오지 않았슴미다.
하루 : 하루는 착해.. 그러니까 기다리구 있어.. (덜덜덜 추워죽겠다. 시큰.. 눈물도 고여온다. 훌쩍하는 위로)
하루Na : 오지 않았슴미다.
하루 : 여기서 기다리구 있어.. 내가 올때까지.. 기다리구 있어.. 내가..
(소매끝으로 콧물을 훌쩍 닦아가면서 돌아보다가 멈칫.. 보더니) 올때까지.. (하면서 빤히 쳐다보면)
바로 저 앞에 서서 자기를 쳐다보며 서 있는 은혜..
하루,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은혜앞으로 다가선다.
순간 참았던 걱정이 웃음으로 헤.. 나오며 시큰 눈물이 고인다. 그 위로.
하루Na : 그런데 은혜성생님은 왔슴미다.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리니까... 정말로 와주었슴미다.
은혜 : 웃지마.
하루 : (멈칫.. 보다가 다시 어색하게 웃으려고 하는데)
은혜 : 바보같이 웃지마! (복받쳐오며) 아프단 말야! 니가 자꾸 그렇게 웃으면 내가 아프다구! 웃지말라구 이 자식아!!!
(하더니 으허어어....엉! 자기 설움에 복받쳐 울음을 터뜨려버리고 만다)
하루 : (기대어 우는 은혜를 내려다본다, 어쩔줄 모른채 바라보는 위로)
하루Na : 은혜성생님.. 울지 마라요.
5. S# 병원 복도.
천장의 형광등이 줄줄이 지나가는걸 바라보는 하루, 수술실로 향하는 침대위에 누운채 바보같이 빙긋 웃는다.
하루Na : 이제 나도 똑똑해질테니까..
행복하게 웃는 하루, 천천히 눈을 감는 얼굴에서 화면 하얘지면서
타이틀 "안녕하세요, 하느님! 제3부"
글씨 사라지면 블랙화면위로 타이핑 자막. <2개월...하고도 일주일 뒤.>
E. 철커덩! 끼이이익!!! 쇠문 여는 소리와 함께.
6. S# 교도소 정문.
바깥세상을 향해 활짝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여자 죄수들.. 각자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 친지들, 친구들 앞으로 다가선다.
두부도 깨먹고, 걱정하고, 안고, 울고 하는 전형적인 교도소 앞 풍경,
그 앞으로 혼자 쓸쓸하게 나오는 은혜, (잡혀갈 당시 옷차림 그대로..) 돌아보면 어느 누구 하나 그녀를 마중 나온 사람도 없고..
그 때 한쪽으로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하는 전도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출소자들한테 따뜻한 커피를 나눠주고 있는 그들.
신자1 : (은혜앞으로 다가서서 커피잔을 내밀며) 메리 크리스마스! 하나님의 은혜가 자매님 인생에 충만하길 바랍니다.
은혜 : (본다. 조금은 고마운 마음으로 커피잔을 받아드는데, 저 뒤로)
곰자씨 : (너나 잘하세요! 그러더니 홱! 돌아서서 가버린다)
신자1 : (은혜에게) 근데 자매님은 어디 가실데는 있으세요?
은혜 : (그 말에 신자1을 본다. 시선위로 E.) 갈 데...? (표정없이 후루룩! 커피를 마시는 표정위로 E) 딱 한군데 있지.
7. S# 하늘병원 앞.
동시에 끼익! 와서 멈춰서는 동재의 차. (스포츠카에서 SUV로 바뀌어있다)
문을 열고 내려서는 동재, 쿵! 문을 닫고 하늘병원을 향해 걸어가는위로.
동재E : 제5차 임상경과보고섭니다.
8. S# 컨퍼런스 룸안.
나이 지긋해 보이는 대여섯명의 투자자들, 그리고 허원장의 모습.
그들앞으로 차례차례 보고서를 나눠주는 여비서1, 위로 동재 계속.
동재 : 지난번 제4차 경과보고때보다 활동사항, 기능사항, 지능사항부분에서 다소 완만하기는 하지만,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을 확인하실수 있습니다. 특히 괄목할만한 성장곡선을 이루고 있는 지능지수부분에서는.. (하는데)
박이사 : 거두절미하고,
동재 : (? 보면)
박이사 : 언제쯤 우리 눈으로 볼수 있겠습니까?
동재 :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프로젝트는 유례없는 임상실험이기 때문에..
박이사 : 그 유례없는 임상실험에 우리가 얼마나 쏟아부었는지 알고있소, 박선생?
헌데 받아본거라고는 매번 이런 종이쪼가리뿐이란 말이지. 이제는 이런거 말고, 진짜를 보고싶다 그거요 우리는.
동재 : 혹시 수술결과에 대해 의심을 갖고 계신거라면.. (하는데)
허원장 : (자르듯 달칵! 찻잔을 내려놓으며) 다음 주말에 제가 연말 파티를 열 계획입니다.
동재 : ? (말을 멈추고 허원장을 보면)
이사진들 : (다같이 허원장을 본다. 왠 생뚱맞은 파티얘기? 쳐다보면)
허원장 : 마침 제 딸아이도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는데다 인사도 드릴겸, 조촐한 파티를 열까하는데..
(보며) 여러분들도 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만.
박이사 : 우린 지금 일 얘기중이잖소 허원장!
허원장 :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그 파티에는 여러분들께서 궁금해하는 그 젊은이도 초대될 예정입니다.
동재 : (멈칫..! 허원장을 빤히 쳐다보는 표정에서)
동재E : 곤란합니다.
9. S# 복도 일각.
한쪽 코너에서 쭉 걸어나오는 허원장과 동재.
동재 : 당장 파티일정을 취소해주십쇼.
허원장 : 저 사람들은 비즈니스맨이야. 약속이 곧 생명이지.
동재 : 서둘다가 오히려 일을 망칠수도 있습니다. (하는데)
허원장 : (순간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OL) 이봐 박동재선생! 현재까지 이 프로젝트엔 내돈을 포함해서 이십억이 넘게 들어갔어.
이제 곧 몇백억짜리 프로젝트가 되겠지. 자네는 명예와 미래를 얻게 될거고, 나와 내 병원은 명성과 부를 얻게 될거야.
그러기 위해선 먼저 저 사람들한테 그 아일 보여줘야 해. 무슨말인지 알아? 절대로 일을 망쳐선 안된다는 뜻이야.
동재 : 다음주 토요일이면 앞으로 7일밖에 안남았습니다.
허원장 : 하나님은 그 칠일동안 세상을 만들고 인간을 만들고, 그래놓고도 하루가 남아 쉬기까지 했다잖아.
동재 : 농담하실때가 아닙니다. 절대 무리예요. 불가능합니다.
허원장 : 박동재한테 불가능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아.
동재 : ! (보면)
허원장 : 자넨만 믿네. (그러면서 한번 툭! 쳐주더니 돌아서서 간다)
동재 : (제길..! 조금은 열받는 시선으로 보는 시선에서)
그 일각.
커다랗게 풍선껌을 불다가 탁! 터지자 주섬주섬 손으로 떼서 다시 입에다 넣고 질겅질겅 씹는 은혜,
벽뒤에 기대선채 동재쪽을 쓱 돌아본다. 시선에서.
10. S# 동재의 사무실 앞 비서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듯 사무실앞으로 나타나는 동재.
그가 나타나자 기다리고 있던 여기자1과 카메라맨 하나가 다가선다.
여기자1 : 뉴스위크지의 주화미기잡니다.
동재 : (여비서1을 향해) 이 사람들 뭡니까?
여비서1 : 원장선생님께서 인터뷰약속을 잡으셨답니다, 저도 30분전에야 통보를 받아서..
여기자1 : 정신지체아의 지능을 높히는 수술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성공인지 아닌지부터 여쭙고 싶습니다만..
동재 : (여기자1을 보며) 돌아가주십쇼, 인터뷰는 없습니다. (냉정하게 사무실쪽으로 돌아서려는데)
은혜E : 그 놈에 잘난척은 여전하시네, 박동재선생.
동재 : (멈칫.. 걸음을 멈춘다. 이 목소리는? 돌아보면)
기자들무리 저 뒷편으로 삐딱하게 서서 동재를 바라보는 은혜.
은혜, 기자들을 지나쳐 동재앞으로 다가선다.
동재 : (그런 은혜를 빤히 쳐다본다)
은혜 : (바로 앞에 딱 멈추더니) 잘 있었냐? 잘 쳐먹고, 잘 뒤비져자고?
여비서1 : (왠지 눈치가 심상치 않다) 저기.. 경비를 부를까요? (하는데)
동재 : 여긴 시끄러우니까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사무실문을 막 열려는데)
은혜 : (그럴맘 없다. 기자들을 돌아보며) 제가 이 의사선생이 한 수술에 대해서 좀 알거든요?
동재 : (이 여자가 증말! 돌아본다)
여기자1 : (흥미로운 시선으로 은혜를 보면)
은혜 : 참고로 제 이름은 서은혜구요, 오늘 아침까지 깜빵에 있다가 쫌전에 나왔슴다. 성탄절 특사루다..
(보며) 특사가 뭔지들은 아시죠? (하는데)
동재 : (그대로 은혜의 팔을 탁! 나꿔채듯 사무실로 끌고 들어간다)
은혜 : 어어어어? (끌려들어가면)
11. S# 동재의 사무실 안.
냅다 집어던지듯 은혜를 사무실로 밀어넣은 뒤
뒤에서 쿵! 문을 닫는 동재, 냉정을 유지한채 나즉히.
동재 : 용건이 뭡니까.
은혜 : (흘끗 돌아본다)
동재 : 찾아온 용건이 뭐냐구요.
은혜 : (허..! 한번 웃더니) 뭘거 같냐?
동재 : (본다)
은혜 : (손으로 툭! 책상위의 서류를 건드려 촤르르 떨어뜨리며) 내가 여기 뭔 용건땜에 왔을거 같냐구우!
당신 머리 좋잖아! 한번 맞춰봐, 어? (책상에 있던 다른 책들로 우르르 무너뜨린다)
내가 여기 왜 왔는지 맞춰보라니까? 모르겠어? 어? (하더니 또 아무거나 툭! 건드려 바닥에 떨어뜨린다, 촤르르...)
