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에어] 02
S#1. 고급 레스토랑 룸 안. 낮.
1부 엔딩에 이어서.....
승아 : 기억력 좋으시다.
영은 : !!!
승아 : 그동안 많이 크셨네요? (쌩긋 웃으며) 5년 전엔 저랑 눈도 잘 못 맞추시더니.
영은 : (헉!!!)
경민 : !!!
승아 : 티켓 투 더 문이었나? 그때 그 작품 망했죠. 사 프로? 오 프로?
영은 : !!!
혜경E : (조마조마한) 시청률을 떠나 좋은 작품이었어요.
승아 : 시청률을 떠나면 안되죠. 드라마가.
영은 : (!!!) 맞아요. 안되죠. 근데 나한테 그렇게 관심 많은 줄 몰랐네요?
승아 : 누가 얘기해 준 건데? 안 하기 잘 했다고.
영은 : !!!
승아E : 작가님은 주로 재벌, 신데렐라, 출생의 비밀. 뭐 그런 거 좋아하시나 봐요?
영은 : 오승아씬 내 드라마에서 그것밖엔 안 보였나 봐요?
승아 : 저야 모르죠. 안 봐서. 우리 엄마가 그러드라구요. 전 미국 드라마 좋아해요. CSI, 프리즌 브레이크 뭐 그런 거요.
작가님은 안 보세요?
영은 : (같잖은 듯) 우리 집에도 텔레비전 있어요. 냉장고만한 거.
승아 : 근데 왜 안 배우세요? 미드엔 재벌, 출생의 비밀 그런 거 안 나오던데.
혜경 : (기막힌) 오승아씨.
경민 : (흥미롭게 보는)
영은 : (약 오른. 자기도 모르게 테이블에 놓인 나이프 꽉 잡는) 왜 안 나와요. 나오죠. 오승아씬 드라마 볼 때 내용 파악은 안 하고
그림만 보나 봐요?
승아 : !!
영은 : 나오는데, 미국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리얼하고 퍼펙트하게 하니까 진짜 같잖아. 대사가 무슨 껌인 줄 아는지
두 줄만 넘어가면 씹기 바쁜 배우한텐 무리죠. 오승아씬 연기 욕심 없나 봐요? 그런 거 안 배운 거 보면?
승아 : (표정 냉랭해지는...)
경민 : (대단들 하다 싶은...)
영은E : 이쁘다고 배운가? 이쁜 걸로 치면 텐 프로 데려다 연기 시켜야지. 진짜 이쁜 애들은 거기 다 있더만.
승아 : 저한테 개인감정 있으세요?
영은 : (점점 말 빨라지는) 상천 부메랑인 거 몰랐어요? 준만큼 되돌아오는 거?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거고.
승아 : (같이 빨라지는) 그래서 작가님 주인공은 늘 재벌과 신데렐란가 보죠? 둘이 만나면 부의 재분배니까? 공평하네요.
영은 : 백치미 대명사 치곤 제법 말꼬릴 잘 잡네?
승아 : 이 바닥 칠 년째거든요. 그리고 학벌은 제가 더 좋아요. 작가님 보다.
영은 : (헉!!!) 뭐?
경민 : !!
승아 : 답 나온 거 같은데 그만 하죠.
영은 : 듣던 중에 반가운 소리네. 그래요 관둡시다. 그 말 듣자고 지금까지 고운 입으로 텁텁한 소리 한 거잖아.
사실 나 오승아씨가 내 드라마 하고 싶어 할까 봐 얼마나 마음 졸였나 몰라요. 우리 서로 그 맘 변치 말자구요.
승아 : !!!
영은 : 그만 일어날까요? 지금 도망가야지 밖에 있는 양반들 들어오면 다 끝난 얘기 새로 시작해야 할 텐데.
하더니 발딱 일어나 가버리는. 혜경 '미치겠다 정말' 하는 표정이더니 따라 나가는.
승아도 태연한 척은 했지만 처음 받아 본 모욕에 얼굴이 벌게지는데....
경민 그런 승아 보는데....
S#2. 고급 레스토랑 일각. 낮.
영은 나오는데, 얘기하고 있던 수철과 상우 벌떡 일어나는.
수철 : 왜 벌써 나와. 자리 옮기게?
영은 : 아뇨. 얘기 끝났어요. 오승아씨 이 드라마 안 하겠다네요?
수철 : (동시에) 뭐?
상우 : (동시에) 네? 작가님. 그런 게 아니라,
영은 : 긴지 아닌지는 직접 물어 보세요.
하고 가는.
수철과 상우 서로 얼굴 바라보는데....
S#3. 고급 레스토랑 룸 안. 낮.
경민 여전히 승아 보고 있는.
승아 좀 창피한. 물 마시려 하면 물잔 비어 있는. 경민 물잔 슥- 미는.
승아 물잔 보다 경민 보더니
승아 : 이상하죠?
경민 : ...뭐가요?
승아 : 내가 사고 칠 때마다 보잖아요.
경민 : ....사곤 건, 알아요?
승아 : .....(피식. 물 마시는...)
경민 : (웃어?)
승아 : 깜빡 했어요. 작가 감독이 같은 편인 거.
경민 : !!!
승아 : 하긴, 그날 내 손이 좀 매웠죠?
경민 그런 승아 빤히 보는데,
그때, 문 벌컥 열리며 '너 정말 미쳤,' 하며 들어오던 상우, 경민 보고 멈칫 하는.
경민 자리 비켜주듯 나가면
승아 : 내가 뭘?
상우 : 너 정말 까불래? 너 뭐랬어. 뭐랬는데 작가가 똥 씹은 얼굴로 나가!
승아 : 난 배운 대로 했는데? 초짜작가 무시하는 법, 입봉 감독 기죽이는 법, 진사장님이 가르쳐 준 거 아니었나?
상우 얼굴 벌게지는. 너무 화나 부들부들 떨고 섰는데....
S#4. 고급 레스토랑 복도. 낮.
열린 문 옆에 서 있는 경민. 표정 덤덤하나 승아와 상우의 얘기 다 들은 듯 하고....
S#5. 고급 레스토랑 주차장. 낮.
가는 영은 잡아 세우는 수철.
수철 : 서작가 지금 제정신이야? 이런 실례가 어딨어.
영은 : 실례요?
수철 : 오승아야. 오승아. 안 한대두 달래야 될 판에 먼저 자릴 뜨면 어떡해. 오승아 톱스타야 톱스타라고!
영은 : 톱이고 망치고 배우 얼굴 팔아 시청률 나오던 시절은 지난 거 모르세요?
나쁜 대본에 좋은 배우 없고, 좋은 대본에 나쁜 배우 없다가 제 지론이구요,
전 대본만 좋으면 생짜 신인으로도 승부 낼 자신 있거든요. 그러니까 연기도 못하는 개떡 같은 애 자꾸 디밀지 마세요.
그런 영은의 등 뒤로 혜경 나오다 두 사람 보고 서는...
수철 : 서작가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이 참 건방져?
영은 : 방금, 뭐라셨어요?
수철 : 건방지다고. 나이도 몇 안 된 게.
혜경 : (헉!!! 꺼들지도 못하고 안절부절인데...)
영은 : (표정 서늘해지는) 건방지다시니까 맘 편하게 건방 좀 더 떨게요.
전부터 얘기하고 싶었는데, 감독님 저한테 말 놓지 마세요. 감독님께 월급주시는 SBC 사장님도 저한테 말 안 놓으시니까.
수철 : !!!
영은 : 하나 더요. 다른 작가 찾아보세요. 저 이번 드라마 안 해요.
수철 : 뭐?
영은 : 저 안 아쉬워요. 서로 하자고 난리라. 근데 내가 이런 경우 없는 소리까지 듣고 송감독님과 일 하겠어요?
혜경 : (놀라 끼어들며) 죄송해요, 감독님. 서작가 왜 이래! 뭘 안 해. 안 하면 어떡해.
영은 : 뭐가 죄송해. 것따가 죄송하다면 내가 뭐가 돼! 언니도 당분간 연락하지 마. 내가 연락할 때까지. (하고 가는)
혜경 : 영은아. 서작가! (하며 따라 가는)
수철 혈압 올라 쓰러질 지경이고...
S#6. 영은 집 준희 방. 밤.
불 꺼진 준희 방 살며시 들어서는 영은. 침대에 걸터앉아 잠든 준희 얼굴 가만가만 쓸어 보는...
그러다 고개 돌려 책상에 놓인 사진(남편과 준희 함께 찍은) 보는.
영은 : 같이 사는 건 난데... 왜 점점 당신을 닮니.... (그때)
준희E : 엄마.
영은 : (좀 당황) 안 잤어?
준희 : 어.
영은 : 근데 왜 자는 척 해.
준희 : 내가 자는 척 해야 엄마가 아빠 사진 보니깐.
영은 : !!
준희 : 엄마.
영은 : 음?
준희 : 나랑 런던 같이 가면 안 돼?
영은 : ....그 얘긴 충분히 한 거 아닌가?
준희 : 알아. 그냥 물어 봤어. (이불 속으로 파고들며) 잘래요. 졸려.
영은 : (마음 아픈. 이불 덮어 주며) 좋은 꿈 꿔....
준희 머리 가만가만 쓰다듬어 주는 영은인데....
S#7. 공항 보딩 카운터. 다른 날 낮.
영은 캐주얼 차림으로 보딩 패스 받는. 돌아서면 배낭 멘 준희 서 있는.
영은 : 자. (걸어가면서) 여권 조심하구. 뮤지컬 젤 앞자리에서 보구. 메일 자주 쓰구. 무슨 일 생김 바루 전화하구.
빵만 먹지 말고 하루 한 끼는 꼭 밥 먹구. 알았어?
준희 : 나 이 주 가는 거야. 일 년이 아니라.
