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를 사는 지금, 2022년 5월까지 정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도망으로 넘어온 제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나는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 도망이 운명인 거겠지.
나와 맞는 주파수를 가진 제주.
나는 현재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 제주는 비와 더 친근하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온다는 뜻이겠지. 제주를 1년, 2년 살아보니까 여름날의 제주는 대부분 비와 함께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여름날 제주를 여행한다면 실내 여행지를 찾게 되고, 노후된 여행지보단 세련되고, 새로 생기는 여행지를 더 선호한다. 그렇다면 제주에서 가장 큰 힘을 지닌 실내 여행지는 어딜까. 나는 단연 이곳 '빛의벙커'라고 생각한다. 국가기간통신망으로 사용되었던 벙커를 예술로 승화시킨 이곳. 나는 오늘 빛의벙커와 커피박물관 바움을 함께 소개해 보고자 한다.



커피박물관 바움 BAUM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서성일로 1168번길 89-17
매일 09:15 ~ 18:15
제주 커피박물관 바움은 약 2만 2천 평 규모의 숲이 한눈에 보이는 커피박물관이다. 박물관, 전망대, 솔밭 공원, 삼나무, 편백 숲 등 규모가 커서 반나절 정도 둘러보기 좋은 관광 코스이다. 커피 박물관은 200년 역사를 가진 커피에 대해 깊은 고찰과 연구가 묻어난 곳으로 전시실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커피 그라인더와 로스터기, 커피 팟과 잔 세트 등이 전시돼 있다. 체험실과 로스팅 실에서는 커피 브루잉 체험이 가능하고, 로스팅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층 라운지에서는 신선한 커피와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다.




커피박물관 바움 여행기
커피박물관 바움은 사실 옛날부터 있던 유명한 여행지였다. 물론 지금은 빛의벙커가 생기며 함께 상생하고 있지만, 오롯이 커피박물관을 찾던 그 시절보다는 느낌이 덜 하다. 물론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커피박물관 바움은 올레2길이 지나는 성산읍 고산리의 대수산봉 아래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독일어로 '나무'라는 뜻을 지닌 바움. 커피박물관을 방문하면, 수십 년간 민간인의 발길이 뜸했던 곳에서 자란 나무, 숲, 다채로로운 커피 향을 즐길 수 있다. 1층은 박물관으로 운영되 원두부터 글라인드, 모카 포드 등을 전시하고 있다면, 2층과 3층은 카페로 운영되 커피박물관에서 직접 로스팅하고 내리는 커피의 진한 향과 맛을 볼 수 있었다. 나는 2층 테라스로 이동해 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커피를 마셨고, 빛의벙커를 가기 전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빛의벙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039-2
제주 서귀포 성산에 옛 국가기간 통신시설로 오랜 시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 벙커가 있었다. 이곳은 한국과 일본 사이 해저 광케이블 통신망을 운영하기 위해 설치된 시설이었는데, 축구장 절반 크기인 900평 면적의 대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오름 안에 건설하여 흙과 나무로 덮어 산자락처럼 보이도록 위장하였고, 군인들이 보초로 서서 출입을 통제하던 구역이었다.
하지만 이 방머 목적으로 설계된 버려진 벙커가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공간으로 최적의 장점을 갖고 있었고, 실제로 '빛의벙커'라는 이름으로 재탄생 되었다. 1층 단층 건물로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10m, 내부 높이 5.5m에 달하며 내부에는 27개의 기둥이 나란히 있어 공간의 깊이감을 한층 살려주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또한 자연 공기 순환 방식을 이용해 연중 16℃의 쾌적한 온도를 항상 유지하고 있어 벌레나 해충 또한 없다. 게다가 외부의 빛과 소리가 완전히 차단돼 공간은 방음효과가 완벽하며, 미로 같은 진입은 관람객들에게 적절히 몰입을 높여가는 과정을 제공한다.
2015년부터 전시공간을 찾기 위해 전국 답사를 거쳐 2017년 찾아낸 제주의 이 오래된 벙커는 철거/내부 공사, 콘텐츠 제작 및 사업/마케팅 준비를 진행해 1년 만인 2018년 빛의 벙커로 개관해 '구스타프 클림트', '빈센트 반 고흐'에 이어 지중해로 간 화가들 '모네, 르누아르...샤갈' 전시로 이어가고 있다.




빛의벙커 여행기
모네, 르누아르...샤갈 전시를 운영 중인 빛의벙커. 이제 9월이면 이 전시도 막을 내리고, 새로운 전시가 시작될 것이다.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간. 나는 마지막으로 지중해로 떠난 화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자 빛의벙커로 향했다.
이번 전시는 전 전시와는 다르다. '구스타프 클림트','빈센트 반 고흐' 때는 두 명, 세 명의 작가 정도가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지중해 해안을 따라 시간을 거스르는 전시는 '모네', '르누아르', '샤갈', 그 외에 '피에르 보나르' 부터 약 20여 명의 작가가 등장하며 예술가들의 명화 속으로 빠져들 수 있게 구성되었다.
인상주의부터 모더니즘까지의 여정으로 초대하며, 예술적 창조성과 모더니즘의 발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지중해를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는 전시. 전 전시는 조금 어둡던 모습 사이에서 황금빛 작품들을 선보였다면, 지중해는 다채롭고도 따뜻한 파스텔 톤의 작품이 춤을 췄다.



약 35분의 러닝타임 동안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작품의 향연. 다채로운 색감을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 이렇게 많은 작가를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이번 전시. 여름이면, 비가 오는 날이면 꼭 한 번쯤은 보면 좋을 전시였다. 9월이면 다신 볼 수 없는 전시. 전시가 끝나기 전에 꼭 한 번 만나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