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월입니다. 보름정도 늦는 음력으로는 사월을 맞습니다. 한국달력에는 1일이 ‘근로자의 날,’ 5일이 ‘어린이 날,’ 8일이 ‘어버이날,’ 15일이 ‘스승의 날,’ 22일이 ‘부처님 오신 날’ (사월초파일), 29일이 ‘하안거결제일’ (사월보름) 임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18일은 ‘5.18민주화운동기념일,’ 21일은 ‘성년의 날, 부부의 날’로도 표시되어 있습니다. 어린이날과 부처님오신날 즉, 국가공휴일을 포함하여 여러 주요기념일이 열거되어 있고, 어린이와 어버이 및 성년과 부부 등, 가족관련 기념일이 많아 “가정의 달”이라고도 불리고 있는 줄 압니다. 이렇게 의미 있는 기념일들이 집중되어 있기도 우연이 아니리라 느껴집니다. 늦봄이라 춥지도 덥지도 않은 쾌적한 계절로서, 1년 기간 중에 가장 좋은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일들이 많음도 자연스럽게 여겨집니다. 아무튼, 사람마다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시절인연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는데, 불교인들에게는 ‘부처님 달’로 부르고 기리리라 짐작됩니다. 부처님을 우리의 정신적 어버이와 스승으로 보면, 비불교인들과도 함께 일반가정에서도 각각의 기념일에 맞추어 그 의미를 확대시키고 즐겁게 동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른바 베삭(Vesak) 즉, 사월 보름은 금년에는 29일입니다. 스리랑카, 미얀마, 타이랜드, 캄보디아, 라오스 등지의 동남아시아 상좌부(Theravada) 불교전통에서는 이 베삭에 석존이 탄생, 성도, 열반하셨다고 전해지며 즉, 삼대성일(三大聖日 Threefold Sacred Day)로 기려지고 있습니다.
이 한날에 석존의 일생에 중요한 일들이 모두 벌어졌으므로, 한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날로서 기림은 당연한 줄 압니다. 1999년 가을 이른바, “새천년”을 맞으며 유엔총회에서 부처님을 인류의 스승으로 기리자고 결의하면서, 베삭절을 그 기념일 즉, "UN Day of Vesak"으로 정하였음은 타당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날에 붓다의 지혜와 자비 사상을 기리며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축원하고 연구하는 행사를 갖도록 하며, 관련된 유엔 산하의 모든 시설이 활용되고 협조되도록 하였으며, 2001년도부터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기념식을 시작하였고 계속 확산되어 왔습니다. 그 뒤로 2004년부터는 지역과 교통여건에 맞추어 태국 방콕 유엔센터에서 대규모의 기념행사가 계속 진행되어 오고 있습니다.
(2008과 2014년에는 베트남, 작년에는 스리랑카에서도 개최). 근년에는 평균 90여개국에서 약 2,000여명의 대표단이 동참하여, 학술 및 문화 행사를 해왔습니다.
수년전부터 국제베삭위원회(ICDV) 위원으로 참여해 온 필자가 지난 1월말의 준비회의에 참석하고 토의한 내용을 다소 공유하고자 합니다. 금년도 주제는 “인간 개발을 위한 불교적 기여 Buddhist Contribution for Human Development" 인데, 이는 유엔의 주요사업 목적과 계획의 하나인 ”인간개발“을 불교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의지가 포함된 것입니다. 기본일정은 5월 24일 각국 대표단이 방콕에 도착하여, 그 다음날부터 3일간 태국의 고도 아유타야지역에 있는 태국승가대학(MCU)과 방콕의 유엔컨퍼런스센터(UNCC)에서 기념행사를 갖고 28일 귀환하게 계획되어 있습니다. 25일 오전에는 MCU 대강당에서 태국승정 및 승가 대중이 동참하여 개회식을 갖고, 부탄 총리(Lyonchhen Tshering Tobgay)가 기조 연설을 하며 각국 불교지도자의 메시지 낭독이 있을 예정입니다. 오후에는 태국왕 (Maha Vajiralongkorn Bodindradebayavarangkun) 이 대회장소에 참석하여 경축행사를 갖고 각국 지도자의 축사가 이어질 것입니다. 다음날 오전에는 ”불교교육을 통한 청소년 강화 Empowering Youth through Buddhist Education"을 주제로 토의가 있고, 오후에는 “사회복지를 위한 참여불교 Engaged Buddhist for Social Welfare"와 ”연대세계에서의 문화정체성 보존 Preserving Cultural Identity in an Interconnected World" 이란 주제의 논의가 있게 됩니다. 이 모두 우리가 당면한 사회상황 속에서 불교인들이 세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 보자는 동기에서 기획된 것입니다. 저녁에는 여러 나라의 불교 문화공연이 펼쳐질 것입니다. 27일 오전에는 유엔의 아시아태평양경제 사회본부(ESCAP)가 있는 방콕의 UNCC에서 태국총리(Chan-o-cha)와 외교사절들이 동참한 가운데, 유엔사무총장(Antonio Guterres)과 유네스코 사무총장(Irina Bokova) 축하메세지를 듣고, 각국 지도자들의 연설 및 그동안 진행해온 논의를 요약 정리하여 언론계에 공표하며 베삭절 행사 폐회식을 갖습니다. 오후에는 세계불교공원 (Buddhamonthon)에 가서 간단히 베삭 봉축 의식을 한 뒤에, 촛불을 들고 석존 입상 (Srisakyadasapalanya Buddha) 주위를 도는 제등공양으로 베삭절 행사를 마무리합니다. 금년의 15차 대회까지 유엔베삭절행사를 위하여 물심 양면으로 태국의 승가와 정부가 배려한 열성적 지원은 태국의 세계적 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정부차원에서 유엔베삭 행사를 유치하고 국가적 지원을 한 베트남과 스리랑카의 관심 및 저력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작년에 스리랑카에서, 석존의 연고지인 네팔의 대통령과 인도의 총리가 동참하여 스리랑카 대통령과 함께, 불교가 세계 평화와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중요함을 강조하며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을 다짐한 장면이 새삼 되새겨 집니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유엔베삭절행사를 유치하여, 한국불교문화도 공유하며 그 취지를 선양하는 날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월, 좋은 달, 한국의 독자들은 그 지역에서 솔선수범하여, 스스로 열심히 일하면서 다른 근로자들에게 감사하며 존중하고,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들을 잘 보살피며 어버이님들을 잘 모시고, 학교 및 사회적 스승님들을 존경하고, 성년 및 부부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보내며, 건전한 인권보장과 민주적인 사회정의가 실현되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보람이 크기를 축원합니다. 다종교 다문화 사회를 이루고 있는 미국에서는 베삭절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살려, 불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잘 배우고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며 노력하는 즐거움이 있기를 빕니다. 근본 스승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 귀의하며, 심향을 사르고 두 손을 모읍니다.
고성에서, 진월_()_
진월스님은 전통 해인강원(현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6년간 제방의 전통선원에서 수선안거 정진한 뒤에, 그 체험을 현대사회에 회향하기 위한 방편으로 버클리대학에서 불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동국대학교에서 교수하면서, WFB 부회장, URI 세계위원, UNDV국제위원 등 세계평화 운동을 하다가, 정년퇴임한뒤에 캘리포니아에 고성선원을 열고 전법포교를 진행하고 있다. www.go-sung.org jinwol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