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대명포구의 어시장
김포 대명항은 경기도권에서는 그래도 한 수 알아주는 포구이다
. 물론 인천과 시흥의 경계인 소래포구야 워낙 유명하지만.
주말이면 강화도로 가는 이들이나 인근 약암온천이나 수산시장으로
가는 차량들로 도로는 북새통을 이룬다. 경기도 지역에는 궁평항, 전곡항,
월곶항 등 주로 서남부쪽 바닷가에 항구들이 있는데,
대명포구는 서해의 가장 북쪽에 있는 육지의 항구이다.
대명항 위쪽으로는 한강을 감싸고 있는 철책이 있어 큰 포구들은
없고 드문 드문 작은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는 포구만이 있다.
물론 강화도에 가면 제법 큰 포구들이 있고 인근 섬에도 항구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경기도에서는 제법 크고 활력있는 포구이다.

신촌을 출발한 좌석버스는 김포한강신도시를 돌다 대곶면소재지를 지나 대명항 입구에 승객들을 내려준다.
예전에는 차량간격이 1시간이었는데, 9월말부터 차량이 6대로 늘어나면서 운행간격이 30분으로 단축되었다.
하지만 차량들이 노후화되서인지 승차감은 그리 좋지 않다. 운전하시는 기사님도 영 아쉬워한다.


대명항 삼거리에서부터 몰려든 차량으로
주차장이 되어버려 버스는 입구에서 내려 걸어가라고 문을 열어준다.
포구 입구에서부터 짭짜름한 바다내음이 가득 밀려오고 대하와
전어, 매운탕 등을 파는 식당에서는 한 번 잡솨봐하면서 손님들을 유혹한다.
대명포구의 수산물직판장에서 먹을거리를 구입하고 나온 사람들의 양손에는 묵직한 봉지들이 걸려있다.

횟집들이 몰려 있는 길을 지나 수산물직판장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실내가 훈훈하다.
지나가면서 꽃게와 새우, 전어 등을 구경하기도 하고 집으로 가지고 갈 수산물을 포장하는 손길도 바쁘다.
각각 배의 이름을 단 좌판의 아줌니들은 손님들에게 맛있는 제철
해산물을 사라고 손짓하고 서로 옥신각신 흥정하기에 여념없다.
김포 대명항구를 찾는 이유는 초지대교와 강화도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포구도 있겠지만,
아마 저렴한 가격에 바닷것을 구입하고 맛보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주말 바닷가에 가서 짭짜름한 맛도 즐기고 가족과 함께 먹을 싱싱한 해산물도 담아올수있으니.
이곳 대명항수산물직판장에는 선주가 직접 잡은 수산물만 판매한다고 써있는데, 일단 믿고 보는 수밖에.

처음에는 미숫가루나 콩가루인줄 알았는데, 새우가루였다. 사람들이 손으로 찍어 먹은 흔적이 남아있다.
새우를 곱게 갈은 가루는 조미료 대신 간을 맞추기 위한 양념으로 사용하면 좋다고 한다. 한보새기에 5천원을 받는다.


생새우와 젓갈, 말린 장대, 전어 등 수산물들이 풍부하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가을 바다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올해에는 꽃게가 풍년이라더니, 수족관마다 가득 담긴 꽃게들은 넣을 자리가 없을만큼 들어차있다.
손님에게 건낼 수산물을 포장하고 설명해주느라 일하시는 분들은 손길이 분주하다. 아, 바쁘다 바뻐하시면서.


수산물직판장 밖에서는 온통 대하와 전어가 판을
치고 있지만 직판장 안에서는 꽃게와 새우가 풍년이다.꽃게들은 크기에 따라, 싱싱함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다리가 잘린 것이나 약간 맛이 간 것들은 한무데기에 만원이면 살 수 있다.
3kg에 이만원 하는 꽃게들은 이미 죽었고 다리도 대부분 잘려있는 모양새다. 꽃게
다리만 따로 팔기도 한다. 꽃게를 사서 꽃게탕을 끓여먹거나 찜통에 쪄서 먹으면 제맛인데.

직판장 곳곳에는 얼음이 있는 작은 쫄복들도 볼 수
있었는데, 꽃게보다 귀한 복은 별로 사는이가 없어보였다.
내장과 독소들을 손질한 쫄복은 지리나 매운탕, 복불고기로 요리해도
제법 쓸만한 놈들이다. 복중에서 쫄병이라 그런가보다.


새우젓과 생새우도 대명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산물이다.
새우젓으로 김치도 담그고 보쌈이나 족발에 함께 먹어도 좋다.
잘 익은 새우젓을 맛보니 짭쪼름하고 비릿한 바다향이 그대로
담겨 있다. 조그만 생새우들도 파닥파닥 튀는것이 싱싱했다.


