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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에서 무심코 산을 쳐다본다.
눈앞에 드리워진 아름다운 한국의 산하들..
손을 가르켜 저~~~기서부터~저~~~~기까지 돈다면 얼마나 걸리고 어떤 길로 이어져 있을까...
이 막연한 생각을 장거리 종주를 접하고나선 자주 하게 된다..
다시 찾은 들머리 덕산 사리마을 회관...
한시간 일찍도착해 숙소 이모님이 챙겨준 유부초밥을 먹고 회원들을 기다리며
차안에서 잠깐이라도 쉬려한다.
먼저 와 계신 수원의 민건님과 인사를 나누고
조금 있으니 사람들 소리가 들리며 j3회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시간이 되어 단체사진을 찍고 대장정을 시작한다
저마다의 목표와 사연을 가지고 지리태극의 첫발을 힘차게 내딛는다..
내일부터 비소식이 있다..
과연 이번산행은 또 어떤 에피소드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천천히 워밍업을 하며 도착한 수양산..
지난달 영알 실크로드를 천신만고 끝에 48시간 40분이라는
예상보다 엄청늦어진 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랑 함께 완주한 울산의 짱가님..
이번에도 꼭 아무리 늦어도 포기하지 말고 두리서 완주하자며 화이팅을 한다~ㅎ
힘든 벌목봉 오름길을 단숨에 올라..
모두들 인증사진 남기느라 바쁘시고,
초반에 벌목봉 오름길에 페이스를 조절을 못하고 선두쫓아가다
오버페이스걸려 중간에 포기할까봐 적당한 템포로
천천히 심장을 데운다...
산이 지부장님이 최근 계속된 업무 스트레스와 좋치 않은 컨디션으로
유난히 땀을 더 흘리시는거 같고,머리도 가끔 아프다고 하신다..
베테랑이시기에 큰걱정은 안하지만 내심 신경이 쓰인다.
큰등날봉 정상을 지나
응석봉 삼거리에 도착..
산행시작한지 약 5시간 30분만에 밤머리재에 내려선다.
밤머리재 권사장님표 깨죽으로 허기를 채우고 식수를 보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산행속도가 다소 빠르게 느껴진다.. 장거리 산행에서 자신에 맞는 템포를 꾸준히 유지하는게
중요한데 난 내체력에 아직 자신이 없으므로 일단 시간확인을 자주 해가며
템포를 좀더 늦추기로 한다
권사장님에게 6만원을 드리고 사리마을에서 날머리 인월마을로 차량이동을 부탁한다.
진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것이 가장 편하고 안전하지만 금욜 출발할때에 울산에서
회장님이 내려와계셔 급하게 미리 출발못하고 서둘러 간다고 내차량으로 이동하였다
아.. 이번엔 혹서기때처럼 또다시 권사장님께 차 옮기지마시라고
전화할일이 없어야 될텐데...ㅋㅋ
밤머리재에서 허겁지겁 먹은 깨죽과 밥으로 배가불러 도토리봉을 힘겹게 올라선다
과하지않게,그리고 탈나지 않게 천천히 꼭꼭 씹어..이 쉬운요령을 난 매번 어긴다.
아..배아파..
최고의 지태완주 보증수표인 셀파님 뒤만 잘쫓아가자 했지만
그거 마저도 나한테 버겁다 ㅎ..급한볼일을 보고 쫓아가려니 이미 멀어져서
뒤에오시는 울산팀과 합류한다
왕등습지에 도착해 인증사진을 남기고...
비가 최대한 늦게 오길바랬지만 새벽 2시경부터 비가 날리기 시작한다..
일기예보로 이미 비는 예상했었고,힘든 장거리 산행때 내리는 비는 오히려 열기를 식혀주고
더욱 집중을 하게끔 해주기도하고 나름 운치도 있을거다 생각했기에 별 걱정하지 않았는데
살살 불어대기 시작하는 바람이 심상찮다.
조금씩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빗줄기는 점점 굵어진다.
고어쟈켓 후드를 때리는 빗소리와 지리산의 아름다움 풍경..그리고 몰려드는 졸음이
자꾸 감성에 빠지게 한다.
즐거웠던 추억들,모질게 상처를 줬던 이들,그리고 좀더 애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떠나온 사랑하는 이들..
