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야구

[eastno]

Who are these guys, anyway?

2006년 WBC에서 미국을 7:3으로 격파했을때, 이긴 우리도 놀랐지만

거짓말 같은 상황에 더 놀란 스포츠 주간지 SI.com 의 컬럼 제목이다.

데릭 지터, 알렉스 로드리게스, 로저 클레멘스등이 있는 기라성 같은 미국 대표팀 주전 멤버 한명 연봉이,

한국팀(박찬호 제외) 전체 연봉 보다도 많은 터이니 그 기자의 "얘들 도대체 뭐야?" 하는 글 제목도 이해가 갈법했다.

변방의 한국 야구가 세계무대에 제대로 전입 신고한 것은 아마 그때가 처음이지 싶다.

이선희가 활약한 슈퍼세계대회나, 한대화로 기억 되는 세계대회도 있었지만,

메이저에서는 관심 없는 순수 아마대회 였을 뿐이다.

World Baseball Classic 이라는 야구 월드컵이 탄생하게 된 동기는,

도미니카와 미국의 결승전을 보고 싶은 미국민의 열망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해결해주려 함에 있었다.

도대체 인구 800만의 이 가난뱅이 나라에서 배출한 메이저리그 스타가 끝이 없다.

올초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간 도미니칸이 전체 10%나 된다.

알버트 푸홀스, 매니, 아라미스 라미레즈, 오티스, 소리아노,카노, 퍼칼, 테하다, A.로드,소사, 기엔,게레로,페냐, 벨트레

(너무 많아 성 만썼다.) 투수력은 어떠한가, 외계인 페드로, 콜론, 페레즈,바티스타, 모타,도텔,코데로, 베니테즈 등..

우리가 4강에서 당연히 떨어져 나가 줘야 하는데, 일본에 이어 지덜까지 이겨버리니, "얘들 뭐야" 소리가 나올 밖에..

일본과 3차례나 연짱 붙어야 했던 이유도,

영악 스럽기가 조조의 잔머리 못지 않은 사무국의 결승구도 때문 이었는데,

정작 결승전은 도미니카와 미국이 아니라 쿠바와 일본이 되버렸다.

엄한 객이 와서 잔치상을 접수한 형국이다.

우승한 일본도 우리에게 당한 2패 때문에 용궁갔다 왔으니 찝찝하긴 매한가지 였을터,

주,조연이 분명치 않은 뒤죽박죽의 WBC에서 숨은 주연인 우리에게는 고마운 대회 일뿐 이었다.

한때 김재박의 스몰볼로 시련을 겪은 한국 야구가,

올림픽 본선에 나간다기에 시드니의 동메달 보다는 나은 성적을 내심 기대했다.

그래서 첫시합 미국전..

나는 그 시합을.. 스마일피쳐 송상복의 군상상고와 편기철의 부산고가 결승에서 붙은 황금사자기,

김재박, 한대화의 82 세계 선수권과 더불어, 가장 인상 깊은 "best 3" 로 선정함에 한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군산 상고가 귓싸대기 맞고 갈만한 역전에 역전,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는 과연 그러할만 했으나,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단막극이 아니라 9부작 미니 시리즈 였다는데 착오가 있어서,

올림픽 미국전이 아니라, 올림픽 야구경기로 정정 해야만 했다.

네덜란드전을 제외한 전 경기가 드라마화 된 김경문표 야구는,

숨쉴 틈을 주지않는 서스펜스 스릴러요, 눈물이 주룩주룩의 멜로이며, 2500만의 관객동원에 성공한 블럭버스터였다.

전 경기 얘기를 하고 싶지만 또 길어질 우려가 있으니, 진검승부인 4강전 부터 얘기하자.

센돈예루의 일본 진출설이 나왔을때, 일본 여러팀에서 구애 콜이 있었지만

적응기도 있고 하니 그가 일시 부진하더라도 감싸줄 지휘관 밑에 있는게 좋다는 얘기가 그 당시 나왔었다.

