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반 다인 7대 걸작 훑어보기>>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S.S. 반다인의 지명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정통미스테리의 계보는 분명 포우-도일-반다인-크리스티·퀸-딕슨카(그다음은 누굴까?)로 이어지건만,반다인을 제외한 앞뒤의 다섯 작가는 수많은 열성팬들을 보유한 반면, 반다인은 미스테리를 제법 읽었다는 사람들에게조차 그게 누군데?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작품을 접해본 사람중에도 그다지 신통치 않은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도대체 반다인이 퀸보다 못할게 작품수가 적다는 것 말고 뭐가 있나!) 아마 인기투표를 한다면 가드너나 르블랑 따위에도 밀릴 것이다.(가드너와 르블랑을 폄하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음. 다만 추리소설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위의 여섯 작가와 비교하면 상당히 가볍다는 것을말하려는 것임.)
아무튼 반다인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추리작가 10명을 꼽으라면 반드시 들어가야하는 작가이며(나라면 5대 작가를 선정하래도 집어넣겠다.-포우와 딕슨카를빼고...정말 눈물을 머금고 뺀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학적인 문체이다. 주인공 탐정인 파이로 번스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다방면에 걸친 전문적 지식을 보유한 슈퍼맨이다. 번스는 『카나리아살인사건』에서는 심리학과 포커에 대하여, 『주교살인사건』에서는 수학·과학·체스에 대하여, 『딱정벌레 살인사건』에서는 이집트 고대문명에 대하여, 『케닐살인사건』에서는 도자기와 개사육에 대하여, 『가든 살인사건』에서는 경마에 대하여 엄청난전문강의를 폭포수처럼 쏟아붓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추리소설 따위나 하나 읽지 뭐...하고 달려든사람이라면 대번에 나가떨어질 정도이다. 작품에 군더더기가 너무 많다고불평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번스가 잘난척하는(잘난 건 사실이다. 하버드 출신의 엄청난 부자에다 미남이고 아는게 많으니까...) 장면을 빼면 반다인 문체의 매력은 반의반도 안남는다. 반다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대부분 번스의 장광설 때문이겠으나, 잘난탐정은 번스외에도 많다. 홈즈도 그렇고 포와로도 그렇고 퀸도... 위대한 탐정들은대개 왕자병 중증환자이다. 유독 번스만 미움받는 이유를 모르겠다. 다른 탐정들에비해 번스의 잘난척은 그 정도를 넘어서 도저히 눈뜨고 봐줄수가 없다고 한다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취향의 차이라고 할 밖에...
둘째 지나치다 할 정도로 엄격한 정통 미스테리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다음은 반다인이 편찬한 세계 미스테리 소설 걸작집 서문의 일부인데 이것이 반다인작풍의 핵심이다.
...미스터리 소설은 일종의 지적게임이다. 아니 오히려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작가와 독자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페어플레이이다. 이상한 트릭을 만들거나 독자를기만하면서 정직한 체하는 것은 브릿지에서 속임수를 쓰는 것보다 더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작가의 기지는 독자보다 뛰어나야하며 독자의 흥미를 일깨울 수 있는기교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또한 그는 일명 반다인의 20칙이라 불리는 미스터리 작가가 지켜야할 20조항을 발표하였는데, 20칙 가운데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것들도 있고 그 자신이 작품속에서 위반한 것도 있지만 정통 미스터리를 향한 그의 열정을 잘 반영하고있다. 크리스티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발표했을 때 그는 불공정한 행위라고 맹렬히 비난했는데, 나역시 도로시 세이어즈와 마찬가지로 규칙위반이 아니라고생각하지만 반다인의 보수적 태도도 이해가 간다. 반다인은 그런 작가니까...
작품제목만 해도 그렇다. ∼살인사건이라고 일률적으로 적혀진 열두권의
책표지에선 반다인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나는 이런 제목이 좋다.벤슨살인사건, 카나리아 살인사건, 그린살인사건, 주교살인사건, 딱정벌레 살인사건...제목만들어도 고전의 그윽한 향기가 느껴진다.
지적 게임이라는 포우가 시작하고 도일이 확립한 전통의 보전. 이것이 거장 반다인이 추리소설사에서 가지는 가장 중요한 존재이유이다.
셋째 코난 도일과의 유사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반다인을 퀸과 비교하며공통점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오히려 도일과 더 관련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퀸은 반다인과 동시대인이긴해도 분명 반다인 보다는 후배이다. 위대한 두 작가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면 그것은 퀸이 반다인을 모방한 것이며, 이것은 반다인이 의도한 결과가 아니다.