남해내려오자말자 슬픈소식을 들었다
울산에서 활동하던 산악회에 친한형이자 산악회의 맡형이었던 형님이
갑자기 뇌출혈 으로 쓰러지셨고 이젠 다시 깨어나지 힘드실거라는...이제 겨우 41살이신데..
내년엔 반드시 장가를가시겠다던.. 나중에 울산 올라오면 한잔하자던 형님...
형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
이런 저런 오만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나 원참..요새 나 왜이러지...
지금 얼굴에 흐르는게 빗물인지 눈물인지 콧물인지도 모르겠다.
무거운 발걸음을 계속 이어지고....
새벽내내 비를 맞아서 그런지 벌써부터 졸음이 오기 시작하고 지부장님도 졸음때문에
상당히 고생하신다.
짙은 운무로 가려져 있다 순간적으로 걷어질때 나타나는 지리의
아름다움에 지쳐가던 몸과 마음에 다시 에너지가 채워지기 시작한다.
마인드님...
체구도 아담하시고 체형도 아무리봐도 준족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여성인데
어떻게 그런 에너지와 체력과 용기가 솟아 오르시는지..이번 지태길 끝까지 동행하며
또한번 놀라고 감탄하였다. 난 아직 한참 멀었다..
아...지리산이시여.. 제발 무사히 태극길을 지나가게 하소서.....
비바람이 너무 몰아치기 시작해 사진기도 폰도 더이상 꺼내기도 힘들고
젖어가는 몸에 체력이 더욱 빨리 떨어지기 시작한다
중봉에 도착해 겨우 인증사진을 남긴다.
여기서 부터 마인드님,산이지부장님,짱가님,나 이렇게 네명 진행한다.
이후론 비바람이 더욱 거세어 사진한장 남기지 못하였다.
예상보다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쳤고 지리는 온통 물로 뒤덮였다
천왕봉에 도착해선 산이지부장님의 카메라로 인증사진 한장 남기고
바로 장터목으로 향하는데 산이지부장님과 짱가님의
진행속도가 졸음으로 너무 떨어진다.
어쩔수 없이 마인드님과 나먼저 진행에 장터목에 도착해 기다리기로 하고 속도를 내었다.
한여름 장마만큼 쏟아지는 비와 몰아치는 바람을 조금이라도 덜맞고자
다른 등산객들을 제치고 뛰어내려가 장터목에 도착하였다
들어선 장터목은 정말 전쟁터였다. 비바람으로 피신한 등산객들로 넘쳐났고
어디 서서 밥먹을 자리조차 없었고
등산화는 물론 속옷까지 젖어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진짜 개떨듯이 자동으로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마인드님은 대피소안에 들어가 계시고 난 1층에 내려와 두분을 기다린다
이상하다..한시간 반가까이 지났는데 두분이 안오신다.
산이님에게 전화를 해도 전화기는 꺼져 있고 답답해 죽을지경이다...
마왕님에게 연락해 짱가님 폰번호 좀 알아봐달라고해서 전화를해봐도 마찬가지로 꺼져있고...
아무리 체력이 떨어지셨다해도 이렇게 안올리가 없는데..
너무 힘들어 중탈을 하셨다해도 문자 한통 안남기고 가실분들이 아닌데...
설마..졸으시다 큰 부상을 당한건 아닌지..
계속 기다리다 마인드님과 난 우릴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간것이라 생각하고
속도를 내어 다음 휴게소를 차례로 들러보기로 한다.
다행이 세석에서 두분을 만났다.
"아 진짜 두분기다리다 얼어 죽는줄 알았습니다!! 장터목서 기다린다했는데
바로 지나가시면 우짭니까~~ , 맛있는거 한턱 쏘세요!!"
우린 농담섞인 투정을 던지고 다른 부상이 없으신걸 확인하고 안도를 한다.
간식으로 요기를하고
1회용 우의를 몇개나사서 각자 다리에도 감고 중무장을 한다.
고어텍스 쟈켓이니 등산화니 아무리 떠들어사도
하루종일 퍼붓는비와 잠겨버린 등산로에선 다 무용지물이다..
다시 네명이서 뭉쳐 화이팅을 하며 진행을 계속한다.
벽소령 대피소에서...
