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한국에서 당구를 즐기는 동호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곳이 셋 있습니다.
첫번째가 상봉동의 구슬모아, 두번째가 김치 빌리어드, 세번째가 부산의 팀파이크 클럽으로
특히 팀 파이크는 동호인들 각자가 출연하여 공간을 임대하고 테이블을 세팅한 후(물론 전문가가....)
약속에 따라 회비를 내서 이끌어 가던 명실상부 동호인 클럽이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무기한 내부수리.조직수술중 입니다.
구슬모아야 저의 홈 그라운드니 새삼 여기에서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며
스페인이 자국의 자랑스런 선수를 내세워 야심작으로 제작한 다니엘 산체스 테이블로 전격 교체한 후
금연 당구장으로 새로이 운영한다는 김치 빌리어드 구장 소식을 들은 바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1. 도모의 장
그렇다고 길 험하고 물 설은 그 곳까지 무작정 갔기야 했겠습니까.....?
요즘 저의 관심은 온통 서래파와의 복수혈전에 집중되어 있는데
스카치 방식의 複數전에서 밀리다 밀리다 결국은 피가 피를 부르는 復讐血戰 의 단계로 접어들었지요.
집요한 적들의 파상공세를 견디다 못해 칫수를 승패에 연계시키는 알수승부연동제를 도입하였으나
자빈파와 서래파의 알수차이가 네 알이나 벌어지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러서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우리는 칼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입각하여 적을 섬멸하기 위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언론 플레이
계속 떠들어대는 것입니다.
효과가 있든 없든 근거의 유무와 상관없이 떠들어 대다 보면 신경이 쓰일 테고
신경을 쓰다보면 필요 이상의 힘이 들어갈 테고 필요 이상의 힘이 들어가다 보면 삑사리 날 테고
그러면 그 이닝은 날로 주워먹는 거고....
아님 말고....!
딴죽걸기
명칭으로 태클을 걸고 그립으로 시비를 붙으며 뭐라고 꺼리가 있으면 붙들고 넘어지는 겁니다.
상대를 구덩이에 넣으려면 자신도 진흙 묻는 것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개전의 정신을 살려
쪽팔림을 무릅쓰고 꺼리가 된다 싶으면 파고 드는 것입니다.
다리를 걸고 옷자락을 움켜 잡으며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다 보면
항우장사도 댕댕이 풀에 걸려 넘어진다고 누가 알겠습니까....
양파 자루에 고래라도 하나 담게 될른지......
대국민 동정여론 조성하기
말 그대로 국민들 대다수의 관심을 동정 분위기로 이끈다는 전법입니다.
생각 있는 분들은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기꺼이 동참하는 현상에 근거를 두고
죽는 소리 없는 시늉 깊은 한숨으로 클럽 회원들을 우리 편 만든다는 책략입니다.
그런 점에서 돌도사님, 고맙습니다. 해몽님, 복 받으실 거구요, 엘 와이샤쓰님 앞날에 서광이.....
2. 전장(戰場)은 우리가 정한다.
변견(便犬)도 자기 동네에서는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것이 만국통상 고금불변의 전투 원칙입니다.
본래 구슬모아야 당구에 있어서 저의 잔뼈가 굵은 본방이요 나와바리였지만
지금은 본방은 커녕 변방 양주에서 님 계신 궁을 그리워 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신세이고
소빈님은 또다른 작대기질에 한 팔이 묶여 전국을 헤메느라 삭신이 곤죽이 되는 형편인데
양자강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고 날아온 돌이 박힌 돌을 뽑더라고
집요한 적들은 엎어지면 뭐 닿을 거리에 교두보를 확보한 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형을 살펴
탄착지점을 매 인치마다 마킹하여 심지어는 포탄이 포탄과 부딪쳐 꺾이는 각도까지 계산하여 포를 쏘니
지금 형편의 우리로서는 손을 묶어둔 채 어찌 해 볼 방책이 없는 지경입니다.
하여,
"동일하게 낯선 상황이라면 기존 상황에 더 익숙한 쪽이 불리하다" 는
비과학적이며 사실 무근하고 아무도 주장하지 않은 가설에 기대어 전장을 바꾸기로 하였습니다.
