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식탁을 행해 질주 할 기세등등했던 음식재료들
그들에게도 욕망으로 불타던 시절이 있었다
차마 날개를 달지 못했던 꿈들이
내 속에도 있었다
쉽게 버리지 못하고 꼭꼭 쌓아 둔
오래된 습관들이
자만과 욕심이 되어
내 생활 곳곳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쓰고 있었다
냉장고 청소를 했다
내 머릿속도 비웠다
뻥튀기 아저씨
어릴 적 우리 옆집에는 뻥튀기 아저씨가 살았다
우리들의 간식을 책임지고 해 주시는 고마운 아저씨
밭에서 김을 매다가
논에서 모를 심다가
아저씨는 매일 뻥튀기 기계를 돌리고 또 돌렸다
쌀, 보리, 옥수수, 콩,
모든 잡곡은 기계 속에서 놀라운 변신을 했다
그 중에 가장 많이 튀겨지는 것은 옥수수였다
유리알처럼 예쁜 사카린을 조금 넣은 옥수수는
하루 종일 아저씨 손에서 마술 부리듯 튀겨졌고
뻥이요~ 하고 외치는 소리가 커지면
아저씨 딸 희야는 예쁜 옷을 사 입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아저씨가 뻥이요~ 외치는 순간
옥수수 강냉이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울타리에 나뭇가지에 마당에
흰눈처럼 내려앉았다
우리는 아저씨보다 더 큰 환호성을 지르며
옥수수 강냉이를 주워 먹었다
마당에서 잠자던 강아지도 신났다
아저씨는 울상을 하다가 그만 허허 웃고 말았다
내일 장날이니까 망 하나를 새로 사야겠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아저씨 이마에 노을이 내릴때 쯤
울 엄마는 감자떡 한 바구니를 희야네로 보냈다
오늘은
아저씨가 하늘나라에서 뻥튀기를 하시나보다
하얗게 눈이 내리고 있다
매미
직업군인 남편 따라
이삿짐 싸서 전국을 누빈 세월 26년
나이 쉰 살에 남은 것은 허리디스크
서울대학 병원에서 수술하는 친구에게
죽 한 그릇 사들고 문병 가는 길
목소리가 유난히 큰 매미는
아까부터 소리 지르고 있었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맴~맴~
정신 차려서 건강 지키라고
맴~맴~
매연과 소음 속에서
간덩이 큰 매미는 어느새 목이 쉬었다
마취가 덜 풀린 모습으로
수술실에서 나오는 친구를 보자
나는 이내 목 쉰 매미가 된다
크라운산도
우리 식탁에는 늘 크라운산도가 있다
여섯 살부터 먹어 온 크라운산도는
아버지만큼이나 정겨운 과자다
이제는 내가 크라운산도를
하늘만큼 땅만큼 많이 사 드릴 수 있는데
올 추석에도
아버지는 오시지 않았다
아버지 계시는 나라에는 기차도 없나보다.
내 아이들에게 줄 과자를
한 아름 사들고 퇴근하면서
아버지 마음을 느껴본다
아버지 저는 잘 있습니다
아버지가 생각하셨던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크라운산도를 보니 아버지가 몹시도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