앞서 잘가시던 수원지부 세분이 여기까지만 하고 하산 하신다고한다.
힘들게 가는 여정에 서로 많은 의지가 되었는데 아쉽다.
하지만 산은 언제나 그자리에 있으니 절대 무리하면서까지 산행할필요가 없으니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기로 한다.
그런데 갑자기 짱가님도 수원팀과 같이 하산을 하신다고한다.
힘들게 이까지 잘오셨는데 도저히 체온이 떨어지고 컨디션이 나빠져
자신때문에 우리도 너무 속도를 못내니 이만 하산하는게 여러모로 좋겠다고 하신다.
누구보다도 짱가님이랑 둘이서 끝까지 함께 하고싶었는데 너무 아쉽고 섭섭했다.
하지만 사실 나역시도 체온이 떨어지고 늘어지는 산행시간에 완주 자신감보단
집에 가고싶은 생각이 자꾸 들 정도이니 더이상 잡을수가 없었다.
눈빛으로 끈끈한 정을 주고받으며 두손을 꼭 잡고 인사를하고
나 마인드님 산이지부장님 이렇게 셋이서 나머지 일정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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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재를 지나 노고단 가는길에 나타난 계단..
졸음과 피곤으로 지쳐있는 자들에겐 정말 지옥의 길이었다.
나도 졸립지만 두분은 쏟아지는 졸음으로 더이상 진행이 안된다
오른발내딛고 왼발 나가는사이 꿈을꾸는걸 우리 클럽같이 장거리 무박종주를 하는사람이 아니고선 알수 있을까..
지부장님이 이래선 안되겠다며
나보고 먼저 노고단가서 좀쉬고 있으란다
잠시 고민하다 그래..두분은 나보다 베테랑이시니 나라도 먼저 가서 좀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진행하였다.
그러나 바로 이게 실수였다
아까전 장터목에서 기다리다 추위에떨어 컨디션이 더 나빠졌다는걸 그새 잊은체
이 추운데 어디서 어쩔려고 먼저 가서 쉬면된다는 생각을했는지....
차차리 천천히 진행하며 체온을 유지하는게 더 나았는데 먼저 도착하니
체온은 금방 떨어지고 다시 회복시킬수가 없었다
체온을 잃지않으려고 노고단화장실 그좁은 공간을 얼마나 왔다갔다했는지
2키로는 더 움직인거 같다 ㅋ.
30분을 기다려도 오시지않아
배낭을 더러운 화장실바닥을 피해 변기위에다 올려놓고
있는옷을 다 꺼내입고 1회용 우의로 다리를 감싼뒤
알람시계를 30분으로 맞춰놓고 잠시 눈을 붙여본다..
아... 이바보야 차라리 자지말았어야지..
20분정도 지났을까 얼어죽을거 같은 추위에 눈이 번쩍떠지고
온다리와 팔과 이빨은 달달달~ 자동으로 떨리기 시작한다.
어추워 어추워.~~~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지!! 집에가자 집에가자!!
전기 장판 7로 해놓고 자야지!!!
혼자 알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또다시 노고단 화장실을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그렇게 또 30분을 뛰다 ,,,아 진짜 이건 아니다
집에가자!!!!!그래 집에가자!!마음먹고 대피소 직원을깨워
살려달라고 할 찰나에 지부장님이 들어오신다.
그 짙은 안개와 추위속에 졸음을 이기며 들어오신 창백한 지부장님의 얼굴을보니
오히려 더 걱정된다. 지부장님의 노련한 판단으로
더이상 진행하기보다 일단 대피소 빈자리가 있는지 확인한후
마침 빈자리가 있어 그리로 들어가 우린 한시간 가량 몸을 녹인후
노고단에서 3시 8분경 다시 길을 나선다.
노고단에서 3시넘어 출발했으니 이제 국공눈치볼것도 없다 생각하고
우린 모처럼 웃으며 다시 힘을내고 걸어내려가는데
성상재입구 직원이 우릴불러세운다.
당일산행객들로 보이는 무리의 산행객들이 출입통제를 하는중에
우리가 내려오니 다른 산행객들의 불만도 신경쓰였나보다.
