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9월 23일 토요일 맑음
‘어, 버섯이 별로 없네’ 일찍부터 서둔 소득이 없다.
“요새 날이 가물어서 버섯이 안 나와. 김장을 봐서두 한 줄금 와야 할틴디....”
그 며칠 비가 안 왔다고, 금방 버섯으로 영향이 갔다네.
날씨가 이렇게 중요한지는 농부가 되고서 뼛속 깊이 느낀다. 이젠 비를 기다리네. 며칠 더 안 오면 물을 주는 수밖에 없다. 날씨가 신역을 고되게 한다.
오전 중에 밤줍기를 끝내고, 대전으로 출발해야 한다.
운사모 번개모임 생각으로 가슴이 설렌다.
11시 30분에 밤줍기를 끝내고 광생리로 향했다. 급하다. 시간이 촉박하다.
수매장에 들어가는데 “이리 와요. 식사하세요”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입구 왼쪽 그늘의 평상위에서 모두가 점심식사를 하시고 계셨다. ‘아하, 점심시간이구나. 이 거 난감하네. 빨리 달려야 하는데....’
“아이, 빨리 와요. 어차피 식사가 끝나야 일 시작해요” “어서 오세요” 모두가 합창을 한다. 여기는 아직 시골 인심이 남아있다.
잠시 머쓱했지만, ‘에이 서로 친한 게 좋은 거지’하고 끼어 들었다,
“밥값이 얼마예요 ?” “백원예요” “백원짜리가 없는 데요” “그러니까 백원이죠”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 가족인 분위기다. 이래서 광생리가 좋다. 전에는 농협수매장으로 갔었는데 그곳 분위기는 딱딱하다. 농협 사람들은 농민을 아래로 보는 인상을 주어 싫다. 광생리로 오시는 농민들에게 농협을 물어 보면 대뜸 “그놈들 농민 피 빨아먹는 놈들이지요” 거침없이 나온다.
그래선 안 되는 데.... 농민이 있기에 그들이 있는 것이 아닌가.
“저 할머니는 구십 삼 세 이세요” 사장님이 내 옆에 계신 할머니를 가리킨다.
“예, 그 연세에 힘든 일을 하세요 ?” 편안하게 잘 웃으시는 그 분이시다.
“그냥 노는 거지유. 많이 드셔유” 하시며 밥 한 그릇을 더 권하시고, 김치며 반찬을 자꾸 밀어 놓으신다.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할머니 건강하세요” “고마워유”하시며 편안하게 웃으신다.
“큰 그릇에 김치와 것절이를 넣고 비비는데 사장님이 고추장을 밀어 주신다.
맛있게 잘 먹었다. 밤을 달리는 중에 대평리 대농께서 오셨다. 작년에 육천만원을 하신 분이시다. “올 해도 밤농사 잘 되셨죠 ?” “밤이 있어야지유. 올 해는 간신히 이천만원이나 채울지 모르겠어유” 밤 흉년이 틀림없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안사람 등을 밀어 금산으로 출발했다. 평소 놀러다니지 않았다고 원망하는 안사람에게 놀러가는 건수를 채우는 것이 하나요. 오늘 참석인원이 적을 것을 대비하여 한 사람이라도 더 늘릴 수 있는 것이 두 번째니 이를 말하여 ‘일석이조’라 하지 않겠는가.
네비가 안내해주는 대로 따라가니 금산 군청 바로 이웃에 있는 동성인삼 간판이 보인다. 1분회 박상미 형제님 인삼공장이 아담하니 예쁘게 들어서있다.
형제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신다. 이제 세 명 참석이요. ‘얼마나 오실까 ?’
시간이 지나가도 오시는 분이 없네. 차츰 조바심이 난다.
“번개팅이 다 그래요” 상미님이 내 맘을 풀어주신다. ‘그렇게 생각해야 되나 ?’ 그래도 오실 줄 알았는데.... 오실 거라 생각했던 형제님들 얼굴이 떠 오른다.
얼마 후 사무국장님과 회계님이 오셔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모두가 다섯. 떠나야 할 시간이 지나간다. ‘마음을 비워야지’ 온 김에 효도선물을 해야겠다. “난 장모님 보약이 제일 먼저야. 장모님 드실 홍삼액 하나 주세요” “난 그럼 시어머님 보약 사야겠네요” 안 사람이 즉각 따라 나선다. 웃음도 덩달아 쫓아 오고.... 분위기가 그만이었다.
우리 부부가 척척 맞는 것을 보더니 사무국장님 회계님도 따라 나선다.
한 가게에서 파는 홍삼액도 질이 여러 가지란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같은 이름의 홍삼액이라도 아무데서나 살 일이 아니더라. 상미님께서 제일 좋은 것으로 주신단다. 믿을 수 있는 동성인삼에서 제일 좋은 홍삼액으로 샀으니 마음이 흐뭇했다. 우리 장모님과 엄마가 복이 있으신 게지.
인삼엑스포장으로 떠났다. 국제적인 축제라고 하더니 인종 박람회 같았다.
아따, 저런 게 다 있나 ? 아름들이 나무가 빙빙 돌아서 깜짝 놀랐다.
진짜 나무가 아니라 나무 모형 위에 온톤 화분으로 장식한 가짜 나무였더라.
우리 다섯이 운사모를 대표해서 사진을 찍었지. 잘 나왔잖아.

엑스포 경내를 속속들이 살펴보았다. 일정까지 세밀하게 준비해 두신 상미님 덕에 알찬 시간을 보냈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금산의 별미를 먹으러 갔다.
김정이 삼계탕. 처음 경험해 보는 삼계탕 맛이다. 진짜로 별미였다.
나도 삼계탕 끓이는 데는 에지간히 자신이 있었는데 기가 팍 죽더라.
퇴직 후 삼계탕 집을 열 생각으로 산에다 오가피, 엄나무, 헛개나무를 잔뜩 심었고, 황기만 심으면 된다고 생각해왔는데 포기를 해야겠다. 이 맛을 낼 자신이 없더라.
상미씨는 한 군데라도 더 보여주려고 정성을 다 하신다.
수삼시장도 들렀다. 삼 한 채가 750g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작은 것은 20여 뿌리, 아주 큰 것은 세 뿌리로 한 채가 된다고 폼을 잡고 누워있다. 가격은 만 팔천원과 12만원. 열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 거나 그 거나 약효는 같애요” 상미씨 말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먹을 거라면 구태여 큰 것 찾아서 비싸게 살 필요는 없겠더라. 이것 저것 물어본 게 미안해서 한 채를 사들었다.
아직도 성이 차지 않으신 상미씨는 금산의 신시가지. 구시가지를 구석구석 속속들이 구경시켜 주시며 땅값이 싼 곳, 비싼 곳까지 알려주신다.
그래도 그냥 보내기 아쉬워하신다. ‘바쁘신 분 너무 오래 고생시키면 안되겠다’ 우리가 사양을 했다.
상미씨는 금산에서 제일 유명한 동성인삼을 경영하시면서, 유아원 원장님도 하시는 데다 면학을 위해 대학 공부도 하시니 얼마나 힘드실까 ?
“오늘 너무 감사합니다. 덕분에 본전을 뽑고도 많이 남았습니다. 너무 힘들게 하지 마시고 건강도 생각하세요” 모두가 대 만족으로 헤어졌다.
오늘은 수지 맞은 날이었다.
올 때 내비가 속만 썩이지 않았어도....
운사모 처음으로 해 보는 번개모임, 많이 서운했지만, 번개팅이 원래 그런 거라는 상미씨 말을 생각하고 마음을 돌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