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토) 서산 엘림하우스에서 하는 세미나에 참석한 아내를 데리러 갔습니다. 원래는 제가 참석할까 했는데 반주를 부탁하는 바람에 저는 집에 있으면서 아이들을 돌봤습니다.(학교 보내기 ^*^) 마지막 날이지만 조금이라도 들어볼 요량으로 9시에 가서 오전 강의를 듣고 점심을 먹고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에 롯데마트에 들려서 시장을 봤습니다. 잘 안 가려고 하는데 그놈의 할인권 유혹에........ 같이 시장을 보다가 저 혼자 돌아다니는데 젊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몰려다니는 광경이 눈에 띄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자세히 봤더니 한 젊은 친구가 선글라스를 쓰고 쫄쫄이를 입은 다음 무슨 반바지 같은 흰색 속옷을 입고 뭔가를 사고 주변 친구들은 좋아라하고 한 친구는 연신 디카로 사진을 찍어대는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봤더니 이상한 차림의 남자 옆에 여자가 있는 것을 보고서야 상황파악이 됐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랑 신부 친구들과 뒤풀이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뒤풀이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마트에 와서 것은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 또 자세히 봤더니 윗옷은 빨강색 계통의 옷입니다.(어쩌면 내복일지도) 신랑을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코너 직원에게 인사도 시키고 물건을 사게 하는 것을 봤습니다. 친구들은 재미있어 하는 것 같고 신랑도 굳이 마다하기 보다는 나름 즐기는 것 같았고 다만 신부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리며 따라 다닙니다. 이런 행동들을 보면서 직원들도 그렇고 손님들도 그렇고 다들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는 곳마다 박수 쳐 주는 센스 있는(?) 관객들 덕분에 신랑도 더 신이 나는 듯 보였습니다. 한바탕 돌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신랑의 모습(삐에로 같은 복장)을 보면서 저 황당한 차림을 하고 저렇게 행동하게 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사랑하는 신부를 만난 백년가약을 맺은 기쁨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소중한 반쪽을 만나 하나가 된 날이기에 너무나도 기뻐서 다소 어이없어 보이고 무리한 요구에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온갖 미션을 수행하지 싶습니다. 정말이지 저 같은 사람에게 저런 미션이 주어진다면 결코 쉽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즐기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함께 응해주는 것을 보면서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속으로 욕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요…….^*^ 다만 황급히 올라가는 신랑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한쪽 구석에 좀 창피스런 마음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아마 그런 행동은 결혼한 그날, 기쁨으로 가득한 날이기에 다소 무리한 행동을 거침없이 즐겁게 수행합니다. 다소 무리한 행동을 그래도 거침없이 그리고 즐겁게 하게 하는 그 날의 힘이 그립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주님과 결혼한 신부들입니다. 신랑 되시는 주님이 가정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춤을 추십니다. 단 하루가 아니라 영원히 우리를 위해서 춤을 추십니다.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무리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너무나 사랑해서......... 세상 한 복판에서 춤을 추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