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살던 시대의 한반도는 오늘날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연천도 마찬가지다. 약 26만 년 전 분출된 용암이 한탄강으로 흘러넘쳐 주변을 거대한 용암지대로 탈바꿈시켰다.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은 용암지대와 퇴적층 아래에 묻혀버렸고, 그 위에 새로운 문명이 자리를 잡았다.
전곡선사유적지는 땅 속 깊이 묻혀 있던 구석기시대의 주먹도끼가 발견된 곳으로, 기존에 정설로 인정되었던 아시아 찍개문화권설을 반박하는 증거가 되었다. 아시아권에서 보이는 찍개문화는 유럽의 주먹도끼문화에 비해 그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 절하되며, 서양 인종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황당한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전곡리에서 정교한 주먹도끼가 발견되면서 그동안의 정설은 설득력을 잃었고, 아시아권에도 정교한 석기문명이 존재했음을 세계에 알렸다. 주먹도끼는 구석기시대의 '맥가이버칼'로 불리며, 구석기인의 지능이 매우 뛰어났음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어떻게 전곡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되었을까? 1978년 주한미군 병사 그렉 보웬이 한탄강을 여행하게 되었다. 강변을 거닐던 병사의 눈에 특이한 돌이 띄었다. 일반인이라면 무심히 넘겼겠지만 고고학을 전공한 그는 강변의 수없이 많은 돌들 중에서 독특한 모양의 돌멩이에 주목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돌을 찍은 사진과 발견하게 된 경위를 적은 편지를 프랑스의 유명 고고학자 보르드 교수에게 보냈다. 보르드 교수는 그것이 아슐리안문화의 석기임을 확인해주었다. 아슐리안문화는 유럽 일대에서 발견되는 주먹도끼문화를 말한다. 이후 대대적인 지표조사와 함께 발굴조사가 이루어졌고, 전곡리 유적은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