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성에 도착한 선재동자는, 명지 거사를 찾아 두루 돌아다녔다. 중앙의 넓은 대로에 이르자, 칠보로 장엄한 높은 전각 위에, 보석과 황금으로 뒤덮인 훌륭한 보배 자리에 앉아 있는 명지 거사의 모습이 보였다. 거사의 주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악인樂人들이 갖가지 악기를 연주하는데, 그 미묘한 가락의 아름답기가 하늘의 풍류와 같았으며, 훈향이 바람에 묘한 향기를 풍겼다. 극락정토가 바로 이럴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선재동자는명지거사를 향해 합장했다.
“거룩하신 이여, 나는 모든 중생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모든 중생의 갈애를 없애게 하고, 모든 중생을 편안하게 안주시키고, 모든 중생이 부처님의 지혜를 갈앙하고, 부처님의 공덕을 즐거워하기 위해, 위없는 깨달음을 구하며 순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아야 일체 중생의 의지처가 될 수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부디 가르쳐 주십시오.”
“보아라, 나의 이 대중들을. 내가 이 모든 중생들을 위없는 깨달음을 향해 발심시키고, 윤회의 바퀴에서 벗어나게 하고, 내가 이들을 바라밀로서 양육하고, 법의 평등성을 깨닫게 했다. 이와 같이, 보살은 모든 중생의 보육자다.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내 뜻에 따라 출생하는 복덕장이라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내 뜻에 따라 구하는 대로 복이 나오기 때문에, 중생의 원에 따라 음식물이든 의복이든 향료든 장신구든 집이든 수레든 가축이든, 어떤 것이라도 구하는대로 다 줄 수 있다. 잠깐 기다리면 스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명지 거사가 이렇게 말할 적에, 한량없는 중생들이 사방팔방의 도시와 촌락에서 모여들었다. 그들은 보살의 희사를 알리는 큰북 소리를 듣고, 갖가지 원과 갖가지 음식물을 구하러 온 중생들이었다. 명지 거사는 간절한 원을 가진 중생들이 모인 것을 알고, 잠시 무념무상에 잠긴 뒤 허공을 우러러보았다. 그러자 어찌된 일인지 구하는 것이 다 허공에서 내려왔다. 갖가지 맛과 갖가지 색의 음식물이 허공에서 내려와 거사의 손바닥 위에 놓였다. 거사는 그것을 순서대로 나누어 주어 모든 대중을 만족시키며 기쁘게 했다. 그런 뒤에 법을 설하였다. 중생들이 왜 많은 것을 배워야하는지, 왜 빈궁에 빠지는지, 어떻게 하면 부를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복덕을 모을 수 있는지, 미혹한 세계의 모습을 설하여 마음의 가난함을 알아차리게 했다. 먹을 것을 구하는 중생에게는 신체의 건강함과 수명의 존귀함을, 미각의 즐거움을 구하는 중생에게는 깨달음의 맛을, 탈 것을 구하는 중생에게는 대승의 가르침을 설하였다.
명지거사가 이렇게 불가사의한 보살의 깨달음의 경계를 나타내 보인후,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착한 이여, 나는 오직 내 뜻에 따라 출생하는 복덕장이라는 깨달음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저 모든 보살 마하살들이 보배손을 성취하여 모든 시방국토를 두루 덮고, 자유자재한 힘으로 가지각색의 보석이나 의복이나 장식물이나 악기나 보관이나 향료를 비 내려 모든 중생을 만족하게 하고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는, 그와 같은 보살의 공덕에 대해서는 나는 설할 수가 없다.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사자궁이라는 도성이 있고, 거기에 법보계라는 장자가 있다.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수행하면 좋을지를 물어라.”
선재동자는 명지거사의 불가사의 한 깨달음의 위력에 감탄하면서 이별을 고하고, 또 다시 순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