동재 : (표정없이 은혜를 보면)
은혜 : 왜? 열받어? 그럼 또 경찰 불러. 거기 옆에 전화기 있네! 불러 어서! 불러보라구 이 자식아!
(하면서 진열장에 있던 상패를 냅다 던져 깨뜨린다 퍽! 소리..)
동재 : (본다. 보더니 말없이 책상앞으로 가서 앉는다, 말없이 파일을 펼쳐보면)
은혜 : 어쭈, 안불러? (그러더니 와장창! 이번엔 과격하게 물건들을 집어던진다) 이래두 안불러?
(다른쪽 책들을 우르르 바닥에 쏟아뜨리며) 이래두? 이래두 안불러? 이래두? 이래두우!!!
그러면서 벽에 붙어있는 그림액자까지 집어서 와장창! 깨뜨리고, 잡히는거 죄다 던지고, 채이는거 죄다 발로 차고 밟고,
의자며 집기들을 쓰러뜨리고 완전 생난리를 친 뒤 씩씩거리며 돌아보면.
동재, 표정하나 안변한채 파일만 들여다보고 있다.
이 자식! 혼자 더 열받아 쳐다보는 은혜, 책상앞으로 다가가 동재가 보던 파일까지 쓸어버리듯 확! 밀쳐내버리더니,
턱! 책상을 짚고 본다.
은혜 : 두달하고도 일주일이야. 그 두달하고도 일주일동안 깜빵안에서 내가 뭐하며 살았게? 니 생각만 했어,
두달하고도 일주일을 매일같이 당신 생각만 했다구! 어떻게 복수할까! 어떻게 상처줄까! 어떻게 분풀일 할까!!
동재 : 그 정도면 할만큼 한거 같은데.
은혜 : 웃기구 있네, 뭘 할만큼 해, 뭘? 기분대루 하자면 이 병원을 다 때려부셔도 시원치 않어, 알어?
동재 : 그럼 그렇게 하든가. (그러더니 의자를 밀고 일어서서 바닥에 떨어진 파일을 집어든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아서 조용히 파일을 펼쳐들면)
은혜 : (허! 기막혀 동재를 노려본다. 보다가) 진짜 때려부순다?
동재 : (동요없음)
은혜 : 진짜 다 때려부순다 이 병원!
동재 : (전혀 동요없음 표정없이 그 다음장을 넘기면)
은혜 : (이런 씨이..! 그의 무심함에 오히려 기가 눌려 쳐다보더니) 그래애! 니 팔뚝 굵다! 너 잘났다구 자식아!
평생 그렇게만 살어 아주! 왕싸가지에 재수밥통같은 자식.. 너 같은 놈은 죽어서 땅속에 들어가두 썩지두 않을거다 아마!
방부제보다 더 독한 놈! (하면서 쿵! 동재의 책상을 걷어차고 돌아선다. 문을 막 열려는데)
동재 : 안궁금해요?
은혜 : (멈칫..! 문고리를 잡은채 멈춰서면)
동재 : 하루 말이야. (보며) 궁금하지 않냐구.
은혜 : (사실은 궁금했다. 궁금하지만.. 그대로 쿵! 문 닫고 나가면)
동재 : (본다. 완전 아수라장이 된 방안에 잠시 앉아 있는 모습에서)
12. S# 병원앞.
밖으로 나온 은혜, 잠시 숨을 내쉰다. 바보같은 기분이다..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그녀, 이젠 어디로 가나.. 한숨만 나오는데.
그 때 저 뒤에서부터 나타나는 동재의 차. 은혜뒤로 달려오더니 천천히 속력을 줄이며 따라붙는다.
은혜, 걸음을 멈추지 않은채 ? 돌아보면
동재 : (조수석쪽 창문을 내리더니) 어디루 가요?
은혜 : (그래도 자존심은 있다! 무시하듯 외면하며 걸어가면)
동재 : 갈데는 있어요?
은혜 : (뭔 상관이야. 무시한채 계속 걸음을 옮기면)
동재 : 일이 하나 있는데.. 해볼래요? 기간은 일주일. 사례비로 천만원.
은혜 : (순간 우뚝! 걸음을 멈춘다. 천만원?)
동재 : (같이 차를 멈춘다. 돌아보며) 생각 있어요?
은혜 : (돌아보며) 천만원?
동재 : 단, 내가 시키는대로 해야해요.
은혜 : 그리고 천만원?
동재 : 돈은 일이 끝나는 일주일 뒤 일시불로 드리죠.
은혜 : (본다. 잠시 재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해보더니) 선불두 되나? 우리 엄마가 아직 수술을 못받으셔서 그러는데.
동재 : 그 어머니, 아직도 생존해 계십니까? (어딘지 비꼬는 투)
은혜 : 원래 우리같은 잡초인생들이 좀 질긴편이라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살아는 계세요. 수술비도 여전히 필요하시구.
동재 : 미안하지만 선불은 안돼요.
은혜 : 왜요, 내가 돈만 갖구 튈까봐? 그렇게 사람을 못믿냐?
동재 : 할래요, 말래요.
은혜 : (본다. 보더니) 혹시 그 녀석하구 상관있어요?
동재 : (본다)
은혜 : 하루하고 상관있는 일이냐구요.
동재 : 싫어요?
은혜 : (앞머리 훅! 날리며 고개를 돌린다,. 젠장..! 상관있구나)
동재 : (본다) 싫습니까?
은혜 : (시선 돌린채 대답못한다)
동재 : 싫다면 할수 없구. (그러더니 부웅! 유턴해서 병원으로 가버린다)
은혜 : (어? 멀어지는 동재의 차를 본다. 아..! 쳐다보면)
13. S# 동재의 차 안.
동재, 빽밀러로 그렇게 자기쪽을 빤히 쳐다보는 은혜를 한번 보는데서.
14. S# 거리. (저녁에서 밤으로)
거리 가득 감미로운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지고, 가게마다 나무마다 반짝이는 전구들로 가득하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수화기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오는 은혜, 수많은 인파들 사이로 힘없이 뚜벅뚜벅 걸어온다.
그 옆으로 선물과 웃음이 가득한 사람들이 꾸역꾸역 지나간다.
나즉히 한숨을 푹!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은혜E : 그래도 다행이다. 이럴 때 눈까지 내리면 기분이 더 엿같을텐데..
그 때 하나.. 둘..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순간 썰렁해지는 은혜, 젠장..! 올려다보더니 다시 걸음을 옮긴다.
은혜E : 그냥 누구라도 좋았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아는 얼굴 한사람만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드는 은혜, 순간 우뚝..! 걸음을 멈춘다.
바로 몇미터 앞으로 청소용역트럭이 세워져 있고, 그 트럭에 일을 마친 뒤 청소용구를 싣고 있던 장필구, 자물통.
장필구 : 선생님하구 수정이는 케익사러 잠깐 빵집에 가셨거든? 금방 오신댔으니까... (하면서 돌아보다가 ? 본다)
자물통 : (역시 장필구가 보는쪽을 보다가 ? 쳐다보면)
은혜 : (그들과 시선이 딱 마주친다. 젠장...!!! 본다)
장필구 : (보다가 어색한 침묵을 깨고 먼저) 저기.. (말을 거는 순간)
은혜 : (후다닥! 냅다 뒤돌아 튄다)
장필구 : 서은혜씨!!! (뒤쫓아오기 시작한다)
자물통 : (어? 보더니 들고 있던 청소용구를 든채 같이 뒤쫓아가면)
도망치는 은혜, 그 뒤로 쫓아오는 장필구와 자물통.
은혜, 뒤를 돌아보며 계속 달음박질하다가 막 코너를 돌아서려는 순간 쿵! 빵집문이 열리면서 그 문에 이마를 찧는다.
강렬한 충격과 현기증에 그만 휘청! 문을 잡고 멈춰서서 보면 빵집문을 열고 나오던 염교장과 수정과 정면으로 맞닥드린다.
염교장 : 아니..! 한선생..?
수정 : (놀라서 토끼눈으로 빤히 올려다보면)
은혜 : (두 사람을 본다. 보다가 그대로 풀썩 바닥에 쓰러져버린다)
이마를 감싸쥔채 가물가물해지는 은혜위로 내리는 눈송이들..
은혜E : 아..! 내 인생 최악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다.
그 위로 E. 휘이잉.. 비행기 착륙하는 소리에서.
15. S# 공항 일각.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사이로 민주(26세)가 보인다.
두꺼운 뿔테안경에 약간은 고지식한 머리스타일, 어깨에 버거워보이는 커다란 첼로케이스를 짊어진채
밀고 오는 카트위로 주체못할 짐들이 잔뜩 올려져 있다.
하나 올려놓으면 또 하나 떨어지고, 정신없이 주워올리는데
기다리던 비서, 재빨리 그 앞으로 다가서서 민주를 돕는다.
민주 : 아.. 감사합니다. 아저씨.. (하고 보다가) 아! 이비서님이시구나! 엄마는요? (보면)
16. S# 고급 의상실. (서울쯤 되는)
여러 가지 옷들을 고르는 허원장,
허원장 : 이거하구 이거, 아까 검정색이랑 연그레이 드레스도 같이.. (하면서 돌아서다가 멈칫..? 보면)
민주 : (베시시.. 웃으며 문앞에 서 있다. 꾸뻑 인사하며) 다녀왔습니다.
허원장 : (한다는 첫마디가) 파리에서 이년씩이나 살았다는 애가 옷꼬라지하구는.
민주 : 엄만 여전히 젊으시네요. 더 이뻐지신거 같아요.
허원장 : (점원에게) 저 아이 입을 옷도 두어벌 같이 넣어줘.
민주 : 전 괜찮은데.. 그 전에 사주신것도 아직 많아요.
허원장 : 그 안경은 언제 벗을거니? 콘텍트렌즈도 있구, 라식두 있는 세상에 왜 그렇게 답답하게 하구 살어?
민주 : 안답답해요, 전.. 괜찮은데.
허원장 : 내가 답답해서 그래, 내가.
민주 : 아.. (하면서 안경 한번 치켜올리면)
허원장 : 연말파티땐 안경 벗구 렌즈 껴. 인사시켜줄 사람 있으니까.., 말했지? 박동재 선생이라구.