이름하여 김치는 빌려도 젓가락 만은 내것을 쓴다는 "김치 빌려도 배틀필드"
3. 하늘은 아무도 특별히 사랑하지 않는다.
'개선문'이나 '서부전선 이상 없다' '그늘진 낙원' 등의 대표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카 레이서의 의식과 삶을 모티브로 한 레마르크의 소설 제목입니다.
각자의 인생에 절대값을 구하면 그 해(解)는 동일하다로 풀이되는데, 정말 그럴까요.....?
제 인생의 나중 어느 때쯤 저는 이 말에 진심으로 동의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만
지금은, 그리고 아직은 아닙니다.
김치 빌리어드는 대한민국 이만 삼천 사백 다섯개의 당구장 중 그 어느 곳보다 특별했습니다.
수준 높은 인테리어 고급스러운 가구 있어보이는 분위기는 마치 유럽의 어느 클럽과 비교해도.....
라고 말하고 싶지만, 저는 유럽의 클럽에 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척 보기에 김치 빌리어드 당구장은 여유롭고 넉넉하며 세련되어 고급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금연 당구장으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지껏 비금연으로 운영되온 탓에
실내에는 담배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어서 금연이라는 말이 무색했으며
십분 당 이천 사백원이라는 요금은 두 게임 지면 두말 없이 방 빼야 한다는 금전적 압박이 되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나마 우리는 넷이서 한 테이블을 사용하는 스카치전이라 엔화로 계산을 나누어 볼 때
금전적으로 별 차이가 없었지요.
모두가 관심 있어 할 테이블
다니엘 산체스의 이름을 걸고 제작했다는 "다니 산체스" 테이블의 외관은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제가 굳이 사진을 첨부하지 않은 까닭은
너무 소상하게 리포트를 작성하면 심리적 영향 때문에 혼절 직전 상태로 갈 어느 분을 배려해서도이지만
마땅하게 보여드릴 만한 뭐가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악! 소리 나게 생긴 버호벤에는 아예 어림 없고, 가브리엘 과도 비교할 것이 못 됩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틀(소위 덴방)이 통 원목이라는 것입니다.
보통은 무늬목이나 필름, 가브리엘 버호벤 쯤 되어도 원목 합판인데,
이건 통 원목(수종을 모르는 것이 유감)이었습니다.
테이블의 성질과 상태
네 명 모두가 일치한 결론은 훌륭하다 입니다.
꺾일 만큼 꺾이고 구를 만큼 굴렀으며 의외로 말리거나 늘어지거나 뱉어내는 등의 레귤러하지 않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치기가 좋았냐구요....? 그건 아닙니다.
이의 없이 기자단 만장일치로 이 날의 더 모스트 밸류블 플레이어로 뽑힌 범고래님을 제외하고는
다들 평소보다 매우 겸손하고 초라한 알수를 거두었을 뿐입니다.
테이블의 상태가 훌륭하다는 것이 치기가 수월하다든지 공이 잘 맞는다는 것과 반드시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서화님께 테이블 성질에 대해 물었더니 굳이 비교하자면 소렌소가드와 흡사하다고 말하시더군요.
셰비옷(세빌롯)과는 어떠냐니까 그와는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테이블들이 각각의 특성으로 구별 가능할 만큼 다르다는 사실.....
큐든 테이블이든 좋고 그만 못하고는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것을 잘 다룰 수 있도록 자신에게 익숙한가라는 것이지요.
물론 어느 곳에서 어떤 테이블이 주어지더라도 재빨리 적응하여 자기 알수를 뽑아내야 하는 선수들의 경우는
입장이 전혀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이어집니다....
첫댓글 어제 담배냄새는 신참 직원(女)이 흡연실 내의 환풍기를 가동하는 것을 잊는 바람에 발생한 우발적 상황이라고 합니다.
어쩐지....그런 해프닝이 있었군요.
하필 화생방전에 약한 우리가 갔을 때에....
아무튼 심하긴 좀 심했었습니다.
나는 언제나 한번 가보나????
참고로...이 테이블의 공식 브랜드는 -SAM- 입니다....