"죄송하지만 선생님들은 금지된 야간산행을 하셨으니
잠시 통제소 안에 들어가 기다려주세요"한다
"저흰 어제 비를 너무 많이 맞아 노고단에서 쉬다가
통제를 풀어주는 3시가 넘은걸보고 노고단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러니 이해좀해주세요"하니
"선생님들의 입장은 이해하나 그렇게되면 여기 출입도 못하고
기다리는 많은 등산객분들은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그리고 계절에 따라
통제시간은 달라지고 요새는 4시20분부터 통제를풉니다.
어쩔수 없이 선생님들은 과태료를 무셔야 되겠습니다"라고 한다
아..자꾸 꼬이는거 같다.
하지만 지부장님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이참에 잘됐다
어차피 산행시간은 이미 늦을대로 늦었으니 마음편하게 가지고
우리 히타에 몸이나 좀더 녹이자하셔서 통제소에 들어가
히타에 둘러앉아 장갑도 말리고 얘기를 나누며 기다리고 있으니
시간이 되어 등산객들을 입장시키고 공단직원이 들어오며
선생님들의 상황을 이해했지만 옆에서 보는 등산객들이 많아
어쩔수 없이 잡아 두었다고 한다.
우리도 당연히 이해한다면서 앞으론 그런일 없겠다하고 인사를 드리고
늦어진 발길을 재촉한다
성삼재로 내려와 마지막 남은 서부능선길 도입부에서...
불과 2미터 거리도 보이지 않아 길을 확인해가며 천천히 진행한다
쏟아지는 졸음에 볼을 꼬집고 기합을 넣고 노래를 부르며 꼴보기 싫던 업체사람 욕도 해가며
만복대에 도착하고....
친구들과 얘기한다...원없이 걸으니 좋으냐?....그래....좋다...
땀이나도 좋다..
힘들어도 좋다..
젊을때 고생 사서한다는 말엔 난 동의를 하지 않는다.
젊을때도 여유가 있고 그 여유를 즐길줄안다면
난 그 인생에 좀더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난 고생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난 그냥 산을 걷는게 좋다. 사람이 좋아하는것을 미친듯이 쫓다보면
때론 땀이나고 때론 힘이 들수도 있을뿐....
너희는 무언가를 이렇게 미친듯 좋아해본적은 있냐....
심장이 터질거 같은 벅찬 감동을 받아본적은 있냐
정령치 휴게소에 내려선다.혹시나 휴게소가 열었길 기대하였지만 이른시간이라 역시나....
세걸산으로 진행중..
저멀리서 그토록 기다리던 따뜻한 햇살이 부분적으로 얼굴을 드러낸다.
세걸산을 지나
팔랑치로 가는중 발의 통증이 너무 심해 등산화를 벗어보았다.
20시간 넘게 물에젖은 등산화를 신었더니 발은 쭈글해지고 붓고 난리다..ㅎ
발바닥과 발목에 테이핑은 양말을 벗을때 같이 밀려 나버리고 발가락 테이핑만
위태롭게 남아있다..그래도꼼꼼했던 테이핑 덕에 발의 손상을 최소화 할수 있었다.
밤새 괴롭히던 비바람은 물러나고 물기를 머금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나무들이
지쳐가는 몸과 마음을 달래어준다.
추위와 졸음때문에 고생하시던 두분도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자
편안한 표정으로 아름다운 태극길을 묵묵히 걸어가신다.
바래봉으로 오르는 능선길은 너무도 아름답다..
드디어 마지막 큰 오름봉인 바래봉에 도착하고
인증샷을 찍어 동료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드디어 산행 45시간 8분만에 구인월마을 회관에 내려서며 태극길을 완성한다.
실크에 이어 최장시간 전문이 되어가는거 같다 ㅎㅎ
이번 산행은 체력보단 예상치 못한 강수량과 바람과
이런 저런 사정으로 예상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린 진행으로
오히려 빠르게 진행하는 산행보다 더 힘들었지만
함께 걸으면 행복한 동료..마인드님과 산이님과 함께
여러 악조건을 이기고 태극길을 완성함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장거리 산행때마다 기본옵션에 옵션을 항상 달고 다닙니다~~~!ㅋㅋ 무사 완주 추카합니다~~!
그린바나나님 산이지부장님 마인드님 수고 하셨습니다..
리얼하게 담아온 지태 성공기 즐감하고 가며 무사완주 축하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