그 적임자는 주니치의 "열혈남아" 호시노라는 얘기와 함께..

이종범과는 아니었지만 크로저 선동렬과는 궁합이 맞았는지 그와 더불어 센트럴 리그 우승을 했다.

과연 열혈남아 인듯했다. 우승하던 날, 9회말 마운드의 선동렬한테 걸어가던 뒷모습에서 그러한 강한 포스도 느껴졌으니..

그러나 북경에 온 호시노재팬의 그는 더 이상 열혈남아의 모습이 아니었다.

입치료(이치로)와 더불어 혀시노라 불리워도 좋을 만큼 언론 플레이에 열중했으며,

말많던  미국과의 3,4위 결정전에서 께름직한 패배후, 그 날밤 그는 지 홈피에서 결코 일부러 진게 아니라고 강변했다.

고의 패배라도, 혹은 고의 패배가 아니라도 이래저래 욕먹을 글을 그는 왜 남겨 놨을까..

그 글을 보고 그의 심경을 읽은 난 우리가 내일 이길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우리 팀과의 승부에서 이긴다는 자신이 없었던게다.

전쟁중에 도망 갈곳을 미리 찾아두는 장수라니..

마에스트로의 역할이 야구 처럼 비중이 큰 스포츠 종목이 있던가.

기자회견 중 한국팀 4번이 누구냐던 그가 승엽이 에게 맞은 홈런 이후로 카메라에 잡혔다.

그는 그저 처연해 보였을 뿐이다. 노회한 장수의 서글픔처럼..

그에 반해 우리의 경문표는 어떠했나?

7회에 등판한 후지카와 큐지로 부터 볼넷을 얻어나간 이대호 대신 정근우를 대주자로 교체했다.

식당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는것 처럼, 야구를 자주 접하다 보니 내 생각이 감독과 맞을때가 제법 많은데,

저건 아니지 싶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생중계 중이던 미국의 캐스터도 그랬단다. 이해 할수 없다고..

경문표는 동물적인 느낌으로 승부처로 인지 하였던듯..

후지카와는 일본 양리그 통틀어 최고의 크로저다.

날다람쥐 정근우가 주자로 있음으로 해서 직구를 유도 했고, 직구에 강한 고영민은 안타를 쳤다.

흔들린 후지카와가 후속 이진영에게 던진 구종은 포크볼이었지만, 동점타를 쳐낸 그때 승부는 거기서 갈라졌다.

허구라 표현대로 후지산이 무너졌다.  후지카와는 그만큼 좋은 투수다.

승엽의 홈런은 이를 확인하는 수순이었으며, 호시노 재팬은 그렇게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호시노는 경문에게, 아베와 우에하라는 승엽에게 꼭 금메달을 따길 바란다는 대사를 전했다.

이 대목은 그들답게 깔끔하다.

쿠바가 야구 강국이라는 말은 좀 아이러니 하다.

부르조아적인 냄새가 짙은 스포츠가 프로레타리아의 지지를 받는다는건

피델 카스트로라는 절대 권력자 때문일 터인데,

한때 메이저리거가 꿈이었던 그가 북경 입성을 앞두고 가진 우리와의 친선게임을 생중계로 봤댄다.

10점 차이로 지니까 감독에게 전화 해서 너무 얕보는거 아니냐고 했다는..(했다카는 미확인 보도 )

성격은 호방한지 결승전이 끝나자, 우리팀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새벽에 중계된 친선게임 시청률이 30%가 넘을 정도로 쿠바인들은 야구를 좋아하나 본데,

나는 이들이 왠지 그리 밉지가 않았다.

1 아웃 후에도 번트를 대는 쫌스런 스몰볼 일본 야구와는 확연히 달랐다.

메이저리그 와는 또 다른 형태의 빅볼이었으며, 누구네처럼 속이려 하지도 않고 속지도 않았다.

