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기세는 하늘을 치솟았다. 4월10일 시애틀전은 천사들의 합창이 울려퍼진 경기였다. 에인절스는 3-9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9회말에 돌입했다. 앨버트 푸홀스의 시즌 첫 홈런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아무도 이 경기가 뒤집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에인절스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더니 타자 일순으로 나온 푸홀스가 동점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그리고 클리프 페닝턴의 끝내기 안타로 기적 같은 대역전극을 완성했다(10-9). 에인절스는 9회까지 6점 이상 끌려가는 경기에서 346연패 중이었다. 다음날 텍사스전도 0-5 열세를 막판에 뒤집었다. 9회말 3득점으로 동점을 만든 뒤(또 푸홀스) 연장 10회말 카를로스 페레스의 끝내기 안타가 나왔다. 첫 8경기 6승2패로 당당히 지구 1위에 오르면서 예전하고 다른 끈질긴 저력을 보여줬다.
4월 연승과 연패를 반복한 에인절스는 5월말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팀 전력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이크 트라웃이 2루 도루 과정에서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당초 골절상은 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대 파열이 밝혀져 수술이 결정됐다. 트라웃이 한 명 더 있어도 모자란 판국에 6~8주 동안 트라웃 없이 버텨야 하는 위기. 시즌 의지를 꺾는 소식이었지만, 에인절스는 6월까지 5할 승률을 기록했다(42승42패). 힘겨운 전반기가 끝나자(45승47패) 후반기와 함께 트라웃이 복귀했다. 그러나 트라웃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았다. 에인절스는 되려 7월 22경기에서 내리막길을 걸었다(9승13패). 방향을 바꾼 것은 8월. 4연승에 이은 6연승으로 리그 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61승58패). 에인절스는 사활을 걸기로 했다. 논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조용히 지나갔지만, 8월에 저스틴 업튼과 브랜든 필립스를 트레이드 해왔다. 메이빈에서 업튼, 에스피노사에서 필립스로 교체된 것은 자동차 배기량이 800cc에서 2000cc로 바뀐 것이었다.
에인절스는 9월 첫 14경기도 7승7패로 '5할 전문가'의 면모를 보여줬다. 와일드카드 2위 미네소타와 한 경기 차로 여전히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대진운이 없었다. 하필 클리블랜드와 휴스턴을 연달아 만나면서 6연패를 당했다(텍사스 1경기/클리블랜드 3경기/ 휴스턴 2경기). 9월28일 화이트삭스전에서는 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고 무릎을 꿇었다. 포스트시즌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마지막 14경기 4승10패(.286)에 그쳐 소기의 성과가 될 뻔 했던 5할 승률도 맞추지 못했다. 한편 에인절스는 올해부터 공식 명칭에서 애너하임을 제외했다. 이 사안은 2013년 9월 애너하임 시의회 투표를 통해 결정된 바 있다. 그동안 익숙하다는 이유로 그대로 뒀는데, 올해부터는 애너하임을 빼고 LA 에인절스가 됐다.
Good : 역시는 역시인가. 비록 48경기를 놓쳤지만 트라웃은 트라웃이었다(.306 .442 .629). 출루율, 장타율, ops 모두 리그 1위. 지난해 홈런 하나를 치지 못하면서 30-30클럽을 놓쳤는데(29홈런 30도루) 이번에는 도루가 부족했다(33홈런 22도루). 조정 ops 187, 조정득점창조력(wRC+) 181은 에인절스 역사상 처음 나온 기록이다. 여기에 볼넷/삼진 비율(1.04) 순수 장타율(.323)도 모두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과거 누구와는 다르게 발전이 있는 타자가 됐다. 9월30일 시애틀전에서는 홈런 두 방을 터뜨리고 통산 200홈런을 돌파. 26세 이전에 200홈런을 넘어선 네 번째 아메리칸리그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팍스 맨틀 에이로드). 적은 출장 수에도 불구하고 MVP 후보로 급부상 했는데, 결국 처음으로 2위권 밖으로 밀려났다(4위).
트라웃의 인간미를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은 수비였다. 지난 2년간 견고했던 중견수 수비가 다시 흔들렸다. 디펜시브런세이브(DRS) -6으로, 900이닝 이상 소화한 아메리칸리그 중견수 가운데 트라웃보다 DRS가 떨어지는 선수는 애덤 존스(-7) 뿐이다. 시즌 후 바이론 벅스턴(미네소타)에게 돌아간 중견수 골드글러브는 트라웃이 접수하지 못한 상 중 하나다. 부상 때문에 아쉬움을 남긴 트라웃은 올해 연봉이 1925만 달러로 올랐다. 내년에는 더 큰 폭으로 상승한다(3325만).
