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에 읽은 책 - (2)
삶을 향유하고 싶다면
: 『우리의 겨울이 호주의 여름을 만나면』 - 최화영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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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것도 외국 여행을 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다. 우리와 문화가 다른 낯선 외국을 방문해서 견학하는 경우, 종교적 목적으로 순례 여행을 떠나는 경우, 무역을 위해 타국을 방문하는 경우, 자전거나 도보를 통한 극기 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타국에서 직접 살면서 느낀 문화 체험, 역사적 사건이나 유적을 방문하는 역사적 체험, 아름다운 문학작품의 문학적 배경을 찾아 탐방하는 경우 등등 열거하자면 수많은 여행이 있겠다.
그동안 국내에서 출간된 여행과 관련된 책자를 두루 읽어본 결과 내린 분류다. 이 외에도 요즘 유행하는 테마를 정해놓고 여행하는 경우까지 세세하게 따진다면 그 분류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저자의 호주여행이 이런 분류의 한 꼭지에 들면서도 다소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호주에서 그의 아이들과 보낸 두 달간의 일상이 일기처럼 내면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고백 그리고 소소한 경험 그 무엇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기쁨과 배움으로 확장, 발전시키는 무한의 긍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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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화영은 인생을 돌이켜 후회 없는 삶을 보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삶-그것도 새이버링(Savoring, 향유하기)하게-을 진정 살고 싶어 한다. 그건 유럽의 르네상스 이후 모든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자신만의 정체성 확립’과 ‘자신만의 주체적 삶’을 희구하는, 다소 늦은 감-세계정세와 시대조류의 영향으로-이 없지 않지만 노도처럼 흐르는 시대정신의 연장선상이다.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을 그는 이번 ‘호주여행’에 그의 표현대로 ‘주사위’처럼 던졌다. 또한 이런 신념의 일환으로 후일 자신의 삶을 적극적이고도 긍정적으로 살아갈 그의 아이들에게 역시 중요한 변곡점-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후일 깨달을 수 있을-을 일찌감치 선물처럼 안기고자 같이 동행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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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향유 그리고 책읽기는 그의 호주여행을 통해 얻은 절대소득이다. 이 또한 그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자산이 되겠다.
그의 모험에 대한 견해는 책 말미에 소개한 일상의 선택에 있어서 손해볼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주사위 굴리기’ 경험이다. 일상생활에서 움츠리지 않고 무엇이든 행동으로 옮기고보는 그의 적극적 행위는 굴린 주사위 표면의 숫자처럼 결코 ‘0’이 없는 최소한 ‘1’이라도 나타나 이득이 된다는 긍정적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호주에 머물며 무엇 하나라도 체험으로 연결시켜 자신의 생각과 의식변화를 긍정적으로 유도하는 저자의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아이들을 호주의 ‘일일 생활캠프’로 보내 현지인 문화에 적응하게 하고, 때로는 변화와 성장을 유도하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아물러 자신만의 시간도 알뜰히 챙기며 스스로의 의식변화와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그런 가치 있는 시간들은 책 중간 중간 아이들과의 대화와 자신의 생각 정리를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아이들의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활동들에서 새로운 국면에서 친구와 이웃을 만들어가는 나날이 어른으로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타국에서 운신의 폭이 원활하지 못한 엄마보다도 낫다는 자성의 시간을 가지게도 한다.
‘향유’에 관해서는 저자 스스로 삶에서 그동안 소외되어온 온전한 ‘자유’에 관한 실천으로 귀결되는데, 끝없이 늘어나는 ‘모든 책임으로부터 정지’로서 자성하며, 자신의 삶을 옥죄어온 과거가 자신의 온전한 삶을 꾸려가는데 있어서 결코 긍정적이 아닌 부정적이었으며, 일상에서 ‘자유’를 누리고 소소한 기쁨에 만족하는 ‘향유하기(Savoring)’야말로 자신이 추구하고픈 ‘행복한 삶’의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책읽기’는 이런 삶을 앞으로도 이어가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덕목으로 성찰된 부분이다. 쇼펜하우어나 니체의 철학적 사유 중 하나인 ‘고독’을 끌어내는 것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자양분으로 의식하는데, 이것은 독서에서 얻은 것으로, 인생 곳곳의 ‘선택’이라는 갈림길에서 자신에게 이렇듯 내면의 결정을 현명하게 이끌어주거나 위로와 더불어 용기를 심어준 것은 결국 책과 함께 하는 ‘책읽기’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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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가 자주 인용하는 개념으로 배거본딩-방랑자적 삶-이 있다. 이것은 인생에서의 방만함과 다소 거리가 있는 실천적 행동으로, 삶에 대해 보다 유연한 자세를 갖추고자 하는 저자의 겸손과 관계가 있다. 기존의 낡은 관습과 자칫 빠져들기 쉬운 일상생활에서의 ‘삶의 노예적’ 타성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벗어나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저자의 아이들과 나누는 천진난만한 대화들은 일상의 새로움을 기쁘고 즐겁게 들여다보게 하는 동화 같은 보물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내가 호주에 가서 여행을 하는듯한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책을 덮으면 내 마음 속 추운 겨울은 어느덧 갑자기 무성한 여름처럼 생명으로 가득 찬 계절로 변해있다.
(2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