영은 : 이 주 아니라 이틀이래두 엄만 걱정 되지. (하는데 핸드폰 오는. 보면 '이대표' 뜨는. 그냥 넣으며)
런던 여기보다 추워. 옷 든든하게 입고 다녀.
준희 : 왜 안 받어?
영은 : 귀찮은 전화. 자꾸 드라마 하자고.
준희 : 오월에 한다면서.
영은 : 안 할 거야. 그렇게 됐어. 런던 비 자주 오니까 우산 꼭 챙기구, 튜브 탈 때,
준희 : 아 쫌! 런던은 내가 더 잘 알아 엄마보다.
영은 : 오, 케이. 오, 케이. 들어 가.
준희 : (들어가다 멈춰 돌아보는)
영은 : (환하게 웃으며 마구 손 흔들어 주는)
준희 : (계속 빤히 보는)
영은 : 왜? 아~ (안기라고 팔 벌리는)
준희 : 아빠한테 할 말 없어?
영은 : !!! (머쓱해진... 팔 내리고...) 어.... 해피 벌스데이~ 뭐... 그 정도?
준희 : 알고 있었어?
영은 : 늦겠다. 들어 가. 누나 기다리시잖아. 잘 부탁드려요.
스튜어디스 : (모델 미소) 걱정 마세요.
준희 : 엄마랑 찍은 사진 아빠 줘두 돼? 생일선물로?
영은 : .....그래.
준희 : (다다다 달려와 영은 꼭 안아주고) 다녀올게요.
하고 준희 들어가는.
영은, 준희 모습 사라질 때까지 손 마구 흔드는. 그러다 표정 시무룩해지는.
가방에서 선물 포장한 거 꺼내보는... 차마 못 준.... 전 남편 생각에 마음 좀 싸한...
그러다 선물 다시 구겨 넣는데 핸드폰 다시 울리는. 문자 온.
확인하면 '계속 이따구로 전화 안 받아라 밤에 문 따고 확 들이 닥치삔다.'
영은 : 어휴 증말!!
하고 핸드폰 가방에 집어 던지고 몇 걸음 걷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멈춰 서서 어딘가 보는데....
S#7-1. 영은 집 거실. 낮.
옥심, 거실 청소기 미는데 영은 들어서는.
옥심 : (청소기 끄며) 다녀오셨어요. 준희는 잘 갔어요?
영은 : 네. (하고 방으로 가려다) 아, 당분간 오지 마세요. 제가 전화 드릴게요.
욕심 : (당황) 네? 왜요? 제가 뭘....
영은 :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준희도 없고 저도 한 2주 집 비우고 쉬려구요. 월급은 똑같이 챙겨드릴 테니까 걱정 마시구요.
옥심 : (안심하며...) 예... (하고 청소기 들면)
영은 : 괜찮아요. 두고 가세요. 제가 할게요.
옥심 : 이걸 왜 애기엄마가 해요. 내가 해야지. 돈 받고 하는 일인데. 여기만 치우고 갈 거니까 일보세요. (하고 청소하는...)
영은, 그런 옥심의 정확함이 좋기도 하지만 너무 정확해 좀 떨떠름하기도 한데...
S#8. 경민 집 거실. 낮.
목에 수건 건 경민 욕실에서 나오면 콩나물 봉지 든 옥심 현관 들어서는.
경민 : 어딜 그렇게 다녀요. 무릎도 안 좋다면서.
옥심 : (당황...) 어... 거 누구냐. 권집사네 손주가 영국인가 미국인가 가는데 공항 간다고 지, 집 좀 봐 달래서.
경민 : 이상한 사람들이네. 빈집을 왜 봐 달래. (봉투 내미는) 형 줘요.
옥심 : .....
경민 : 애들 학원비는 좀 기다리라구 하고. 정 안 되면 후배 시켜 과욀 붙이든가 할 테니까.
옥심 : 주제에 과외는 무슨. 놔 둬.
경민 : (짜증) 놔두면. 애들 공분 시켜야지.
옥심 : 아 놔둬 글쎄. 즈이 삼촌은 학원 하나 안 댕겼어두 공부만 잘했어.
경민 : 집구석이 그 꼴인데 공부가 돼요? 그대로 냅뒀다 대학 떨어져 빌빌대면, 또 나보고 책임지라고?
옥심 : 니가 왜! (하다 눈치 보며) 즈들 애미 애비 있는데... 알아서 하게 놔둬.
경민 : 알아서 하긴 뭘 알아서 해요! 알아서 한 게 월급에 차압까지 붙여요?
옥심 : !!!
옷 챙겨 들고 횅하니 나가버리는 경민인데.....
S#9. 승아 집 대문 앞. 낮.
열 받은 얼굴로 계속해서 초인종 누르고 있는 상우. 옆에 불안한 얼굴로 서 있는 로드.
딩동! 딩동! 딩동! 대답 없는... 딩동! 딩동! 딩동! 대답 없는...
또 누르려는데 문 벌컥 열리고 서늘한 얼굴의 승아 서 있는. 상우 보면,
상우 : (좀 전과는 달리 입가에 미소 띠며) 있었구나. 있으면서 왜 대답을 안 해.
승아 : 적당히 하고 갈 줄 알았지.
상우 : 니가 일찍 내다 봤음 벌써 갔지. 점심은. 난 배고픈데.
승아 : (그런 상우 빤히 보는데....)
S#10. 일식집. 낮.
화려한 상차림 마주한 상우와 승아.
상우 : 왜 이렇게 못 먹어. 이러니 살이 쪄? 왜 자꾸 말러 우리 국민 요정이.
승아 : (악- 저 국민요정 소리!!!) 왜에? 아주 날개라도 달아주지?
상우 : (화 억지로 참으며) 그래 뭐.... 어젠 내가 잘못했다. 다음엔 너랑 상의하고 약속 잡을게. 아주 물 건너간 건 아니고,
수철이형이랑은 피만 안 섞였지 형제나,
승아 : (젓가락 탁!! 소리 나게 내려놓고 보면)
상우 : (동요하지 않으려 애쓰며) 에스테틱 바꿔야겠다. 어째 점점 까칠해져. 돈만 비싸고.
승아 : 안 갔어. 바빠서.
상우 : (달래다 승질 난) 바빠? 왜. 그러게 쓸데없이 뭐 하러 싸댕겨. 눈 만난 개새끼처럼.
승아 : (더는 못 참고) 내 말 우스워? 아님 계약 끝났단 말 뭔 뜻인지 몰라?
상우 : 왜 몰라. 그래서 재계약 하자잖아. 그래, 뭐래디. 계약금 얼마 준대. 많이 불렀니?
승아 : 안 불렀어. 그냥 웃었어.
상우 : ...웃어?
승아 : 어. 이쁘게. 내 웃음은 돈이라며.
상우 : (!!! 다시 미소...) 참 똑똑해. 근데 말이다, 배신한 년 놈치고 끝까지 잘 되는 것들 없어. 이 바닥이 생각보다 좁거든.
(안주머니에서 도장, 서류 꺼내는) 어떤 새끼가 얼만 준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거기 오 억 더 얹어줄게. 찍어.
승아 : (도장 보고 치 떨리는) 내 도장 새로 파셨네? 왜, 옛날 껀 하도 찍어서 닳았나?
상우 : 찍어. 오 억이면 큰돈이야.
승아 : 그 오 억. (사이) 내가 번 돈이잖아.
상우 : !!!
승아 : 불우이웃 도왔다 칠게.
상우 : !!!
승아 : 그동안 나 재주 많이 넘었잖아. 그러니까 제발, 그거 먹고 떨어져주라.
상우 : (죽을 듯 노려보며) 너 대체... 뭐 믿고 이러냐?
그런 상우 빤히 바라보는 승안데....
S#11. 편의점. 낮.
기준 : (카운터에 캔 커피 박스 째 올려놓고 지갑 꺼내며) 얼마에요?
하다 무언가 보고 표정 굳는. 스포츠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체리의 모바일 화보 사진이다.
과감하게 드러낸 가슴골 위로 '착한 가슴으로 승부수'라는 카피 보인다.
'만 오천 원입니다' 하는 직원 목소리 들리지 않는 듯 신문 보고 있는 기준인데...
S#12. 기준 사무실. 낮.
캔 커피 박스 째 들고 들어오던 기준. 팔 걷어붙이고 청소하는 원, 범래 보고 멈칫하는.
범래 : (명패 닦다가 반갑게) 어, 형 왔어요.
기준 : 뭐 하냐 지금?
원 : 먼지가 먼지가. 금방 끝나니까 쫌만 앉아 계세요.
기준 : 걸레 내려 놔. 누가 니들 보고 이런 거 하래.
범래 : 에이, 괜찮아요. 야 바닥은 니가,
기준 : 누가 니들보고 이런 거 하랬냐고 이 새끼들아!!!
원/범래 : !!!
기준 : (명패 뺏어 내려놓는. 걸레도 뺏어 내동댕이치는) 잘 때도, 걸을 때도, 똥쌀 때도 배우라고 했지.
길가다 오물을 뒤집어써도 멋지게 각 떨어져야 배우라고 몇 번을 말해. 내가 니들 청소나 시킬라고 계약한 줄 알아?
그렇게 시간 남아돌면 볼펜 물고 소설책이라도 읽어! 떠야 인간 대접 받는 거 몰라?
근성 없고 자질 없음 지금이라도 집어치든가 이 새끼들아!
하더니 나가 버리는.
무안해서 서로 고개 돌리는 원과 범랜데...
S#13. 압구정 갤러리아 쇼윈도 앞. 낮.
화려한 쇼윈도 앞에 멍 하니 앉아 있는 기준... 가슴 찢어지는....
그런 기준의 등 뒤에 환하게 웃고 있는 오승아 사진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고.....
