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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처음 산행 계획을 세울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고양리 선양교회 → 상정바위산 → 마치 → 863.9봉 → 998.9봉 → 고양산 → 큰골향 북봉 지능선 → 삼거리 → 포장도로 → 고양리'의 14.5km 코스를 7시간 동안 환 종주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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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산[高陽山]
높이: 1,152.4m
위치: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고양리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과 북면, 임계면을 감싸 안은 고양산은 단풍도 그러하거니와 억새 산행지로 그만이다. 교통이 불편해서 평소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심심산골이라는 것이 오히려 호젓하게 가을 산행을 즐길 수 있어 좋다.
고양리 적목동 마을 뒤편으로 산길을 잡으면 된다. 적목동에서 산을 타기 전에 지계곡 위의 석회동굴에서 쏟아지는 물을 물통에 담은 뒤 삼신각과 폭포 상단의 동굴을 지나 배재등골, 배재를 거쳐 8부 능선에 이르면 온통 억새밭과 싸리나무로 뒤덮은 정상이 지척이다.
정상을 넘어 70m쯤 가면 돌담이 쌓인 곳에 옛 절터가 있고 절터 앞에 맑은 물을 토해내는 샘이 있다. 샘을 지나 1,020봉 북북동릉을 따라 좌골 적목동으로 되돌아오는 데 그리 힘들지 않지만, 6시간쯤을 잡아야 한다.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원주에 와서 하진부로 빠진 뒤 정선 쪽으로 가다 나전여랑을 지나서 소란까지 오면 고양리로 가는 막다른 길을 만나는데 골지천변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정자인 구미정과 아홉 개의 소가 있는 구용소를 둘러보고 산을 찾는 것이 좋다. - 한국의 산하
상정바위산
높이: 1,006.2m
위치: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상장바위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조양강이 사행하며 만들어 놓은 지형이 마치 우리나라 지도와 같이 보인다. 한강의 발원지인 금대봉 검용소에서 발원한 검용수가 고계천이 되어 임계천, 송천, 오대천을 모아 조양강이되고 정선시내를 흘러러들기 전에 휘돌아 정선시내를 빠져나가는데 이 조양강이 휘돌아치는 곳에 솟은 산이 상장바위산이다.
산행기점은 문곡마을이다. 문곡마을에는 네 개의 바위(문산사암)가 있다. 상산암, 동자암, 선불암, 상장암이 그것이다. 문곡본동에서 큰골 - 정상 - 작을골로 산행코스를 잡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 한국의 산하
이번 주는 토요일인 5월 13일 162번과 163번째 천고지 산행으로 강원 정선 고양산(1,152.4m)과 상정바위산(1,006.2m)을 다녀올 예정이다. 애초 2019년 일괄적으로 천고지 산행 계획을 세울 때, 안내산악회가 거의 찾지 않는 산이라는 걸 확인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계획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시간이 갈수록 쉽지 않다는 깨닫고,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가 찾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로 산악회 게시판만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로 외부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그나마 인기 있던, 산행도 취소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적당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코로나가 종료되고, 안내산악회가 서서히 옛 활기를 찾아가고 있어, 혹시나 하고 다시 게시판을 주시했다.
주시 대상에는 정선의 고양산, 상정바위산 연계 산행뿐만 아니라, 달바위봉, 각희산, 선바위산 등 여러 산행이 포함돼, 각희산[산행기]과 선바위산[산행기]에 다녀왔다. 그중 2월 각희산 정상에서 서로의 인증을 찍어준 산꾼과 각자의 산행 방식에 관해 대화하다가, 천고지 산행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그러자 그가 이번에 같이 온 산악회에서 3월 26일 봉화 달바위봉 산행 계획이 있다는 놀라운 얘기를 한다. 해서 '거의 매일 게시판을 확인하는데, 3월 계획에서 못 봤다.'라고 하자, '그럴 리가 없다!'라는 거로 일단 대화는 끝났다. 이후 산행을 재개해 달리는 동안, 각자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산악회 홈에서 확인했다. 역시, 3월 산행 계획에는 없어, 혹시 산악회를 착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산행이 끝나고 날머리에서 그를 만나면, 물어보려 했다. 그런데 그가 날 보자마자, 산행 계획이 아니라, '가고 싶은 산행지 추천하기'에서 봤다고 알려준다.
