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교] 4장. 무당산의 혈투
4. 무당산의 혈투
냉혹하고도 살기 어린 고명원의 눈초리에 현청은 속으로 섬뜩해서
전신의 내공을 돋구고 상대방의 사나운 일격에 대비했다.
고명원은 차갑게 상대방을 응시했다. 눈동자에서 불이라도 뿜어 나올
것 같았다. 한참 동안 주시하다가 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무당파는 중원 구대문파의 하나인데 이토록 비열한 음모를 꾸미다니,
현청, 당신은 부끄럽지 않소?]
현청은 얼굴을 살짝 붉혔으나 차갑고 쌀쌀한 어조로 대꾸했다.
[고명원, 당신이 혓바닥을 놀린다 해서 무슨 소용이 있을 줄 아시오?]
고명원은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현청, 당신이 장문인을 시해하고 사형을 암암리에 해친 사실을 다른
사람이 모를 줄 아시오?]
현청은 냉소했다.
[혈수천마, 당신은 몸에 천랑정(天狼釘)이 적중되었소. 지금쯤 독이 심
장을 파고들 터인데 당신은 무당산을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고명원은 천천히 오른손을 쳐들었다.
[이까짓 천랑정이 노부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소? 현청, 눈이 멀
지 않았으면 이것이 무엇인지 보실까?]
고명원의 손바닥에는 길이가 네 치 정도 되는 파란빛을 발하는 커다
란 못이 놓여 있었다. 운기행공해서 천랑정을 밀어낸 모양이었다. 과
연 그의 발 밑에 한 무더기의 검은 피가 고여 있었다.
현청은 자기가 조금 전에 즉시 손을 써서 적을 공격하지 않아, 상대
방이 운기해서 독을 몰아낼 기회를 준 것을 후회했다.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문밖으로 걸어나갔다.
고명원은 현청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 호통을 질렀다.
[현청, 어딜 가려고?]
붉은 그림자를 번득이며 번개같이 뒤쫓아갔다. 현청은 문 입구에 가
까이 서 있었기 때문에 몸을 돌리자마자 단실에서 걸어 나갈 수 있었
고, 고명원이 몸을 날렸을 때 육중한 석문은 이미 닫혀진 후였다.
고명원은 몸이 석문에 닿으려는 그 찰나 와락 몸을 세웠다. 그는 문
앞에 서서 깊이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천천히 앉았다.
고검남은 광주리 안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부친은 창백한 안색으로
땅바닥에 앉아 오른손을 수평으로 뻗쳐 앞가슴에 대며 괴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물론 그는 부친이 운기연공해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대략 반잔의 차를 마실 시각이 지나자 고명원의 안색이 정상으로 회
복 되었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몸을 일으켰다.
고검남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아버지, 어떻게 된 거예요?]
고명원은 쓸쓸히 웃었다.
[나는 관속에 누워 있던 자가 사천 당문의 장문인 당체(唐 )인 줄 알
았는데, 뜻밖에도 그 사람은 묘강(苗疆) 강시문( 屍門)의 고수였다. 조
금 전에 그는 당문의 독암기인 천랑정으로 나의 호구를 찌르면서 화
시수(化屍手)를 써서 느닷없는 일격을 가해 왔다. 정말 악독한 수단이
었지.]
고검남은 손을 내밀었다.
[아버지, 천랑정을 나에게 좀 보여주세요.]
고명원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 천랑정에 극독을 묻혀 놓았기 때문에 너는 손을 댈 수 없다. 나는
싸 두었다가 훗날 당문으로 가서 따지겠다. 만약 네가 미리 깨우쳐 주
지 않았다면 이 애비는 지금쯤 독이 심장까지 파고들어 죽었을 게다.]
그는 옷자락을 찢어 천랑정을 싸더니 광주리 안에 넣었다.
고검남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는 아버님이 비열한 소인들에게 암산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
어요.]
그의 말속에는 믿음이 깃들어 있었다.
고명원은 속으로 기쁘게 생각하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얘야, 내가 너에게 묻겠는데 조금 전에 너는 어떻게 현천도장이 가짜
라는 것을 알아내었느냐?]