민주 : (들었다)
허원장 : 무조건 싹싹하고 애교있이 굴어. 딱지 맞아서 엄마 챙피하게 하지 말구. (하는데)
민주 : 저녁은 언제 드시러 갈거예요? 배고픈데.. (하면서 베식 웃으면)
허원장 : (깝깝한 표정으로 민주를 본다. 시선에서)
17. S# 염교장댁 주방. N
치이이이!!! 기름 두른 후라이팬에 노릇노릇 부쳐지는 두부 부침.
보글보글 맛있게 끓어오르는 두부 김치 전골에 파송송 썰어넣고, 그 밖에 온통 두부로 만든 서너가지 음식들이 보여지면서
자물통, 멋지게 접시에 요리를 얹고 마무리하는 모습에서.
18. S# 은혜의 방. N.
짐짓 눈을 뜨는 은혜, 잠시 여기가 어딘가 돌아보다가 번쩍 눈이 떠진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보면 염교장댁 은혜의 방이다. (이마엔 떡!하니 반창고 하나가 붙어있고..)
은혜, 돌아보는 시선에서.
19. S# 이층 복도. N
외투와 야구모자를 집어든채 슬며시 이층난간으로 다가서는 은혜, 빠꼼히 고개를 내밀고 아랫쪽 상황을 살피면.
염교장과 수정,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있는 모습.
염교장E : 꼬마전구가 너무 많은거 아니냐?
수정E : 크리스마스 트리는 빤짝거릴수록 예쁜거예요, 할아버지.
염교장E : 그나저나 한선생이 너무 오래 자는구나. 시장헐텐데..
수정E : 이젠 한선생이 아니라니까요, 서은혜라구 했잖아요, 필구 삼촌이..
은혜, 조용히 돌아앉는다. 잠시 간격을 둔 뒤 엉금엉금 방쪽으로 가는데
드륵! 하루방문을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장필구의 다리. 동시에.
장필구 : 뭐하십니까?
은혜 : (? 올려다본다. 보다가 아..! 얼른 자리에서 일어선다. 머슥해지는데)
장필구 : 내려가시죠 왜.. 다들 기다리구 있는데.
은혜 : (조금 어색한 듯) 아뇨, 그게 저기..
장필구 : 서은혜씨 얘긴 경찰서에서 이미 다 들었어요.
은혜 : (그말에 장필구를 보면)
장필구 : 마음 쓸거 없단 뜻이예요. 그리구 갈데 없으면 당분간 이 집에 있도록 해요, 언제나 환영이니까.
은혜 : (OL) 동정하시는거예요?
장필구 : (? 보면)
은혜 : 어쩌죠? 나는 그런거 별루 안좋아하는데. 따뜻한척, 감싸주는척.. 불편하다구요, 그런거.
나쁜년이다 못된년이다, 차라리 욕을 하세요. 그게 속편하니까.
장필구 : 우리도 다 그렇게 시작했어요.
은혜 : (? 본다)
장필구 : 나두 자물통두.. 첨에 이 집에 왔을땐 다 그랬다구요. 근데.. (보며) 거기서부터 시작하니까 됩디다. 그럼 되드라구.
은혜 : (본다. 장필구를 빤히 쳐다보는데)
수정E : 필구삼촌! 하루오빠방 청소끝났으면 내려와 식사하세요!
장필구 : (은혜를 보며) 내려가십시다.
은혜 : 어렸을 때 우리 엄마가 하신 말씀이 있어요. 태어날때부터 찬데서 자던 사람은 그냥 찬데서 쭉 살아야한다구..
갑자기 따뜻한 방으로 들어가면 자다가 숨막혀 죽는다구요. (보며) 미안하지만 나는 이렇게 뜻뜨미지근한 집안 분위기..
숨막혀요. 체질상 안맞는다구요. (그러더니 야구모자 푹 눌러쓴채 장필구를 지나쳐 계단을 내려가는데)
장필구 : 하루 때문입니까?
은혜 : (멈칫.. 멈춰서면)
장필구 : 그건.. 하루 스스로 결정한 길이었어요. 은혜씨 잘못이 아닙니다.
은혜 : (잠시 그대로 서 있다가 말없이 계단을 내려가면)
20. S# 염교장댁 거실. N
쿵쿵 계단을 내려오던 은혜, 거실 한쪽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본다.
잠시 보더니 주머니에서 야구모자를 꺼내 푹 눌러쓴 뒤 신발을 신는다.
그 뒤로 주방에서 나와보는 염교장, 자물통, 수정.. 본다. 장필구도 뒤따라 계단을 내려와 보면
은혜, 돌아보지도 않은채 밖으로 나가버린다. 쿵! 문 닫히면.
염교장 : 어떻게.. 된거냐?
장필구 : 아무래도 시간이 좀 필요할거 같습니다.
염교장 : (그렇구나.. 은혜가 나간쪽을 보며) 이 추운데.. 어디 갈데는 있는지 모르겠다.
일제히 : (조용히 눈이 오는 현관문 밖을 쳐다보는 시선에서)
21. S# 하늘병원 로비. N
땡! 엘리베이터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 뒤늦게 퇴근하는 동재, 외투를 걸치며 뚜벅뚜벅 걸어나온다.
늦은 밤이라 한산한 병원 분위기, 그 가운데로 뚜벅뚜벅 걸어오던 동재, 문득 천천히 걸음을 멈추고 보면.
대기실 의자에 모자를 푹 눌러쓴채 삐딱하게 앉아 있는 은혜. 옆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앉아 있다.
동재, 본다. 다시 걸음을 옮겨 은혜앞으로 다가서면.
은혜 : (동재를 한번 흘끗 보더니 다시 크리스마스 트리를 본다) 난.. 크리스마스때 한번도 선물같은거 받아본적이 없어요.
어렸을적엔.. 내가 하두 미운짓만해서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주는줄 알았어요.
나중에 커서 보니까 우리집이 가난해서 그런거드라구요.
동재 : (말없이 같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면)
은혜 : (일어서서 동재를 보더니) 천만원이라 그랬죠? 밥두 꽁짜루 주나요? 입을 옷이랑 잘데두 필요한데..
동재 : (본다) 다른거 더 필요한건?
은혜 : (본다. 보더니) 하루를 만나보고 싶어요. (시선에서)
22. S# 외딴 저택 전경. (아침)
넓은 정원에 제법 고급스럽고 운치있어보이는 저택전경.
23. S# 이층 복도.
동재의 뒤를 따라 계단을 쭉 올라오는 은혜,
이층복도로 각자 맡은 일에 따라 조용하게, 그러나 분주히 움직이는 연구원들의 모습들..
은혜, 조금은 주둑이 든 듯 흘끗 흘끗 돌아보다가 멈칫..! 갑자기 걸음을 멈춘 동재와 부딪힐뻔한다.
동재 : (문앞에 멈춰선채) 여기예요.
은혜 : (약간 긴장된 시선으로 닫힌 문을 한번 본다. 보다가 목소리 낮춰서) 저기요, 수술전이랑 지금이랑 얼마나 달라졌어요?
특별히 주의해야할 사항같은건 없나요? 해서는 안될 말이라든가 행동같은거, 뭐 그런거..
동재 : 직접 만나봐요. (하면서 문고리를 잡고 돌리려는데)
은혜 : (턱! 동재의 손목을 잡으며) 저기..!
동재 : (멈칫..! 자신의 손을 잡은 은혜의 손을 본다. 시선들어 은혜를 보면)
은혜 : 혹시.. 하루도 알고 있나요? 내가 사기꾼인거.., 깜빵에 갔다온거..? (보면)
동재 : (본다. 잠시 보더니 말없이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어준다)
은혜 : (본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방쪽을 돌아보면)
24. S# 하루의 방.
열린 문안으로 펼쳐지는 하루의 어두컴컴한 방안. (사실, 방이라기보다는 교실 크기만한 스튜디오같은 느낌의 공간)
좀 기묘한 가구배치다. 방안 중간에는 도서관처럼 책꽂이들이 미로처럼 세워져 있고, 그 책장안에는 수많은 책들로 가득하다.
바닥에는 맞추다 만 퍼즐들과 큐빅, 조립완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군데군데에 수학공식 풀어놓은것들이 휘갈겨 써져 있다.
그 사이로 조심스럽게, 조금은 긴장된 듯 천천히 들어서는 은혜.
그 뒤쪽에 서서 지켜보는 동재의 시선.
은혜, 하루를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멈칫.. 책장너머 창가쪽으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얼굴은 안보인채)
은혜, 왠지 살짝 두근거려온다. 천천히 그 쪽으로 걸음을 옮겨 다가선다. 한걸음 두걸음..
책장을 돌아서서 막 하루가 보이는 지점으로 나가 걸음을 멈추는 순간 바람 한점이 휘리리 불어와 커튼을 휘날린다.
그 바람에 책을 읽고 있던 하루의 모습이 커튼뒤로 가려진다.
그러다 다시 잠잠해지는 바람에 춤을 추던 커튼도 점점 가라앉고, 그러면서 드러나는 하루의 모습.
단정한 옷차림에 가지런하게 내려온 앞머리가 미풍에 슬쩍 움직인다. 제법 핸썸한 느낌까지.. 우와..!
두달전의 느낌과 너무 다른 하루의 모습에 잠시 빤히 쳐다본다. 보면서 한걸음 더 다가서는데
그만 발 끝에 툭! 걸려넘어지는 무엇. 플라스팁컵이다. 또르르 굴러가다가 하루 슬리퍼발앞에 툭.. 부딪힌다.
그 슬리퍼 발에서 천천히 틸-업하면
책을 든채 은혜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하루,
은혜 : (본다. 보다가 어색하게 겨우) 오랜.. (하는데 목이 가라앉는다. 흠! 작게 가다듬고 짐짓 밝게) 오랜만이다, 잘 있었어?
하루 : (빤히 본다)
은혜 : 수술 얘기 들었다. 성공했다며? 잘됐다 진짜.. (어색한 미소..)
하루 : (여전히 빤히 쳐다보기만 할뿐)
은혜 : (머슥해져서 슬쩍 웃음기 거두더니, 화제를 돌려) 책들이 많네? 이거 벌써 다 읽은거야, 아니면 앞으로 읽을거야?