도일이 정착시킨 홈즈와 와트슨 관계의 1인칭 시점은 반다인 뿐아니라 대부분의 후배 작가들이 답습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일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목적으로 이관계의 1인칭시점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반다인의 특징은 이러한관계를 처녀작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사용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도일조차도 홈즈가 화자인 1인칭을 쓴 적(단편-사자의 갈기)도 있고 3인칭을 사용한 적(뭐였는지 기억안난다. 하여간 분명히 있긴 있다.....)도 있지만 반다인은 1인칭 관찰자시점만 줄기차게 사용했다. 크리스티의 예를 들면 첫 작품인 『스타일즈 저택의 비극』은 이러한 관계를 사용했을 뿐 아니라 도일의 그림자가 작품 전반에 걸쳐 길게 드리워져있지만, 이후 작품이 더해 갈수록 도일의 영향에서 의식적으로 벗어나려는 노력이 확연하다.(중후반기의 작품은 거의가 3인칭 시점이다) 게다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에서는 그 관계를 산산히 박살내기까지 했다. 홈즈를 교본으로 삼는 미스터리애호가에게 와트슨이 범인이라는 결말이 그 얼마나 거대한 충격이었겠는가! 엄격한체제옹호자인 반다인에게는 크리스티가 충분한 단서를 독자에게 제공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오랜세월 불문율처럼 지켜져온 신뢰관계를 깨뜨렸다는 사실자체에 분노와 일종의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홈즈 와트슨의 관계가 반스 반다인(작중화자)의관계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 와트슨은 홈즈와 대등한 친구관계로서 작품속에서 상당한 활약을 하지만, 반다인은 반스와 친구라곤 하지만 그 관계는 실질적으로 고용인과 피고용인(법률고문)의 관계이다. 작품속에서는 거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으며 있는둥없는둥하다. 이럴바에야 뭐하러 1인칭을 택했나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반다인이 1인칭을 택한 것은 단지 포우와 도일의 전통을 따른 것일 뿐 결코 홈즈 와트슨 관계의 세부적인 모습까지 바람직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반다인은 와트슨의 비중이 필요이상(반다인의 생각에)으로 커지는 것을원치 않았다. 아니 그는 합리적 추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요소들은 모조리 축소시키려 했다. (20칙에는 안된다는 말이 참 많다. 연애적 흥미도 안되고,심령술 독심술도 안되고, 스파이나 정치적 범죄도 안되고, 탐정이나 하녀 머슴이 범인이어도 안되고, 자백도 안되고, 복수범인도 안되고, 과도한 분위기·성격묘사도 안되고,주인공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고....) 이것은 도일보다도 더 엄격하고 순수한 미스테리를 추구했던 반다인의 의지이다. 다른 작가들이 도일의 영향권에서 멀어지려 했던 반면, 반다인은 도일 영역의 핵심으로 파고든 것이다.
홈즈와 번스사이에도 많은 유사성이 있다. 둘다 귀족적이고(홈즈는 귀족에게 고용되는 입장이고번스는 자신이 귀족이다), 열성적 취미를 가졌으며,(홈즈는 양봉과 바이올린 번스는 골프와 포커·체스·경마) 특정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졌고,(홈즈는독물검출·지문검식·토양식별·손모양으로 직업 알아맞추기·담배 식별하기 등등 번스는......천재라고 할밖에..... ) 게으르고 여자에 무신경하며, 주로 사색적 추론으로 사건을해결한다. (홈즈는간혹 주먹다짐도 하는 경우가 있지만 번스는 머리외에 다른 것은 쓰지않는다. 이또한 이성적 추리에 의해서만 사건이 해결되야 한다는 반다인의 신조때문이다) 탐정법에 있어서는 돋보기를 들고 발로 뛰는 홈즈와 오직 심리학만을주장하며 100미터 이상은 절대 걷지 않는다는 번스는 완전히 딴판인 듯 하지만, 자세히살펴보면 비슷한 점도 많다. 물적 사실과 심리적 사실이 상반될 때에는 물적 사실이 틀린것이다라고 외치는 번스이지만 물적 증거가 어떻던 간에 정신분석결과 저놈이 범인이다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래가지고는 독자가 납득할 수 없으며, 반다인 자신이 겨냥하는 포우와 도일의 전통에도 위배된다. 번스라고 해서 지문이라든가 발자국 담배꽁초 사후경직 알리바이 따위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벤슨살인사건』에서 범인의 키를 추정하는 장면이나 『케닐 살인사건』에서 갖가지 밀실트릭을 해결하는 모습은 홈즈를 능가할 정도로 물적 증거를 활용하고 현실적이다.
