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이희영)
이 책은 3번도 더 읽은 책이다. 그만큼 생각해 볼 주제도, 깨닫게 되는 것도 많은 책이라는 것이다. 시작은 이렇다. 대한민국 정부는 저출산 시대에 대책을 마련했다. 바로 NC센터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NC 센터는 정부에서 직접 아이를 맡아 키우는 센터이다. 부모가 낳은 아이를 키우기 원치 않을 때 정부에서 그 아이를 데려와 키우는 방식이다. 국가의 아이들을 영어로 해서 nation’s children 의 앞 글자를 따서 NC 센터가 된 것이다. 그래서 NC 센터의 아이들은 부모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을 영어 발음이 비슷한 ‘페인트’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물론 NC 센터 출신의 범죄자로 인하여 부모를 선택하지 못하고 NC 센터를 떠나는 아이들은 사회에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주인공 제누 301은 17살이었다. 2년 뒤에는 NC 센터를 떠나 사회에 나가야 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신중하고 성숙한 제누 301 이였기에, 사실상 2년 내로 잘 맞는 부모님을 만나는 것은 희망이 없었다.
아까 언급했듯이 나는 내용이 참 재밌고, 참신해서 몇 번을 더 읽을 정도였다. 하지만 내용은 내용이고, 이 슬픈 현실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키우기 원치 않고, 정부가 키운다는 것. 물론 낳아서 직접 키우겠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이 낳은 아이를 아무 책임감 없이 정부에게 맡기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반면에, 오히려 책임질 수 없는 환경에서 아이를 낳게 된 부모들에겐 아이를 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던 것일까? 머리가 많이 아프다. 부모의 역할과 책임감, 과연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마음이 먹먹했다.
“세상 어떤 부모도 미리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잖아요.”,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 그건 만들어 가는 거니까요.” 102p.
좋은 자식, 좋은 부모는 무엇일까? 훌륭한 가정, 따뜻한 가정은 무엇일까? 나의 결론은 이것이다. 세상의 좋은 자식, 좋은 부모, 훌륭한 가정과 따뜻한 가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또한 그 어떠한 관계도 몇 문장들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는 서로를 맞추며 만들어 가는 것임을 되새기며 오늘 글을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