(그 중에 하나를 집어들더니) 쇼펜하우어? 너 이런것두 읽니? (하는데)
하루 : (탁! 소리나게 책을 덮는다. 얼핏 보이는 책 제목 '노란손수건')
은혜 : (멈칫.. 보면)
하루 : (성큼성큼 다가서는가 싶더니 찬바람나게 쌩! 은혜를 지나쳐 가버린다)
은혜 : ...!
문앞에서 지켜보고 있던 동재앞을 그대로 지나쳐 나가버리는 하루.
동재, 은혜를 돌아본다.
은혜, 잠시 멍한 표정으로 얼어붙은 듯 서 있다가 돌아보면,
25. S# 저택 정원.
현관문밖으로 뛰어나오는 은혜,
은혜 : 하루야 잠깐만! 거기 좀 서봐! 하루야!
하루 : (뒤돌아보지 않은채 양손에 두 손을 꽂은채 성큼성큼 걸어온다)
은혜 : (냅다 달려와 따라붙더니 하루의 팔을 잡고 돌려세우며) 서라는 말 안들려? 서보라구 좀!
하루 : (은혜에게 잡혀 멈춰서긴 하지만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은혜 : 너 왜 이래? 나 몰라? 은혜선생니임! 몰라? 사람이 오랜만에 얼굴을 봤으면 인사부터 해야지, 뭐하는짓이야 이게?
박동재가 그렇게 시키디? 나 만나면 싸가지 없이 굴라구?
하루 : (고개 돌린채 고집스러운 표정)
은혜 : (본다. 보더니) 계속 그렇게 고개 돌리고 있을래? 너.. 진짜루 나 안보고 싶었어?
하루 : (그 말에 순간 기분에 못이겨 은혜의 손을 확! 뿌리친다)
순간 너무나 거칠게 뿌리쳐지는 바람에 뒤로 휘청 물러서는 은혜, 조금은 놀랍고 당황스런 표정으로 하루를 보면.
하루, 눈빛에도 순간 당황하는 빛이 스치더니 냅다 달려가버린다.
은혜, 멀어지는 하루를 본다.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빤히 보는 위로.
은혜E : 무슨짓을 한거예요?
26. S# 저택 일각. (또는 회의실)
은혜 : 뭘 어떻게 했길래 애가 저렇게 백팔십도 변해요? 하루 쟤.. 원래 저런애 아니었어요, 알아요?
동재 : 수술하자마자 한달정돈 별 문제 없었어요. 아이큐가 백이상으로 올라가면서 학습수준도 높아졌고,
엄청난 속도로 지식을 흡수하기 시작했죠. 거의 고등학교 수준까지 따라잡았을 정도니까.
은혜 : 그런데요?
동재 : 어느 순간 갑자기 말을 안하기 시작하더군요.
은혜 : (? 본다)
동재 : 삼주전부터 그래요, 학습이나 임상테스트 일체를 거부하고 있죠.
이유를 알수 없는 난폭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것도 그 때부터구요.
은혜 : 뭐가 잘못된건데요?
동재 : 미운 일곱 살이라는 말.. 들어본적 있어요?
은혜 : (? 보면)
동재 : 자의식을 갖게 되면서 불만이 생기고, 시키는대로 안하면서 별것도 아닌것에 반항하기 시작하는 시기죠.
상대가 싫어할걸 알면서도 일부러 불쾌한 행동을 하구요. 그러면서 자신의 존재를 상대에게 각인시키는겁니다.
은혜 : 아니이.. (잘 이해가 안된다) 이미 고등학교 수준까지 배웠다면서요.
그런데 행동은 미운 일곱 살처럼 군다는게 그게 말이 돼요?
동재 : 지능이나 학습수준만 고등학교 수준일뿐, 정신연령이나 감성은 여전히 대여섯살 아이수준에 불과해요.
하루가 쌓은 인생의 경험치라고는 그게 전부니까.
은혜 : (본다. 보다가) 그래서요?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거죠?
동재 : 우선 하루의 말문부터 열어줘야겠어요.
은혜 : 그런 다음엔?
동재 : 학습과 임상테스트를 계속할수 있도록 도와주면 됩니다.
은혜 : 만약 일주일안에 성공 못하면요?
동재 : 아마 지불되는 돈도 절반으로 줄어들겁니다.
은혜 : (허! 기막힌다) 너무 일방적이구 불공평하단 생각 안들어요?
동재 : 어차피 선택은 서은혜씨가 하는거니까요. 자신 없으면 지금이라도 그만두든가.
은혜 : (허.. 보다가) 그렇게 말할 때 진짜 재수없는거 알죠? (그러더니 앞머리 훅! 불어제끼더니 툭! 치고 지나쳐가면)
동재 : (돌아보며) 포기하는겁니까?
은혜 : (돌아보지도 않은채 버럭) 말문부터 열라면서요!
동재 : (본다. 짐짓 미소짓는 얼굴에서)
27. S# 실내 수영장.
첨벙 물속으로 뛰어드는 하루, 잠수한채 몇미터를 쭈욱 헤엄쳐나가더니 그대로 물살을 가르며 접형으로 수영을 시작한다.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헤엄치는 하루의 모습에서.
28. S# insert> 동재의 사무실.
동재 : 아침일찍 수영을 시작으로 헬스, 달리기까지 두시간씩 운동을 합니다.
은혜 : 아.. 두 시간.. (일정표에 체크해두는 모습에서)
29. S# 다시 실내 수영장.
푸우! 수영을 마치고 올라오면 그 앞으로 쓱 수건을 내미는 은혜.
하루, 흘끗 보더니 그대로 지나쳐 가버린다.
은혜 : (아 짜식.. 보더니) 야! 그냥 나가면 감기들어 얘! (따라가는데서)
30. S# 헬스장 안.
자전거 운동을 하고 있는 하루,
그 옆에서 따라 패달을 돌리는 은혜, 힘들어 죽겠다.
은혜 : 너 원래 자전거 잘 못탔었잖아, 못타서 맨날 끌구만 다녔었잖아, 기억나? 그 자전거 보구싶지 않니? 어? (하는데)
하루 : (그대로 탁! 멈추더니 가버린다)
은혜 : (쳐다본다, 헉! 헉! 에고고 죽겠다 하는 표정에서)
31. S# insert> 동재의 사무실.
동재 : 식사는 하루 세 번. 여덟시 반, 열두시 반, 그리고 저녁 여섯시.
은혜 : 저기요, 오늘이 크리스마슨건 아세요?
동재 : (무시하고) 그 밖에 남는 시간은 주로 자기방안에 틀어박혀있어요. 책을 보거나, TV를 보거나.
32. S# 하루의 방안.
TV화면에 스포츠 케이블방송에서 NBA농구 장면이 흐르고 있고.
그 맞은편 소파에 앉아 농구공을 든채 경기를 보고 있는 하루.
그 옆에 지루한 표정으로 팝콘을 먹어가며 같이 보는 은혜,
은혜, 흘끗 하루 눈치 보다가 슬쩍 리모콘 집어들고 누른다.
화면에 흐르는 타이타닉 뱃머리 씬..
은혜 : (금새 표정 변하며) 디카프리오다! 우와..! 저 남자 저 턱선 좀 봐.. 저런 남자랑 키스 한번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 (하는데)
하루 : (리모콘 눌러버린다. 다시 나오는 NBA농구 장면)
은혜 : (흘끗 보더니 다시 리모콘 탁! 누른다. 흐르는 타이타닉 음악..)
하루, 지지않고, 리모콘을 다시 누른다. NBA농구 장면.
은혜도 지지 않고 리모콘을 누른다. 그래놓고 재빨리 리모콘을 감춘다.
하루, 리모콘을 뺏으려고 은혜랑 실랑이를 한다. 그러다가 그만 쿵! 두 사람이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다.
밑에 깔린 은혜 위로 겹쳐진 하루,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은혜, 그런 하루의 표정 눈치채지 못한채 끝까지 팔을 위로 쭉 뻗으며
은혜 : 리모콘 주세요. 말해봐. 응? 그럼 주께.
하루 : (은혜의 얼굴을 빤히 본다)
은혜 : 리모콘 주세요 말해보라니까. 어서?
하루 : (본다. 보더니 그대로 후다닥 일어나 나가버린다)
은혜 : (? 돌아본다. 시선에서)
33. S# 저택 주방. N
은은한 촛불을 켜놓은 채 커다란 식탁 양쪽 끝에 마주앉은 하루와 은혜.
은혜 : (먹으며) 언제까지 그렇게 말 안하구 있을거야?
하루 : (말없이 밥만 먹는다)
은혜 : 너, 말 안한지 벌써 삼주째라며. 계속 그렇게 입 꼭 다물구 말 안하면 입속에 벌레 생긴다?
하루 : (멈칫..! 먹다 말고 은혜를 본다)
은혜 : (먹어가며) 내가 아는 어떤 사람두 말 안하구 한달을 버텼거든?
근데 어느날부턴가 자꾸 입속에서 뭔가 근질근질대기 시작했다는거야.
하루 : (계속 안듣는척해보지만, 왠지 기분이 안좋아지는 듯..)
은혜 : 하두 근질거려서 대체 왜 이러나, 그러구 거울속을 들여다본거야, 들여다봤더니 글쎄 이따만한 벌레가!
하루 : (순간 속이 울렁!)
은혜 : 입속에서 꾸무울꾸무울..! (하는데)
하루 : (순간 우당탕! 의자를 넘어뜨리며 일어나 달려나간다)
은혜 : (픽.. 웃으며 돌아보면)
34. S# 저택 화장실. N
쿵! 욕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하루, 웩웩! 두어번 헛구역질을 하더니
얼른 거울앞에 다가서서 입을 떡 벌리고 이리저리 들여다본다. 그러더니 얼른 칫솔로 입안을 닦아낸다.
그 문 뒤로 쓱 고개를 내밀고 들여다보는 은혜,
은혜 : 너 오늘이 크리스마슨건 알구 있니? 안그래두 기분 꿀꿀한데 고집 그만 부리구 말 좀 하지? 어?
