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설경 산행, 석모도 해명산(海明山)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해명산 등산로 안내 ⓒ copyright soodong-p
석모도는 강화도 외포리에서 약 1.5k의 거리에 떨어져 있는 섬으로 섬의 남쪽에 솟은 해명산이 최고봉으로 327m이고 그와 이어지는 낙가산이 246m, 316m의 상봉산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들의 모습이 한자의 山字의 모양이라는데서 석모도의 공식 지명은 삼산면이다. 석모도의 북쪽으로는 상주산이 자리하고 있다. 섬안의 산이다 보니 능선에 올라 하산할때까지 양 옆으로 펼쳐지는 염전과 바다를 구벼보며 바다위를 걷듯이 푹신푹신한 산행할 수 있고, 또한 그리 높지않은 산이므로 별 부담 없이 오를수 있는 산이다. 얼마전 블로그 이웃이신 '한국의 산천'님의 석모도 해명산 종주글을 보고 바로 결정한 곳이 오늘의 산행지다.
산행코스 : 전득이고개 → 해명산 → 방개고개 → 낙가산 → 절고개 →보문사 하산
총 산행(휴식포함)시간 : 4시간30분
작년 2월, 오대산의 설경산행을 마지막으로 산행을 못했던 가족들과 함께 나선길. 석모도로 향하는 발걸음은 그 어느때보다도 가볍다. 높지 않은 산도 산이려니와 '어제는 내린 눈으로 하루 종일 버스도 통행을 하지 못했다 한다. 오늘은 괜찮으니 오셔도 되겠다'라는 민박집의 전화를 받고 작년 태백과 오대의 설경산행을 올해도 즐길수 있지 않을까? 라는 내심 기대로 부풀어 아이젠 부터 스패치까지 몽땅 챙겨 들고 나선다.
강화의 외포리에 도착하여 페리에 차를 실으니 여지 없이 그 수는 적어졌으나 겁대가리 짱박은 갈매기들은 새우깡에 미쳐있는 모습 그대로다. 아이에게 새우깡 말고 빵을 줘 보라 했더니 그 역시 예외 없이 받아 먹어치는데는 " 이 놈들은 틀림없이 농심에서 풀어 놓은 애완용 갈매기다! " 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그 수는 줄은 듯하나 인스턴드에 미친 모습은 여전하다. ⓒ copyright soodong-p
누가 과자봉지를 들고 있나 ?는듯.. ⓒ copyright soodong-p
먹이를 ?는 활동은 아예 체념한듯, 그저 페리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리는 애완용 갈매기들 ⓒ copyright soodong-p
석포의 선착장에 도착후 바로 산행 들머리인 전득이 고개로 향한다. 벌써 한무리의 산악회인듯 일행이 우루루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 산헹에서 만난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들의 모습이다. 시작부터 하산까지 등산객을 한명도 만나지 못한 유일한 산행이다.
해명산 등반을 위해서는 몇가지의 코스가 있지만 전득이 고개를 들머리로 하여 보문사로 하산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산행이라 한다. 길손무리역시 그 코스로 택하고 산행시간을 3시간 30분으로 잡는다.
11시,
나무위에 않아 있던 눈들은 이미 녹았거나 바람에 지워져 있고 발길 닿는 바닥에만 발목 깊이로 쌓여 있다. 아이들에게 스패치를 해주고 아이젠은 배낭속에 챙기고 설경속의 산행을 시작한다.
오르는 동안의 서해바다와 하얀 눈밭으로 바뀌어 버린 염전과 마을들을 한눈으로 굽어보고 깊게 숨을 들어 마시며 걷기도 밧줄을 잡고 암봉을 오르기도 하면 50여분만에 해명산 정상(327m)에 닿는다. 발밑에서 밟히는 눈의 기분도 좋고 양 옆으로 펼쳐지는 강화의 외포항과 서해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니 가는 내내 지루함이 없으니 더욱 좋다.
