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2호
불량과 황홀의 주인공, 주원규 작가를 만나다
박 은 서
주원규 작가님을 만났다. 목사님께서 많은 질문을 준비하라고 하셨지만 통 준비하지 못한 탓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하고 나니 내가 소설을 쓸 때 가졌던 질문과 소설가에게 하고 싶었던 질문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아마 지금까지 만났던 작가 분 들 중 내가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진 작가일 것이다. 딱 내 전용 작가님이었다.
처음에는, ‘아지트’와 ‘황홀하거나 불량하거나’ 두 책만 읽고 갔기 때문에 그리고 들어보지 못한 작가였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의를 듣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작가님은 매우 매력적이셨다. 작가님은 많은 소설을 쓰셨고 드라마‘치즈 인 더 트랩’과 영화 ‘공조’시나리오 집필에 참가하시는 등 많은 활동을 하셨다. 또한 곧 tv N 월화드라마로 나올 ‘아르곤’을 집필하시는 중이라 한다. 작가로서 많은 일을 하셨기에 대단하신 분이라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원규 작가님께 끌린 이유는 이 때문만이 아니다. 작가님은 매우 겸손하셨다. 자신을 낮추시고 경청을 잘 해주셨다. 나를 포함한 아이들이 묻는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최상의 대답을 해 주셨다. 다른 이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 덕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가장 고민했던‘종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글을 쓸 때 종교 때문에 제한받는 느낌이 드는데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거리를 두어라. 작가님의 답이었다. 우스갯소리로 글을 다 쓴 다음 회개하라고 말씀해주셨다. 작가님의 말은 이어졌다. 종교를 가졌다고 글을 못 쓰는 것은 오히려 자신만 거룩해졌다는 것을 티내는 오만함 같다고. 어차피 신앙이 성숙하여 내면에 딴딴히 있으면 종교에 벗어나는 글을 써도 다 메꾸어 진다고 말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답답했던 것이 뚫리는 것 같았다. 신앙생활과 작가로서의 글쓰기, 둘 다 열심히 해야겠다.
재밌었다. 다른 표현을 하자면 흥미로웠다. 작가님의 자서전에 나와 있어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 주인공에게서 직접 들으니 그 분의 삶은 정말 황홀했다. 물론 매우 불량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황홀과 불량, 양 극단의 두 가지가 모두 들어있는 삶을 사신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니 더욱 흥미로웠다.
그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예상한 배우도 있지만 의외의 배우도 많아서 웃음이 났던 것 같다.
저자와의 만남을 마치고 사인을 받았다. 사실 나는 사인뿐만 아니라 번호도 얻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해 아쉽게 얻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이라는 게 이럴 때는 참 도움이 된다. 곧바로 친구 신청을 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받아주셨다. 곧이어 나는 오늘 강의 잘 들었다고 글을 남겼더니 댓글을 달아주셨다.
황홀한 주원규 작가님과의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났다. 마이너 보다 더 한 마이너에서부터 이렇게 작가가 되신걸 보니 대단하다는 말 밖에 더 할 말이 없다. 작가님을 보니 나도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 만날 때는 작가 대 작가로서 만나고 싶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