하루 : (인상을 잔뜩 쓴채 은혜를 보더니 홱! 돌아서서 계속 이빨을 닦자)
은혜 : (그대로 바가지 집어들어 퍽! 뒷통수 때리며) 말 좀 하라구 짜식아!! (하는데서)
35. S# 저택 회의실 안. N
부시시해진 머리와 옷차림으로 들어서는 은혜,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서류를 들여다보는 동재를 보더니
은혜 : 저기요, 혹시 뇌수술 하다가 실수루 머릿속에 바늘같은거 남겨둔거 아니예요?
동재 : (보더니) 벌써 지쳤어요? 아직 하루밖에 안지났는데.
은혜 : (본다. 보더니 기분나쁘게 돌아서서 쿵! 문을 닫는다)
동재 : (짐짓 웃으며 커피를 한모금 마신다. 시선에서)
36. S# 저택 거실. N
머리를 긁적긁적거리면서 거실안을 서성거리는 은혜, 아..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러면서 풀썩 소파에 파묻혀 앉는 그녀.
그러다 잠시 무슨 생각이 났는지 벌떡 일어나 앉는 모습에서.
37. S# 동네 일각.
화면 가득 핫도그를 든채 두 눈을 깜빡거리며 쳐다보는 수정,
수정 : 아줌마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은혜 : (뭐? 아줌마? 일단 웃어넘기며) 언니라구 불러야지 수정아.
수정 : 우리집에서 그냥 나가버릴땐 언제구.. 뭐하러 또 찾아왔대?
은혜 : 음.. 너한테 뭣 좀 상의할게 있어서.
수정 : 뭘요?
은혜 : 하루 말이야.
수정 : (멈칫..! 본다, 보더니 일순 표정 변하며) 언니.. 하루오빠 만났어요?
은혜 : 만났지 그럼.
수정 : 우리 하루오빠 잘 있어요?
은혜 : 잘 있지 그럼.
수정 : 정말루 똑똑해졌어요?
은혜 : 뭐, 예전보다는. 책두 많이 읽는거 같구..
수정 : 수정이 안보고 싶대요? 할아버지는요? 필구삼촌이랑 자물통삼촌두 안보고 싶대요?
은혜 : 사실은 아직 못물어봤어.
수정 : 왜요?
은혜 : (잠시 난감한 표정 짓다가) 하루가 말을 안하거든.
수정 : (? 본다. 꿈뻑꿈뻑 쳐다보는 시선에서)
38. S# 염교장댁 거실. N
일제히 : 뭐어? (식구들 일제히 놀라서 수정을 본다)
장필구 : 하루가 말을 안해?
염교장 : 혹시 아프거나 어디 이상이 생겨서 그런건 아니구?
수정 : 그건 아닌가봐요, 진짜루 똑똑해져서 책두 많이 읽는대요. 그냥 말만 안한대요, 삼주전부터.
장필구 : (짐짓 생각하는 표정에서)
수정 : 그래서 은혜언니가 저한테 상의하러 왔더라구요. 어떻게하면 하루오빠 말문을 다시 열수 있을까..
역시 하루오빠한텐 수정이밖에 없다는걸 은혜언니도 인정한거죠.
염교장 : 그래, 넌 뭐라 그랬는데?
필구/물통 : (궁금한 듯 일제히 수정일 쳐다보면)
수정 : (짐짓.. 빙긋 웃는 얼굴에서)
39. S# 저택/ 하루의 방. N
턱! 하니 한가운데 놓이는 특대형 딸기아이스크림통.
하루, 입체 퍼즐맞추기를 하던 손이 멈칫.. 멈춰진다.
빙긋 웃으며 앉아 있는 은혜와 딸기아이스크림통을 번갈아 빤히 쳐다본다.
40. S# insert> 저택 / 모니터 룸. N
하루의 방이 다각도에서 비추고 있는 모니터 룸.
그 앞에 앉아서 지켜보는 동재, 뭐하는거지? 쳐다본다.
41. S# 저택/ 하루의 방. N
은혜, 아이스크림통 뚜껑을 열더니 숟가락으로 퍼먹기 시작한다.
은혜 : 음~ 죽인다, 죽여.. 진짜 맛있네 이거.
하루 : (본다. 시선이 아이스크림통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은혜 : 먹구 싶지? 그럼 한마디만 해. 먹고싶어요.
동재 : (insert> 재밌다. 그러나 왠지 나쁘지않은 방법인 듯.. 지켜보면)
은혜 : 말해봐 어서. 그럼 준다니까? 한마디 하면 한숟가락, 두 마디 하면 두 숟가락..
하루 : (그럴순 없다! 다시 입체퍼즐로 시선 옮기면)
은혜 : (본다. 보더니) 얼마전에 염교장님댁에 갔었거든?
하루 : (멈칫..)
은혜 : 다들 니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시더라. 장선생님은.. 필구형님 말야, 아직두 니 방청소를 하고 있더라구.
(보며) 사실은 너두 궁금하지? 그 사람들 보구싶지? 그치?
하루 : ...
은혜 : 그러니까 그만 고집부리구 이제 말 좀 하자, 응? (그러더니 아이스크림 한숟가락을 떠서 내민다)
자! 한입만 먹어봐 얼마나 맛있나. 그리구 아! 맛있다 한마디만 해, 응?
하루 : (흔들리는 마음, 하지만 안된다. 얼굴 가득 고집스러움이 번진다)
은혜 : 세상에서 딸기 아이스크림이 젤 좋다며. 말만 하면 이거 너 다 준다니까?
하루 : (고집스럽게 입을 꾹 다문채 점점 심통스러운 표정이 되어간다)
은혜 : (아이스크림 숟가락 하루 얼굴에 더 가까이 대며) 너 진짜 계속 이럴래? 나 화낸다.
(보더니 다시 내밀며) 고집 그만 부리구 자, 아아 해. 아아아! (하면서 숟가락 가까이 대는데)
하루 : (참다못해 탁! 은혜의 손을 쳐낸다)
그 바람에 아이스크림 숟가락이 퍽! 날라가버리고.
은혜, 멈칫.. 하는 표정으로 하루를 본다.
하루, 잔뜩 심통어린 표정으로 은혜를 노려본다.
insert> 모니터 룸. 조용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동재의 시선에서.
은혜 : 줏어.
하루 : (싫다!)
은혜 : 어서 숟가락 줏어!
하루 : (싫다! 고집스럽게 노려보면)
은혜 : (갑자기 하루가 만들던 퍼즐들을 두 손으로 와르르 무너뜨린다)
하루 : (어어? 황당함과 이씨이! 하는 표정으로 은혜를 보면)
은혜 : 열받지? 화나지? 그럼 그렇다구 말해봐. 말해보라니까! 왜 말을 못해? 왜! 왜! (하면서 쿡쿡 찔러대자)
하루 :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는 듯 은혜를 팔을 툭! 밀친다)
은혜 : 어쭈! 너 지금 나 쳤냐?
하루 : (노려본다. 쳤다 그래! 어쩔래! 하는 표정)
은혜 : 이 자식이 증말! (하면서 세게 하루의 어깨를 밀친다)
하루 : (똑같은 강도로 더 세게 은혜를 밀어제낀다)
은혜 : 허! (기막혀) 이 자식이 증말 오냐오냐 하니까! (하더니 양손으로 퍽! 하루의 가슴팍을 밀쳐내면서)
대체 불만이 뭐야 너! 어? (다시 퍽! 때리며) 왜 그러는데? 왜 그러는지 말을 해보란말야 이 자식아!
너 바보야? 아직두 3급이야? 왜 말을 못해! 왜! 왜 바보처럼 입 꼭 쳐닫구 꼴통짓이냐구 대체! (하면서 다시 퍽! 때리면)
하루 : (씨이..! 점점 폭발직전으로 감정 치달아간다. 은혜를 노려보면)
은혜 : 말해 보라니까! 이러는 이유가 있을거 아냐! 그게 뭐냐구! 말을 하라구 말으을!!! (하면서 한번 더 퍽! 쳐내자)
하루 : (순간 폭발하듯) 거짓말쟁이이이!!!!
은혜 : (멈칫! 본다)
동재 : (insert> 모니터 룸. 멈칫.. 쳐다보면)
하루 :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이!!!
은혜 : (본다. 빤히 쳐다보다가 허..! 실소.. 그러다 다시 보며) 뭐? 거짓말쟁이?
하루 : 그래요! 거짓말쟁이! 은혜성생님은 거짓말쟁이예요! 선생님두 아니면서 선생님이라 그러구!
나한테 했던말들두 다 거짓말이구! 동재성생님 지갑두 선생님이 훔친거잖아요! 맞잖아요.
은혜 : ...!!! (본다. 왠지 뒷통수를 강타당한 표정으로 빤히 본다)
하루 : 거짓말쟁이! 사기꾼! 나 다 알았어요 이제!
은혜 : (본다)
하루 : (씩씩거리며 쳐다보면)
은혜 : (보더니 최대한 감정누른채) 그래서 뭐?
하루 : (입을 꾹 다문채 계속 노려보는 위로)
은혜 : 그래, 나 거짓말쟁이야. 사기꾼이야. 그래서 뭐? 그래서 너한테 내가 피해준거 있어? 너한테 잘못한거 있냐구 자식아!
하루 : 약속했잖아요!!!
은혜 : ?
하루 : (한번 터진 감정 주체못한채) 나랑 약속해놓구선.. 똑똑해지면 계속 나랑 같이 있어준다구 손가락까지 걸어놓구선!!
은혜 : ! (시선에서)
짧은 FLASH-BACK> 2부 54씬.
하루 : 똑똑해지면 내 옆에 계속 있어줄꺼예요?
은혜 : 있어주기만 해? 해달라는거 다 해주지. 사탕도 사주구, 아이스크림도 사주구! 다 해주지 그럼.
하루 : 그래놓구 어디갔었어요! 수술이 다 끝났는대두 왜 안왔어요? 똑똑해질라구 내가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데..
