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담론
저 깊어가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자신의 말을 들어보라며 고함치는
소리에 이끌려
젊은 남자는 낯선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다
그리고 얼마 후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젊은 남자를 보며
누워만 있던 중년의 남자는
낮고 차분한 음성으로 말하고 있었다
“와 줘서 고맙다고...”
깨어진 술병...
말라비틀어진 밥솥...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들...
방안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던
젊은 남자는 묻고 있었다
“왜 이렇게 이기적으로 살았느냐고?,“
새를 보고
왜 날개가 있느냐고 묻는 거나
물고기에게
왜 물속에만 있느냐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은 질문은 하지 말아 달라며
원래
인간은 남과 나로 구분되는 질서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살다가는 거
아니냐며 되묻고 있었다
당신이 언제 내 행복에
신경 써준 적이 있었냐는 말과 함께...
그러곤
자신에게 필요가 있을 때까지만
유지되는 게
인간관계가 아니냐며
따지듯 말하고 있던 중년의 남자는
수많은 책임을 떠안고
혼돈과 모순 속에 살아가다
결국
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오기 전에
죽기로 한 거라고 말한 뒤
인간들은
자신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남들을 정복하려 들다
지쳐갈 즈음
죽음을 맞게 되지 않느냐며
더 격한 어조로 뱉어놓고 있던
그는
체념인 듯...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인 듯...
지난 과거가
현재의 나를 규정하는 수단으로
사는 게 싫었던
지난날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업에 실패해
술에 절어 화를 내는 그런 내 모습을
이해해 주기보다
아내와 아이들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그래서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게 무서워져
고립되어 이런 선택을 하고 말았다며
마치
철없는 바람을 따라나선 구름처럼
말하는 그에게
왜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한 걸
사업이 망한 것 때문으로 보았냐며
되묻고 있던 젊은 남자는
“당신은 사업에 실패했다는 사실 때문에
집안에 갇혀 화를 낸 게 아니라...“
집안에
갇혀 화를 내는 자신의 명분을
사업 실패라는 이유로
수단으로 삼은 건 아니었는지
첫 번째
물음과 동시에
분노라는 감정을 통해
굴복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위로받으려 한 건 아니었냐는
두 번째 질문을 하고 있었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남자를 보며
방안에 머문 침묵을 다시 깨뜨리 건
젊은 남자였다
당신은
지금 결과를 놓고 그에 합당한
수단을 찾고 있었던 거라며
사업이
망한 것에 영향은 받았겠지만
그 원인이
지금까지의 태도를 결정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작동하지는 않았다며
누워있는 중년의 남자를
바라보며 마지막 말을 하고 있었다
당신의 인생은
누군가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당신이 선택한 것이었다며...
나 자신을
과거에 묶어놓고
이 새벽
그 영혼 바람 되어 떠난
중년의 남자의 영혼과
이야기하고 있던 젊은 남자는
말하고 있었다
자신을...
죽은 자의 남은 이야기를 들으며
고독사한
망자들의 은인으로 살아가고픈
유품 정리사 라고...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카페 게시글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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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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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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