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의 얼이 담긴 영천에서 천년고도 경주로(영천 조양각 – 경주 문화원 38km)
-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서울 – 도쿄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17
4월 16일(일), 흐리고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 긴장되는 날씨다. 오전 7시에 숙소를 나서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들고 7시 반에 전날 골인했던 조양각을 출발하였다. 경주에 사는 회원 이재희 씨가 길 안내, 유명한 경주 빵도 들고 와서.
조양각 출발에 앞서 스트레칭하는 모습
곧바로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영천교를 지나서 시가지를 통과하여 경주 방향의 국도에 들어선다. 한 시간쯤 걸어 이른 곳은 한약탕기 모형의 조형물이 세워진 교차로, 별다른 표지가 없어 궁금하던 차 한 시민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영천은 대구에 약령시가 들어서기 전 잘 알려진 한약의 도시, 근처에 한약재상이 밀집해 있었다. 약탕기모형의 석조물은 이를 형상화한 것이다.’ 현장에서 확인하는 유용한 정보다.
약탕기 모형의 조형물을 바라보며
하천의 유채꽃이 화려한 도로 따라 한참 걸으니 복안면 행정복지센터에 이른다. 일요일이어서 한적한 공간, 휴식하는 동안 집행부에서 맛좋은 떡을 돌린다. 5,7차 조선통신사 걷기에 참여한 나영애 씨가 멀리서 베푼 호의다. 옛 걷기 친구를 격려하는 마음씨가 고마워라.
열심히 걸어 만불사라 크게 새긴 도로를 지나니 영천 시계를 벗어나 경주시 서면에 들어선다. 18km를 걸어 면소재지의 식당에서 점심식사, 음식이 깔끔하고 가격도 착한 편이다. 13시 20분에 오후 걷기, 경주까지 20여km 남짓 남은 거리가 만만치 않다. 비 예보가 내려져 있고 오후 5시에 환영행사에 맞추려면 속도를 높여야 할 판, 집행부가 내린 결정은 건각들은 속보로 걷고 일부는 동행하는 차량에 번갈아 탑승하여 행사시간에 맞추어 도착하는 방안이다.
집행부가 정한 방침 따라 오후 4시에 목적지 3km 앞둔 태종무열왕릉에 집결, 그 사이 경주에 거주하는 왕년의 조선통신사 멤버 손성식 씨가 등장하여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맛좋은 떡과 다량의 음료, 경주 특산 막걸리를 한아름 안고.
오후 4시에 태종무열왕릉을 출발하여 목적지인 경주문화원으로 향하였다. 다행히 오후 4시부터 내린다는 비가 우리 행로를 벗어난 듯. 터미널 지나 고분군이 있는 봉황대 가는 길목에 새긴 이정표에 서울 – 경주 417km, 경주 – 부산 97km라 적혀 있다. 힘차게 걸어 옛 경주문화원에 이르니 오후 5시, 걸은 거리는 38km.경주문화원 소속 서라벌 풍물단의 풍악이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20여분 신명나는 사물놀이 후 문화원 강당에서 환영행사가 열렸다.
풍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경주문화원에 들어서는 일행
이어서 6시부터 문화원 건너편의 식당에서 경주시가 주최하는 저녁식사, 맥주와 막걸리를 곁들인 저녁식탁이 풍성하다. 힘든 여정 무사히 마친 것을 자축하며 건배, 내일은 특별한 일정 없는 자유시간이라는 집행부의 공지에 일행 모두 박수로 화답한다. 숙소에 들어서니 마지막 선물, 부산에서 합류하여 일본구간 함께 걷는 이정희 회원이 보내온 찹쌀떡, 겉봉에 ‘건강한 떡’이라 적혀 있다. 맛있게 들고 건강하시라! 이틀간 함께 걸은 서진원 씨, 편히 가시라.
* 경주문화원의 환영행사에서 나눈 메시지.
조철제 문화원장의 환영인사,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로 경주를 찾아오신 여러분을 크게 환영한다. 경주문화원은 조선시대 경주관아, 정원이 매우 아름다운 곳으로 조선통신사도 들른 곳이고 경주 읍성의 중심이다. 경주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즐기시라. 한일 간의 교류와 우호증진에 기여하는 일행들의 행로를 축하하며 끝까지 잘 마무리하시라.
김태호 정사의 인사말,
4월 1일 서울을 출발하여 16일 만에 417km 걸어 천년고도 경주에 이르렀다. 풍물로 신명나게 반겨주고 관계자 여러분이 성심으로 환영해주심에 감사드리며 ‘세계에 평화, 한일 간에 우정’을 증진하는 의미를 살려 부산 거쳐 도쿄까지 무사완보 할 것을 다짐한다.
엔도야스오 일본대표의 인사,
10년 전 경주에 도착할 때 비가 많이 내려 힘들었는데 오늘도 비 예보가 있어 걱정했다. 하늘의 보살핌인 듯 비를 피하여 잘 도착하여 기쁘고 사물놀이 등으로 크게 환영해주어 감사하다. 한국대원들의 원활한 일본 여정이 되도록 성심을 다하겠다.
경주문화원의 환영행사 후 기념촬영
걷는 중 건천읍 모량리를 지나노라니 박목월 생가 1.4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건천읍 모량리 모량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소에 새긴 박목월 시인의 명시 ‘나그네’를 크게 읊었다.
'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그래, 우리도 나그네처럼 남도 천리 넘는 길 열심히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