공부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손가락 걸구 도장까지 찍었잖아요. 근데 오지두 않구.. (울먹거리더니)
거짓말쟁이! 은혜성생님 거짓말쟁이예요! (순간 두 눈 가득 그렁그렁한 눈물로 은혜를 노려본다)
은혜 : (그런 하루를 빤히 본다)
동재 : (insert> 모니터 룸. 조용히 지켜보면)
은혜 : (본다. 보다가 말없이 돌아선다. 어쩔줄 모른채 잠시 황망하게 서 있다가 떨어진 숟가락을 집어들어
아이스크림통에 툭.. 꽂더니) 됐어 이제. 말 했으니까.. 이거 다 니꺼야. (그리더니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그녀의 뒷모습에 울컥! 해서 바라보는 하루, 문쪽을 본다. 보다가 딸기아이스크림통을 내려다본다.
순간 후회가 밀려오는 표정에서..
42. S# insert> 모니터 룸.
동재, 모니터안의 하루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시선 돌리면.
43. S# 저택 / 거실. N
거실 한쪽에 표정없이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은혜의 모습.
그 뒤로 계단을 내려오는 동재, 은혜의 뒷모습을 잠시 본다. 보더니 그 옆으로 다가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앉는다.
은혜 : 알고 있었죠? 나 때문인거..
동재 : ...
은혜 : 나 때문에 화나서.. 그래서 입다물구 꼴통짓한거.. 다 알구 있었죠? 그쵸?
동재 : ... (그랬다)
은혜 : ... (그럴줄 알았다. 씁쓸하게 픽 웃더니) 하루가.. 나더러 거짓말쟁이래요, 사기꾼이래요.
동재 : 한두번 듣는 말두 아니텐데.. 뭘 신경써요?
은혜 : 하루잖아요. 하루는.. 하루는 그런 말 안하는 애잖아요, 근데..
동재 : 상처받았어요?
은혜 : 그렇다기 본단..
동재 : 미안해져서 그래요?
은혜 : (멈칫.. 동재를 본다. 그런 것 같다.. 시선 돌리면)
동재 : 교도소에 있었다구 사실대로 말하지 그랬어요. 그럼 오해가 풀렸을테데..
은혜 : 됐어요. 쪽팔리게 뭐 좋은 일이라구.. (그러면서 한숨 푹.. 내쉬는데)
동재 : (본다. 보더니) 내일부터 바빠질거예요, 그만 쉬어요. (일어나 나간다. 쿵 문 닫힌다)
은혜 : (다시 한숨 푹.. 내쉬는데 그 때)
그 때 띠리리 울리는 핸드폰 소리.
은혜, 뭐지? 고개들어 동재가 앉았던 옆자리를 보면 놓여있는 선물상자. 그 안에서 핸드폰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은혜, ? 본다. 상자를 열고 보면 그 안에 들어있는 핸드폰. 그 핸드폰에 수신번호가 뜬다..
은혜 : (얼덜결에 받아들고) 여보세요?
44. S# 저택 앞. N
동재 : (핸드폰 든채 차 앞으로 걸어오며) 내 번호예요. 혹시 비상시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저장해두라구요.
은혜 : (insert> 거실) 크리스마스는 어제였는데요?
동재 : 알아요. 잘자요. (하더니 탁! 끊고 차에 올라탄다. 시동걸고 출발하면)
45. S# 다시 저택 / 거실 안. N
핸드폰을 쳐다보는 은혜, 픽 웃어버린다. 기분 나쁘지는 않은듯
그 은혜의 뒷모습에서 화면 계단쪽으로 쭉 이동하면.
46. S# 이층 난간. N
계단 맨위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하루, 선뜻 내려가지 못한채 두 손을 꼼지락거리며 있다가 한쪽을 보면
그 옆으로 놓여져 있는 딸기 아이스크림통. 거기에 나란히 꽂힌 숟가락 두 개에서.. fade-out.
47. S# 병원장실. (아침)
허원장 : (고개들어 보며) 안돼. 전과자는.
동재 : 하루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허원장 : (? 본다)
동재 : 서은혜가 하루를 만난지 이틀만입니다. 오늘부터는 정상적인 수업도 다시 시작될겁니다.
그 동안 멈췄던 검사스케쥴도 다시 잡을거구요. 그리구..
허원장 : 그리구?
동재 : 이번 연말파티석상에 나가는것도 긍정적으로 검토중입니다.
허원장 : (잠시 본다. 보더니 천천히 등받이에 기대며) 재밌군.
동재 : (? 보면)
허원장 : 말해봐. 꿍꿍이가 뭐야.
동재 : (본다. 보더니) 저는 그저 임상실험을 계속하고 싶을뿐입니다. 서은혜가 전과자든 아니든 저한텐 상관없다는 뜻입니다.
허원장 : 단지 그것뿐이다?
동재 : 그것뿐입니다.
허원장 : (본다. 잠시 보더니) 좋아. 대신 하나만 약속해. 절대루 문제가 생겨선 안돼. (알겠지? 쳐다보는 시선에서)
48. S# 저택, 복도.
연구원1, 다급한 걸음으로 걸어온다.
49. S# 저택, 회의실.
연구원1 : (들어서며) 문제가 생겼습니다.
동재 : (책상위로 턱! 서류가방을 올려놓다가 ? 돌아보면)
연구원1 : 하루가 없어졌습니다.
동재 : ..! (본다. 시선에서)
50. S# 저택, 복도.
쭉 걸어오는 동재와 그 옆으로 따라오는 연구원1, 2 , 3. 그리고 주인턴.
연구원1 : 수영장이랑 헬스장에도 안보이고, 산책로랑 가볼만한 곳은 다 뒤져봤는데도 없습니다.
동재 : 항경련제는.
연구원1 : 복용한 흔적이 없습니다.
동재 : (제길..! 하면서 하루의 방문을 벌컥! 열면)
51. S# 하루의 방.
한쪽에 멍하니 앉아있던 은혜, 멈칫.. 보다가 주춤 일어서서 보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서는 동재, 하루가 없는 방안을 휘 둘러본다.
은혜 : 아침 먹으라구 아무리 문을 두드려고 대답이 없어서 들어와보니까..
수영장이랑 헬스장도 다 뒤져봤는데 거기두 없구.. (하는데)
동재 : (자르듯) 주선생, 경찰에 연락해,
주인턴 : 네 알겠습니다. (뛰어나가면)
동재 : 닥터김은 병원 응급실쪽을 체크해봐. 경련이나 발작증세로 실려올수도 있으니까.
은혜 : (경련? 발작? 쳐다보면)
동재 : 이선생하고 오선생은 하루가 갈만한데 다시 한번 찾아보구. 나는 시내쪽으로 나가볼테니까.
연구원들 : 네, 알겠습니다. (뛰쳐나가면)
은혜 : 같이 찾아요. (따라나서려는데)
동재 : 그럴 필요 없어요.
은혜 : (멈칫.. 동재를 보면)
동재 : 그러지.. 않는게 좋겠다구요.
은혜 : 나 때문에.. 나한테 아직 화가 안풀려서 그럴거예요. 그러니까..
동재 : (OL) 그러니까 그냥 여기 있는게 좋겠다구요, 서은혜씨는.
은혜 : ..! (보면)
동재 : (은혜 탓을 하는게 아닌, 냉정한 판단의 느낌으로 본 뒤 나간다)
은혜 : (남겨진채 잠시 가만히 있는다. 있다가 돌아보는 시선에서)
52. S# 저택 앞.
탁! 타에 올라타는 동재, 시동을 걸다가 멈칫.. 보면.
쿵! 문을 거칠게 닫으며 밖으로 나오는 은혜, 외투를 걸친채 고집스럽게 동재의 차를 지나쳐 걸어간다.
동재, 은혜의 고집스러움에 그저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서.
53. S# 하루찾는 몽타쥬
1. 시내거리 1.
하루를 찾아 돌아 다니는 은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습. 지나는 사람들에게 하루의 인상착의를 설명하면서 물어도 보고,
그 때마다 모른다고 죄다 고개를 가로젓고 지나가는 사람들, 사람들..
2. 시내거리 2.
동재 역시 차를 몰고 계속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하루를 찾는다.
3. 산책로 일각.
연구원1.2.3 계속 하루 이름을 부르며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고.
4. 집 앞. 프레임-인 되는 은혜, 서성이며 초인종을 누를까 어쩔까하는데
수정E : 왜요? 또 내 자문이 필요해서 왔어요?
은혜 : (? 돌아본다) 수정아.
수정 : 하루오빠는요? 오빠두 같이 오지.. 또 혼자 왔어요? (빤히 쳐다보면)
은혜 : 어? 어어... (여기도 안왔구나.. 한숨과 함께 돌아보는 시선에서)
54. S# 시내일각. N
힘없이 털썩.. 한쪽에 쭈그리고 앉는 은혜, 주먹으로 다리를 툭툭 쳐가면서도 시선은 계속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혹시라도 하루가 지나가지는 않나.. 걱정되는 표정인데 그 때.
뒤쪽 골목에서 '이 짜쉬기.. 돈 안내놔? 죽을래?' 어쩌구 하는 소리.
은혜, 소리나는 골목안쪽을 돌아본다.
그 골목안쪽으로 빙 둘러선 고등학생 대여섯명, 그 가운데 무릎꿇고 시달림을 당하는 남자, 하루의 뒷모습과 흡사하다.
은혜, 순간 덜컹!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으로 천천히 일어선다. 그러더니 재빨리 그 쪽으로 뛰어들어가면
그 뒤로 스르르 스쳐 지나가는 동재의 차,
잠시 후, 후진해서 멈춰서더니 창문을 내리고 본다. 보는데서.
55. S# 뒷골목 일각. N.
고등학교 깡패들, 빙둘러서서 계속 남자아이를 쥐어박고, 갈구는데
그 때 다짜고짜 달려들어 그 아이들을 이리저리 밀치며 달려드는 은혜.
한쪽에 웅크리고 맞고 있던 남자아이의 어깨를 잡고 돌이키며
은혜 : 하루야! (하고 보는데)
하루가 아니다. 하루랑 비슷한 다른 남자아이다.
은혜, 숨을 몰아쉬며 잠시 허탈감으로 그 남자를 빤히 쳐다보는데
툭! 은혜의 옷깃을 잡아일으키는 학생1, 거칠게 한쪽구석으로 몰아세우며
학생1 : 이 아줌마가 죽고싶어 환장했나, 어딜 껴들어, 겁두 없이? 어?