다만 번스의 물적증거라의 활용이라는 것이 이미 완성된 심리적 연역적 추론을 멍청한 경찰과 조금은 덜 멍청한 독자에게 이해시켜주는 형식에 불과하지만, 카나리아살인사건을 별도로 한다면 대부분의 작품에서 물적증거와 트릭의 비중이 심리적 요소에 비해 작지가 않다. 각각 영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두 위대한 탐정은 냉정하고 인간미없어 보이면서도 기실 정의롭고 제법 따뜻한 가슴을 갈무리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굳이 비교를 하면 홈즈보다는 번스 쪽이 더 딱딱하고 차갑게 느껴지는데, 이것 역시 정통미스테리의 확립자인 도일에게조차 순수추리소설의 의미를 강의할 수 있는 유일한 작가 반다인의 지적게임을 향한 신앙 탓이다.
넷째 반다인은 노력형의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작가가 하나의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엄청난 분량의 사전준비를 했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대부분이 번스의 장황한 강의를 위해 쓰여졌지만....) 작품수도 고작장편 12권이다.(오호 통재! 이땅의 미스테리매니아라 자칭하는 자 부지기수이건만 그중 반다인의 12권 아니 전반부의 6권 만이라도 읽은 자가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작품수가 100을 훨씬 상회하며 첫작품인 빌라도의 손톱을 사흘만에 탈고했다는 가드너는 고사하고 크리스티 퀸 딕슨카등 비슷한 명성의 누구와 비교해도 수적으로는(물론질적으로야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지만) 5분의 1을 넘기 어렵다.(역시 작품수에 있어서도 반다인과 비슷한 거장은 아홉권짜리 도일뿐인가?) 그는 자신이 정한 규칙에 따른 제대로 된 추리소설을 쓰는 작업이 두려울 정도의 인내와 격심한 노동을 포함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며, 한 작가에게 6편 이상의 미스테리를 구상할 능력이 있는가 의심스럽다고 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6편 이후로는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6편을 더썼다는 것이고, 공교로운 것은 (아홉번째인 『가든살인사건』을제외하면-후기6작의 하나라는 선입견을 배제하면 『가든살인사건』은 정말 걸작이다. 전반부의 『그린살인사건』과 『벤슨살인사건』을 제외한 어느작품과 비교해도 나으면 나았지 뒤지지 않는다....그래서 이글의 제목이 6대걸작이 아닌 <7대걸작 훑어보기>이다)전반부의 6편과 후반부의 6편은 현격한 수준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솔직히 장담은 못하겠다. 내가 읽은 후기작은 『드래건 살인사건』과 『가든살인사건』뿐이어서...드래건과 전기6작의 차이란 분명 지렁이와 용이었지만, 다른 것들은어떨지...평론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 그렇다니 아마 그렇겠지...)
서론은 그만 줄이고, 이제 7대걸작을 각각 살펴 보기로 하자.(제목에서 밝힌바대로 훑어보기만 한다. 깊이 있는 분석이나 비평은 기대하지 마시라...)
1.벤슨 살인사건(The Benson Murder Case,1926)
2000권이나 되는 추리소설을 읽은 탓일까? 처녀작답지 않게 상당히 안정적이다. 번스는 데뷔무대인대도 10년이상 탐정일을 한 것처럼 노련하다. 미스테리를 작가와 독자의 두뇌싸움이라고 정의한 반다인의 작풍이 가장 잘 드러난 걸작이다. 크리스티의 작품과 비교하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보다는 한수 아래고 『ABC살인사건』이나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 보다는 약간 나은 듯 싶다. 추리소설 베스트10은 몰라도 베스트 20에는 충분히 들어갈 자격이 있다. 유일한 단점은 신인다운 패기와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는 것 뿐. 도일의 『공포의 계곡』, 크리스티의 『메소포타미아의 연속살인』, 버클리 콕스의 『독초콜릿사건』, 아시모프의『강철도시』,아이리시의 『새벽의 데드라인』, 벤트리의 『트렌트 최후의 사건』, 딕슨카의 『황제의코담배케이스』등과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작품의 평가와는 별개로) 장편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 매니아라고 자부하는 사람중 아직 안 읽은 사람이있다면 읽기를 강력히 권한다.
