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후(經侯)가 위(魏) 태자(太子)를 만나러 가면서,
왼쪽에는 새의 깃과 옥으로 장식한 검을 차고 오른 쪽에는 고리 모양의 패옥(佩玉)을 차서,
왼쪽의 광채가 오른 쪽을 비치고 오른 쪽의 광채가 왼쪽을 비치도록 번쩍번쩍 요란하게 꾸몄었다.
함께 앉아서 한 참이 지났건만 태자는 그를 보려고도 하지 않고 아무런 질문도 아니 하는 것이었다.
경후가 답답해서 먼저 물었다.
“귀국 위나라에도 보물이라는 게 있습니까?”
이 말에 태자는 “있습니다”라고 간단히 대답하였다.
경후가 “무슨 보물입니까?”라고 되묻자, 태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임금은 믿음이 있고 신하는 충성스러워 백성들이 모두 이를 추대 하는 것,
이것이 우리 위나라의 보물이오!”
이에 알아듣지 못한 듯 경후가 다시 물었다.
“제가 물었던 보물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어떤 물건인가를 물은 것입니다.”
그러자 태자가 다시 이렇게 설명하였다.
“있지요! 도사소가 위나라를 다스리자 시장에 매점매석이 사라졌고,
극신이 양 땅을 다스리자 땅에 떨어진 물건도 주워가는 이가 없어 졌으며,
망묘가 조정에서 일을 하자 사방 이웃의 어진 선비들이
누구하나 찾아와 뵙고 싶어 하지 않는 이가 없었습니다.
이 세 명의 대부가 곧 우리 위나라의 큰 보물입니다.”
그러자 경후는 아무 말도 못하고서, 왼 쪽의 옥으로 장식한 검과
오른 쪽의 고리 모양의 패옥을 풀어 자리에 내려놓고 부끄러워하면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말없이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달려 나가 수레에 올라 도망치듯 사라져 버렸다.
위 태자는 사람을 시켜 달려가 그가 두고 간 검과 패옥을 돌려주도록 하면서 이렇게 고하게 하였다.
“내가 덕이 없어 이 귀한 보물인 주옥을 지켜낼 수가 없습니다.
이런 물건은 추위에 옷을 해 입을 수도 없고, 배고플 때 먹을 수도 없습니다.
내게 남겨두어 괴로움만 더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이에 경후는 두문불출하다가 뒤에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설원(說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