(어우 확! 하면서 주먹을 들어 위협하듯 은혜를 금방이라도 칠 기센데)
그 주먹을 턱! 잡는 손.
학생1, 학생들, 그리고 은혜 멈칫..!하는 표정으로 돌아보면 동재다.
은혜 : ...! (동재를 보면)
동재 : 그쯤해 두지, 학생들 같은데.
학생1 : (허! 기막힌 듯 웃는다. 웃다가 어우! 하면서 덤벼들려는데)
은혜 : (재빨리 학생1의 팔을 콱! 물어버린다)
학생1 : (순간 으아아아!! 비명을 지른다)
동재 : (! 놀라서 은혜를 돌아본다)
동시에 지켜보던 학생들, 우르르르 달려들면서 덕분에 잡혀있던 남자아이, 재빨리 가방을 챙겨 도망친다.
그 위로 소리만 퍽! 우욱! 퍽! 퍽! 퍽! 소리가 들리는데서.
56. S# 정류장 벤치. (또는 길거리 벤치정도) N.
빠앙! 경적을 울리며 지나쳐가는 버스. 그 뒤로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는 은혜와 동재.
은혜는 입술끝이 깨진채 머리를 부시시 흐트러져 있고,
동재는 눈밑 뺨부위가 부어오른채 역시 입술끝이 깨져 있는 상태.
은혜, 그런 동재를 흘끗 돌아본다. 보더니
은혜 : 어떻게 남자가 한 대를 못때리고 얻어맞기만 해요? 주먹 쓸 줄 몰라요?
동재 : (손수건으로 말없이 상처부위를 댄채) 이 손으로 하루를 수술했어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수술하게 될거예요.
함부로 쓸수 없어요.
은혜 : (그 말에 다시 흘끗 동재를 본다. 보다가 괜히 혼잣말처럼) 아, 그나저나 하루 이 자식은 어딜간거야... (하는데)
동재 : 그만 들어가요. 하루 찾는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일어선다)
은혜 : 같이 가요. (얼른 따라 일어서는데)
동재 : 약속한거 잊었어요? 일주일동안 내가 시키는대로 한다. (보며) 들어가요, 들어가서 기다려요.
은혜 : (OL) 알아요, 지금 속으로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거. 그래서 내가 옆에 있는게 자꾸 귀찮구, 거슬린다는것도 알아요.
알지만.. 그렇다구 아무것도 안하구 기다리기만 하는건 더 못하겠어요. 그러니까.. 같이 찾게 해줘요, 같이.. (하는데)
동재 : (OL) 당신 지금 많이 지쳐보여. 들어가 좀 쉬라구.
은혜 : (그 말에 멈칫..! 동재를 본다. 내 걱정을.. 한거였어? 빤히 쳐다보면)
동재 : (본다. 보더니 할수 없다는 듯 자기 머플러를 풀러 멋없이 쭉 내민다.) 이거라도 하구 있든가, 그럼.
은혜 : (? 머플러를 빤히 쳐다본다)
동재 : (그대로 툭! 던져주듯 은혜목에 걸쳐주더니) 괜히 감기같은거 걸려서 사람 귀찮게 하지 말란뜻이예요.
(그러더니 은혜를 지나쳐 세워둔 차쪽으로 간다)
은혜 : ...! (목에 감긴 목도리를 내려다본다. 보는데)
그 뒤로 울리는 동재의 핸드폰 소리.
은혜, 목도리를 감은채 동재를 돌아본다.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동재의 옆모습.
은혜,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는데
동재 : (핸드폰을 탁! 접고 은혜를 돌아본다) 하루.. 어딨는지 찾았어요.
은혜 : ...! (본다. 시선에서)
57. S# 하늘정문학교 전경. N
<하늘정문학교>라서 써진 앞에 멈춰서는 동재의 차.
동재와 은혜, 차에서 내려 뛰어들어가는 모습에서.
58. S# 하늘정문학교 교무실. N
드륵! 문을 열고 들어서는 동재와 은혜. 뛰어온 듯 둘다 약간 숨에 찬 표정으로 교무실 안을 들여다보면
한쪽에 앉아 있던 연구원 두어명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두 사람을 본다.
그 한쪽으로는 경찰 두어명, 그리고 학교 경비아저씨 그리고.. 그 안쪽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하루의 모습이 보인다.
뭘 했는지 얼굴이며 옷 여기저기가 온통 먼지투성이에, 긁힌자국에 꼴이 말이 아니다.
은혜, 하루를 본다. 보다가 천천히 하루앞으로 걸어들어간다.
동재를 비롯해,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 은혜를 따라 움직인다.
하루 : (은혜를 보다가 슬쩍 시선 돌리면)
은혜 : (본다. 보더니 갑자기 퍽! 머리통을 때린다)
일제히 : (놀라서 은혜를 본다)
하루 : ...!
은혜 : (한번 더 퍽! 머리통을 때린다)
연구원들 : (말리려는데)
동재 : (손을 들어 그들을 저지한다. 조용히 은혜와 하루를 보면)
은혜 : 갈께. 가면 되잖아 이 자식아!
하루 : (멈칫...! 은혜를 본다)
은혜 : 가라구 그냥 말루 하지. 보기 싫다구, 꺼져버리라구 말루 하지 왜! 그럼 두 말도 안하구, 뒤도 안돌아보구 가줬을거야 난.
하루 : 그게 아니예요.. (하는데)
은혜 : 니가 이러지 않아두 알아. 나한테 실망한거.. 그러니까 간다구. 가준다구 이 나쁜 자식아! (그대로 돌아서는데)
하루 : (재빨리 은혜의 옷자락을 잡으며) 그게 아니예요!
은혜 : 놔!
하루 : 그게 아니구요, 그게 아니구..
은혜 : 아니면 뭐야? 뭔데? 왜 갑자기 사라진건데? 왜!
하루 : (본다. 답답한 듯 보더니 갑자기 잡은 은혜손을 잡고 나간다)
은혜 : (멈칫..! 쳐다보는 순간 홱 이끌려나가면)
동재 : (? 돌아본다)
일제히 : (안에 있던 사람들 일제히 돌아보는 시선에서)
59. S# 학교 운동장 일각. N
은혜의 손을 잡고 한쪽으로 쭉 뛰어오는 하루, 은혜를 세워두더니 어둠속에서 땅바락을 두리번거리면 뭔가 찾는다.
은혜, 뭐하는건가 하루를 쳐다보는데
찾았다! 얼른 스위치를 집어들고 일어서서 은혜를 본다.
하루 : 이걸 보여주고 싶었다구요. (그러더니 탁! 스위치를 누른다)
동시에 하루 뒤로 보이는 커다란 나무위로 전구가 촤르르 켜진다.
순간 은혜, 숨이 딱 멈추는 느낌으로 그 나무를 쳐다본다. 반짝거리는 전구 사이사이로 노란 바람개비들이 송송히 박혀 있다.
바람에 팔랑팔랑 돌아가는 바람개비들..
은혜,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 나무를 바라보는 위로
하루 : 어떤 책을 읽었는데.. 남편이 구치소에서 나오는 날.. 그 아내가 나무에다 노란손수건을 한가득 매달았대요.
당신이 돌아온걸 환영한다구.. 기쁘다구..
은혜 : (그 말에 하루를 본다)
하루 : 은혜성생님이 돌아왔을 때.. 사실은 나두... 기뻤어요.
은혜 : (뭉클..! 보면)
하루 : 소리치구 화냈던 건.. 은혜성생님이 하두 안오니까.. 수술 했는데, 계속 기다렸는데두 안오니까 내가 화가 나서..
그래서 아무말이나 막 한거예요. 진짜는 아니예요. (본다. 보며) 그러니까 가지 말아요.
은혜 : (하루를 본다)
하루 : 내가 잘못했어요, 가지 말아요. 네? (핑그르.. 눈물까지 고인채 은혜를 빤히 쳐다보면)
은혜 : (콧끝 찡해져서 잠시 본다. 보더니) 웃어봐.
하루 : (? 본다)
은혜 : 너 웃는거.. 보구 싶어.
하루 : (본다. 두 눈 가득 눈물로 보다가 베식 웃는다.)
은혜 : (시큰.. 해져서 하루를 본다. 바라보더니 같이 픽 웃는다) 똑같다... 웃는게 그 때랑 똑같이 바보같어.
하루 : (순간 울컥! 하면서 와락 은혜를 끌어안는다, 안더니) 얼마나 보고 싶었다구요. 보고싶어 죽는줄 알았다 진짜..
은혜 : ...! (대답하지 못한다)
그 멀리로 서서 바라보는 동재, 그 뒤로 연구원들과 경찰들, 경비..
바라보던 동재만 조용히 돌아선다. 됐다..!
은혜를 꼭 끌어안은 하루와 별처럼 반짝이는 바람개비 나무를 뒤로한 채
조용한 시선으로 쭉 걸어오는 동재, 한쪽으로 프레임-아웃 되면서.
60. S# 몽타쥬1.
1. 저택 / 하루의 방.
화이트보드를 펼쳐놓고 화면을 향해 돌아서는 선생1.
선생1 : 자, 오늘은 염색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하루, 흘끔 뒤를 돌아보면 연구원1, 2가 나란히 앉아 하루를 지켜본다.
그 옆으로 아삭! 사과를 깨물어 먹으며 잡지책을 넘기는 은혜.
하루, 그런 은혜를 보며 빙긋 미소, 수업을 시작하는 모습에서.
2. 저택 / 거실.
은혜랑 게임을 하고 있는 하루, (미로찾기같은 머리쓰는 게임)
하루가 먼저 탁! 끝내버리면서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좋아한다.
은혜 '이씨..! 다시!' 외치는 모습에서.
3. insert> 학교 운동장.
하루가 만든 바람개비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는 염교장, 수정, 자물통, 장필구, 그 옆으로 뿌뜻한 표정의 학교경비.
수정 : 이걸 정말 하루오빠가 만들었대요?
염교장 : 그렇다는구나.
자물통 : (와아! 입모양만..)
장필구 : (본다. 시선에서)
4. 저택 / 따로 마련된 치료실 안.
하루, 뇌파검사를 받고 있다.
