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국지엠이 연구 개발(R&D) 기능을 담당할 법인을 분리하는 것을 주주총회에서 결의했습니다. 새로운 법인의 이름은 가칭 ‘GM 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라고 합니다.
한국지엠은 신차 및 자율주행 등 신기술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연구 개발 기능에 특화된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결국은 한국 지엠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시장에서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면서 동시에 지엠 그룹 내에서 한국 법인의 중요성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옳은 말입니다. 기업의 목적이 명료해질수록 목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은 성과가 뒤떨어지는 부문이 있더라도 다른 부분의 성과로 이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느슨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연구 개발 법인은 다른 나라의 지엠 연구 개발 법인과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효율성을 높여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지엠이 회사의 중요한 변화를 만들 때가 아닙니다.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전혀 그럴 의도가 없더라도 오해 받을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상대방으로부터의 신뢰입니다. 만일 믿을 만한 사람이라면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는 것은 물론 아예 땅을 파더라도 오이를 훔친다는 의심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지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를 다시 얻는 것입니다. 올해 봄의 철수 사태에서 한국지엠이 잃어버린 가장 큰 것은 매출이나 생산 능력이 아니라 소비자들과 주주들의 신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태가 일단락시키기 위하여 산업은행과 정부에게 수많은 약속을 했던 것이고 소비자들에게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 등 많은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 거리를 좁혀가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법인 분리 사태가 지금까지의 노력을 단숨에 수포로 되돌렸습니다. 저도 한국지엠의 본심은 알 수 없습니다. 한국지엠의 설명대로 정말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합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우선순위가 경쟁력이나 효율성의 강화가 아니라 신뢰의 강화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한 전술을 선택했기 때문에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입니다.
산업은행이 이사회의 법인 분리 결정에 비토권을 사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비토권이 법적으로 효과가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산업은행, 더 나아가 정부의 신뢰를 잃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그것 봐, 그럴 줄 알았어’라고 다시 마음을 닫았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프로모션도 소용이 없을 우려가 높아졌습니다.
한국지엠의 최대 주주는 미국 제네럴 모터스입니다. 법인을 두 개로 분할해도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만일 주주의 구성이 똑같을 경우, 판매 법인만 국내에 존속시키고 연구 개발 법인은 중국과 미국으로 분할 합병시킬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국내 판매 법인은 철수하고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전기차 및 전자 장비 관련 분야의 개발 및 구매 기능만 남겨놓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확실한 것은 지엠 본사가 결정하는 대로 실행하기가 쉬워졌다는 것입니다. 법인 분리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감수할 만한 전략적 목표가 있었다는 추측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한국지엠은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입니다. 사회적인 의무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애매모호한 태도와 입장이 자신들의 손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메시지는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사회 운동이며 소비자 운동일 것입니다.
한국지엠은 명료한 입장을 표명하시기 바랍니다. 진심으로 한국지엠의 발전을 원한다면 지금은 법인 분할을 이야기할 때가 아닙니다. 만일 법인 분할을 강행한다면 아무리 그 목적이 순수했더라도 결과는 철수 쪽에 가까워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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