S#14. 드라마 제작국 국장실. 밤.
혜경 소파에 앉자마자 강국장 다급하게 묻는.
강국장 : 서작가 뭐랍디까. 한대?
혜경 : 저 아직 다 못 앉았어요 국장님.
강국장 : 나 얼굴에 물 빠진 거 안 보여? 푸석하다 못 해 떡 해 먹겠다니까?
혜경 : 국장님은 왜 저만 보면 죽는 소리세요?
강국장 : 진짜 죽겠으니 그러지. 서작가 만났어?
혜경 : 그러지 말고 오 월 편성 그냥 우리 심작가 주심 안돼요? 이번 기획안 진짜 끝장인데.
강국장 : 그래서 하는 드라마 마다 그렇게 끝짱을 내시나? 애국가 시청률로?
혜경 : 대진 운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강국장 : 이대표까지 왜 이래. 아, 여태 그 결론 내 왔어? 그러지 말고 우리 서작가 불러서 저녁 먹이자. 어!
서작가 회 좋아하지. 도미회 먹자 그래.
혜경 : 미워 죽겠는데 회는 무슨. (핸드폰 들고 걸며) 기대하지 마세요. 제 전화 피하느라 쫌 전에도 핸드폰 꺼져,
(놀란) 뭐야. 너 어딘데 로밍이야?
S#15. 대만. 리조트 야외 레스토랑. 밤.
현지 악사들의 연주와 촛불과 와인... 로맨틱한 분위기 가득한.....
예쁜 원피스 차림으로 혼자 식사하고 있는 영은. 화병에 꽃 꽂혀 있는...
영은 : 언니 피해 도망 왔다. 왜.
혜경F : 야! 말도 안하고 가는 게 어딨어. 누구랑 갔는데. 준희랑?
영은 : 준희 런던 갔어. (화병의 꽃 만지작거리는) 낼 모레가 지 아빠 생일이야.
혜경F : 그래서 혼자 그 먼데까지 날아가 청승 떨고 있냐 지금?
영은 : 청승 떨래다 언니 땜에 분위기 다 깨졌거든? 끊어. 분위기 이어볼라니까.
혜경F : 잠깐만. 언제 올 건데. 너 언제와.
영은 : (꽃 따서 보며) 몰라. 오픈티켓이야. 이참에 그냥 유럽이나 돌고 올까도 싶고.
혜경F : 너 정말 왜 그래! 또 그 놈의 사춘기야? 아님 바람 든 거야?
영은 : 그른가? 사실 나 서울 있을 땐 몰랐는데, 여기 오니까 (손에 든 꽃 머리에 꽂으며 쓸쓸하게) ...남자랑 자고 싶어. 따뜻하게.
S#16. 드라마 제작국 국장실. 밤.
차 마시던 혜경, 풉-
강국장 왜 저래? 하는 표정으로 냅킨 건네는.
혜경 : (입 닦고) 야! 너 안 되겠다. 너 빨랑 들어와. 내일 당장 들어와.
강국장 : 뭐래. 왜.
혜경 : 남자랑 자고 싶대요.
강국장 : (풉-)
혜경 : (자기 입 닦은 냅킨 다시 건네며) 여보세요? 여보세요? (끊긴) 얘가 진짜.
강국장 : 누구래. 누구랑 잤대.
혜경 : 잤다는 게 아니라 자고 싶대요. 어떡하죠?
강국장 : 뭘 어떡해. 서작가 사생활인데.
혜경 : 그거 말구요. 얘 지금 오픈으로 갔대잖아요. 대만에 잘 가는 리조트 있어요. 이참에 유럽 돌지도 모른대요.
강국장 : 뭐어? 유럽!!!
S#17. 대만. 리조트 야외 레스토랑. 밤.
영은, 가방에 핸드폰 넣다가 무언가 보는... 공항에서 봤던 선물 상자다....
상자 꺼내 뚜껑 열면 예쁜 반지 들어 있는....
상자 테이블에 놓고 팔짱 끼고 보는... 현지 악사들의 연주소리 들리는....
악사들 보다가... 연인들 보다가... 좀 쓸쓸하게 와인 마시려다 하늘 보면.... 푸른 달... 걸려 있는....
영은, 거짓말 같은 푸른 달 물끄러미 올려다보는데....
S#18. 기준 사무실. 밤.
집기 들어내고 있는 원과 범래. 사무실 가운데 허깨비처럼 서 있는 기준이고...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 기준에게 봐줄 만큼 봐줬다며 삿대질 하며 명패 집어 던지는...
대꾸 한 마디 못하고 발치에 뒹구는 명패만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기준인데...
S#19. 포장마차. 밤.
하늘에 달 동그랗게 떠 있는.... 기준, 소주 마시고 있는.
원과 범래 그런 기준 안쓰럽게 보는데....
기준 : (자신의 손 보며) 이 손이 뭔 줄 아냐? 황금의 손. 마이다스의 손이다 이게.
범래 : (소근) 마이너스 아니냐?
원 : (조용히 하란 듯 쿡- 찌르는)
기준 : 영화제다 시상식이다 레드 카핏 밟고 서서 이쁘게 웃는 애들, 다 이 손으로 키웠다.
범래 : 그만 마셔요.
원 : (말리지 말고 그냥 두라는....)
기준 : (키득대는) 근데 그거 아냐? 이 장기준이 손이 황금을 만들면 만들수록
이 장기준이 무릎은 세상에서 가장 싸구려였다는 거?
원/범래 : !!!
기준 : 누구 앞이건 내 배우를 위해서라면 무릎 꿇는데 0.1초도 안 걸려. 사우나에서 홀딱 벗고두 꿇었어.
그렇게 싸구려야 이 무릎이.
하며 무릎 탁탁 치다 의자 옆에 놓인 종이가방 툭- 치는. 와르르 쏟아지는 내용물.
명패 옆 테이블다리에 쿵- 부딪히는.
범래 : (벌떡 일어나 얼른 뛰어가 명패 주워들며) 죄송합니다.
하고 명패 주워 오는. 옆 테이블에 앉은 남자, 경민이다.
경민, 신경도 안 쓰고 술 마시는. 기준 목소리 계속 들리는.
기준E : 나, 술 한 잔을 마셔도 꼭 이렇게 방송국 옆에 와서 마셨다.
경민 : .....
기준 : 여기 땜빵 보이냐? 삼십 방 꼬맨 거야. 내 첫배우... 그 자식 밤샘 촬영 끝내고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졸다 차가 자빠졌거든.
많이 아프데... 내 평생 딱 한 번 신한테 기도 했다. 나 혼자 있을 때 사고 나게 해주셔서 고맙다고...
경민 : (듣고 있는....)
기준E : 근데, 키우면 떠나고... 또 키워놓으면 뒤통수 치고... 계약금 몇 푼 더 준대면 등 돌리는데 0.1초도 안 걸리는 게
배우들이야. 니들은 그게 어떻게 그렇게 쉽냐? 쌓인 정이라는 게 있는데.
범래 : 에이, 형. 우리 안 그래요.
기준 : 장담하지 마. 내가 이 바닥 들어와 처음 들은 말이 뭔 줄 아냐? 얼굴에 분칠한 것들 믿지 마라.
난 이제... 아무도 안 믿는다....
원, 그런 기준의 빈 잔에 가슴 아프게 술 따르는....
서로 등 맞대고 앉은 경민과 기준의 굽은 등이 가슴 아픈데....
S#20. 병원. 다음 날 아침.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는 기준이고... 원, 범래 서 있는.
원 : 그만하길 다행이래요. 무리하지 말고 쉬어야 한대서 병실 잡았어요.
범래 : 위세척한 거 기억나요?
기준 : ....
범래 : 와, 완전 식겁했잖아요. 나 형 죽는 줄 알았어요. 다섯 병 마셨다니까 죽을라고 환장했녜요. 근데 형 일곱 병 마셨잖아요.
기준 : ......
원 : 힘내요, 형. 우리 있잖아요.
기준 : (고개도 못 들고 겨우 고개 끄덕... 끄덕 하는데....)
범래E : 형, 우리 아까 이거 샀어요.
기준 겨우 고개 들어 원과 범래 보면... 원과 범래 입에 모나미 볼펜 물고 있는...
순간, 눈물 핑 돌아 급히 창밖으로 고개 돌리는 기준... 겨우겨우 눈물 참는 기준인데...
S#21. 사극 야외 세트장(정자 혹은 기생집). 낮.
기생 분장한 엑스트라들과 촬영감독 모닥불 가에서 수다 떨고 있는.
오석 저만치서 누군가와 계속 통화 중이고, 경민 모니터 앞에서 대본 보며 콘티 짜는.
스크립터 경민 눈치 보며 오석에게 어떻게 됐냐고 눈짓하는데, 오석 죽겠네 하는 표정으로 계속 통화하는.
그때, 캔 커피 들고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넙죽넙죽 인사하며 기준 오는.
기준 : 안녕하십니까. 흥행배우 전문 장기준입니다. 따끈할 때 드세요. (하며 커피 내미는데)
경민 : (동시에 대본 탁 덮고 일어나며 버럭) 이수혁 아직이야? 해 떨어지는 거 안 보여?
기준 : (헉!! 캔 커피 든 손 뻘쯤한데...)
오석 : (후다닥 뛰어오며) 그게.. 못 온답니다....
경민 : 장난하냐 지금? 아깐 톨게이트 탔다며!
오석 : 아깐 그랬는데... 계속 전활 안 받더니 겨우 통화 됐는데... 지들 말론 오다 사고가 났다는데...
카메라 감독 : 사곤 무슨. 또 술 처먹었구만.
경민 : 너 스케줄 관리 이따위로 할 거야! 걔 촬영 펑크가 주특긴 거 몰라? 네 시까진 찍어야 편집해서 방송 내 보낼 거 아니야!