그런 게시판이 있는지도 몰랐으니, 귀가 후 산악회 홈에서 게시판을 찾아 들어갔다. 그의 말 대로 한 산꾼이 추천했지만, 그날은 산악회 시산제라 다른 날짜를 추천해 달라는 주인장의 댓글이 달려 있고, 소강상태다. 해서 그 아래에 날짜를 수정해 4월 15일이나 16일 진행해 달라고 글을 쓰고, 며칠이 지나자, 4월 15일 봉화 달바위봉 산행 계획이 공지됐다. 그리고 많은 산꾼이 기다렸는지 금방 성원을 넘어, 28인승 버스를 거의 다 채웠다. 하지만, 산행일 비 소식에 그 산행은 5월 27일로 연기돼, 그걸 대신해 다음 날 기룡산을 다녀왔다[산행기]. 사실 별 기대 없이, 추천했던 산행인데, 주인장이 받아들이고, 다른 산꾼의 열열한 호응에 고무돼, 그다음으로 추천한 산행이 이번의 고양산, 상정바위산 연계 산행이다. 이 또한 현재 31인석 버스를 꽉 채웠다. 고로 지난번이나 지난주와 같은 기상 상황만 아니라면, 예정대로 벼르고 별렀던 상정바위산에 오른다.
진행 여부야 기상과 산꾼의 호응에 달린 거고, 추천 산행에, 주인장의 적극적인 호응에 고무돼, 그동안 못 갔던 천고지를 한 달에 하나씩 추천할 예정이다. 너무 많은 추천은 그나마 소수에 불과한 산꾼을 분산시켜 성원을 채우기 어렵다. 산행 준비는 다른 산행과 같다. 늘 그렇듯이 산행 일이 닥쳐 3명이 취소해 3자리가 비었고, 조망이 좋고, 산행이 과히 어렵지 않은 산이라는 평가지만, 등산방에 추천하기에는 너무 늦어, 조용히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상정바위산과 가까운 가리왕산과 청옥산의 산악날씨에 의하면 당일 날씨는 맑고 화창한데, 기온은 10도 내외라 약간 추울 거로 예상된다. 그리고 16시에 소나기도 있으나, 그 전에 하산할 예정이란 비와 조우하지는 않을 거라, 수요일 치악산과 같은 복장으로 간다[산행기]. 날머리에 식당이나 가게가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나, 산악회 주인장이 게시판에 확인 사살했으니, 산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그래봐야 김밥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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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새벽 5시 20분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는 절차 중 산악회 홈에서 변동사항이 있나 확인하느라, 좌석표를 보니, 만석이다. 비어있던 3자리를 취소된 산행을 신청했던 등산객 셋이 대안으로 선택한 결과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미리 준비한 숄더힙색을 둘러메고, 불광역에서 6시 27분발 오금행 열차를 타기 위해, 6시 10분경 집을 나섰다. 마을버스를 타거나, 버스로 연신내로 가도 되나, 지난 일요일 문을 닫았던, 김밥집이 토요일에는 영업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거의 10년 만에 공사를 시작한 재개발 지역을 지나, 대조 시장을 가로질러, 불광역까지 걸어갔다. 영업 중이다. 신사역의 두 가게와 같이 일요일만 문을 닫는 거 같다. 일주일 중 최소 하루는 쉬어야지! 6시 54분경 신사역에 도착해 개찰구를 통과하며 옆을 보니, 김밥 전문집은 영업 중이다. 그리고 통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끝의 즉석 빵집도 문을 열었다. 고로 일요일이 아니라면, 불광역, 신사역 중에서 취향에 맞는 김밥을 준비하면 된다. 문제는 요일에 무관하게 양재다!
즉석 빵집에서 김밥 한 줄 사서, 승차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가, 그 난간에 힙색을 올려놓고, 김밥을 넣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4번 출구로 올라가는데, 입구에 빨간 버스가 보인다. 현재 시각 6시 59분, 6시 50분에 시청에서 출발한 버스가 도착하기에는 이른 시각이라, 혹시 출발 시각을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계단을 뛰어올라가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런데 조금 떨어진 곳에 모인 등산객들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걸 보고 안심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밖으로 나가, 앉기 위해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갔는데, 이미 등산객 3명이 차지하고 있어, 그보다 3m 정도 위에 있는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산악회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오늘 여기서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는 정선으로 가는 게 유일해 주변에 보이는 등산객은 산행을 같이할 일행이다.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며, 속속 도착하는 등산객을 구경하고 있는데, 6시 7분한 버스가 역 입구에 정차했다. 거리가 멀어, 앞창에 붙여 놓은 목적지가 보이지 않으나, 주변 등산객이 버스 방향으로 움직이는 걸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차로 갔다. 역시 산악회 버스라, 힙색을 멘 채로 차에 타, 자리를 잡고 앉아, 지난 수요일처럼, 앞자리 손잡이에 그걸 걸었다. 그런데, 수요일은 28인승. 이번은 31인승으로 자리 간 간격이 좁아서인지, 계속 걸리적거려, 필요한 걸 빼 앞주머니에 넣고, 그건 선반에 올렸다. 지각하는 승객 없이 타야 할 등산객이 다 타자, 신사역을 출발한 버스는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영동고속도로 들어서 정선으로 향했다.