다니엘산체스 버젼의 -쌤-
아주 모르지는 않았습니다.
정보 검색에 능숙한 범고래님이 SAM이 실내스포츠에 사용되는 테이블 종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스페인 업체명이라는 것을 확인했거든요.
따라서 김치의 "다니 산체스"테이블은
자사 이름을 붙인 주력 당구 테이블의 특별판(다니엘 산체스 스페셜 에디션) 쯤 되겠구나 추정했습니다.
글구, 구태여 가시지 마세요.
대한민국의 어느 당구장 운영자인들 자기가 운영하는 곳을 최상의 것으로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자금력이나 버틸 수 있는 여력 등이 안되니까
비용과 시설수준의 반비례 관계선 어느 지점에서 결정하는 거지요.
이야기가 조금 다른 데로 흐릅니다만
사용자도 마찬가지 선택을 합니다.
금전적 여력과 취향에 따라 자신이 누릴 서비스의 수준과 유형을 선택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면 너무 노골적으로 친여 성향이 드러나나요.....ㅋ
스페인의 세계 최대 당구대 제작회사가 Sam 이라고 하더군요.
주로 포켓 테이블을 생산하는데 캐롬의 경우 수요는 작으면서 까다로와
(유럽에서는 버xx, 가xxx, 셰xx,브xx 등에 밀리고) 한동안 캐롬테이블 생산을 접었다가
최근 중남미지역에서 (같은 스페인어권이기도 하고) 캐롬테이블 주문이 늘었고 (산체스 덕분에)
아마 포켓테이블 주문량도 불황으로 줄은 탓인지 요번에 DS (Daniel Sanchez) 모델 생산에
응했다고 하더군요. (구리 월드컵 이후 김치빌리아드 초청대회 때 산체스에게 대충 들은 내용입니다)
저도 2년 전 쯤인가에 검은파도와 같이 들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넓고 좋았지요.
그러나 가격비례 효율로 본다면
당연 구슬모아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다시는 안 갔습니다....너무 비싸게 나와...ㅠㅠ
다만 클럽 명칭을 "김치"라고 했으면
뒤에는 빌리아드라고 하기 보다는
구슬치기놀이터...이 정도 하면 더 좋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그냥 혼자 아무 생각없이..ㅎ
그리고 4명의 입장객을 놓치신 로또님의
"남 몰래 흘리는 눈물" 오페라 주제곡이 생각나네요.
반가웠어요~ 자작나무님~~^^
재밌는 글 잘 보고 갑니다.
부산에 A-1 당구장에 가면 샘 테이블이 3대 있어 몇 번 굴려 보았는데 산체스 선수 이름이 걸리면서 어느 정도 세팅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엄청 궁금합니다.ㅎㅎ
근데 이번에 김치에서 진행하는 탑랭커 초청 경기를 시청하다보니 이 테이블은 코너 포인트가 없더군요...
혹시 이유를 아십니까...??
옛날 테이블들 말고는 코너 포인트 없는 당구대는 없는걸로 아는데 말입니다. ㅎㅎ
코너포인트 없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방송으로 시청했는데요...
코너 포인트가 보이지 않더군요...
제 눈이 벌써 침침해진걸까요..?? ^^;;;;
코너 포인트 있습니다..
다만 뎀방과 비슷한 갈색으로 덮혀져 있어서 잘 않보일 뿐입니다.^^;;
큐(Cue)를 창(Pike)으로 표현한 순수동호회인 팀파이크를 아직도 기억하고 계시니,...
연구실을 폐한지가 거의 일년반이 지나는 이시점에 실로 감회가 새롭습니다.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라는 막연하나마
항상 가슴을 채우고 있는 서로의 소망을 가지고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한달에 한번은 중앙동의 에이스클럽(일요일은 휴무)에서
모임을 갖고 있으며 팀파이크의 주요핵심멤버는 따로 한달에 한번씩 맛집을 알아내서 거하게 만취하는 계모임 비스무리한 모임도 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이 운영될 당시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로또형님,자작나무형님께 무한감사를 드립니다.^^*
서초동의 김치빌리아드 본점인가요, 아님 사당동에 있는 분점인가요? 아마도 서초동 본점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