나무위의 눈은 다 없어?으나 바닥의 누은 그대로 발목 깊이를 넘긴다. ⓒ copyright soodong-p
능선따라 오르며 만나는 시원스런 조망 ⓒ copyright sood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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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기도 하나 때로는 암봉의 로프를 잡고 오르는 재미도 있다. ⓒ copyright soodong-p
산행 50여분만에 도착한 해명산 정상 ⓒ copyright soodong-p
12시 30분,
30분 후 도착한 곳이 308m의 삼각점, 우리나라의 모든 측량의 기준점으로 삼고 있는 좌표로 사용 되고 있는 시설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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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낙가산과 상주산이 보인다. ⓒ copyright soodong-p
잔설 ⓒ copyright soodong-p
표준좌표로 사용되는 지점 ⓒ copyright soodong-p
1시50분,
산 자체의 능선은 평이하고 완만하나 눈밭이어서인지 아이들이 조금씩 지쳐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다시 1시간이 지나서야 아이들과 바람을 피하여 자리를 잡고 점심을 해결한다. 간단한 컵라면과 김치복음, 그리고 밥이다. 맣이 힘들었는지 아니면 배가 고팠는지, 참 잘도 먹어 준다. 바다, 산, 들, 어딜가든 음식 투정 걱정 없는 길손의 가족. 늘 만족하며 여유있는 여행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잠시 쉼을 하고 나선길 오히려 처음보다 발걸음이 더 무거워 짐은 처음보다 눈의 깊이가 더욱 깊어진다. 바람의 세기가 세차서 인가? 있는 곳은 발목을 넘기고 있고 없는곳은 맨땅에 먼지가 날린다. 찬바람에 서서히 아이들도 부산을 떤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능선의 반복 ⓒ copyright soodong-p
날이 점차 개이고 맑아지면서 바람은 더욱 세차진다. ⓒ copyright sood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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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간단히 꾸린 오늘의 점심. 차림새는 허해도 그 맛은 참 좋다. ⓒ copyright soodong-p
2시30분,
오르락 내리락하는 봉우리를 몇번이고 지나고 누밭에 미끌어지며 노래고 때로는 미끄럼을 타고 즐기며 가는 길, 생각 했던것 보다는 쉽지 않은 산행으로 처음의 계획을 접고 수정을 한다.
이제야 길게 누운 암릉의 밑으로 보문사가 보인다. 원래는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상봉산까지 도착후 회향하여 보문사로 내려오려 하였지만 너무나도 오랜만의 산행에 아이들이 쉬 지쳐 보인다. 절고개를 넘어서지 않고 바로 보문사로 향하여 하산을 한다.
일렬로 늘어선 송전탑. 그대로 내치면 보문사와 닿는다. ⓒ copyright sood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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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사의 위에서 ⓒ copyright soodong-p
3시30분,
석포와 보문사를 오가는 마을버스에 오른다. 후끈한 히터의 열기, 아이들은 5분도 안되어 둘다 깊은 잠이 든다. 찬바람에 누밭을 헤쳐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방금 지나온 산의 모습과 겹친다. 나름 대견하다. "산에 가자"해도 싫은 내색없이 따라주는 아이들, 길손 역시 몸이 풀어질 정도의 후끈한 열기에 잠시 눈이 감기고 아내와 손 꼭 잡고 나도 모르게 쪽잠을 청한다. 기사님의 부름에 정신 차리고 서니 전득이 고개다. 길손의 오늘 산행 들머리 지점에서 마무리를 짖는다.
누런 풀잎들과 하얀 설원의 모습이 잘 어울린다. ⓒ copyright soodong-p
오르는길, 내리는길 결국은 한길이다. ⓒ copyright sood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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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 석포간 마을버스의 승차권 ⓒ copyright soodong-p
그들에게는 현실이고 길손에게는 추억이다. 성인 1.000원, 아이들700원 반표에는 이틀전 날짜가 찍혀있다.
그리고 맨 아래 ※ 에는 <본 승차권은 당일에 한함.> 이라고 분명히 적혀있다..^^
그래도 뭐라하는 이 없다. 내준이도 받는이도..시골마을의 여유..
석모도는 이미 영화로도 때로는 공공매체로도 이미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곳이다. 외포에서 페리를 이용한 짧지만 갈매기와의 시원한 바닷향이 좋고, 서해 낙조의 3대 조망지중 한곳인 민머루해수욕장이 있고, 3대 기도도량으로 널리 알려진 낙가산 보문사와 낙가산의 눈섶바위가 자리한다. 섬을 둘러보는데 많은 시간이 할애 되지도 않는다 하루 내지 이틀정도의 여유라면 섬 전체를 둘러봄이 가능하고 밴댕이회무침과 도토리묵과 인삼막러리로 피로를 풀수 있는 여유도 있는 곳이다. 섬의 어느곳을 가던지 민박과 펜션이 즐비하니 성수기가 아니라면 숙박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다만, 교통편이 조금은 불편할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자기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산에 오르면 밝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 해명산(海明山), 그 말뜻 그대로 능선을 타는 내내 양옆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위를 걸을 수 있고 심심하지 않을 정도의 암릉과 봉우리 사이의 골이 제법 깊은곳도 있다. 산행이라는 의미보다는 가벼운 산책정도로 지루하지 않으나 마냥 쉽게만 걸을수 있는 그런 산행은 아니다. 눈과 바다와 산, 그 셋을 한번에 충족한 해명산.
그 설경의 산행은 오늘도 길손의 추억 한페이지를 써 놓고 있다.
http://blog.daum.net/b-pyung
(2008.1.12)
<출처 : 일상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