사고 때문에 중간에 약간 지체한 버스는 8시 40분경 문막휴게소로 들어섰다. 수요일에도 왔으니, 사흘 만에 다시 온 거라, 궁금한 것도 없다. 그때와 다른 건 주차한 차량이 많아졌다는 거 정도. 해서 볼일만 보고, 바로 버스로 돌아갔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지도와 산행 계획이 인쇄된 종이를 나눠준다. 이 대장은 코로나 이전 천고지를 몇 번 같이 했던, 산꾼으로 오랜만이다. 그건 다른 승객도 마찬가지인지 안면이 있는 사람은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한다. 나눠 준 종이를 보며, 대장이 이번 산행의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하는데, 내가 아는 것과 아주 다르다. 일단 명확한 길이 없으니, 지도를 의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도 등산로가 없으니, 지도의 능선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해서 사용 중인 등산 앱의 지도로 고양산을 찾아봤다. 금대지맥은 뚜렷하나, 고양리에서 올라가는 등산로가 없다! 고로 지도의 능선과 계곡을 구분해서 가야 한다.
추가해 지도를 볼 줄 모르는 등산객은 잘 보는 사람과 동행하라고 했다. 13.5km가량 되는 산행 거리라, 책정한 소요 시간은 6시간 30분, 대장이 후미에서 따라올 예정이니, 걸음이 늦은 등산객은 본인과 같이 가자고 했다. 10시 40분경 들머리에 도착할 예정이라, 마감은 5시 20분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A, B, C 3코스가 있으나, B나 C는 거리가 짧아 시간이 문제되지는 않고, A 코스 산꾼은 마감이 지나더라도 기다릴 테니 오라는 말로 설명을 끝냈다. 13.5km에 불과한 거리를 6시간 30분, 거기다 낙오자를 기다린다는 말에 신경이 쓰였다. 날머리에 식당이나 가게가 없으니, 빨리 서울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소 안내산악회 전세 버스가 다 그렇듯이 이 버스 기사도 산악회와는 처음이다. 심지어 죽전 간이정류장 위치도 모른다. 고로 날머리에서 일찍 떠나는 게 중요한데, 대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 같다. 어쨌든 초행 기사 답게 들머리인 고양리까지 우여곡절을 꺾은 후,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거보다 9분가량 늦은 10시 49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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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도 사람이 산다는 것에 놀라고, 버스도 올라올 수 있다는 것에 다시 놀란 후. 이미 이정표를 보고, 산행을 시작한 선두를 바라본 후, 출발 전, 핸드폰과 스마트 워치의 등산 앱을 기동하고, 현 위치를 확인했다. 634m, 고양산의 높이가 1,151m니, 핸드폰의 GPS 오차를 고려한 표고차는 500m 내외다. 고로 수직으로 올려야 하는 높이는 별거 아니다. 그리고 인솔 대장의 설명에 의하면 임도를 따라 800여 미터를 가다가, 좌회전해 능선으로 올라타야 한다고 했는데, 그 갈림길 높이도 꽤 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었다. 어쨌든 뒤로 돌아 버스 주변의 전경을 기록으로 남기고, 이미 저만치 가고 있는 선두 그룹의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들머리인 '고양산 이정표'에서 7분가량 올라가자, 포장 임도에서 흙길로 바뀌어 진정 임도다운 모습인데, 길의 상태로 보면, 차량 통행이 꽤 있는 도로다. 선두 그룹의 뒷모습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위로 올라가는데, 조금 전 나를 추월했던 등산객이 혹시 왼쪽에서 길을 봤는지 묻는다. 산행 전 산세를 보고, 대장이 좌우를 혼동했다고 생각해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을 주시하며 왔으니, 당연히 못 봤다. 해서 오른쪽을 보고 오느라 못 봤다고 하자, 등산 앱의 트랙에 의하면, 코스에서 벗어났다는 거다. 뒤에서 같은 트랙을 따라오던 일행의 핸드폰도 코스를 벗어났다고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사실 좌우는 혼동할망정, 들머리에서 800m 정도 올라가면 갈림길이 있다는, 거리는 혼동하지 않았을 텐데,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와중에 앞서가던 선두는 보이지 않는 게, 앞에 보이는 고개를 넘었거나,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갈림길로 들어선 거다.