몇 시야 지금!
오석 : (고개 푹-)
기준 : (아씨...분위기 왜 이래 싶어 돌아서다 그래도 캔 커핀 경민 의자에 놓고 가는데)
경민E : 보조 출연 중에 아무나 옷 갈아 입혀. 작가랑은 나중에 내가 통화 할 테니까 대사 다 날리고 뒷모습만 가. 방법 없어.
스크립터 : 보조 출연이 다 여잔데요... 기생들 나오는 씬이라...
경민 : 미치겠네. 야! 권오석. 너 얼른,
스크립터 : 키가 안 맞아요, 감독님. 이수혁씨가 워낙 작아서... 의상도 짧을 거고...
경민 : (돌겠네 싶고... 촬영장 쭈욱- 둘러 보다 카메라 셋팅하고 있는 카메라 감독에게) 형! 카메라 퍼스트 주고 옷 갈아입어 얼른.
카메라 감독 : 어? 나? 야, 내가 그걸 어떻게 해.
경민 : 여기 키 맞는 사람 형 밖에 없어. 시간도 없고. (하는데)
기준E : 저요! 감독님 저요!
모든 사람들 시선 한꺼번에 소리 난 쪽으로 쏠리는... 손 번쩍 들고 있는 기준이고...
기준 : 저 키 매우 작은데요.
(시간경과)
기생들과 춤추고 놀고 있는 선비. 도포 차림의 기준이다. 얼굴 최대한 감추며 우스꽝스럽게 춤추며 노는...
경민E : 얼굴 보이니까 돌려요!
그 모습 모니터로 보고 있는 경민이고....
경민 : 오케이! 컷트! 수고 하셨습니다.
S#22. 드라마 제작국 편집실. 밤.
사극 편집하고 있는 경민과 편집감독.
경민 : 이 부분 몽타지는 거트 보다 디졸브 편집이 확실히 낫네요. 다 된 거 같은데.
시간 오바 되는 건 종편 때 전체적으로 손 보라고 하죠 뭐.
오석 : (들어서며) 감독님 찾으신 거 이거 맞아요?
경민 : (케이스 보고) 맞어. 틀어.
오석 : (테입 편집기에 넣어 재생시키며) 카피 뜨면서 봤는데 좋드라구요. 서작가님이 이런 작품도 하셨어요?
화면 뜨면 극본 서영은, 제목 '티켓 투 더 문' 뜨는.
오석E : 송감독님이랑은 틀어지신 거죠? 근데 이거 왜 보세요?
경민 : (편집하고 있던 테입 건네며) 종편실 갖다 줘.
오석 : 네. (하고 일어나는데 전화 울리는. 받는) 네. (사이) 국장님이 오시라는데요?
경민 : (의아한 표정으로) 국장님이?
S#23. 드라마 제작국 국장실. 밤.
넥타이 어깨 뒤로 넘긴 강국장.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직접 커피 들고 오는.
경민 : (앉았다 놀라 벌떡 일어나는) 저 시키시죠.
강국장 : 내가 요즘 같으면 살면서 못할 일이 없지 싶다. 마셔.
경민 : (커피 받는... 왜 이러지... 싶은...)
강국장 : 너 지금 뭐 하는 거 없지. 수철이 꺼 엎어져서.
경민 : 경태 형이 상 중이라 <굿바이, 조선> B팀 찍고 있는데요. 다음 주 분량까진 제가,
강국장 : 그거 재훈이한테 넘기고 수철이 꺼 니가 해야겠다.
경민 : (!!)
강국장 : 왜 대답이 없어? 그 날 너도 있었다며. 수철인 죽어도 서작가랑 못 한대고 난 죽어도 서작가 아님 안 되겠고.
그러니 어떡해. 감독을 바꿔야지.
경민 : ...제가 나설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요.
강국장 : 뭔 소리야. 수철이가 못하면 너라도 해야지 오월에 방송 쉬냐?
경민 : 수철이 형이 다른 작가랑 가겠다니까 좀 기다려 보시는 게 어떨지 싶은데요.
강국장 : 내년 오월이냐? 후년 오월이야? 언제 만나 언제 기획해 언제 대본 써.
그리고 서영은이 보다 잘 쓰는 작가 데려 온대? 누군데. 나도 얼굴 좀 보자.
경민 : .....
강국장 : 교통정린 내가 다 알아서 할 거니까 넌 잔소리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근데, (위아래 훑는) 이 자식은 월급쟁이 주제에 까라면 까는 거지 뭔 말이 많아.
경민 : .....
강국장 : 그리고 너! 월급에 또 차압 들어왔다며.
경민 : !!!
강국장 : 우리 제발 품위 유지 좀 하자. 어? 나 입사하고 총무과장 세 번 봤는데, 그 세 번이 다 너 때문이야 이 자식아!
입 꽉 다물고 서 있는 경민. 머릿속 어지러운...
S#24. 드라마 제작국 사무실. 밤.
경민 자리로 오는.
자장면 먹고 있는 감독들. 허감독 얼굴에 대본 덮고 소파에 드러 누워있고.
경민 힘없이 의자에 앉아 있는...
노감독 : 야, 땜빵은 하는 거 아니야. 하지 마. 시청률 쫌만 안 나와 봐라. 선배 까구 작품 하더니 조졌다고 할 거고,
잘 돼두 수철이 형 볼 낯 없어.
임감독 : 그게 뭐가 문제야. 막말로 하겠다는 거 까내고도 하는 판에, 안 하겠다고 나자빠진 거 대신 하는 건데.
노감독 : 왜 문제가 없어. 서영은이 얘 감독취급이나 하겠냐? 수철이 형도 깠는데?
허감독 : (얼굴에 대본 치우고 일어나며) 서영은이면 더 해야지. 경민이 쟤가 언제 서영은 같은 작가랑 해보겠냐.
하다 누군가 발견한 듯 스윽 대본 도로 얼굴에 덮고 눕는.
그런 허감독 앞 지나쳐 경민 책상에 엉덩이 걸치고 앉는 남자, 수철이다.
경민 조금 철렁 하는데,
수철 : 니가 하기로 했다고?
감독들 : (긴장하고 보면)
경민 : .....하라고 하시네요. (의자 끌어 수철 옆에 놔주는)
수철 : (여전히 책상에 앉아서) 넌 뭐랬는데. (기분 나쁜 미소 띠고 뚫어져라 경민 보는)
경민 : (빤히 보다 시선 응시하며) 까라면 까는 거죠.
수철 : !!!
감독들 : (숨 막히는....)
수철 : 그래 잘 해 봐라. (일어서며) 선배들한테 한 잔 사야지. 계 탔는데.
경민 : (계? 미간에 주름 잡고 보면)
수철 : 뭔 말인 줄 몰라? 서울대 나온 놈이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
경민 : !!!
수철 : 입봉도 못 한 널 왜 서영은이한테 붙였겠냐. 서작가 대본은 감독이 필요 없어. 그냥 대본 토씨대로 찍기만 하면 되거든.
경민 : (!!! 표정 딱딱하게 굳는데....)
S#25. 드라마 제작국 국장실. 밤.
강국장 비행기표 손에 들고 나가려는데 문 벌컥 열리고 경민 들어오는.
강국장 : 어, 마침 잘 왔,
경민 : 전 그냥 찍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대본 토씨대로 찍기만 하면 되는 거냐구요.
강국장 : 앞도 뒤도 없이 뭔 소리야.
경민 : 절 서작가님한테 붙인 이유요. 형들이 저보고 계 탔다는데, 맞습니까?
강국장 : 난 또 뭐라고. 야 이 자식아. 그럼 감독이 대본 대로 찍지 뭘 어떻게 찍어.
경민 : 국장님!
강국장 : 아 나 이 자식 꽤 당황스럽네. 이건 너한테도 좋은 기회야. 묻어 갈 수 있음 묻어가는 거지. 남들은 같이 못 해 안달인데
이게 지금 정색하고 따질 일이냐? (비행기표 경민에게 주며) 당장 가. 가서 무조건 데려와. 서작가 지금 대만에 있대.
경민 : (대만? 미치겠네 싶고. 비행기표와 강국장 번갈아 보면)
강국장 : 괜히 비위 건드려 일 그르치지 말고.
경민 : (모멸감 억지로 참고 섰는데...)
강국장 : 대답 안 해? 알았어, 몰랐어.
경민 : (열 받는...) 네. 데려오죠 뭐. 비위 잘 맞춰 모셔올게요 제가.
S#26. 대만. 리조트 룸. 다음 날 아침.
소파와 테이블에 흩어져 있는 책들... 챙강.. 챙강... 풍경 소리 아늑하게 울리는...
장미 꽃잎 흩뿌려져 있는 침대에 거꾸로(발치 쪽으로 머리 두고) 엎드려 잠들어 있는 영은.
침대 아래로 늘어뜨린 손. 책 읽다 잠 든 듯 손끝에 들려 있던 책....
그때, 핸드폰 울리는.
영은 볼따구니에 장미 꽃잎 붙인 채 벌떡 일어나 눈도 못 뜨고 전화 받는.
영은 : (목소리 갈라진) 여보세요.
강국장F : 잤구나 서작가. 내가 깨운 거야?
영은 : (잠 덜깬) 네. 누구세요?
강국장F : 강호상 국장입,
영은 : 잘못 거셨어요. (하고 끊으려는데)
강국장F : 잠깐만. 서작가. 내가 지금 거기로 감독 보냈거든?
영은 : (헉!! 잠 확 깨고) 네? 누구요? 어딜요. 여길요? (하는데 딩동딩동!! 하는. 영은 전화와 초인종 동시에 신경 쓰며...)
