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되고 싶은 꿈 (隨筆)
影園 / 김인희
별을 동경하면서 그 별의 궤도를 따라 돌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낮이나 밤이나 하늘을 우러르는 습관은 불치가 되었다. 일상에서 힘들고 슬픈 일이 있을 때 긴 호흡을 별에게 뱉어내곤 했다. 예기치 못했던 기쁨이나 환희의 순간에도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는 한낮을 불문하고 별을 향하여 함지박미소를 던지는 순간은 거룩한 의식이었다.
내가 사방으로 지경을 정하여 소유한 하늘에 별을 띄우면서 예까지 왔다. 열다섯 살 소녀가 처음으로 시(詩)를 알게 되었다. 영원한 청년 시인, 그는 내 하늘에 띄운 최초의 별이었다. 동시에 그 소녀의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게 했던 국어 선생님도 내 하늘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별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별들을 내 하늘에 초대하여 자리를 정하여 주었고 별자리가 되었다. 내 하늘에서 빛나는 자랑스러운 별, 별, 별······.
그 별들을 감상하면서 별이 되고 싶은 꿈을 꾸었다. 시인의 별을 우러르면서 시를 읊조리고 그렇게 순수하고 맑은 시인이 되고 싶었다. 팔십 대 이국의 노학자가 미래를 위하여 눈물 글썽이는 모습에 바르르 떨면서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 강단에서 문학, 역사, 경제, 정치, 철학을 섭렵하고 수강생을 꼼짝 못 하게 하는 교수님을 닮고 싶었다. 한국어로 지구촌을 쥐락펴락 하는 스승님의 발자국을 따라 걷고 싶었다. 수강생들의 영롱한 눈동자에 희미하게나마 빛나는 별이 되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날들이었다.
참으로 고단한 여정이었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열에 얹힌 매미의 따가운 노랫소리가 집중력을 방해하던 한순간, 칭얼대는 아기를 잠재우고 기말고사 시험공부에 전전긍긍하던 방송통신대 시절이 있었다. 아파트 들마루에서 들려오는 휴식 같은 아줌마들의 수다와 까르르 부서지는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굵은 눈물이 문제집 위에 뚝 떨어졌다. 그때 무엇 하나 풍족할 것 없었던 결혼 초기였다. 나름대로 모든 방면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을 게다. 그 열망이 스스로를 고립시켰고 자신에게 가없이 채찍을 휘둘렀을 게다.
부모님이 거울이었다. 남에게 손톱만큼도 싫은 소리 듣지 않으려고 반듯하게 살았던 아버지, 어머니의 유전자가 고스란히 내게도 흐르고 있었다. 부여라는 작은 공간에서 삼십 년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사람과 사람 사이 신의와 사랑을 공유하고자 애썼다. 모든 판단과 결정의 기준은 부모님의 가르침이었다. 다소 현실에 발맞추지 못한 판단으로 배가되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서투른 손익계산으로 바보같이 착하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듣고 쓸쓸하게 조소한 적도 부지기수였다.
나는 수없이 갈등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더러 처세술에 능한 사람을 본보기로 삼고 따라 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간혹 참담한 말을 거침없이 내뱉은 사람이 아무 시련 없이 잘 사는 모습을 보고 하늘을 우러러 갸우뚱한 적도 있었다. 산더미만한 근심거리를 옆으로 밀어버리고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사람을 동경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나답게 살기로 작정했다.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좇아 살려고 했더니 내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형상이었던 것이다. 나는 풀리지 않는 실마리를 대범하게 가위로 끊어내지 못하고 얽히고설킨 실마리를 끌어안고 한 올 한 올 풀어내면서 헤실 웃는 소인배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한 대 맞고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참아내는 편이 훨씬 편안한 것을 어쩌란 말인가. 내가 바보라는 말을 듣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별이 되고 싶어 까치발을 들었던 일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글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나고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는 순간에 절정을 누리는 작가. 책을 읽으면서 문장에 마음을 빼앗기고 한 줄의 시귀(詩句)에 운명의 지침을 과감하게 돌려버리는 시인. 한 편의 시(詩)를 끌어안고 무대에 올라 낭송하기 위하여 많은 낮밤을 암송하는 낭송가. 더러 시낭송을 듣고 영성을 느꼈다고 고백하는 관객에게 혼신을 다하였노라고 들려주고 싶었다. 강의를 하기 위해 강단에 서는 순간까지 PPT자료를 몇 번이고 수정하면서 보고 또 보는 강사다.
나는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싶으면 모든 것은 멈추고 골방으로 들어간다.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 주시고 능력주신 하나님께 모든 것을 아뢰고 기도드린다.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아시는 분, 내가 착한 별이 되고 싶어 몸부림치는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는 거룩한 의식이다. 나는 다만 당신의 통로가 되게 하시라. 당신께서 주신 달란트 배로 남기게 하시라.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그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는’ 믿음이다. 얼마나 든든한 백(빽?)인가.
참으로 잘 컸다! 순수한 마음으로 별을 따라 맴돌다가 별이 되어가고 있었다. 강의가 끝난 후 뜨거운 박수세례를 받았다. 주관자로부터 첫 강의를 잘해주어서 감사하다는 치하를 들었다. 문학으로 인도하겠다고 손을 내밀었더니 내 손을 잡는 희망자가 여럿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주님, 감사합니다. 그들에게 별이 되게 하소서!’라는 외마디를 도돌이표 연주하듯 반복했다.
책상에 놓여있는 빼곡한 일정표에 가장 화려 하고 꽃다운 미소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