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72회 등산 대전 도솔산(207m) 2003-20
2003년 3월 16일(일) 비
경남 함양의 명산인 황석산(1190m) 등산을 계획하고 원달연 대원과 함께 5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대전-진주 간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가 금산을 지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무주를 지나고 남쪽으로 가면 갈수록 빗줄기는 굵어져 등산을 포기하고 대전으로 돌아간다.
덕유산 휴게소에서는 아직도 흰 눈으로 덮인 남덕유산의 풍광이 웅장하게 다가와 볼만하다. 장수IC로 나와서 금남호남정맥을 종주할 때 여러 번 다녀갔던 장수읍을 둘러본 다음 오늘이 무주장날이라 무주읍을 간다.
1972년 무주읍을 처음 왔을 때 덕유산(1614m)이 남한 4봉이라 엄청나게 높은 산일 것이라고 큰 기대를 걸고 왔는데 육안으론 계룡산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하기야 1975년 영월서 군복무를 할 때 동강 변에 솟아 있는 봉래산을 바라보니 정상 바로 아래 바위가 보이고 그 바위를 오르면 정상은 지척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지 바위에 올라서니 정상은 올라온 거리 보다 훨씬 더 올라가야 됐다. 무주장은 섰지만 비 오는 날이라 사람들은 많지 않고 무주 고유의 농산물을 구경할 수 없었다.
안영IC로 대전으로 진입하여 도솔산 등산에 나선다. 대둔산서 뻗어 나온 대둔지맥 산줄기가 차도로 끊어진 아픔의 현장에서 등산을 시작하여(9:52) 우산을 쓰고 산을 올라간다. 10분쯤 올라가 평평한 능선에 이르니 월평정수장 4000m란 표지판이 반긴다.
두루봉 정자를 지나자 고압송전탑이 능선 한가운데 서있다. 전선 흐르는 소리가 신경을 거스른다. 바로 송전탑이 또 하나 나타난다. 위험한 송전탑을 길옆으로 세우지 않고 한가운데 세우다니..... 도대체 한국전력공사는 이렇게 한심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분노가 치밀고 탄신이 터져 나온다.
정상에 올라가서(10:13) 전망을 해본다. 비 오는 날이지만 발아래로 갑천 조망이 좋다. 대전 3대 하천의 맏형 격인 갑천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둔산동과 만년동서 본 갑천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도시 하천의 모습이지만 도솔산에서 내려다보이는 갑천의 풍광은 자연생태계가 고스란히 보존돼 자연미가 살아 있어 보기 좋다. 또 갑천 뒤 농가의 비닐하우스를 비롯하여 도안동 시골 풍경은 갑천과 어우러져 한가롭고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정상을 뒤로하고(10:18) 주릉을 벗어나 갑천변 지 능선에 솟아 있는 가세바위의 경관에 원달연대원은 탄성을 자아내며 즉석에서 시 한수를 짓는다. 소나무 숲 사이로 불끈 솟아, 떨어질 듯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고, 서로 경쟁하며 조화를 이루고, 한편으론 가위의 모습이요, 다른 한편으론 세 개의 바위가 부둥켜안은 모습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가세 바위의 경관을 감상한 후 산길을 따라 내려서니 산길은 오르막길이 된다. 작은 계곡의 물을 건너 내원사 위 능선에 올라선 다음 능선을 따라 정상에 되돌아온다.(10:42)
하산은 올라왔던 코스를 역으로 두루봉 정자를 지나 분기점 봉우리로 되돌아온 후 정림동으로 뻗은 산줄기를 관찰하기 위해 나아간다. 산길은 여러 갈래로 나있어 지도와 나침반 없이는 정확히 찾아갈 수가 없어 중도에서 돌아와 산행을 마친다.(11:20) 도솔산은 산객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지만 오늘은 비 오는 날이라 산행 중 두 명의 산객 밖에 만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