고검남은 대답했다.
[제가 다섯 달 전, 기련산에서 현천 노도장을 뵙게 되었을 적에 노도
장께서는 왼손으로 제 머리를 쓰다듬으셨어요. 그 때 그 분은 손에 새
까만 반지를 끼고 있었지요. 그런데 조금 전 그 사람은 손에 반지를
끼고 있지 않았어요.]
고명원은 얼른 물었다.
[그 반지는 장문의 신표이다. 현천도장께서 이미 세상을 떠나셨으니
그 반지도 당연히 다음 장문에게로 넘겨가지 않았겠느냐? 그런데 어
떻게 관 안에 누워 있는 사람이 현천도장이 아닌 줄을 알 수 있었
지?]
고검남은 웃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뻗쳐낸 손가락에는 반지를 낀 흔적이 없었어요. 오
랫동안 반지를 끼고 있었다면 뽑아낸 후에도 흔적이 남아 있을 터인
데 어째서 자국이 전혀 없고 살빛도 차이가 없는가 하고 의심했지요.
..]
고명원은 그 말을 속으로 흐뭇하면서도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무척 쉬운 이치인데도 여느 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한다. 더군
다나 그 짧은 순간에 검남은 현청마저도 발견하지 못한 조그만 빈틈
에 의거해서 그 사람이 가짜라고 단정했다. 이와 같은 슬기로움이 어
찌 보통이겠는가!)
그는 이와 같이 총명하고 슬기로운 아들이 있는 것을 기뻐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들의 생명이 머지 않아 사라지는데 대해 괴로움을 느꼈
다.
그는 이빨을 깨물며 다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검남이 열 다섯 살이 되기 전에 몸의 잔질을 치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죽은 제 에미를 대할 수 있겠
는가?)
장래를 생각하자 막막하고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
가 짊어지고 있는 책임이 그토록 중대하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용기를
냈다.
대광주리를 받쳐들고 고명원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굳건히
했다. 아들을 데리고 운명에 도전하리라 결심한 것이었다.
그는 힘주어 석문을 밀어 보았다. 그러나 문밖에서 잠궈져 있었다.
그는 손에 힘을 주고 오성의 내력을 쏟아내 보았으나 석문은 여전히
털끝만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고검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버지, 그 나쁜 도사는 틀림없이 우리를 이곳에 가두어 죽일 작정이
에요.]
고명원은 호탕하게 웃었다.
[천하의 그 어떤 곳이 이 혈수천마를 가둘 수 있겠느냐?]
그는 뒤로 한 걸음쯤 물러서서 솥뚜껑 같은 손으로 허공에 반원을
그렸다. 그의 몸에 걸치고 있는 홍포자락이 바람도 없는데 펄럭거렸
다. 곧이어 그의 입에서 호통 소리가 터져 나오고 그의 손은 신속하게
문을 후려쳤다.
펑!
하는 소리가 크게 울리며 단실 안에 고막을 뒤흔드는 메아리가 울려
퍼지고, 눈앞의 석문은 침맹( 猛)한 일장에 박살나 수십 조각의 깨어
진 돌들이 소용돌이치는 장풍을 따라 밖으로 쏘아져 나갔다.
고명원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그 찰나 몸을 날려 단방에서 달려
나갔다.
그의 몸이 허공에 떠 있는 순간에 광채가 번쩍이더니 검광이 쏘아져
자기 앞의 모든 빈틈을 깡그리 막아버렸다. 검산(劍山)이 우뚝 막아 앞
으로 더 나아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었다.
고명원은 검광을 보고 안색이 변했으나 일성을 대갈하며 앞으로 쭉
뻗쳐 나가던 기세를 빌어 손을 허공에 세웠다가는 맹렬히 후려쳤다.
장인(掌刃)은 한줄기의 세찬 휘파람 소리를 일으키며 바로 앞을 우뚝
막고 서 있는 검막(劍幕)을 후려쳤다. 이 일격에 그토록 엄밀한 검식에
빈틈이 뚫리고 말았다.
검막이 뚫리자 고명원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잇달아 삼장을 후
려쳤다. 연달아 세 번 무겁고도 답답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막을 이루
었던 장검들은 어느 덧 세찬 기운에 얻어맞아 활처럼 휘어지고 말았
다.