다들 방향을 바꿔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왼쪽과 오른쪽 모두 능선이다. 고로 임도는 두 능선 사이의 계곡을 따라 만들어졌다. 그리고 고양산인지 명확하지는 않으나, 이 부근에서 가장 높아 보이는 봉우리는 오른쪽에 있다. 내 판단으로는 임도를 따라 가면 고양산 정상에 오르는 게 더 가깝고 쉽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이라, 그들을 따라, 20여 미터를 내려가자, 하산 방향 오른쪽으로 갈림길이 있다. 이정표는 없으나, 왼쪽을 주시하고 올라왔으면, 발견했을 갈림길이다. 대장을 믿지 못하고, 오른쪽을 주시한 나나, 길이 아니라 등산 앱의 트랙만 쳐다보고 올라온 사람만 지나쳤을 뿐이다. 해서, 다음 산꾼을 위해 그 갈림길을 지나친 후 다시 위를 바라보며 갈림길의 위치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노년의 산꾼을 따라 숲으로 들어서자, 그가 '오지에서는 늦게 가는 사람이 유리하다!'라며, 길을 양보해, '네, 맞는 말씀입니다!'라고 맞장구를 쳐주고 그를 추월했다.
갈림길로 들어서 작은 계곡을 지나자, 등산로가 나타나고, 능선에 올라서자, 길이 희미해진다. 그리고, 최선두는 왼쪽으로 보이는 희미한 길을 따라갔고, 바로 앞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해서 나도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팀을 따라갔다. 그러자, 왼쪽으로 갔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왔으나, 이미 많이 올라간 선두는 그쪽에서 길을 개척하고 있는지 서로에게 방향을 지시하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위로 갈수록 길은 희미해지는데, 아무리 오지라 해도 길을 잃은 산악회 리본 하나 정도는 발견할 수 있음에도, 전혀 없다. 그리고 이번에 같이 온 산나물과 약초 전문가팀에 의하면 나물과 약초 천지라며, 심마니 3명은 흩어져, 약초나 나물을 채취하며 오른다. 그렇게 올라, 좀 평평한 곳에 올라서자, 가쁜 숨을 가라앉히는 일행이 있어 그를 추월해 앞선 산꾼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위로 갈수록 등산로가 희미해지는 게 이상해 산행 후 처음으로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등산로가 없다! 고로 대장이 버스에서 코스 설명 때 얘기했듯이, 지도의 등고선을 보고 능선을 따라가야 한다. 물론 일행이 같이 움직이면, 뒤에서 따라가면 되지만! 위로 오르는 급경사 구간에는 등산로가 보이지 않아, 각자 알아서 올라가지만, 완만한 경사의 능선에 올라서면, 다시 희미하게 등산로 보인다. 기준이 뭔지는 모르나, 심마니 팀이 순한 산이라고 평가하는 산을 힘겹게 오르자, 허기가 지고 갈증도 난다. 해서 시계를 보니, 11시 30분으로 점심시간이다. 남은 구간이 길어 벌써 김밥을 먹으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어, 오이를 꺼내 갈증과 허기를 같이 해결하며 계속 위로 갔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래도 완만한 경사의 능선에는 길이라고 부를 만한 게 있어, 이번에는 비법정 산행이나, 통신 불량 지역에서 사용하는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역시 고양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없다. 다만 금대지맥이 고양산을 통과하는 건 명확히 표기하고 있다. 그리고 멀지 않다.
