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제공 영상으로 경계 감시
우리도 IT 강국 능력 軍 적용해야
획기적 경계작전 개념 변화 기대
한국군이 전투실험한 숲 투과 레이더. 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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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선진국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이전을 거부했던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종래의 기계식 레이더와 작동 원리가 전혀 다르다. 송신부와 수신부가 따로 존재하고 회전하는 종래의 기계식 레이더와 달리 작은 송수신 통합 모듈 수천 개가 붙은 레이더 전반부가 고정된 형태에서 각종 기능을 수행한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작동을 통해 회전하지 않더라도 전자적으로 레이더 빔을 증가시키거나 방향을 전환할 수 있어 기계식과 달리 목표가 탐지될 경우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세계 최강의 스텔스기인 F-22, F-35A도 AESA 레이더를 각각 장착하고 있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AN/TPY-2 레이더도 AESA 레이더의 일종이다. 탄도미사일 발사를 추적·감시하는 그린파인 레이더 역시 AESA 레이더다. 그동안 AESA 레이더 자체개발은 선진국의 기술이전 없이는 불가능할 것으로만 인식됐다. 그러나 국내 기술진은 자체개발이 불가능하다던 AESA 레이더를 개발해 대한민국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대역사를 기록했다.AESA 레이더 개발이 가능했던 것은 IT 강국으로서 우리의 반도체 관련 첨단기술이 빛을 발한 결과다. 이 같은 IT 강국 기술능력을 군 경계작전에 적용한다면 획기적인 개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기대하며 발전방안을 제시한다.레이더는 스스로 에너지를 발산해 물체에서 반사되어 오는 신호를 수신한 뒤 물체를 감지하는 능동형 센서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특정 영역에 전자기 에너지를 송신하며, 지상으로부터 반사돼 돌아오는 에너지를 감지하고 기록장치에 에너지의 크기를 시간 단위로 저장하게 된다.반면 수동형 센서인 광학이나 적외선 센서는 스스로가 에너지를 발산하지 않으며 물체에 반사된 빛 또는 물체 스스로가 발산하는 적외선 영역의 신호를 감지하는 역할만 수행한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레이더는 광학 또는 적외선 센서와 다르게 기후 상태에 무관하게 24시간 운용 가능하다.군에는 이미 첨단 CCTV와 감시 센서가 설치돼 있지만, 이들은 물체가 카메라 앞에 나타나고 눈으로 직접 식별되어야 조치가 가능하다.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침투 장면을 놓칠 수 있다.이런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합성개구면레이더(SAR)를 꼽을 수 있다. 레이더로서 광학과 같은 고화질 영상은 제공하지 못하지만, 물체의 형상을 충분히 인식해 탐지 즉시 경고를 발령하며 조기에 위험을 알리기 때문이다. 또 물체의 이동을 추적·감시해 대응할 수 있으며, 악기상에서도 감시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SAR은 간단히 설명하면 CCTV처럼 영상을 제공해주는 레이더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레이더 기술 수준은 바로 이런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만큼 잘 발달해 있다. 따라서 CCTV에 고정된 경계 개념을 레이더 제공 영상을 이용한 경계 개념으로 바꾼다면 창군 이래 경계에 대한 가장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레이더 기술 발전의 예를 들어 보자. 과거에는 숲 속 표적에 대한 레이더 탐지가 불가했지만, 현재는 숲이라는 장애물을 극복한 레이더가 개발되어 사용하고 있다. 현재 숲 투과 레이더를 성공적으로 개발하여 운용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레이더 사용 사례가 대표적이다.이스라엘군은 숲 투과 레이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경선 일대 대부분을 무인 초소로 운영하며 소수의 경계 병력으로도 철통 같은 경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 레이더가 2.5㎞ 이전부터 침투하는 적을 탐지, 추적하면서 국경선 도달 이전에 모든 상황조치를 종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 대부분이 숲으로 이뤄진 우리 실정을 감안할 때 숲 투과 레이더와 같은 첨단 과학화 장비는 꼭 필요하다.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해상으로부터 해안을 거쳐 지상으로 침투하는 표적에 대해 과거에는 해상·해안·지상의 특성을 감안, 별개의 레이더 모드를 운용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각각의 모드를 소프트웨어적으로 통합한 첨단 고정형 레이더를 이용해서 물샐틈없는 해안 감시를 하고 있다. 현재 지중해 연안 전 지역과 영국의 해안지역에 설치된 이 레이더는 시리아 난민의 밀입국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으며 140㎞ 거리의 대형선박, 22㎞ 떨어진 고무보트, 수영하는 인원은 2.2㎞까지 탐지하고 있다.과거에는 레이더가 크기도 컸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회전형으로 고정기지에 설치되어 상황에 따라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작전하는 데 융통성이 매우 제한됐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기존 레이더의 단점을 대폭 보완한 이동감시용 레이더가 개발돼 각종 상황과 지역에 상관없이 작전 요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최근에 개발된 이동형 지상감시 레이더는 작전이 요구되는 지역으로 즉각 출동하여 인원은 8㎞, 차량은 15㎞까지 500여 개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다. 또 지상 정찰용 드론을 탑재하여 항공정찰까지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보병이 직접 휴대하여 전투현장에서 운용할 수 있는 전술제대급 레이더도 개발되어 이미 미국·이스라엘 등 방산 선진국은 이를 작전에 운용하고 있다.이처럼 개선된 성능의 레이더를 우리 군이 개발하여 운용한다면 군의 신뢰를 크게 강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장으로 즉각 출동하여 작전 성공을 보장함으로써 미래 지상군 작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다.<김관호 육군협회 사이버센터장/예비역 육군 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