아휴 왜 그러세요, 진짜. (하며 문으로 가는) 저 그냥반하고 안 맞아요, 국장님. 보내지 마세요.
(하며 문 열면, 경민 서 있는. 헉!!!)
강국장F : 이미 비행기 탄 사람을 어떻게 하나. 비행기를 돌려?
영은 : 안 돌리셔도 되겠어요. 비행기 이미 도착 했네요. (야유조) 너무 반가운데요?
경민 : (미간에 주름 잡는. 영은의 볼따구니의 꽃잎 보는)
강국장F : 그지? 내 그럴 줄 알았어. 송감독은 내가 잘 정리 할 테니까 젊은 사람들끼리 으샤으샤 해서 이번에도 사고 한 번 쳐봐.
걔 상 받은 애야. 감각이 아주 남달라.
영은 : (건성) 네. 네. 전화 드릴게요. (하고 끊고, 불량한 자세로 문틀 짚고 서더니) 국장님이 저 잡아 오래요?
경민 : 네.
영은 : 감각이 아주 남다르시다구요?
경민 : (빤히 보다) 본인 얘깁니까? 그것도 강남필인가 보죠?
영은 : 뭐요? (하다 헉! 자신이 거의 속옷 바람으로 서 있는 게 아닌가!! 급히 복도에 수건 쌓인 트레이에서 수건 잡아채 몸 감싸며)
돌아서요.
경민 : (보는)
영은 : 돌아서요!!
경민 : (돌아서는)
영은 : (경민의 등에 대고) 왜 왔는 진 알겠는데 헛걸음 하셨네요. 저 당분간 드라마 안 하고 쉴 거거든요.
국장님한텐 내가 얘기 할 테니까 어차피 오신 거 놀다 가세요. 여기 이쁜 언니들 많거든요.
하고 문 쾅! 닫는.
그러다 무슨 생각났는지 문 다시 여는데, 벨 누르려던 경민 조금 놀라 영은 보면
영은 : 궁금한 게 있는데요. (사이) 아까 어디까지 봤어요?
경민 : ...뒤집어 입은 거?
영은 : (헉! 수건 들춰 자기 옷 확인하면 상표 앞에 붙은, 이런 씨..) 다 봤군.
하고 문 쾅! 닫는 영은. 너무 창피해 수건으로 입 틀어막고 악! 하는.
S#27. 대만 리조트 복도. 낮.
경민 닫힌 문 앞에 여전히 서 있는. 문 앞에 떨어진 장미 꽃잎 보이는....
뭔 말을 해도 안 먹힐 것 같은 여잘 설득해야 한다니 막막한.... 영은의 방문 등지고 서서 생수 꺼내 마시는데...
S#28. 상우 사무실. 낮.
왔다갔다하며 핸드폰 걸고 있는 상우. 실장 옆에서 안절부절하다,
실장 : 집에도 없고, 피트니스도 안 나가고, 영어 튜터도 그만 오랬대요. 어디 호텔에 있는 모양인데 얘 이거 작정하고 숨었어요.
상우 : (끊는가 싶더니 이내 핸드폰 집어 던져 박살내는) 숨었으니까 찾으라잖아! 찾아! 어딨는 거냐고 대체!
S#29. 일식당1. 낮.
최고급 일식당 분위기. A사 대표 이하 이사, 팀장까지 앉아 있는.
승아 혼자 맞은편에 앉은.
사장 : 혼자 나오실 줄 모르고 저희가 좀 오버했네요. 이쪽은 저희 법률고문 김준성 변호사님. 이쪽은 저희 강성훈 본부장님.
오승아씨의 손발이 되어줄 최경희 팀장님입니다.
승아 : (가볍게 목례하는)
이사 :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냥 저희 믿고 따라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오승아씬 진작 한류스타 대열에 합류하셨어야 했는데,
진대표님이 해외마케팅에 좀 어두우시죠?
승아 : 그런가요?
사장 : 이렇게 얼굴 뵌 김에 계약금까지 매듭지었으면 합니다만.
승아 : 오해하셨나 봐요. 저 딴 데랑 계약 했습니다.
일동 : !!!
승아 : 자꾸 안 믿으셔서 그 말씀드리러 나왔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일어나 나가려하면)
사장 : (승아 붙잡는) 어디랑 계약 하셨는데요?
S#30. 일식집. 다음날 낮.
승아 놀란 얼굴로 보면, 전날과는 비교도 안 되게 십여 명도 넘는 사람들 앉아있다.
사장 : 안녕하세요. 오승아씨. 처음 뵙겠습니다. 우리 S미디어 식구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희 회사 고문이신 최문선 변호사이십니다. 오승아씨 건강을 책임져 주실 주치의 주익현 박사님이십니다.
오승아씨의 자산을 관리해 주실 대한은행 PB 최동규 과장님이십니다. 한류를 넘어 헐리웃 진출을 책임질
해외 마케팅 문현아 팀장입니다. 메이크업, 헤어, 스타일을 총괄해 주실 박수호 실장입니다. 개인 홍보를,
승아 : (참다 못해) 죄송하지만 저 먼저 얘기하면 안 될까요?
사장 : 아, 소개가 너무 길었나 봅니다. 말씀하시죠.
승아 : 저 다른 곳과 계약 했습니다. 그 말씀드리러 나왔어요. 전화 좀 그만하시라구요.
사장 : 예? (사색) 그럴 리 없는데... 대체 거기가 어딥니까.
S#31. 편의점. 낮.
주욱- 서서 라면 먹고 있는 기준, 원, 범래.
기준 : (후루룩- 한 젓가락에 다 먹고 원, 범래 보며 입맛 다시다 갑자기 바깥 가리키며) 어! 전지현이다!
원: (동시에 라면 문 채로 사발 들고 고개 돌리며) 뎐디현?
범래 : (동시에 라면 문 채로 사발 들고 고개 돌리며) 딘따?
기준 : 독한 놈들. 니들은 꼭 성공할 거야.
입맛만 다시는 기준이고... 그런 기준의 얼굴 위로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 얹히는...
S#32. 상우 사무실. 오후.
깍지 낀 손 이마 짚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상우.
상우 책상의 전화와 문 밖에서는 쉴 새 없이 전화벨 울리고 변명하는 직원들 목소리 들려오는...
실장 : 사장님. 더는 안 됩니다. 이젠 공식 입장 표명 하셔야 돼요. 이러다 애들 다 말라죽어요. 전화 한 통만 더 받으면 토할 것,
상우 : (책상 쾅!!) 기자들 전화 대신 투자자들 전화 받고 싶어?
증자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나마 몇 푼 안 되는 주식 휴지조각 만들고 싶냐고.
실장 : 투자자들이라고 지금 전화 안 오는 줄 아세요?
상우 : 그러니까 기사 못 나가게 막으란 말이야! 어떤 새끼든 기사 한 줄이라도 썼다간 허위사실 유포로 처넣을 줄 알라 그래!
알았어?
하더니 수화기 집어 드는데 문 벌컥 열리고 승아 들어서는.
실장 : 승아씨!!
상우 : (분한 얼굴 역력한... 수화기 집어 던지듯 놓고 승아 보더니) 전화 왜 안 받아. 너 지금 어딨어! 어느 호텔이야!
승아 : 나 정말 요정인가 봐. 나 안 보여? 여깄잖아 진사장 눈앞에.
상우 : (분 못 참고 책상 위 서류 집어 던지면)
승아 : (눈 하나 깜짝 않고) 다야? 더 해. 나도 뭐 하나 할 거 있거든.
상우 : 그만 까불어. 어?
승아 : 다한 걸로 치고. (가방에서 계약서 꺼내며) 기간 끝난 계약선 서로 보는 앞에서 찢는 게 매너라고 배워서.
(손에 든 계약서 갈기갈기 찢는)
상우 : 그깟 종이 쪼가리? 이런다고 뭐 안 달라져.
승아 : 그깟 종이 쪼가리? 이거 땜에 내가 지난 오년 간 얼마나 징글징글하게 웃었는 줄 알아?
상우 : !!!
승아 : (발딱 일어서며) 남들은 이럴 때 같이 밥이라도 먹고 헤어지나 보든데 난 안되겠다. 체할까 봐.
하더니 선글라스 끼고 사무실 나가는.
상우 부들부들 떨며 잡지도 못하고 앉았는데....
S#33. 상우 사무실 건물 앞. 오후.
승아 건물 나오면 로드, 밴 앞에 서 있다 차문 여는데 승아 그냥 지나쳐 가는.
로드 : 누나! 어디가요. 밴 안 타요?!
승아 : 안 타. 나 이제 니네 식구 아냐.
로드 : 네?
승아 : 넌 딴 데 갈 생각 마. 드러워도 참아. 진사장 밑에 있어야 클 수 있어. (하고 가는)
로드 : 누나! 누나!
S#34. 전철 안. 오후.
전철 안 승객들 어딘가 흘깃흘깃 보는. 보면, 승아 문에 기대 영화 잡지 읽고 있다.
승객들 긴가민가하며 수군거리는데 그때 한 승객,
승객1 : (조심스럽게) 혹시... 오승아씨 아니세요?
승아 : (고개 들어 승객 보고 다시 잡지로 시선 돌리며)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승객1 : (고개 갸웃) 죄송합니다...
승객2 : 거 봐. 오승아가 뭔 전철을 타.
승객1 : 진짜 아니세요? 목소리도 똑같은데?
승아 : (헉!! 하다 능청) 그러니까요.
하더니 마침 열린 문으로 스윽- 내리는.
승객들 잠시 멍- 하다 '꺄악- 진짜 오승아야!' 난리 난...
S#35. 대학로 게시판 앞. 오후.
연극 포스터 가득 붙어 있는 게시판. 게시판 앞에 서서 연극 포스터 보고 있는 승아.