안드렐턴 시몬스는 에인절스 넘버2 야수였다. '수비 대마왕' 시몬스는 공격과 수비의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278 .331 .421). 2013년 17홈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4홈런을 쏘아올렸다. 사실 시몬스의 타격은 지난해부터 달라져 있었다. 6월23일까지 타율이 .204였던 시몬스는 남은 86경기 .315를 기록했다. 부진에 빠진 시몬스를 도운 인물은 빌리 에플러 단장이었다. 에플러는 시몬스가 상대한 구종과 투구 분포도가 담긴 자료를 보내줬다. 시몬스는 이 자료를 토대로 변화를 시도. 존에 들어온다고 해서 무작정 치는 것보다는 자신이 설정한 공만 대응하기로 했다. 접근법이 바뀌면서 이전보다 정확성이 높은 타자로 변신. 루상에서도 개인 최다 도루(19)를 해낸 시몬스는 공격/수비/주루 모두 플러스 점수를 받는 선수로 거듭났다. 지난 5월 LA타임스는 시몬스의 수비에 대해 "좋다(good) 그런데 엄청나진 않다(not great)"는 평가를 내렸다. 참고로 올해 시몬스의 DRS 32는, 이 항목이 집계된 2002년 이래 유격수 3위에 해당한다.
올해 에인절스는 역전의 명수였다. 지고 있어도 상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비단 시애틀과 텍사스만 뒷통수를 맞은 것이 아니었다. 화이트삭스는 5월17일 경기에서 11회초 먼저 한 점을 뽑고도 11회말 두 점을 내주면서 패했다(푸홀스 끝내기). 6월29일 다저스는 9회초 동점 홈런을 날린 야스마니 그랜달이 9회말 실책으로 끝내기 승리를 헌납했다. 오클랜드는 연장전 패배만 세 번을 당했다. 올 시즌 47번의 역전승은 메이저리그 최다(다저스 47회). 여기에는 7회 이후 끌려간 상황에서의 역전승이 10경기 포함되어 있었다. 9회 72득점은 올해 가장 많았으며, 7회 이후로 확대해도 리그에서 휴스턴(290득점) 다음으로 많은 점수를 올렸다(에인절스 264득점).
마운드는 의외의 선수들이 잘해줬다. J C 라미레스는 선발로 전환한 24경기에서 생각보다 선전했다(9승10패 4.11). 8월말 팔꿈치 내측측부인대(UCL)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는데, 일단 수술 없이 치료만 받았다. 시즌 초반 데려온 파커 브리드웰은 볼티모어가 땅을 치도록 만들었다(10승3패 3.64). 불펜으로 내다본 볼티모어와 달리 에인절스는 브리드웰을 선발로 활용했다. 던지고 싶은 공을 마음껏 던지도록 내버려 둔 것이 자신감을 심어줬다. 늦게까지 보금자리를 찾지 못했던 유스메이로 페티트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준 선수. 하지만 올해 에인절스 투수들 중 가장 높은 승리 기여도(2.2)를 적립했다(60경기 2.76). 밀워키에서 웨이버 된 블레이크 파커는 클레임을 걸어 영입했고 71경기 2.54를 기록하는 대박을 쳤다(처음에는 에인절스가 웨이버). 팀에서 가장 빠른 공(평균 97.3마일)을 뿌린 키넌 미들턴의 첫 시즌도 만족스러웠다(64경기 3.86).
Bad : 타선 강화에 나름대로 공을 들였지만, 노력한 것에 비하면 결과는 참담했다. 3할 타자는 트라웃이 유일했다. 출루율 .350 이상도 트라웃이 유일했다. 장타율 .450 이상 역시 트라웃이 유일했다(이상 300타석). 왜 매년 에인절스 <최고 시나리오>에서 트라웃밖에 할 말이 없는지 증명해줬다. 팀 타율 리그 14위(.243) 출루율 11위(.315) 장타율은 최하위(.397). 역시 리그 최하위로 내려앉은 ops .712는 프란시스코 서벨리와 같은 수치다(300타석).

푸홀스는 홈런(23)과 타점(101)은 나쁘지 않았다. 6월4일 미네소타전에서는 역대 9번째 600홈런 타자 반열에 올랐다. 만루홈런으로 600홈런을 완성한 것은 푸홀스가 최초였다. 올해 통산 1900타점도 넘어서면서 600홈런/1900타점/타율 3할을 기록 중인 넷 중 한 명이 됐다(베이브 루스, 윌리 메이스, 행크 애런). 그러나 푸홀스는 세월을 거스르지 못하고 있다. 다른 타격 지표(.241 .286 .386)를 비롯해 수비와 주루도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족저근막염으로 확 나빠진 주루가 심각했다. 푸홀스가 타점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루상에 주자가 자주 있어준 덕분이었다(449명은 리그 최다). 대신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기도 했는데, 올해 26번의 땅볼 병살타는 리그 최다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푸홀스는 칼 립켄 주니어(350개)를 내리고 이 부문 역대 1위로 올라섰다(362개). 1993년 루이스 폴로니아(-2.6)에 이어 에인절스 역사상 두 번째로 나쁜 승리 기여도를 남긴 푸홀스(-2.0)는 아직 4년 1억1400만 달러 계약이 남아있다.