[얏!]
고명원은 기합을 넣으며 한 모금의 깊은 숨을 뱉어내고 손목을 떨치
며 허공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그의 발끝이 막 땅바닥에 닿는 순간
팍!하는 소리와 함께 그를 공격했던 장검 가운데 한 자루가 두 토막으
로 분질러지고 검을 들었던 늙은 도사는 몸을 한차례 휘청거리며 세
걸음이나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사방에서 놀람에 찬 소리가 울려 퍼지고 네 명의 늙은 도사가 부채
꼴 모양으로 고명원을 포위했다. 네 자루의 장검을 가슴팍 앞에 수평
으로 쳐들었는데 검끝은 고명원의 앞가슴을 겨누었다.
[자네들은 뒤로 물러서게!]
검이 부러진 늙은 도사는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다섯 자루의 검으로 막지 못했는데 네 자루 검으로 어떻게 막겠는
가?]
고명원은 네 명의 늙은 도사들이 묵묵히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그 다섯 명의 도사들이 바로 조금 전 현청을 호위하던 다섯 도
사들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그는 그들이 손에 들고 있는 장검을 쓸어
보고 입을 열었다.
[알고 보니 천하에 이름이 알려진 오행이검(五行異劍)이구려. 어쩐지
검법이 그토록 오묘하더라니!]
그 다섯 명의 도사들은 무당파의 다섯 호도(護道) 장로들이었다. 그들
은 원래 무당파 제십대 장문인 부구자(浮丘子)의 시검도동(侍劍道童)들
이었다. 그런데 기연(機緣)으로 뒷산에서 한 권의 떨어져 나아간 검보
를 발견하고 그 검보에 실린 오식(五式)의 검법을 연마하게 되었다.
그 오식 검법의 오묘함은 무당검법보다 뛰어난 점도 있었다. 그래서
부구자는 그들을 호도(護道)의 도동(道童)으로 임명하였다.
그들은 무당파의 직계 제자가 아니었고 그 오식의 검법 또한 오행(五
行)의 이치에 따라 창안되었다. 수십 년 동안 그들 다섯 사람은 장문
인을 따라 몇 번 산을 내려간 적이 있었고 지금 고명원에게 패해 물
러난 것이었다.
금도인(金道人)은 고명원의 말을 듣고 얼굴에 쓴웃음을 띄웠다.
[혈수천마는 과연 우내이마(宇內二魔) 가운데 한 사람답소. 빈도는 오
늘에야 내공에 의지해서 오행검법을 깨뜨릴 사람이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소. 시주가 감히 홀로무당산으로 뛰어들어 우리 작고하신 장문인
의 법체를 망가뜨린 것도 무리는 아니구려. 그러나 당신은 천하무림이
의분을 느끼고 구대문파가 연합하여 공격하는 것이 두렵지 않소?]
고명원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
[금도장, 현천도장의 유체는 노부가 보지 못했소. 단방에 눕혀져 있던
자는 현천도장이 아니라 가짜였소. 이 일은 현청도 알고 있었소. 조금
전에 그는 관속에 있는 사람이 천랑침으로 노부를 암살하다가 노부에
게 격살당한 것을 보았소...]
그 말이 떨어지게 되자 정원에 서 있던 수십 명의 도사들은아연실
색했다.
현청도인은 외쳤다.
[혈수천마, 당신이 빈도를 능멸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우리
무당파의 수백 년에 걸친 명예는 그 누구에게도 더럽혀질 수 없는 것
이오.]
고명원은 차갑게 웃었다.
[현청, 당신이 무당파의 명예를 생각했다면 그런 비양심적인 짓을 하
지 말았어야지.]
현청은 발끈해서 외쳤다.
[닥치시오! 빈도는 작고한 장문사형께서 당신과 약속했다는 점을 감안
해서 당신이 산 위로 올라와 마지막 얼굴이라도 한번 뵈올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인데, 뜻밖에도 당신은 자신의 무공만 믿고 우리 현천사형의
법체(法體)를 망가뜨렸으니...]
