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육백여든일곱 번째
그만하면 좋은 친구
캥거루는 주머니에 새끼를 넣어 품고 살기에 자식을 품에 안고 어떤 일이든지 다 해 주려는 엄마를 캥거루 맘이라고 합니다. 완벽한 엄마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한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엄마, 정말 좋은 엄마일까요?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그만하면 좋은 엄마 (Good-enough mother)’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완벽한 양육은 오히려 아이의 성장을 방해한답니다. 늘 밥을 먹여준다면 아이는 젓가락질도 못 하게 될 겁니다. 우리는 친구라고 여기는 인간관계에서 ‘완벽함’을 기대합니다. 내가 연락하지 않더라도 내 마음을 척척 알아 완벽하게 도와주기를 바랍니다. 어떤 경우에라도 나에게 상처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런 관계는 세상에 없습니다. 공자께서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라고 말씀한 것은 이 세상에서는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줄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 뜻일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에게 ‘그만하면 좋은’ 이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서로 부족한 점이 있고, 더러는 실수도 할 수 있는 관계, 그런 ‘여백’이 있어야 편히 숨을 쉬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겠지요. 정현종 시인의 <무슨 말씀>은 실제 있었던 일이랍니다. “내 단골 음식점의 셰프 김인숙 씨가 나더러 늘 식사만 하고 가시는데 무슨 말씀도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는 시 애호가입니다) 나는 대답했습니다. 내가 밥 먹고 앉아 있는 모습보다 더 나은 무슨 말은 없습니다.” 그렇지요? 아무 말 없어도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되는 관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고 오해하는 일 없는 관계, 그런 친구를 ‘깨복쟁이 친구’라고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