2.카나리아 살인사건(The Canary Murder Case,1927)
어떤 사람들은 반다인은 트릭이 너무 가볍지 않느냐고 하는데, 절대로 그렇지않다. 처녀작 『벤슨살인사건』도 그렇고 『그린살인사건』 『케닐살인사건』 『가든살인사건』 『딱정벌레살인사건』등 여러 작품에서 상당한 트릭을 구사하고 있다. 이들 작품에 사용된 트릭은 크리스티나 딕슨카의 여러 대표작에 뒤지지 않는다. 반다인이 그런 오해를 받는 것은 그가 극도의 충격적 결말은 피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는 탐정이나 해설자가 범인이라는 식의 독자가 깜짝 놀라는(그의 말을 빌면 독자를 속이는...) 설정이 없다. 그의 작품에서는 항상 용의자가 범인이다.(그것이 가장 의심을 덜 받던 사람이라 해도...) 이것은 상상력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스스로가 정하고 고집스럽게 추구한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피한 까닭이 더 크다. 그리고 그런 오해에는 『카나리아 살인사건』의 영향도 크다. 이작품은 트릭과 물적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지 심리학만을 추구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범죄심리학이 번스 특유의 현학적 어투로 마구 흘러나오니, 반다인의 팬이 아니라면읽기가 고역일지도 모르겠다. 이제까지의 트릭과 물적증거 위주의 추리소설에 대해 심리학 중심의 카나리아 살인사건은 매우 청신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나, 심리학만으로는 범인이 누구인가를 맞출 수는 있어도 그것을 증명할 길이 막막하다. 그런 의미에서 카나리아 살인사건은 절반의 성공이라 하겠다. 반다인 역시 이 작품이후 물적 요소의 비중을 눈에 띄게 증가시켜 나갔다. 심리학에 치우친 나머지 트릭이 평범한 것이 불만이고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한게 아닌가도 싶지만, 대가의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3.그린 살인사건(The Green Murder Case,1928)
재론의 여지가 없는 반다인의 최상작이자, 퀸의 『Y의 비극』 크리스티의『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과 더불어 역대추리소설사상 최고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작품. 위에서 『벤슨 살인사건』은 추리소설 매니아에게 강권한다고 하였는데, 『그린 살인사건』은 권하지 않겠다. 이걸 읽지 않고는 감히 추리광을 칭할 수 없다. 별로 할말 없음...
4.주교살인사건(The Bishop Murder Case,1929)
반다인 작품의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일단 『그린 살인사건』을 최고로보는 데는 대부분 평자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듯하다. 두 번째로는 『주교살인사건』을 꼽는 이들이 많은 듯하나 내 생각엔 『벤슨 살인사건』이 적당한 것 같다. 그리고 세 번째부터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므로 카나리아·주교·딱정벌레·케닐·가든을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함이 옳을 듯 싶다. 이들을 크리스티의 작품과 비교하면 그린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외에는 적수가 없고(『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도 있지만, 서스펜스에 가까우므로 반다인의 본격물과는 비교가 어렵다.) 벤슨은 『무죄의시련』이나 『메소포타미아의 연속살인』정도, 카나리아등은 『오리엔트특급살인』『0시를 향하여』『창백한 말』『ABC살인사건』『백주의 악마』등과 필적한다고 생각된다.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더불어 동요를 소재로 한 가장 유명한 추리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반다인의 작품 중 가장 스릴있고 군더더기가 적으며 읽어가는 재미가 좋지만, 추론부분의 빈약함(반다인 작품 치고는...)이 아쉽다. 여러모로 카나리아 살인사건과 대비되는 작품.
5.딱정벌레 살인사건(The Scarab Murder Case,1930)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이용하려는 범인의 교묘한 속임수와 이로 인해 3중으로 나타나는 증거들. 그리고 많은 증거들 사이에서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어 진범을 지적하는 번스의 날카로운 추리가 잘 어우러진 걸작이다. 비슷한 구성을 가진 작품으로 피터 러브제이의 『마담 타소가 기다리다 지쳐』와 크리스티의 『0시를 향하여』가 있는데, 시기적으로 이 작품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마담 타소가기다리다지쳐』는 격이 좀 떨어지고 『0시를 향하여』는 이작품과 동렬로 놓을 수 있는 명작이다.
6.케닐 살인사건(The Kennel Murder Case,1932)
여섯 번까지가 한계라고 말한 반다인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에드거 월레스(나는 처음 들어보는데 왕년에 압도적 인기를 누리던 영국 작가라고 한다)가 사용했다는 다양한 밀실트릭을 선보이는 이 작품은 반다인이 썼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트릭을 중요시하고 있다.
7.가든 살인사건(The Garden Murder Case,1935)
반다인의 열 두 작품 중 전반부의 여섯 작품에 비해 하찮게 취급되는 후기6작 중에도 걸작은 있다. 아홉번째인 『가든살인사건』이다. 이 작품은 『벤슨살인사건』과 더불어 반다인식 정통 미스테리의 전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걸작이면서 반다인답지 않은 요소들도 몇가지 가지고 있다. 목석 같은 이미지의 번스를 인간적측면에서 조명하려한 흔적이 보인다는 것과 크리스티의 작품에서나 나올 것 같은 마지막 장면의 연극적 연출은 이전의 작품에서는 볼수 없는 흥미로운 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