헐떡이며, 급경사를 오르다가, 숨을 고르기 위해, 서서 잠깐 쉬는 동안, 이번에는 등산객 대부분이 사용하는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역시 등산로는 없다. 와중에 금대지맥도 없이, 산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렇다고 등고선이 명확한 것도 아니다. 대장이 이 앱을 쓰지 말라고 한 이유를 알 수 있다. 과거부터 익히 알고 있었으나, 기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는 중이다. 지도를 확인하는 동안 숨이 어느 정도 가라앉아, 다시 저 높은 곳을 향해, 가장 편해 보이는 곳을 따라 위로 오르며 고개를 들자, 정상이 보인다. 고양산 정상은 아니고, 금대지맥 상의 무명봉이다. 11시 58분 금대지맥의 무명봉 정상에 도착해 보니, 바위가 반긴다. 그런데, 지맥 산행 때면 늘 만나는 '준.희'의 지맥 명패가 안 보이는 걸 보면, 지맥에서 중요한 봉우리는 아니다. 어쨌든 지맥에 올라섰고, 정상이 바위라 혹시 주변에 뭐가 보이나 그 위에 올라섰으나, 울창한 숲에 가려 보이는 게 없다. 그나마 다행은 왼쪽으로 고양산이라 생각되는 봉우리가 보인다는 거!
무명봉에서 고양산으로 가기 위해 내려가며, 고개를 보니, 평범한 고개가 아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임도로 보인다. 명확히 하기 위해 고개에 내려서자마자, 산행 들머리였던 고양리 방향으로 가봤다. 물론 반대쪽도 확인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면서 눈을 씻고 찾았던, 산악회 리본이 고양산 방향의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고로 들머리인 고양산 이정표에서 임도를 따라 오를 때, 갈림길로 빠지지 말고, 그대로 올라오는 게 훨씬 빠르고 쉬운 산행으로 보인다. 물론 오랜 세월 사용하지 않은 임도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뭇가지의 리본은 지맥 종주 팀이 매단 거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건, 지맥 종주팀은 고양리가 아니라, 큰골이 접속구간이다. 이 리본을 따라가든 아니든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고양산 정상이다. 곳곳에 핀 야생화를 기록으로 남기면 정상을 향해 가는데, 역시 길이라고 부를 만한 건 안 보인다. 해서, 각자 편해 보이는 곳을 골라, 위로 올라갔다.
심마니 팀의 순한 산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정상이 가까워지자, 한국 산이 어디 가는 게 아니라, 바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정상 직전은 아예 너덜이다. 돌이나 바위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꽃을 피운 이름 모를 풀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며, 편해 보이는 너덜을 골라 정상으로 향하는데, 등산 앱이 고양산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해서 거기서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 12시 11분경 도착했다. 정상에는 심마니 팀 3명을 포함 대여섯의 산꾼이 먼저 도착해 쉬고 있거나, 인증을 찍고 있다. 그중 심마니 팀이, 인증을 부탁해 찍어줬다. 물론 나도 그중 한 명의 도움으로 인증을 남겼다. 그런데, 고양산 정상 직전 전혀 생각지 못한 인공물을 발견하고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산불감시탑이다. 그리고 정상에는 정상석 대신 정상목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나무에 매달았고, 다른 하나는 돌로 고정했다. 인증을 찍은 후 심마니 팀의 대장이 감시탑으로 올라간다. 뭐 하려는 건지 지켜봤는데, 통신탑을 전망대로 쓰는 거다. 해서 나도 올라갈까 잠깐 고민하다가, 포기하고 바로 고양산을 떠나, 상정바위산으로 향했다.
속속 정상에 도착한 산꾼들이, 점심시간이라, 주변에 흩어져 자리를 잡는 걸 보고, 바로 출발해서 조금 내려가자, 나보다 먼저 출발한 산꾼이 가고 있는 게 보인다. 그의 뒤를 따라가며 생각해 보니, 지금 김밥을 먹어야 할 거 같아, 힙색에서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갔다. 김밥을 꺼내며 감탄한 게 배낭과는 달리, 힙색은 벗지 않고도 손을 뒤로 돌려,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거다. 김밥 또한 손을 뒤로 돌려, 지퍼를 열고 김밥을 꺼낼 수 있었다. 고로 쉬지 않고 걸어야 할 때는 힙색이 딱 맞다. 그렇게 김밥을 먹으며 아래로 내려가는데, 왼쪽으로 전망대가 보여, 당연히 그리로 갔다. 능선에서 밖으로 튀어 나간 바위로 아래는 절벽이다. 거기에 서자, 사방이 보이는 건 아니고, 고양산 남동사면에서부터 상정바위산으로 뻗어가는 금대지맥이 선명하게 보여 기록으로 남겼다. 능선의 끝에 희미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상정바위산이 아닐까?