옆에선 마스카라 홍보하는 도우미들 시끄럽게 춤추며 방송하는.
승아, 발길 돌려 가는데 도우미1 승아에게 마스카라 주며
도우미 : (숙련된 도우미 말투)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저희 에스띠 레이디에서 야심차게 선보이는 제품으로,
눈매를 더욱 또렷하고 풍성하게 컬러링 해줌과 동시에, 식물성 추출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눈썹에 손상이 없고,
승아 : 이거 써 봤어요?
도우미 : (기계적인 도우미 말투) 네네 고객님.
승아 : 이거 뭉쳐요. 안 좋아.
도우미 : 네? 아닙니다 고객님. (열어서 보여주며) 이 제품은 저희 에스띠 레이디의 신제품으로 한 올 한 올, 풍성하고 아름답게,
(하다 헉!!)
승아 : (제품 팸플릿 자기 얼굴 옆에 대고 있는. 승아 자신의 사진이다) 뭉친다니까요?
하더니 가는.
도우미들 멍- 하니 승아 뒷모습 보는데....
S#36. 대학로 소극장. 밤.
등받이도 없는 객석. 맨 앞에 앉아있는 승아.
사람들 차마 옆엔 앉지 못하고 한 자리씩 떨어져 앉아있고. 공연 내내 승아만 보는 사람들.
승아, 미동도 않고 공연 보는.
S#37. 대만. 노천 온천. 다른 날 낮.
일인용 미니탕 즐비한. 그 중 하나에 몸 담그고 있는 영은. MP3 꽂고 노래에 심취해 따라 부르다 삑사리 삑! 나는.
헉!! 제풀에 놀라 눈 뜨면, 옆 탕에 걸터앉아 그런 영은 보고 있는 경민. (노래는 'The Phantom of the Opera')
영은 : (너무 쪽팔려 멍하니 경민 보다가 이어폰 빼며 혼잣말처럼) 귀신이 붙었나. 어떻게 이것만 끼면 나타나니.
(하더니 아무 일 없었던 듯) 관광은 좀 하셨어요?
경민 : 왜 늘 안 올라가는 노랠 해요?
영은 : (기분 상한) 돌아서요.
경민 : (눈 감으며) 이럼 되죠.
영은 : (이런 씨!) 꽉 감아요.
경민 눈 감고 있는. 영은 몸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 고스란히 다 들리는. 그러다 조용한.
경민, 이상하다 싶어 눈 뜨면 이미 저만치 가고 있는 영은이고...
S#38. 대만. 리조트 일각 야외 카페. 낮.
영은, 심술 난 얼굴로 걷는데 경민 뒤 따라 오며
경민 : 얘기 좀 하죠.
영은 : 할 얘기가 있어야 하죠.
경민 : (그런 영은 잡으며) 잠깐이면 돼요.
영은 : (빤히 보다) 삼 분 드리죠. (하고 가까운 테이블 의자에 앉는)
경민 : 남겠네요. (따라 앉으며 지나가는 직원 부르더니) 맥주요. 룸 넘버 1020.
직원 : (오더 받고 가면)
영은 : (처음엔 몰랐다 헉!!) 몇 호요? 아니 왜 남의 방 번호를 막 대요?
경민 : 난 방 없거든요.
영은 : 돈은 있을 거 아니에요.
경민 : 서작가님만 할라구요.
영은 : 이보세요!
경민 : 누구처럼 한가하게 즐기러 온 거 아니고, 누구처럼 사백 불 넘는 방 잡을 처지도 아니고,
출장비에 맥주 값 포함 시킬 짬밥도 못돼서요. 아까 문전박대한 값 맥주로 퉁 치죠.
영은 : (기막혀 보다가) 맥주 몇 병으로 되시겠어요? 더 드세요. 이왕이면 식사도 하시죠 뭐. 아, 방도 하나 잡아드려요?
경민 : 그럼 황송하구요.
영은 : (발딱 일어나며) 삼 분 지났어요. (하고 가려하면)
경민E : 언제까지 여기 이러고 계실 건데요.
영은 : 노는 거 지겨울 때 까지요.
경민 : 혼자 노는 거 생각 보다 안 쉬워요.
영은 : 나한텐 제일 쉬운 일이에요.
하더니 선글라스 끼고 짐 챙겨 쌩 가버리는 영은.
경민, 영은 뒷모습 보는데....
S#39. 대만. 101타워 내부. 낮.
선글라스 낀 영은, 테이크 아웃 커피 들고 여유롭게 거리 걸으며 구경하는.
상점의 쇼 윈도우와 카페들 외관 예쁜....
S#40. 대만. 벼룩시장. 낮.
강변 따라 벼룩시장 열린. 각종 비누 몰드 발견하고 주인과 흥정하는 영은.
그때, 누군가 옆에 와 서는. 영은 흘깃 보다 헉!! 경민이다.
경민 영은 시선 무시하고 물건 구경하다 액자 하나 들더니 영은 물건 옆에 놓는.
영은, 이런 씨! 하는 표정으로 노려보는데....
S#41. 대만. 서점. 낮.
영은 책 구경하고 있는. 그러다 세잔의 화집 들어보는.
그 옆에 경민 와 서서 야한 잡지 집어 들어 보는.
영은, 경민이 보는 잡지 흘깃 보고 경민 보면
경민 : 서작가님 말대로 이쁜 언니들이 많네요. (하며 책 흔들어 보이는)
영은 : 이 동네 언니 아니거든요? (하고 가는)
경민 앞만 본 채 등 뒤로 책 휙- 던지더니 따라 가는.
S#42. 드라마 제작국 사무실. 다음 날 낮.
비어 있는 경민의 책상에서 자료 찾고 있는 노감독. 책상 한 쪽에 영은의 기획안 놓여 있는...
임감독 : (테잎 한아름 안고 지나가다) 이 자식 아주 휴가 제대론데.
노감독 : 뭐가 제대로야. 휴간 여자랑 가야지. (하다 영은 기획안 발견하고) 어, 이거 서작가 기획안인가?
잘됐다. 우리 김작가 좀 봬 주게. 돌겠다 아주. 기획안만 네 달째 쓰고 있다. (하는데)
기준E : 아이쿠, 허감독님. 아침드라마 잘 보고 있습니다. 제가 그거 보느라 출근하기가 싫다니까요.
노감독 : 저 인간 또 왔네. 나 없다 그래. (하고 돌아서는데)
기준 : 노감독님! 저 왔습니다.
S#43. 드라마 제작국 노감독 책상. 낮.
기준 : (프로필 내 밀며) 얘들이 아주 프레쉬한 애들인데 얘들이 또 신인답지 않게 연기가 연기가 아주 기가 맥히게,
노감독 : (프로필 받음과 동시에 책상으로 휙 던지며) 장사장 망했다며.
기준 : (프로필 따라 눈 가는. 섭섭한...) 에이. 누가요. 그거 그냥 루머에요. 여기 보세요. 저희 배우 둘이나 있잖아요.
지난번에 제가 캐스팅 도와 드렸을 때 다음번엔 저희 애들 써주신다고,
노감독 : 써줘야지. 근데, 나 아직 주연배우 네 명중 아무도 캐스팅 못 했어. 주연이 확정돼야 조연 캐스팅을 하지. (하는데)
매니저E : 식사하셨습니까, 형님.
기준 : (돌아보면 매니저와 쭉빵한 여자 배우 서 있는)
노감독 : (반갑게) 어, 어서 와. 아- 이 친구가 전에 말한 그 글로벌한 신인인가?
매니저 : 예, 형님. 차차라고, 제 야심작입니다. 자, 정식으로 인사 드려.
차차 : 잘 부탁드려요 감독니임~ (을 5개 국어로 선보이며 풍만한 가슴 흔들어 보이는)
노감독 : (위 아래로 훑더니 흡족한 듯) 튜닝 제대로 했네. 몸매에 기승전결이 확실하다 야.
(하더니 앞에 놓인 영은의 기획안 겉표지 주욱- 찢더니 자기 전화 번호 적어주며) 새로 바뀐 내 핸드폰 번호야.
다음 주쯤 연락해. 카메라 테스트 한 번 하지 뭐.
기준 : (자신의 처지가 서글픈... 허나 억지로 웃는...)
매니저E : 감사합니다, 형님. 그럼 연락드리겠습니다.
차차 : 그럼 다음에 봬요, 감독님~ (을 5개 국어로 하고 가는)
노감독 : 어, 그래. 땡큐, 굿 바이. (하고 손까지 흔들더니) 어디까지 했지? 암튼, 이번 작품은 좀 어려울 거 같고,
아! 이거 이경민이라고 이번에 입봉 하는 감독 건데 죽이드라. (하며 겉표지 뜯긴 영은 기획안 안기는)
내가 얘기 잘해 줄게.
기준 : (씁쓸한...) 네.....
노감독 : 근데 참 당신도 답답해. 신인 딸랑 둘 갖고 어떻게 장살하나. 돈 없음 대출이라도 받아서 오승아 같은 앨 잡어.
그래야 끼워 팔기라도 하지.
기준 : 오승아요? 제가 또 승아랑 잘 알죠. 제가 걔 고등학교 때 밥도 사주고 차비두 꿔 주구 그랬거든요.
근데 돈을 그렇게 벌어도 그 꿔간 돈을 안 갚드라구요.
노감독 : 그 놈의 레파토린 좀두 안 먹냐?
기준 : 그르게요.... (하는데 기준의 핸드폰 울리는) 잠시만요. (하고 받는) 흥행배우 전문, 장기준입니다.
(사이)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승아F : 오승아에요.
기준 : 아, 오승아씨. 봐요, 오승아가 지금 전화 왔, (헉!!!) 예? 누, 누구요?
S#44. 카페. 낮.
기준과 승아 찻잔 놓고 마주 앉아 있는.
