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물질을 했던 해녀 이야기
대한민국의 주권을 빼앗겼던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일본은 우리의 많은 것을 짓밟고 수탈해 갔습니다. 말과 글을 못 쓰게 하여 민족의 혼을 없애려 했을 뿐 아니라 우리 국토에서 나는 것들도 가져갔지요. 일제의 탐욕스런 손길은 육지에서뿐만 아니라 바다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해녀, 새벽이』는 일제강점기에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물질을 했던 해녀들의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역사동화입니다. 노름꾼을 가장하여 독립운동을 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물질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어머니, 그리고 그 어머니의 뒤를 잇는 해녀 새벽이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있을 땐 몰랐지만 빼앗기고 나니 당연하게 있던 내 나라의 소중함이 얼마나 큰지, 해녀들은 “내 나라가 없다는 건 갓난아기에게 엄마가 없는 것과 같다.”며 그 상실감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내 내라와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누군가는 앞에 나서 독립운동을 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위치에서 싸우고 인내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게 아닐까요? 일제강점기 광복을 위한 평범한 서민들의 노력, 그중에서도 해녀들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우리 근현대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암흑과 같은 일제강점기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열세 살 애기 해녀 새벽이의 힘찬 도전
해녀의 딸로 태어났지만, 새벽이는 바다가 무서워 열세 살이 되도록 수영도 못하는 작고 나약한 소녀였습니다. 언니 둘을 물속에서 잃은 후, ‘너는 절대 물질하지 말아라.’는 어머니의 강한 뜻 때문이기도 했지만, 새벽이는 물이 두려웠지요.
하지만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지 소식이 없고, 혼자 가족의 생계를 이어 가던 어머니가 빚을 갚기 위해 오랜 기간 출가 물질을 가자 새벽이는 물질을 배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언제까지 이웃의 도움만으로 살 수 없고, 동생들과 할머니를 먹여 살리려면 무엇이든 해야 했는데, 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물질 말고 없었으니까요.
왕해녀 할머니의 도움으로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물질을 배우면서, 새벽이는 물질하기 전까진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됩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자신의 것을 나누어 주었던 바다였지만,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면서 물질을 하는 데도 등록비를 내고 허가를 받아야 했고, 내가 잡은 것의 가치도 정당하게 받아낼 수 없었지요. 그 가치를 받아들일 수 없어 잡은 것을 모조리 바다에 쏟아 버리면 그런 행동으로 또 매를 맞기 일쑤였고요. 주권을 잃은 국민은 먹고사는 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부당함에 맞서면 감옥에 갔고,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해녀들은 불만을 모두 표출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희망이 없는 절망과 어둠의 시기였지요.
그런 서러움이 있는 한편, 물질하는 동안만큼은 바다가 아름다웠고, 함께하는 해녀들도 따뜻했습니다. 처음 물질을 나온 이를 배려해 주었고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어 주었으며, 새벽이의 빈 망사리에 자신들이 잡은 것을 넣어 주는 온정도 있었지요. 어머니가 출가 물질을 간 9개월여 기간 동안 새벽이는 할머니에게 며느리가 되었고, 동생들에겐 엄마가 되었으며, 스스로는 두려움을 극복해 해녀가 되어 가고 있었지요. 열세 살 소녀가 감당하기에 이것만으로도 삶의 무게가 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날아듭니다. 하나는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 잡혀 감옥에 갇혔다는 것, 또 하나는 출가물질을 끝내고 돌아온 어머니가 잠수병에 걸려 이제 더 이상 물질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지요.
이제 막 물질을 나간 애기 해녀 새벽이의 어깨에 온 가족의 생계가 달리게 되었지만, 새벽이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불평을 하지 않습니다. 자신 앞에 주어진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갑니다. “너는 누구보다 네 몫을 잘 해낼 거야.”라는 아버지의 믿음에 응답하면서.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어둠을 밀어내고 새벽이 오듯, 언젠간 흡혈귀 같은 왜놈들이 물러나고 광복을 되찾을 것이란 믿음을 담은 이름 새벽이. 『해녀, 새벽이』는 독립운동의 최전선이나 민중의 저항 운동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대신 가장 평범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켜 나가던 해녀의 모습을 다루었습니다. 아직 작고 나약하지만 스스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독립운동을 하는 아버지와 가족들을 위해 힘차게 물속으로 들어가는 열세 살 새벽이의 모습은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최봄 작가는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습니다. 2006년 『울산문학』 신인상과 2007년 아동문예 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08년 샘터상(동화 부문), 2009년 제1회 천강문학상(아동문학 부문), 2016년 『울산문학』 올해의 작품상을 받았답니다. 동화집으로 『꼬두박샘에 돛대를 세워라』(공저) 『1, 2, 3, 4, 선생』 『앞치마를 입은 아빠』 『세 친구와 단추구멍 요정』을 펴냈습니다.
사라진 금반지
상군 해녀 하군 해녀
숨겨야 돼
삐딱이가 사라진 날
한양 할머니와 물적삼
똥돼지
배고파서 못 살겠다
출가 물질
짚배에 소원을 싣고-잠수굿
왕해녀 할머니와 할망바당
이어도 사나
앞잽이
소라 잡기 시합과 물질
해녀들의 사랑방-불턱
함께하는 바다-머정과 게석
해녀, 새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