우리는 야구를 이렇게 하니까, 니네두 어디 해봐 하는듯 의연했다..  명불허전.

잘 풀리는듯 싶던 게임이 박진감 있게 이어지다가 9회말에 문제가 생겼다. 주심의 카메오 출연이다.

푸에르토리코란 나라도 나름 야구 강국이다.

카를로스 델가도, 벨트란, 버니 윌리암스, 호르헤 포사다,  바스케스, I.로드,등 좋은 선수가 많은데 심판은 왜 그 모양인지..

주심이 스트라익 존으로 투수를 살리고 죽이는건 마음만 먹으면 일도 아니다.

문제는 그 zone 이란게 아마와 프로가 다르고, 나라별로 다르며, 사람마다 다르다는데 있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감수해야 하는데, 일관성에 문제가 있으면 대책이 없다.

오죽하면 동메달 받을라구 시상 대기중이던 미국애들까지 허탈한 웃음을 지으리..

8회 까지도 잡아주던 코스를 못 본체하며 호투하던 괴물 류현진이를 흔들어 놓고, 포수를 퇴장 시켰다.

열받은 강민호가 미트를 내던졌는데 생중계 중이던 미국 캐스터는 시속 99마일로 던졌다고 낄낄대고..

하일성 총장 얘기로는 그 사건이 우리가 승기를 잡게된 계기가 됐단다.

이 양반은 미국전에서 면도를 안하게되어 징크스때문에 그날 까지 못했다는데,

그 덕에 별명만 잔뜩 얻어오게 됐다나,  숀코네리, 나훈아, KFC..등

쿠바 방송기술로 송출되었다는 카메라 액션 때문에 그 상황을 통 알수가 없다.

메이저리그 중계는 아니더라도 우리 만큼만 되도 다 잡혔을것을..

우찌됐건 에스파뇰의 라틴 커넥션으로 인해 1사 만루가 되었고,

쩔둑이는 진갑용과 정대현이 들어섰다.

1점차 승부인데 이상황에서 점수내는 방법은 열댓가지나 있다. 아 ! 어찌 되려나..

쿠바 덕아웃에서는 갑자기 생수통을 하나씩 들고 밖으로 뿌려대며 괴성을 지르기 시작 한다.

그것은 마치 카리브해에 퍼져있는 부두교의 종교 의식처럼 기이한 광경이었고,

호시노 재팬이 덕아웃에 뿌렸다는 소금을 떠올리게 했다. 처절한 금메달의 승부여..

정대현의 얼굴표정이 침착해 보여서 좋은 예감이 들었지만,

타자는 메이저리그에 가면 당장 3000만불을 받을수 있다는  천재 구리엘..

그러나 우리의 크로저는 공 3개가 필요 했을뿐 이었다.

그들에겐 최악이요, 우리에겐 최선인 교과서 적인 6,4,3..

휘두르는 배팅후의 장면은 박진만, 고영민, 이승엽으로 이어졌고 

오우삼 감독이 결정적인 순간에 들이대는 슬로우 모션처럼 그렇게 각인 되었다.

그들의 함성은 들리지 않았다. 내 찢어지는 목소리가 그들의 함성을 덮어 버렸기 때문이다.

팔짝팔짝 뛰는 우리의 전사들이 너무 예뻐 보였고,

그 빈티나고 읍써 보이는 유니폼까지 덩달아 폼나 보였다.

만화 작가만이 가능한,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9부작 드라마는 그렇게 완성 됐다..

6개월뒤에 시작될 2회 WBC의 선전을 기대하며..