이번 고양산, 상정바위산 연계 산행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전망대에서 기록을 남기고, 다시 금대지맥 위로 난 등산로로 상정바위산으로 가는데, 김밥 먹은 지 10분가량 지났을 뿐인데, 배가 고프다. 해서 허리띠 주머니에 있는 에너지 바를 꺼내 먹었다. 산행 생활 처음으로 두 개를 한번에 먹었다. 그런데 고양산 정상에서 고개로 내려오자, 지맥꾼이 아니면 찾지 않는 산이라, 등산로는 희미하나, 능선 자체는 순한 산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기복이 심하지 않고, 능선도 널찍하다. 고양산에서 상정바위산까지 5km라는데, 그 거리가 모두 이렇다면, 비록 고양산에 오르는 건 쉽지 않았으나, 나머지는 쉬운 산행으로 산행이라기보다는 트레킹에 가깝다. 와중에 능선 위에는 만개한 철쭉 군락이 군데군데 있어, 그걸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열병하듯이 늘어선 철쭉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작은 봉우리에 오르자, 나무에 매달린 금대지맥 명패가 보인다. 해발 1,010.1m의 무명봉으로, ‘준.희’가 아니라, '부뜰이'의 작품이다.
길이야 있든 말든 산책로 수준이라 유유자적 전진하는데, 앞에 돌담이 보인다. 응? 집터의 흔적인가? 그럼 물은? 산성? 여기만? 해서 돌담 주변을 둘러보니, 해발 1,000m가 넘는 능선 위의 묘다. 그럼, 인가가 멀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조성 당시는 큰 노력을 들인 묘 같은데, 묘라는 걸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다.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능선을 따라가다가, 뒤로 돌아보니, 울창한 숲사이로, 고양산이 보여 기록으로 남겼다. 조망이 없어, 이번 산행에서 고양산과 상정바위산의 제대된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게 아쉽다. 조망이 없는 걸 아쉬워하며, 계속 가는데 앞서가던 산꾼이 멈춰서서 무언가를 보고 있어, 가까이 다가가 같이 봤다. 누군가 만들어 나무에 매단 이정표가 떨어진 거로 삼거리 표지다. 금대지맥 종주의 접속 지인 큰골은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이정표로 지맥꾼에게 대단히 중요한 거라. 다시 매달려고 보니, 줄이 짧아, 어쩔 수 없이, 제대로 된 방향을 잡아, 나무에 기대 놓았다. 중요한 삼거리라 이름이 있을 거 같은데, 지도나 산행 코스 어디에도 이 갈림길에 관한 정보는 없는 게, 비상 탈출로가 아닌가 생각된다.
삼거리를 떠나, 10분가량 전진해 다시 작은 봉우리에 오르자, 부뜰이 작품의 '금대지맥 1,008.6m'의 명패가 보인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전진해 3분가량 가자, 반가운 리본이 있다. 해서 오랜만이라고 혼잣말하며, 그걸 사진으로 찍는데, 통성명은 안 했으나, 오지 산행에서 자주 만나는 산꾼이 뒤따라오다가, '지금은 가장 튼튼한 부부가 됐을 겁니다!' 해서 '그렇겠네요!' 했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저 앞 나무에 무언가 매달린 게 보여, 가까이 다가가 보니, '곰목이재' 표지다. 이번 산행 코스에서 중요한 고개에 도착했다. 물론 산꾼들 얘기다. 곰목이재는 지맥꾼이 큰골을 접속지로 해, 금대지맥에 올라서는 주요한 고개다. 그런데, 큰골로 내려가는 길이 안 보인다. 금대지맥에는 관심이 없어, 못 보고, 지나쳤나? 어쨌든 다시 철쭉 지대를 통과하고, 숲을 지나자, 평범한 등산객이 많이 찾는 산이라면 대문 바위라고 불렀을 바위 두 개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당연히 길은 두 바위 사이로 지난다. 그런데, 첫인상이 심상치 않은 게 등산로에 변화가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예상대로다. 문을 통과하자 다른 세상이다. 급경사에 곳곳이 날카로운 바위와 돌이다. 그리고 능선도 잘 안 보인다. 해서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고양산에서부터 상정바위산까지는 금대지맥이라, 맥 산행에 특화된 앱은 지맥을 표시하고 있어, 그걸 따라가면 된다. 그리고 조금 내려가자, 길이 나타난다. 당연히 수시로 지도를 확인하며 그 길로 갔다. 그런데, 너무 내려간다. 그리고 계곡이라 이상해 다시 지도를 보니 능선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능선으로 가려면 돌아가든가, 길을 만들며 가야 한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이 와서, 지도의 능선을 확인하며, 좌상으로 길을 만들며 능선으로 향해, 1시 41분에 능선이 보이는 곳까지 올라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능선으로 올라가는데,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같이 움직였던 둘이 능선으로 지나간다. 알바하는 동안 한참 앞서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의외다. 혹시 저 둘도 알바를? 1시 43분에 금대지맥에 올라서서 보니, 등산로가 명확하다. 도대체 어디서 혼동이 생겨 알바했는지 의문이다.