싱싱한 생물 꽃게도 좋지만 다린 간장에 고추와
양파를 넣어 만든 간장게장도 진정한 가을 밥도둑이다.
한팩에 만원인데, 크기에 따라 들어가는 양이 다르다. 역시 주부들은
가을 잃어버린 밥맛을 되찾아주기 위해 꽃게장을 많이 사간다.
개인적으로 양념게장보다는 게장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간장
게장에 한표 던진다. 어릴적부터 게장을 많이 먹어 군침이 절로 돈다.
간장게장은 밥도둑이지만 차량에 실을 때에는 조심해야 한다. 만약
국물이 흐르기라도 한다면 당분간은 게장 냄새가 차량에 오래 남을테니.


꽃게가 가을 대명항의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돌게나 농게 등도 만날 수 있다.
크기와 모양에서 꽃게보다 위엄이 떨어지지만 맛에서는 결코 뒤쳐지지
않는 돌게도 게장을 담으면 맛있다.

시장을 한바퀴 돌다보니 박스에 담긴 커다란 농어가 보였다.
꽤 큰 농어 한마리면 온 가족이 포식할 수 있을것 같다.
낚시로 이런 씨알 좋은 농어를 잡는다면 듬직한 손맛으로 기쁨의 바다가 될 것 같은데.


이곳에서는 회를 파는 집들은 보이지 않았다. 보통 수산물직판장에서는 횟감을 골라
초장과 야채를 따로 내기도 하지만,찾을 수 없었다. 아마 회는 근처의 횟집으로 양보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포장해 놓은 횟감들이 보이기에 한접시를 구입했다.전어와 웅어, 전어와
농어, 숭어와 전어 등을 함께 썰어놓았는데, 농어와 웅어가 먹음직스럽게 보여 쥔장께
만원을 내고 초장과 함께 받는다.웅어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에서 많이 잡히는
옛날에는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물고기로 씹는맛이 고소하고 찰지다.


생새우와 건새우 등 고소하고 맛좋은 수산물을 고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은 독수리같은 눈빛으로 좌판을 바라본다.
어떤것이 좋을까하면서 머릿속은 온통 집으로 가져갈 수산물을 고르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수산물직판장 옆에 있는 건어물, 젓갈센터에는 곰삭은 젓갈들이 내는 짠냄새의 향이 진하게 다가온다.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양한 젓갈들이 어우러진 비린 냄새는 코끝을 맴돈다.
하얀 쌀밥에 잘 익은 젓갈을 올려 한 술 뜨면 밥맛이 끝내주는데, 특히
갈치속젓과 어리굴젓, 곤쟁이젓갈이 특히 맛이 괜찮은것 같다.
이곳에서는 새우젓과 낙지젓, 밴댕이젓과 까나리젓갈이 인기라고 한다.

수산물직판장 입구의 횟집과 야외 식당에서는 한창 가을 대하와 전어를 맛보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다.
잘 구운 전어와 소금 냄비 속에서 구수하게 익어가는 대하는 냄새만으로도 고소함이 느껴진다.


가을을 대표하는 별미인 대하와 전어는 깨볶는 냄새만큼이나 고소함의 대명사이다.
물론 요즘에는 수입하거나 양식을 한 대하들이 대부분이라지만 뭐 어떠리오. 맛만 좋으면 되지.
자연산과 양식산을 구별하기도 힘들고 가격 또한 저렴하다니 그야말로 가을의 전령이 아닐까.
전어와 대하가 가득찬 수조를 보고있으려니 눈이 핑핑 도는것 같다. 어찌나 빨리들 헤엄을 치는지.


결국 지켜보다가 고소한 새우튀김의 향에 이끌려 새우
6마리를 구입했다. 튀기고 서빙하느라 손길이 바쁘다.
바삭하게 기름으로 튀겨낸 새우들은 크면서 속살이 입에 착착 감긴다.

대명포구 바닷가 야외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웅어와 농어, 새우튀김으로 한 잔 할 준비를 한다.
횟집에서 먹는것보다 가을 바닷가를 바라보면서 즐기는 술 한 잔이 더 풍미가 있다.
물이 슬금슬금 들어오는 포구 선착장에서는 낚시하는 이들이 한아름 모여들었다.
하지만 별로 잡는 사람은 없는지 다들 정적을 품고 바다만 바라본다.
멀리 강화도의 남쪽으로 들어가는 초지대교가 보이는데, 차량들이 느린 걸음으로 기어가고 있다.