기준 고개도 못 들다 살짝 보고 다시 고개 숙이는...
승아 : (그런 기준 빤히 보다...) 저 아시죠.
기준 : 아, 알죠. 대한민국에서 오승아씨 모르는 사람 있나요 어디. 근데... 왜 보자고....
승아 : 왜 보쟀을 거 같아요?
기준 : (가슴 쿵! 하는. 칠 년 전 '그 일' 때문인가 싶은. 빤히 보는데)
승아 : 꿔간 돈 갚을라구요.
기준 : !!!
승아 : 기억 안 나요? 칠 년 전에 나 돈 꿔준 거?
기준 : (!!! 놀라 눈 커지는데 얼굴 위로 남자 목소리 얹히는)
남자E : 오승아? 이름 이쁘네.
S#45. 7년 전 과거 - 카페. 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계약서. 교복 입은 승아, 한 남자와 마주 앉아 있는.
남자 : 예명 따로 안 지어도 되겠다. 도연이 정은이 그거 다 내가 지어 준 이름이거든.
승아 : (의심스럽게 보면)
남자 : 이 쪽일 해보면 알겠지만 이 바닥만큼 이름 중요한 곳도 또 없어. (하는데 전화 오는) 잠깐만. (받는) 어, 도연아.
승아 : !!!
남자 : VIP 시사 일정? 최실장한테 연락 못 받았어? (사이) 그래 그럼 이쪽으로 와.
안 그래도 팬 사인회랑 겹쳐서 스케줄 조정해야 해. 그래. (끊으며) 어디까지 얘기 했지?
승아 : 방금, 진짜 전도연이에요?
남자 : 하하. 똘똘하네. 너 공부 잘하지? (핸드폰에서 번호 눌러 건네며) 자.
승아 : (!!! 순간 놀란) 누군데요?
남자 : 도연이. 배우 지망생이랑 있다 그럼 질투는 좀 할 거다. 괜찮아 받아 봐. (하는데 여자 목소리 여보세요? 하고 들리는)
승아 : (당황) 아, 아뇨. 나중에요.
남자 : (피식 웃고 자기가 받으며) 어, 난데. 출발할 때 전화 줄래? (사이) 아니, 배우 지망생 하나 미팅 중인데
생각이 꽤 많은 친구네. 예정 보다 빨리 끝날 거 같아서.
승아 : !!!
남자 : 그래 그럼 얼른 와. (하고 끊고 또 어딘가 걸며) 시간 더 필요한 거면 그렇게 해. 가 봐. (통화하는) 어, 최실장 난데,
승아 : 할게요. 연기 레슨비, 트레이닝 비, 연예인 협회 가입비 그렇게만 준비하면 돼요?
남자 : 다시 걸게. (끊고) 이- 해봐.
승아 : 네?
남자 : (계약서 다시 꺼내 승아 앞으로 밀며) 치아 미백도 해야겠다.
승아 : 그건 얼만데요?
남자 : 얼마 안 해. 펜 여기. 싸인은 여기. (하는 순간 누군가 계약서 채가는)
승아 : (놀라 고개 들어 보면)
기준 : (불량하게 담배 꼬나물고 계약서 넘겨보는)
남자E : 뭐, 뭐야 당신!
기준 : 입 다물어라. 미백 필요 없이 평생 틀니 끼고 식사 하시는 수가 있다.
남자 : 허- 이 자식이! 야! 너 내가 누군지 알어?
기준 : 전도연씨 매니저라메. 앗! 저게 누구야! 전도연이네?
남자 : (헉!! 하고 놀라 문 보면 아무도 없는)
기준 : (그런 남자 뒤통수 팍! 갈기며) 뻥이야 이 새끼! 그런 새가슴으로 사긴 으트케 치니!
남자 : (열 받은) 이 새끼가. 너 뭐야! 그거 안 내놔?
기준 : (남자 머리 퍽! 퍽! 퍽!) 이게 계약서냐? 이게? 제대로 된 거 한 부 주랴? 어?
승아 : (더는 못 참고) 아저씨. 그거 주세요. (하는데)
도연E : 뭐해?
승아 : (무심코 돌아보다 헉!! 전도연이다!!) 어!
남자 : (헉!! 사색되는)
승아 : (얼굴 환해지며) 봤죠. 거 봐요 맞잖아요. (하고 남자한테) 괜찮으세요? (하는 순간)
남자 : 이런 씨. (하며 승아 손 탁 치고 토끼려는데)
기준 : (휘릭- 남자 멱살 거머쥐고 돌려세워 얼굴 마주하는) 어딜 가.
남자 : 컥컥.. 이 거 안 놔? (기준, 더 세게 쥐면) 컥. 자, 잘못 했.....
승아 : (헉!!! 무언가 잘못된 것 느끼는... 기준과 남자 번갈아 보면)
도연 : 왜 그래. 누군데?
기준 : 사내새낀 쪽 팔리는 순간, 인생 막장이다. 쪽 팔지 말고 살아라. 어?
하고 집어 던지듯 놓으면 남자 냅다 튀는...
승아 속았구나 싶은... 사람들 시선 쏠려 있는... 서 있기 힘든 듯 의자 등받이 잡는...
도연 : 너 괜찮니? (기준에게 승아 턱짓하며) 누구야?
기준 : 정신 쌈싸드신 무개념 고삐리. 여, 봐라. 깻잎 헤어 간지 제대로다. 너 날라리지.
승아 : (창피해서 기준 노려보며)
기준 : (핸드폰 오는. 도연에게) 우리 자리 여기. (받는) 장기준입니다. (하며 저쪽으로 가는)
도연 : (자리로 가려다) 배우 지망생?
승아 : (보는. 자존심 상하지 않으려) 아직은 요. 근데 언니처럼 될 거에요. 제가 좋아하거든요.
도연 : 내가 왜 좋은데?
승아 : 이뻐요. 화려하요.
도연 : 이쁜 건 니가 더 이쁘다 야.
승아 : !!
도연 : 나 아직 멀었나 보다. 나처럼 되고 싶어 자기 미래 담보루 도장 찍겠다는 친구가
나한테서 본 게 이쁘고 화려한 거 밖에 없네?
승아 : !!!
도연 : 나처럼 되는 건 어려운 거 아니야. 누가 너처럼 되고 싶어하는 게 어려운 거지.
기준 : (다가오며) 깻잎 아직 안 갔냐?
도연 : 왜 그래. 무안하게. (승아 보며) 가. 그 때 다시 보자?
승아 : !!
승아, 입술 앙다물고 그런 도연 보는데...
S#46. 7년 전 과거 - 카페 앞. 낮.
카페 나서면 비 억수로 쏟아지는.
승아 기어이 울고 마는. 한참을 서 있다 비 그대로 맞으며 걸어 나오는데 갑자기 비 뚝 그치는.
놀라 보면, 승아 머리 위로 우산 들고 서 있는 기준이고....
승아 창피한 마음에 째려보면,
기준 : 이 자식이 어따가 눈을. 야, 임마. 내가 너 인생 꼬일 뻔한 거 구해 준 거야. 내가 진짜 전도연 매니저라고 이 자식아.
승아 : 그거 자랑하러 나왔어요?
기준 : 허- 그래. 자랑하러 나왔다. 너 임마 어느 학교야. 학생이면 공불 해야지 왜 빨빨거리고 돌아 댕겨.
딱 봐도 사기꾼 같은 놈한테 걸려서. 어?
승아 : 아저씨가 더 사기꾼 같거든요?
기준 : 뭐? 하하. 허 자식 눈썰민 있네. 너 집 어디야! 우산 없어?
승아 : 우산이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인데요.
기준 : 상관없어. 니가 비를 쳐 맞든 말든 내가 무슨 상관있겠냐. 근데, 싸나이 장기준, 못 봤음 모를까 봤으니 문제지. 자.
(승아 손에 삼만 원 쥐어주며) 택시비 꿔주는 거니까 나중에 길에서 나 만나면 꼭 갚아. 알았어?
그리고 앞으로 깻잎 하지 마. 안 어울려.
하더니 승아에게 우산 쥐어 주고 뒤돌아 빗속 뛰어가는 기준이고....
승아 손에 쥔 삼 만원과 우산 번갈아 보다 멀어지는 기준 뒷모습 오래 오래 보고 서 있는데...
S#47. 현재. 카페. 낮.
빗속에 서 있던 승아의 얼굴과 현재의 얼굴 겹쳐지는...
기준 : (다 잊은 건 아니었구나 싶은...)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칠 년 전 일을 다 기억하고.
승아 : 나 머리 좋아요.
기준 : 안 좋다든데? 연기도 못하고 대사도 못 외운, (하다 보면)
승아 : (도끼눈 확 뜬!!!)
기준 : (돌변) 어떤 놈이 그래요. 누가 머리 안 좋대. 지들이 봤어? 대사 못 외우는 거 봤냐고.
승아 : 돈 받기 싫어요?
기준 : 왜 싫어요. 근데 삼십 만원도 아니고 그깟 삼 만원 갚는다니까 웃기잖아요.
승아 : 그깟 삼 만원이나 있어요 지금? 쫄딱 망한 주제에?
기준 : (이런 씨!) 에이 정말. 어떤 새끼가 자꾸 망했대! 나 안 망했어요.
승아 : 시끄럽구요, 주말까지 계약서 만들어 놔요. 전화할 테니까.
기준 : 계약서요? 무슨....
승아 : 뉴스 안 봐요? 나 소속사 없어요. SW랑 끝났거든요.
기준 : (헉!!! 얘 지금 뭐래는 거야?)
승아 : 싫어요?
기준 : 그럼 지금 나랑 계약 하자는 거에요?
승아 : 여태 뭐 들었어요.
