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산에 수종류의 제비꽃이 해발고에 따라 각각 다르게 핀다. 등산로에 반갑게 맞이하는 이 꽃들 가냘프기 보다 강하다.
"제비꽃"하면 떠오르는 느낌은! 예전에는 봄, 보라색, 키 작은 들꽃, 꽃반지만 떠올려졌습니다.
그러다 제비꽃에 관심을 좀 더 기울인 후로 흰색과 노란색의 제비꽃이 눈에 띄었고, 팬지가 제비꽃의 육종결과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몇 년이 채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약 50종, 세계적으로는 850여종이 있다는 걸 70고개를 넘어서야 그것도 구곡산 아래에서 반송돌탑 가는 범우등산로에서 흰꽃, 보라색, 노랑색의 제비꽃을 보고서야 어떻게 누가 꽃밭을 만들었을까 궁금해하며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파트화단을, 공원과 주변에서, 장산 등산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정말 종류가 많다는데 새삼 놀랐다. 잎이 둥근지, 콩팥모양인지, 심장모양인지, 주걱모양인지, 세모난지, 길쭉한지, 꽃 안쪽과 줄기에 털이 있는지 없는지, 털은 또 어떤 모양의 털인지, 잎에 무늬가 있는지, 줄기가 있는지 등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붙였다는 것도 알았답니다.
제비꽃은 풀 전체를 약으로 쓰기도 하고, 어린순은 나물로, 꽃은 샐러드나 꽃 비빔밥으로 먹는데, 꽃을 하나하나 맛을 보면 정말 종류마다 미세한 맛의 차이가 있습니다. 몇 종류의 제비꽃을 놓고 맛을 본 후, 눈을 가리고 제비꽃 이름 맞추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제비꽃이 이렇게 종류가 많은 것은 생존전략에 따른 많은 교잡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삼월 삼짇날에 핀다 해서 제비꽃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우스갯소리 여자를 유혹하는 바람둥이 같은 제비는 교잡이 많은 제비꽃에서 따온 말이라 하기도 합니다. 제비꽃은 제비꽃과에 속하며, 흔히 오랑캐꽃이라고도 불린다. 이외에도 장수꽃, 씨름꽃, 민오랑캐꽃, 병아리꽃, 외나물, 옥녀제비꽃, 앉은뱅이꽃, 가락지꽃, 참제비꽃, 참털제비꽃, 큰제비꽃 등 부르는 이름도 아주 많이 갖고 있습니다. 어린잎은 식용, 뿌리는 약용으로 쓰인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시베리아 동부 등지에 분포한다. 꽃말은 ‘겸양’이다.
달걀 축소판 같은 제비꽃 씨앗들. 씨앗이 나가고 난 주머니는 미니풍차처럼 보인다. 제비꽃이 아주 많은 곳에선 다양한 꽃장식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제비꽃 뒤쪽에 상투 끝처럼 길게 나와 있는 것이 꿀주머니인데요, 이 꿀주머니에 구멍을 뚫어 꽃자루의 한쪽 끝을 꽂아 넣으면 예쁜 꽃반지가 됩니다. 꽃자루를 길게 끊어 머리를 따내듯 길게 엮은 후 꽃팔찌나 화관을 만들어도 참 예쁩니다. 여기서 제비꽃의 아주 다양한 번식방법과 생존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제비꽃은 3월에 시작하여 6월에 까지 종류별로 꽃피는 시기마저 또 꽃 색갈도 다양하답니다. 꽃이 지고 열매가 익으면 세 갈래로 벌어져 계란 축소판 같은 많은 씨앗들을 내보냅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꽃이 없는 여름과 가을에도 제비꽃 열매와 씨앗을 종종 보게 되는데, 이는 제비꽃은 꽃을 피우지 않고도 씨방 속에서 혼자 자가수정을 해서 씨앗을 만들어내는 ‘폐쇄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제비꽃은 초본이지만 땅 속 뿌리가 오랫동안 살아있는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뿌리번식능력이 뛰어나 봄이 되면 옆으로 길게 자라있는 뿌리 곳곳에서 제비꽃 새싹이 올라와 많은 제비꽃들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랍니다. 꽃이 크고 오래 가서 화단에 많이 심는 미국제비꽃으로 꽃반지 만들어 선물하는 재미를 느껴 보십시다.
제비꽃 씨앗에는 ‘엘라이오솜’이라는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영양덩어리가 살짝 붙어있는데, 개미에게는 아주 좋은 식사꺼리입니다. 그래서 개미들은 이 씨앗을 통째로 물어다 개미집에 가져간 후 엘라이오솜만 떼어 보관하고 씨앗은 개미집밖에 내다 버립니다. 이러한 행동을 ‘개미 씨앗 퍼트리기’라고 하는데 덕분에 제비꽃은 아주 손쉽게 다양한 곳에서 번식을 할 수 있어 개미와 제비꽃의 공생관계를 배우게 하는 지표식물이 되기도 합니다. 얼레지와 애기똥풀도 이러한 속성에 해당하는 종류의 식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비꽃은 아테네를 상징하는 꽃이었는데 로마시대에도 장미와 함께 많이 심어지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교 시대에는 장미, 백합과 함께 성모께 바치게 되었다는데, 장미는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백합은 위엄을 나타내며, 제비꽃은 성실과 겸손을 표상한 소중한 가치 지닌 식물이었던 것입니다.
제비꽃 종류가 많아지고 장산 고지 높이로 향하는 꽃 소식에 환경의 변화 새롭게 느껴지는 봄 이다. 우리는 제비꽃과 개미와의 공존공생 모습에서 등산로 주변도 꽃길 만들어질 수 있겠구나 했었다. 구곡산에서 반송돌탑 쉼터까지 2.1km 등산길은 2년간에 걸쳐 이범우라는 반송 주민이 3년전에 혼자서 조성했는데 고마움에 개미들이 제비꽃을 선물했나 봅니다. 이 등산로에는 진달래 꽃동산과 돌탑들이 그리고 허물 벗는 나무 쪽동백과 송정 훈련장의 총소리 들으며 전선의 이름 모르는 사병의 비목 생각하는 사랑의 붉은 열매 비목나무 군락이 함께 펼쳐지는 곳입니다. 이곳 등산로는 산악용 자전거가 통행하는 길은 아니랍니다. 오로지 걷기위한 길이오니 개미가 제비꽃 심어 놓듯이 주변 돌보는 배려의 길 등산로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금년 여름 끝에는 장산반딧불이가 이곳까지 날아갈 것도 제비꽃과 약속해두는 것입니다.
첫댓글 개미가 만든 제비꽃길 배려의 길인 등산로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라는 글은 좋은생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