직판장에서 구입해온 농어와 웅어회, 새우튀김을 테이블에 펼쳐 놓으니, 간단한 바닷가 술자리가 완성된다.
웅어는 한마리를 통째로 머리와 꼬리만 잘라내고 내장을 잘 발라냈는데, 얼추 보면 밴뎅이회와 비슷한 맛이다.
뼈도 별로 없고 살이 단단하고 찰져 느껴지는 맛이 예사롭지 않다. 오물조물 웅어을 보면서 씹는 느낌도 좋다.
회를 즐기지 않는 분들이라면, 웅어가 조금 비릿하기에 회로 먹기보다는 초장에 무쳐먹는 편이 낫겠다.


옆 테이블에서는 생새우를 구워먹고 남은 머리를 마늘과 함께 노릇하게 굵은 소금과 함께 굽는다.
생새우는 구워서 생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새우머리는 잘 굽거나 튀기면 제법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어두육미란 말처럼 새우의 영양분도 머리에 많은데, 키토산이 풍부하다는 말에 몇개 얻어먹었다.
서울에서 오신 일행분들은 형제라는데, 한달에 두어번은 모여 이곳에서 주말을 보낸다고 한다.
전에는 주로 소래포구를 많이 찾았지만 소래포구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포구 정취가 사그라들었단다.
또한 옛 철길 옆으로 새롭게 전철이 다니면서 포구가 주는 정겹고 아늑했던 바닷의 맛이 많이 없어졌단다.


상당히 매운 특 청양고추와 마늘을 썰어넣고 남은 웅어회도
먹기 좋게 듬성듬성 썰어 초장을 뿌려 회무침을 만든다.
텃밭에서 딴 오이도 넣고 야물딱지게 무치니 제법 그럴싸한 웅어회무침 완성.
웅어회가 맵고 달고 상큼한 야채들과 만나니 맛이 끝내준다.
이슬이 두어병도 금새 뚝딱. 한 병 더 마셔주고.


회와 새우로 한 잔 걸치다보니 어느덧 해가 뉘엇뉘엇 서해바다로 빠져든다.
갯벌이 멀리까지 보이던 바닷가에는 그새 차오른 물로 인해 호수같은 느낌이 든다.
바다 건너 강화도가 있으니 왠지 어느 고요한 호수라고 해도 될것같다.
져물어가는 노을에 기념사진들도 찍고 조업을 나갈 배들은 먼 바다를 향해 두둥하면서 떠나가고.
조업을 마치고 뭍으로 들어온 어선들은 그물을 내리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닻을 올린 고기잡이 배는 선착장에 한차례 거센 파도를 선사하며 유유히
석양을 따라 바다로 나간다.통통통 소리를 내고 매캐한 냄새를 풍기더니 이내
초지대교를 건너면서 한 점이 된다.

선착장에는 강태공 아니 바다태공들이 낚시대를 들고 낚시를 즐기고 있다.
잘 잡히냐고 물어보니, 영 신통치 않다고 한다. 망둥이 두마리가 두시간 동안의 조과라고 한다.
뭐, 물고기를 잡으러 온게 아니라 바람도 쐬고 바다에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왔으니 별로 게의치
않는다고 한다.역시 낚시란 나와의 싸움이며 마음을 비워야 하는 취미인듯싶다. 잡아서 뭐할꺼냐
많이 잡아야 하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점점 어둑해진 포구 뒷편의 강화도 어촌마을에 불이 하나 둘 들어오고
길상산과 정족산을 붉게 수놓은 햇무리는 점점 선명해진.어둠이 깃든 대명포구에서
가을 바다를 만나고 노을빛에 물든 바다를 그려보며 아쉬운 작별을 한다.

길가에서 낙지를 파는분이 계셨는데, 인근 강화도의 갯벌에서 잡아온 것이라고 한다.
근처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이 남아 있는 낙지들을 사가버리고 조금 남은 낙지들은
사장님이 집에 가져가 가족과 함께 먹을거라 한다.몇마리만 팔면 안되냐니까 미안하다면서
웃음짓는다. 낙지 다리 몇개만 초장에 찍어 맛을 보고. 김포 대명포구와 함께 함상공원과
평화누리길, 덕포진도 둘러보면 더 즐거운 바다여행이 될것 같다.
대명포구에서 즐거운 맛여행을 즐기고 인근에 있는 약암온천의 붉은
황토처럼 분출하는 약암탕에서 몸에 휴식도 주고.
제물포 아가씨 / 박재홍
1. 갈매기 나래끝에 진달래빛 노래펴고
테프가 아롱지는 물구비에 흘리며
떠나는 사나이가 바다멀리 찾아왔다
꽃다발 던져주던 제물포 아가씨야
내항구 아니드라 싱가폴도 만리라도
2. 수평선 많고많아 항구마다 새로워도
청춘을 심어놓은 이부두가 정다워
순진한 사나이에 안타까운 항로였다
손수건 적셔주던 제물포 아가씨야
돈잃고 돌아왔다 홍콩도 필리핀도
2017-07-26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