연구원1.2.3과 지켜보고 있는 동재, 뇌파활동량을 체크중이다.
유리문밖에서 슬며시 들여다보는 은혜의 시선에서
5. 저택 / 하루의 방.
화이트보드위에 수학문제가 적혀있고, 그 문제를 슥슥 풀어내는 하루. 마지막 일점 탁! 찍고 돌아선다.
은혜, 와아!! 박수쳐준 뒤, 손을 내밀면 그 옆에서 같이 참관하던 연구원1,2, 만원짜리 한 장씩 꺼내서 준다.
은혜, 감사히 받으며 하루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밀어보인다.
하루, 해맑게 씩 웃는 얼굴위로.
동재E : 상태가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61. S# 저택 / 회의실. (모니터룸과 붙어 있는 작은 공간)
동재를 비롯한 서너명의 연구팀들이 모여앉아 있는 가운데.
연구원1 : 컨디션이나 수업속도도 급속도로 회복되고 있구요.
연구원2 : 심리지수도 안정적이고, 대인관계도 적대적에서 친화적으로 많이 돌아서는거 같구요.
연구원3 : I.Q쪽도 132로 삼주만에 27이나 상승한 수칩니다.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만..
동재 : 전기 자극을 4볼트로 낮춰보자구.
연구원1 : 예정대로 내일 저녁 파티엔 참석하실겁니까?
동재 : 이 상태라면 못할것도 없지. 이상. (서류 탁! 덮는데서)
62. S# 달리는 허원장의 차 안.
뒷좌석에 앉아 서류를 들여다보던 허원장, 문득 시선들어 창밖을 보다가 갑자기
허원장 : 김비서, 차 세워요.
차 멈추면, 창문 너머 저쪽으로 장필구의 청소하는 모습이 보인다.
허원장, 얼른 안경을 벗고 핸드백에서 컴팩트를 꺼내 머리 매무새를 살피더니 분첩으로 톡톡! 얼굴을 두드려준다. 탁! 접는데서.
63. S# 찻집 일각.
허원장 : (또각! 발자국 소리와 함께 프레임-인 되면서) 여기서 또 뵙는군요.
장필구 : (? 돌아본다. 보다가 허원장과 시선 마주친다)
자물통 : (슬쩍 그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는데서)
짧은 경과> 야외 테이블에 마주앉아 차를 마시는 허원장과 장필구.
허원장 : 혹시 소식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보며) 박동재 선생이 결국 해냈어요.
청출어람이라더니 스승이 실패한 일을 칠년만에 제자가 성공시킨거죠.
장필구 : (무심하게 후우! 불어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위로)
허원장 : 내일 저녁 연말파티겸 축하하는 자릴 마련했어요. 장선생님도 오셔서 성공한 제자에게 축하와 격려를 해주셨음 하는데..
장필구 : (짐짓.. 그 말에 시선들어 허원장을 보면)
허원장 : 보고 싶지 않으세요? 당신 제자가 어떤 기적을 일으켰는지..
장필구 : (본다. 시선위로)
E. 실내연주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64. S# 파티장. (호텔) N
연말파티분위기 물씬 풍기는 연회장. 양복과 드레스 차림의 손님들이 속속들이 도착하는가운데,
짧은 insert1> 호텔 스위트 룸.
휘리릭! 와이셔츠를 입는 하루, 단추를 꿰고, 소매단추 꿰고 바지를 입고 허리띠를 메는 모습에서.
다시 파티장>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쪽으로 쓱 나타나는 민주, 슬쩍슬쩍 눈치를 보며 한쪽에 차려진 음식들을 행복한 듯 쭉 훑어본다.
한입 가득 먹어본다. 맛있다. 접시게 계속 연달아 담다가 멈칫.. 허원장과 시선 마주친다.
슬쩍 시선 피하면서 음식 도로 내려놓으면,
허원장, 왠지 못마땅한 듯 보다가 다시 도착하는 손님을 향해 웃는다.
짧은 insert2> 호텔스위트 룸.
넥타이를 메고, 시계를 차는 하루의 손.
다시 파티장>
잘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로 검소한 쟈켓을 입고 나타나는 장필구,
사람들의 눈에 안띄게 한쪽으로 들어오다가 허원장과 시선 마주친다. 거리를 둔 채 마주선 허원장과 장필구.
허원장, 그를 향해 짐짓 미소를 보낸다. 역시.. 궁금했던 모양이군..
장필구, 그런 허원장을 본다. 역시.. 의사로서 올 수밖에 없었다. 보는데
그 때 그 옆으로 도착하는 박이사 및 투자자들, 속속들이 다가서고.
허원장 : (그들을 향해 돌아서며) 어서들 오세요.
박이사 : (허원장과 인사한 뒤) 그 젊은이는 어딨습니까? (둘러보면)
허원장 : 곧 내려올겁니다. (빙긋 웃으면)
장필구 : (본다. 시선위로)
E (똑똑똑 노크소리)
65. S# 호텔복도. N
달칵! 방문 열리는 소리에 문앞에 서 있던 동재, 돌아본다. 순간 조금은 놀라는 듯.. 그러다 이내 스치는 만족의 미소.
그 문앞에는 이제껏 본적이 없었던 젠틀하고, 댄디하고, 럭셔리까지 한 하루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동재 : 생각보다 훨씬 근사한데.
하루 : 근데 좀 불편해요. (와이셔츠 목부분을 한번 당기면)
동재 : 금방 익숙해질거야. 평소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해.
하루 : 네.
동재 : 파티에 오는 사람들중에 몇몇 투자자들을 제외하고는 니가 정신지체장애였다는걸 모르는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무슨 일이 생겨도 당황하지 말구.
하루 : 네. (그러더니) 근데 은혜성생님은요? (시선에서)
동재 : (반대편 문을 노크한다) 서은혜씨! 그만 나와요! 늦겠어요!
은혜E : 네에에! 지금 나가요오!
그러면서 달칵! 소리와 함께 맞은편 문이 열리는 소리.
동재와 하루, 문 열리는 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돌려 맞은편을 돌아본다. 순간 둘다 멈칫.. 해서 쳐다본다.
이제껏 한번도 본적 없는 너무나 아름다운 은혜가 문앞에 서 있다.
하루, 순간 멍..해져서 은혜를 본다. 동재마저도 잠시 멍한 표정으로 은혜를 보면.
은혜 : (두 남자의 표정을 번갈아 살피면서 자신없는 표정으로) 왜..요? 안어울려요? 그렇게 이상해?
하루/동재 : (대답을 못한채 그저 빤히 보면)
은혜 : (역시 이상하구나) 안되겠다, 나 다시 갈아입구 나올께요, (돌아서려는데)
하루 : 아니예요! 이뻐요! 진짜 이뻐요!
은혜 : (? 하루를 본다. 다시 동재쪽 보며) 진짜.. 괜찮아요? (보면)
동재 : (대답 대신) 늦겠어요. 그만 내려갑시다. (그러더니 에스코트를 위해 팔을 내민다)
은혜 : (? 본다)
하루 : (? 본다)
동재 : (은혜를 보면)
은혜 : (본다. 보다가 조금은 어색한 듯 픽 웃으면서 슬쩍 동재의 팔짱을 낀다)
하루 : (어? 보더니 얼른 자기도 은혜 반대편으로 와서 팔을 내민다)
동재 : (? 하루를 본다)
은혜 : (보더니 픽 웃으며 하루가 내민 팔에도 척! 팔짱을 낀다)
하루 : (흡족! 웃는 얼굴에서)
은혜Na : 그 때까지만해도 난 그저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간다고만 생각했다.
66. S# 파티장. N
가볍게 떠드는 소리, 젊은 사람들이 가볍게 춤을 추는 흥겨운 분위기.
그 안으로 들어서는 두 남자, 동재와 하루, 그리고 은혜.
장필구, 한쪽에 조용히 서 있다가 멈칫.. 하루를 본다.
민주, 한쪽에서 샴페인을 마시다가 흘끗 돌아본다.
허원장도 그 두사람을 발견하더니 조용히 투자자들에게 알려준다.
투자자들, 그 두남자를 본다. 흥미로운 시선에서
동재 : (하루를 본다) 가자.
하루 : (은혜에게) 어디 가지 말아요, 내가 보이는데 꼭 서 있어야돼요, 알았죠?
은혜 : 알았어.
동재, 하루를 데리고 허원장과 투자자들쪽으로 걸어간다.
하루, 가면서 은혜를 한번 더 돌아본다.
은혜, 주먹을 꾹 쥐어보이며 입모양으로만 '화이팅!' 해주면
하루, 빙긋 웃으면서 동재와 함께 투자자들앞으로 다가선다.
은혜,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은혜Na : 그리고 이 파티가 끝나면 나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은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하루를 본다.
하루, 간간히 돌아보며 은혜를 계속 확인하며 웃고 있다.
은혜, 한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계속 옮기다가 멈칫..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양복차림의 사내들과 마주친다.
떡대있는 두명의 사내를 뒤로 둔채 서 있는 표사장이다.
은혜 : (흘끗 본 뒤) 실례합니다. (지나치려고 하다가 멈칫.. 다시 표사장을 본다)
표사장 : (지그시 은혜를 쳐다본다. 표정에서)
짧은 플랫쉬-백>
1부에서 은혜가 한강수를 수갑채울 때 당황하던 표사장의 얼굴이 짧게 스쳐가는 순간.
은혜 : ...! (놀라서 보면)
표사장 : 아야, 잘 있었냐아? 나가 느글 찾느라고 애 쪼까 묵었으야?
은혜 : ! (보면)
표사장 : 시방 너하고 긴히 할 야그가 있는디.. 같이 좀 나가야쓰겄다. 이? (하면서 씩 웃으면)
은혜 : ...! (순간 보다가 핼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저쪽에서 은혜를 돌아보며 티없이 밝게 웃고 있는 하루, 은혜를 향해 슬쩍 손까지 흔들어 보인다. 그 위로
하루E : 어디 가지 말아요, 내가 보이는데 서 있어야돼요, 알았죠?
표사장 : (뒤에서 재촉하듯) 아야, 쪼까 나가자는 말 안들리냐아?
은혜 : (아..! 돌겠다.)
은혜, 어쩔줄 모르는 시선에서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