고명원은 노성을 터뜨리며 그 말을 가로챘다.
[현청, 당신은 그래도 교활한 변명을 늘어 놓겠다는 것인가? 현청, 당
신은 감히 내가 그들을 데리고 가서 그 시체를 볼 수 있도록 허락할
자신이 있소?]
현청은 다섯 장로에게 분부했다.
[다섯 분은 그와 함께 단실로 가서 살펴보시오. 장문 사형의 법체가
참혹하게 훼손된 것을 직접 살펴보고 오시오.]
토도인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혈수천마는 무당파를 능멸하고 본문에 치욕을 안겨 주었을 뿐 아니
라,우리 구대문파의 치욕이며 천하무림을 욕되게 한 것이오. 사태가
중대한만큼 가서 한번 보는 것이 가장 좋겠소.]
금도인이 부러진 장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좋아. 우리 들어가 보세.]
고명원은 현청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청의 눈동자에 비웃
음이 서려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속으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
다.
(아무리 역용이 정교하다 해도 가짜임이 밝혀지리라.)
그는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의문이 떠올랐으나 더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 금도인이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고시주, 들어갑시다...]
고명원은 현청을 힐긋 바라보고 가슴 가득 의문을 품은 채 몸을 돌
려 단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단실 안으로 들어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미 박살나 있는
관 앞으로 다가갔다.
땅바닥의 피는 새카만 빛을 띄우고 있었고 피비린내는 코를 찔렀다.
고명원은 관 옆에 서서 관 안을 가리켰다.
[보시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눈길은 관 안에 들어 있는 사람에게 멈
추었다. 순간 그는 즉시 말을 멈추고 자기의 눈을 의심했다.
시체는 가슴팍이 얻어맞아 납작해졌을 뿐만 아니라 얼굴 모습까지
짓이겨져 있었으며 두 개골도 박살나 있었다. 하얀 수염마저 피로 물
들어 붉게 변해 있었다.
이래서야 어떻게 죽은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겠는가?
오행이검은 일제히 관 앞으로 다가서서 관속을 들여다보았다.
목도인은 크게 소리쳤다.
[정말 악랄한 수단이군. 혈수천마, 당신은 유체까지도 곱게 놓아두지
않았군. 당신의 마음은 도대체 얼마나 검소?]
그 말소리와 더불어 네 자루의 장검이 일제히 고명원을 겨누었다.
고검남 역시 광주리 안에서 고개를 내밀고 바라보다가 멍청해지고
말았다.
[아버지!]
그는 갑자기 큰소리로 불렀다.
[그들에게 그 손을 말씀해 주세요!]
고명원은 오행이검의 포위 공격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갑작스러운 정세 변화에 놀라 주춤거리게 되었고 이마에 땀방울까지
맺혔다.
그는 아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기뻐했다.
[맞았다. 그 손이다!]
그는 무거운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
[노부는 시체가 이 모양이 된 것을 짐작하지 못했소. 하지만 당신들은
그의 반지를 끼고 있는 왼손을 살펴보시오.]
[반지를 낀 손이라니?]
고명원은 말했다.
[현천도장은 살아 생전에 귀파의 장문신표인 벽옥(碧玉) 반지를 끼고
있었소. 그렇다면 빼낸 후에 틀림없이 그 자국이 남아 있을 것이오.
조금 전 노부는 그 사람의 손에 반지 자국이 없는 것을 보고 이 음모
를 알아차리게 된 것이오.]
금도인은 목도장을 바라보았다.
[목 사제, 자네가 자세히 살펴보게!]
목도장은 싸늘히 코웃음쳤다.
[볼 것 없소. 장문인의 왼손 다섯 손가락은 이미 잘려져 피와 살을 분
간할 수 없을 지경인데 어떻게 손가락 자국을 구분한단 말이요?]
고명원은 큰소리로 반문했다.
[뭐라고?]
그는 관 앞으로 다가가서 살펴보았다. 관속에 들어 있는 사람의 두
손 다섯 손가락은 과연 손바닥 있는 곳으로부터 잘려져 나갔고 잘라
진 손가락은 피와 살을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우두커니 관 안을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몸을 빙글 돌렸다.
