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술의 근원이 된 수행법
물리를 터득하면 된다고 하지만, 물리를 터득하는 것이 사물을 관찰한다고만 해서 되는 것인가? 보통 사람에게는 관찰하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독보적인 의술을 터득하려면 탁월한 정신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우리 민족의술은 깨달음에서 나온 지혜의 의술이 그 뿌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쭤보았다.
반드시 특별한 심신수련을 하셨을 텐데 그것이 무엇이냐고. 선생님은 말을 아끼시는 듯 조심스럽게 조금씩 말씀해주셨다.
경신(庚申) 수련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신다.
여기서 잠시 육경신(六庚申) 정신수련에 대하여 알아보고 가자. 육경신 수련은 이미 민중의술 명의열전에서 소개한 바 있는 천의선도 김영생 선생이 평생 해 온 수련으로, 육경신의 이치에 대한 설명은 그분의 글을 인용하기로 한다. 경신(庚申)이란 60갑자(甲子)에서 유래한 말이다. 일 년에 경신일이 여섯 번 있는데, 그때마다 잠을 한숨도 자지 않고 수련하는 것이 육경신 정신수련이다. 경신일 전날 밤 11시부터 경신일 밤 12시까지 25시간 잠을 자지 않는다.
육경신 정신수련은 왜 하며, 어떤 성과가 있는가?
경신일은 천상 영계의 대행사라 할 수 있다.
상제님께서 주관하시는 천상 영계의 행사 중에 가장 큰 행사가 육경신이다.
이 날은 인간은 물론 동물들까지 행동은 물론이요 생각하는 마음까지 천상 영계에 전달되고 기록되는 날이며 벌신 잡영들에게도 자기 범주 내에서 활동의 자유를 주는 날이다.
이날 일백성계(一白星界)의 오방(五方) 신장들은 사람들에게 잠을 재우려 하고 사람들은 잠을 자지 않으려 하는데, 사람이 잠을 자면 신장의 승리요, 잠을 자지 않으면 인간의 승리다.
잠을 자지 않는 사람은 무엇을 하는가?
이 때에 사람의 마음은 오직 하늘을 공경해야 하며, 대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일순간에 조금만 흐트러져도 게임은 신장의 승리로 끝난다.
일 년 중 첫 번째 경신일에는 동방 청제신장과 겨루고, 두 번째 경신일에는 남방 염제신장과 겨루며, 세 번째 경신일에는 서방 백제신장과 겨루고, 네 번째 경신일에는 북방 흑제신장과 겨루며, 다섯 번째 경신일에는 중앙 황제신장과 겨루고, 여섯 번째 경신일에는 오방신장이 총동원해서 사람을 잠재우려 하는데, 잠을 재우지 못하면 신장들이 그 사람에 대한 관할권을 포기하기 때문에 육경신을 마친 사람은 신장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이렇게 여섯 차례 경신일에 한 번도 졸지 않고 지나면 1경신을 마쳤다고 하는데,
1년 경신을 마치면 오방신장들의 규제를 받지 않고, 4년 경신을 통과하면 일백성계의 규제를 받지 않으며, 8년 경신을 통과하면 이혹성계의 규제를 받지 않고, 12년 경신을 통과하면 삼벽성계, 즉 지신계의 어떤 신장한 테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16년 경신을 통과하면 사록성계의 규제를 벗어나고, 20년 경신을 통과하면 오황성계의 규제를 받지 않으며, 24년 경신을 통과하면 육백성계, 즉 수신계의 규제를 받지 않으며 지혜의 문이 열리고, 28년 경신을 통과하면 천신계의 초계인 칠적성계의 규제를 받지 않으며 우주 모든 현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32년 경신일을 통과하면 팔백성계에 도달할 수 있고, 우주의 모든 현상을 직접 볼 수 있는 천안이 열린다. 36년 경신을 통과하면 천상 상제님을 접견 할 수 있고, 상제님의 참뜻을 전달받고 조화의 능력을 얻어 초인간적인 진인 (眞人)이 되며 인류를 평화로 이끌어줄 신인(神人)이 된다. 그래서 고래로 육경신을 통하면 무불통지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므로 육경신은 곧 구도의 길이다.
육경신을 한번 지킬 때마다 깨우침이 새로워진다. 혜안이 열리고 능력도 생긴다.
이것이 도통이다.
선생님은 17살 때부터 육경신(六庚申) 수련을 했단다.
고향에 홍참봉이라고, 천여석지기 부자가 있었는데, 그분의 아들이 선생님과 동갑내기였다. 홍참봉이 육경신을 하면서 선생님에게 “너는 꼭 하게 생겼는데...” 하면서 권유하였다.
산골짜기, 불도 없는 집 방안에서 5,6명이 앉아서 수련을 하는데, 경신 수련은 잠을 안자는 훈련이므로 깜빡 졸아도 안 되기 때문에, 오른손에 칼을 쥐고 앉아서 수련을 하다가 깜박 잠이 올라치면 사정없이 왼손을 찍어버리셨단다.
그렇게 해서 왼쪽 손에 남게 된 흉터 여러 개를 보여 주신다.
왼손 중지 끝마디는 힘줄이 끊어져 구부러지지도 않는 상태가 되어 있다. 실패하고, 또 실패하고... 하다가 나중에는 워낙 정도(正道)로 가니까 잠이 안 오더란다. 그리하여 귀신을 보지는 못해도 귀신이 오고가는 자취는 아는 정도가 되었단다.
참으로 대단한 강기를 지닌 분이셨구나 싶은데, 선생님은 당신이 통뼈라서 젊었을 때 ‘한방’ 날리던 주먹이었고 김두한도 자신에게 꼼짝 못했다고 자랑(?)하신다. 거기다 도술까지 지닌 산신령으로 대접받았단다.
육경신 수련은 물리를 터득해 버리면 되는데,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해야 머리가 열린다고 하신다. 그렇게 한 3년 가면 얼쭉 알게 된다고 한다. 수련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씀이어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지금도 정신이 맑지 않을 때는 경신 수련을 하신단다.
“잡신에게 휘둘리지 않고 잡신을 제어할 정도는 되어야지” 사찰의 주지를 포함해서 스님들을 한 4천명쯤 고쳐주었다고 하시는 것으로 보아, 불교와도 인연을 제법 맺으셨던 것 같은데, 육경신 한 사람이 선생님밖에 없으니까 스님들이 제일 무서워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단호히 말씀하신다.
“육경신 안하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