기준 : (무언가 확인하고 싶은) 왜요? 왜 난데요? 기획사 수십 군데서 돈 싸들고 줄 섰다던데.
승아 : 자기 자신한테 그렇게 자신 없어요?
기준 : !!!
승아 : 아님, 나 잡아서 뭐 손해 볼 거 있어요?
기준 : !!!
승아 : 이러니 망하지. 이유가 뭐 중요해? 나 같음 일단 잡고 보겠다. 안 그래요?
기준 : 그쵸. 그건 그런데, 그러니까... 뭐랄까... 망한 건 아닌데, 계약금이랄까...
승아 : 계약금 그때 줬잖아요. 우산이랑. 7년 동안 이자가 꽤 많이 붙었죠?
기준 : !!!
승아 : 8 대 2 어때요. 계약금이 후져 손핸 안 볼 거 같은데.
기준 : !!!
승아 : 내 조건은 간단해요. 나 싸가지 없단 건 알죠? 겸손, 배려 나 그런 거 몰라요. 겹치기 출연 안 해요. 하기 싫은 작품 안 해요.
싫은 감독하고도 안 해요. 싫은 배우랑도 안 해요. 드라마 24부 넘어 가면 안 해요. 예능 죽어도 안 나가요.
모바일 안 찍어요. 뭐가 됐든 내 결정엔 토 달지 말아요. 계약선 집으로 갖구 와요. (하더니 일어나 나가는)
기준 : (넋 나간 듯 멍- 하다) 자, 잠깐 만요.
승아 : (돌아보면)
기준 : 자택 약돈 그려주고 가셔야,
승아 : (의미심장) 우리 집 알잖아요.
기준 : (!!! 가슴 덜컥 하는. 승아 빤히 보는데.....)
S#48. 기준 원룸. 낮.
방 한 쪽에 사무실 철수한 집기들 박스들 그대로 막 쌓여 있는.
약도 종이 가슴에 품고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 있는 기준. 승아 목소리 떠오르는. '우리 집 알잖아요.'
어쩐지 기준의 눈빛 아련해지는데...
기준 : (그대로 누운 채로) 니들 오승아 알지. 나 어제 오승아 만났다.
범래 : (볼펜 물고 있다 장난해? 하는 표정으로) 오승아요? 어디 사는 오승아요?
원 : (역기 들다) 형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나 봐.
기준 : (벌떡 일어나며) 이 자식들이! 진짜야. 오승아가 나한테 삼만 원을 갚아야 하는데 이자가 많이 붙었으니까
계약선 집으로 가져오래. 자긴 싸가지가 없대. 오승아랑 니들 이제 한 솥밥 먹게 됐다고!
범래 : 위세척 후유증 중에 망상장애 뭐 그런 거 있냐?
원 : 다섯 병만 세척한 거 아냐? 그러게 일곱 병 마셨다고 얘기 하라니까.
기준 : 아휴 씨! 진짜라고 이 새끼들아!
S#49. 대만. 빵집 앞 + 거리. 다른 날 오후.
에그 타르트 먹으며 가게 나오는 영은. 경민 문 앞에 서 있는.
경민 쳐다도 안 보고 가는. 경민 그런 영은 따라가는.
영은 슬슬 화나는. 걷다 멈춰 돌아보면, 경민 그 자리에 서서 영은 보고 있는...
영은 : (빤히 보다) 들어가는 티켓 언제에요.
경민 : 낼 모레요.
영은 : 그럼 이틀 더 따라다니겠네요?
경민 : 그럴라구요.
영은 : 이감독님.
경민 : 드라이브도 했고, 쇼핑도 했고, 맛있는 것도 먹었고, 때깔 보니 맛사지도 좋은 거 받으셨나 본데,
이제 어디 가서 얘기 좀 하죠.
영은 : 지금까지 한 건 뭔데요.
경민 : 애들처럼 말고 어른처럼요.
영은 : (!! 좀 창피한) 그래요. 해요. 어른처럼은 뭐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경민 : 응석 그만 부리고 비행기 타면 돼요.
영은 : 그러네요. (하더니 도로로 나가 무슨 생각인지 택시 세우더니 뒷문 열고) 타요.
경민 : !! (의아하게 보는데)
S#50. 대만. 공항 로비. 오후.
영은 또각또각 앞만 보고 가는. 경민, 공항 둘러보며 영은 따라가는.
영은 티켓팅 하는 곳으로 가 직원과 대화 하더니 경민 부르는.
경민 여전히 의아한 얼굴로 영은 옆에 가 서면.
영은 : 여권 줘요.
경민 : (뭐지?) 서작가님 짐은 어쩌구요.
영은 : 내 짐이야 내가 갈 때 챙겨야죠. 비지니스로 끊었어요. 이 시간 이후로 내 눈앞에 얼쩡거리지 말아달란 뜻이겠죠?
결제해주세요. (하고 카드 내미는데)
경민 : (영은 팔 확 잡는) 뭐 하는 거에요 지금!
영은 : 말했잖아요. 얼쩡거리지 말라구. 사람 성질 긁어 일 해결 되는 거 봤어요?
경민 : 스타작가만 성질 있는 줄 알아요?
영은 : 뭐요?
경민 : 방송이 낼 모레예요. 코 앞이라구요.
영은 : 이보세요. 대본 나와도 엎어지는 기획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나 아직 시작도 안했어요. 회의 한 번 한 게 다고,
경민 : 왜 시작을 안 해요. 회의했음 시작 한 거지. 무책임도 정도가 있는 겁니다.
방송이 무슨 서작가님 일기장입니까? 기분 내키면 쓰고 싫음 접게?
영은 : 그럼 하기 싫은 걸 어떡해요!
경민 : 애도 아니고 이렇게 꼭 얼르고 달래야 합니까? 매달리고 부탁해야 대접 받는 거고? 여기가 무슨 옆 동네도 아니고
무슨 생각이면 비행기 잡아타고 이 먼데로 날아옵니까. 라인업 때문에 드라마국 전체가 비상인데!
영은 : 그러니까 얼른 가서 딴 작가 찾아보시라고 비행기 표 끊어드리잖아요! (카드 확 낚아채며) 즐거운 비행 되세요.
하고 홱 가버리는 영은.
경민 너무 기막혀 잡지도 못하고 영은 뒷모습 보고 서 있는데....
S#51. 대만. 노천 카페. 오후.
핸드폰으로 번호 막 찾으며 맥주 병째 벌컥벌컥 마시는 영은.
영은 : 허- 주제에 어따 대고 훈계야? (통화된) 어, 언니 난데. 쟤 좀 빨랑 치워봐!
이경민인가 뭔가 하는 B팀 감독 지금 여기 와 있어.
혜경F : 그래? 잘 됐네. 국장님이 이감독으로 감독 바꾸신데. 그 얘기 한다는 게 깜빡,
영은 : 장난해? 감독을 바꿔 줄려면 아예 셋팅을 다시 해야지 뭐 하자는 거야 지금. 내가 전에 걔 또라이라구 했지!
혜경F : 이 바닥에 똘끼 없는 사람이 어딨어. 적당히 하고 못 이기는 척 같이 들어 와.
영은 : 내가 왜 걔랑 같이 들어가! 가도 내 발로 가. 그래서 지금 못 치우겠다 이거야?
혜경F : 대만에 있는 사람을 내가 무슨 수로 치워.
영은 : 됐어. 끊어. (확 끊고 어딘가로 다시 거는) 국장님 저 서작간데요.
S#52. 대만. 광장. 오후.
분수대 앞에 멍- 하니 앉아 있는 경민. 그때 전화 오는.
경민 : (번호 보고 조금 긴장하며 받는) 네, 국장님. (표정 안 좋아지는...) 아뇨, 그런 게 아니,
얼굴 더욱 더 딱딱하게 굳는... 그러다 서서히 분노 끓어오르는 무서운 표정 되는데...
S#53. 대만. 리조트 복도. 오후.
경민, 영은 방문 부술 듯 쾅!!쾅!!쾅!! 두드리는. 대답 없는. 더 열 받는.
더욱 세게 쾅!!쾅!!쾅!! 대답 없는... 쾅!!쾅!!쾅!!
S#54. 대만. 리조트 일각(바다 위로 난 다리 위). 오후.
다리 위로 걸어오는 영은. 누군가 오는 기척에 고개 들면, 무서운 얼굴로 자기 향해 걸어오는 경민 보인다.
영은, 좀 놀랐지만 고개 빳빳이 들고 보면,
경민 : 당신 뭐야! 세상만사 이렇게 꼴리는 대로야? 힘 없는 사람 자근자근 밟아 놓으니까 대접 받는 거 같고 기분 좋아?
영은 : (뒤로 자꾸 밀리며) 왜 이래요. 미쳤어요?
경민 : 회당 이천씩 받는 잘난 서영은은 국장님 좌지우지 하며 가지고 노는 게 재밌을 지 몰라도
난 그 냥반 한마디에 지옥도 가고 천당도 가는 월급쟁이야.
영은 : !!!
경민 : 그나마 그 알량한 월급, 만져 보지도 못해. 근데 당신 덕에 사표 쓰게 생겼어.
뭔 소릴 지껄였길래 짜르네 마네 하는 소릴 듣게 하냐고!
영은 : 없는 소리 한 거 없어요. 드라마 안 하겠다 의사 밝혔구요. 계속 귀찮게 한 건,
경민 : 당신이 작가야? 작가라면 적어도 사람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하는 거 아니야?
영은 : 이봐요.
경민 : 보고 있잖아. 당신이 얼마나 잘 써서 회당 이천씩 받는지 모르지만,
내가 본 인간 서영은은 이천 원짜리도 안 되는 싸구려니까. 알아?
영은 : 뭐요? 지금 말 다했어요?
서슬 시퍼래지는 영은의 얼굴에서 2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