[코스모스]

그 빈티나고 읍써 보이는 유니폼까지 덩달아 폼나 보였다.....좀, 그렇치요? 저도 예전부터 느꼇던 부분인데 유독 우리선수들의 유니폼은..모든 종목을 망라해서..좀 빈티나 보이던 기억이. 특히 몇년전에 보았던 탁구..명색이 국가대표인데, 유니폼은 정말, 허접...우..글중에 군산상고 '송상복"투수..스마일 피쳐..정말 기억속의 인물 입니다. ^^* 제가 이선수는 지금도 또렷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짜든, 이번 올림픽에서 제가 가장많이 가슴 졸이며 보았고 또한 가장 흥분되고 기분 좋았던 기억은 야구..그것도 쿠바와의 결승전 이었다고 생각 됩니다. 가장 아쉬운 경기와 선수는 펜싱의 "남현희"였구요..^^* 잘 읽었습니다.

[eastno]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야구 붐이 일게 된건 고교야구가 시작 일듯, 그 당시에는 고교야구를 준결승 되기도 전에 지상파에서 생중계 하곤 했는데..신문사 마다 고교야구 대회로 경쟁도 하구..^^ 대통령배, 청룡기, 황금사자기, 봉황기, 대붕기..요즘은 우찌 됐나

[하나또하나]

저도 남현희 선수가 너무 아까워요.

[violet]

아놔 600자나 쓴 댓글이 싹 없어져 버렸어 진짜 600자 딱 채워 쓴글이 내맘에 쏙들었었는데...

[violet]

역시나이스트노님은 날 시키지 않는다는..드라마틱한 한국팀의 마지막 올림픽야구에 대해서..아주 알차고 재미나게 쓰셨네요 제목을 'Who are these guys, anyway'나 '당최 쟤들 모야'로 했음 클릭수가 많았을텐데..위에 거론한 대부분의 선수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는 야구 문외한이지만..이번 올림픽야구 결승전은 손에 땀을 쥐며 본 간만의 빅게임이었죠 목은 라도 2002년 월드컵때를 연상시키는 마지막 9라운드 그 환희와 감동의 순간이란뭐니뭐니해도 김경문감독 멋졌어요 서울 떠날 때 나체로 길에 나간꿈을 꿨다던가요

[eastno]

600자가 뭔 소리드래요 .....암튼 그래두 볼건 다 보시네요.^^ 우생순을 야구버전으로 누가 제작해도 장사가 될것 같은디.. 등산은 잘 댕겨 오셨나 몰겠네요..

[긴호흡]

스포츠엔 그닥 흥미를 못갖는 저에게도 이번 올림픽 야구경기 만큼은 관심을 갖고 보았드랬죠^^ 야구 만큼이나 eastno님의 글도 재밌게 읽고 갑니다*^^*

[eastno]

음악만 들입다 좋아하시니 스포츠에 관심이 없죠.. WBC가 내년 3월에 시작하는데 아마 지역 예선은 일본에서 2월에 할거에요, 꼭 보시래두..^^

[하나또하나]

eastno님의 야구 역사를 읽으니 그옛날 야구장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처갑니다. 하두 오래되서요. 그래도 1973년 봉황기인지 황금사자기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경북고와 대구상고 와의 결승전에 구경을 갔었는데요. 그날 누가 이겼나?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그 경기 최우수선수상을 김한근 선수가 받았는데요. 김한근 선수과 생년월일이 같은 사람한테는 선물이 있다는 거예요. 생일을 발표하는데 1955년 3월5일 어머나~! 어머나~! 아공기뻐라 저랑 같은 날인데 제가 그날 주민 증록증이 없어 확인이 안되어서 상품을 못받았다는 서글픈 이야기를 .. 그러나 저러나 김한근씨는 지금 무엇을 하시나?

[eastno]

제 기억으로는 대통령배 결승에서 구상과 경북고가 붙었는데 구상이 허벌나게 깨졌다는..장효조 혼자 3루타치고 분전 했던 기억, 제가 그때 동대문 운동장에 갔었거든요? 근데 1955년 생이시라는걸 보니 또하나님이시군요. 김한근 선수하고 생일 같다는것두 좀 희안하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