콜 칼훈은 실망스러운 시즌(.244 .333 .392). 좌완 상대 타율이 .290에서 .223로 폭락했다. 1할대 타자 두 명이 있는 팀에 무엇을 바라야하나. 발부에나(.199 .294 .432)는 홈런(22개)이라도 쳤지만, 대니 에스피노사는 대재앙이었다(77경기 .162 .237 .276). C J 크론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3년 연속 16홈런. 그런데 1루수에 어울리는 공격력은 아니었다(.248 .305 .437). 8월의 승부수였던 업튼(.245 .357 .531)과 필립스(.255 .269 .382)도 어딘가 미적지근 했다.
에인절스는 중요한 경기에서 확신을 가지고 내보낼 수 있는 에이스가 없었다. 규정이닝을 넘긴 리키 놀라스코는 애초에 에이스 그릇이 아니다(6승15패 4.92). 지난해 버팀목이 되어준 맷 슈메이커는 팔뚝 수술로 77.2이닝 만에 시즌을 접었다(6승3패 4.52). 알렉스 마이어(4승5패 3.74)는 어깨 수술을 받으면서 내년 시즌조차 불투명하다. 에인절스가 시즌 막판 '기대해'를 외친 것은 개럿 리처즈 때문이었다. 이두근 부상으로 5개월을 놓친 리처즈는 리햅 등판에서 90마일 후반대를 찍었다고 알려져 천군만마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막상 올라와서 큰 힘은 실어주지 못했다(2패 2.28). 하위 켄드릭을 주고 받아온 앤드류 히니는 토미존 수술에서 복귀. 배팅볼 투수로 전락해 보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히니는 21.2이닝 동안 볼넷(9)보다 피홈런(12)이 더 많다.
마무리도 에인절스의 고민이었다. 마무리 경력이 있는 투수가 두 명(스트리트 베일리)이나 있었지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여러 선수가 시험대에 올랐는데, 딱히 고정시킬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예비 선발로 분류됐던 버드 노리스가 가장 많은 19세이브를 챙겼다(60경기 4.21). 차기 마무리로 내다본 캠 베드로시안이 안착에 실패하면서 마무리 사정은 더 복잡해졌다(48경기 4.43). 중간 역할을 잘해준 파커도 세이브 상황은 힘겨워 했다(세이브 3.60/논세이브 1.91).
전망 : 에인절스는 조시 해밀턴 마수에서 벗어났다. 텍사스에서 방출 당한 해밀턴은 에인절스가 22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책임이 있었다. 홀가분해진 에플러 단장은 이번 겨울에 돈을 쓰겠다고 밝혔다. 트라웃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최우선 목표. 그래서 시즌 후 옵트아웃을 행사한 저스틴 업튼을 붙잡았다(5년 1억600만). 황폐해진 팜을 강화할 수 있는 선수도 보충했다. 애틀랜타에서 풀려난 케빈 마이탄(220만)과 리반 소토(85만)를 확보했다. 이가운데 마이탄은 에인절스 최고 유망주가 될 것이라는 예상.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미겔 카브레라와 비교되는 선수다.
무엇보다 놀라운 소식은 따로 있었으니, 오타니 쇼헤이(23)가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일본의 베이브 루스 라고 불리는 오타니는 당초 샌디에이고, 시애틀, 다저스 중 한 팀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이 예상을 깨고 에인절스를 선택했다. 25세가 되지 않은 탓에 계약금 한도는 정해져 있었다. 시애틀(356만)과 텍사스(354만)가 그나마 많은 돈을 줄 수 있었지만, 계약금이 기준이 아니었기에 에인절스(231만)의 손을 들어줬다. 켄 로젠탈에 따르면 에플러 단장이 양키스 스카우팅 디렉터로 있을 때부터 오타니에게 관심을 드러냈다고. 선발층도 두텁지 않은 에인절스는 오타니 영입으로 희망은 가져볼 수 있게 됐다. 현지에서는 푸홀스의 1루수 출장 시간이 늘어나는 동시에 오타니가 지명타자로 나서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야수 fwar 순위
6.9 - 마이크 트라웃
4.9 - 안드렐턴 시몬스 (bwar 7.1)
2.2 - 콜 칼훈
1.3 - 카메론 메이빈
1.1 - 마틴 말도나도
0.9 - 저스틴 업튼
0.8 - 에릭 영 주니어
0.8 - 유넬 에스코바
0.8 - 루이스 발부에나
투수 fwar 순위
2.2 - 유스메이로 페티트
1.6 - 블레이크 파커
1.1 - J C 라미레스
1.0 - 파커 브리드웰
1.0 - 데이빗 에르난데스
1.0 - 알렉스 마이어
1.0 - 개럿 리처즈
0.9 - 타일러 스캑스
0.7 - 리키 놀라스코
0.7 - 캠 베드로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