[이 단실 안에 또 다른 문이 있는 것이 아니오?]
토도인은 냉랭히 대꾸했다.
[이곳은 장문인이 연단을 하는 곳인데 어찌 다른 문이 있단 말이오?]
고명원은 중얼거렸다.
[정말 치밀한 계획이고 독한 수단이군.]
그는 이제 자기가 아무리 설명해도 다시는 다른 사람이 믿지 않는다
는 것을 알았다.
그는 더 생각해 보지도 않고 별안간 크게 외치며 손을 번쩍 쳐들고
혈수문천(血手問天)이라는 초식을 펼쳐 자기와 가장 가까이 서 있는
목도장을 후려쳤다.
그가 느닷없이 공격한 것은 우선 무당산에서 벗어나려고 결심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후에 기회를 보아 이번 음모를 파헤치려는 것이었
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일장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를 에워싸고 있는
오행이검은 일제히 반격을 개시했다. 네 자루의 검과 두 주먹이 번개
같이 고명원을 공격해 들어왔다. 그들의 동작이 빨랐으나 고명원의 핏
빛 장인(掌刃)은 이미 목도인의 검식을 꿰뚫고 그의 가슴팍을 후려쳤
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목도인은 온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더니 얼굴빛이
즉시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새빨간 선혈이 주르륵 입가로 흘러나왔다.
다음 순간 세 걸음이나 비틀비틀 뒤로 물러서더니 벌렁 바닥에 쓰러
지고 말았다.
고명원은 일장으로 목도인을 쓰러뜨리는 순간 검광이 번쩍이며 그의
몸을 베어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일성을 대갈했다.
[검남! 조심해라!]
그는 왼손을 앞으로 밀어냈다. 그 커다란 광주리가 세찬 바람을 일으
키며 비스듬히 공격해 들어오고 있는 세 자루의 장검을 막았고, 오른
발을 축으로 몸을 슬쩍 돌린 후에 무거운 일격을 다시 펼쳐냈다.
금도장의 두 주먹이 고명원의 등뒤를 후려쳐 갔다. 그 순간 고명원이
상반신을 가볍게 한 번 돌리더니 오른손으로 금도장의 주먹을 맞받았
다.
고명원의 커다란 소맷자락이 한차례 펄럭이자 붉은 빛을 띄우고 있는
손이 벼락치듯 뻗쳐나가 팍!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방의 주먹을 후려치
는 것이었다.
순간, 금도장은 자기의 주먹이 숯불 속에 들어간듯 뜨거운 것을 느
끼고 재빨리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러나 미처 주먹을 움츠리기 전에
한가닥 육중한 기운이 상대방의 손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뚝!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두 팔은 상대방의 그 세찬 기운을 당해내지
못해 손목이 부러지게 되었고 상대방의 세찬 기운은 조금도 멈추지
않고 가슴팍으로 밀어닥쳤다.
퍽!
그는 가슴팍을 커다란 쇠망치에 얻어맞은 듯 숨이 콱 막히는 것과 동
시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손목이 부러지고 가슴팍에 심한 일격을 받은
금도장은 더 견뎌내지 못하고 입에서 선혈을 분수처럼 뿜어내며 기절
하고 말았다.
이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고명원은 대광주리가 무쇠보다 더
튼튼하다는 특징을 이용해서 공격해 온 세자루의 검을 막고 금도장을
쳐서 쓰러뜨린 것이었다.
다음 순간 그는 몸을 빙글 돌리고 나는 듯이 단실에서 달려 나갔다.
두눈에서는 분노의 눈빛을 쏟아내며 뜨락에 서 있는 한 떼의 도사들
틈에서 현청을 찾아내고 일성을 대갈하며 덮쳐 들었다.
현청은 고명원이 미친 호랑이가 울안에서 뛰어 나오는 것처럼 흉폭
하고 잔인한 표정으로 덮쳐오는 것을 보고 간이 오그라들었다.
그는 감히 혼자 고명원의 예봉에 맞서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며 큰 소
리로 호통쳤다.
[구궁연환검진(九宮連環劍陣)을 펼쳐라!]
첫댓글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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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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