다시 금대지맥으로 올라와 그걸 따라, 상정바위산으로 향하는데, 대문바위를 지나고 나자, 순한 능선에서 센 능선으로 바뀐 정도가 아니라, 기복도 경사가 심해지고, 많아졌다. 한마디로 쉽지 않은 산행으로 바뀌었다. 거의 칼날 능선 수준의 무명 봉우리에 올라서자, 부뜰이의 '금대지맥 897.2m'가 반겨준다. 그런데, 반갑기보다는 알바하는 동안, 900m 이하로 내려와 깜짝 놀랐다. 내려갔다가 힘들게 올라온 봉우리가 897m니, 가장 낮은 곳은 800m 이하라는 얘기다. 사실 헉헉대면 금대지맥 즉 능선을 향해 올라올 때, 500m 단위로 음성으로 현 상황을 알려주는 등산 앱이 '현재 고도 7XXm'라고 했을 때,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뒤의 두 자리는 몰라도 앞의 700은 정확했다. 알바하느라, 체력 소모가 많은 상태에서, 높이 1,000m가 조금 넘는 상정바위산을 올라야 해, 900 이하로 내려가지 않기를 바랐는데, 어느 순간 800대에서 놀고 있다. 한숨을 쉬며 다시 봉우리에서 내려가니, 울창한 숲사이로 봉우리가 버티고 있다.
지나쳐 버리는 장면이 있을까 봐 이번에는 동영상을 찍으며 칼날 능선을 통해 정상에 오르고 보니, 봉우리로는 처음 만나는 전망대다. 그리고 이번에는 '부뜰이'가 아니라, '준.희'의 '금대지맥 857.4m'로 40m 가까이 낮아졌다. 좀전의 봉우리보다 낮아지기는 했으나, 그 봉우리와는 달리, 조망은 탁월하다. 정확히는 이번 산행 최고의 조망이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뒤편 즉 고양산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 어쨌든 보이는 조망은 동영상, 파노라마 등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남겼다. 파노라마의 뻗어나가는 능선이 금대지맥이고, 툭 떨어졌다가, 다시 솟아난 봉우리가 상정바위산이다. 산세로만 봐도 상정바위산 오르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조망봉에서 주변 산세를 감상하고, 금대지맥을 따라 봉우리를 떠났다.
능선을 따라 조양강으로 가는데, 나무 기둥에 달린 카메라가 눈에 띈다. 여기도 보호 대상 동물이 있나? 용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가는데, 또 숲 사이로 봉우리다. 다시 가쁜 숨을 몰아쉬면 정상에 도착하자, '준.희'의 '금대지맥 910.6m'가 반겨준다. 여기에 준.희가 있어, 부뜰이는 리본으로 대신했나? 누구의 금대지맥이든, 다시 900대로 올라간 건 기쁜 일이다. 그런데,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마치'부터는 이정표도 잘 되어 있고, 상태가 좋다는 설명에 따라, 좀 편한 산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마치에 닿기를 바라며 봉우리를 넘을 때마다 아래가 마치? 했지만, 아니다! 이번에도 봉우리를 넘기 전 등산 앱으로 위치를 확인한 결과 봉우리 넘어라, 내려가며 마치일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정상에서 내려와 보이는 모습도 대장의 설명과 부합해 보인다. 다만, 이정표가 없다!
그 고개를 마치라 생각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그리고 작은 언덕을 넘자, 저 아래로 이정표와 나무에 붙은 표지가 보인다. 멀어서 글은 안 보이나, 저기가 마치다. 좀 전 마치라 생각했던 곳과는 불과 2분 거리다. 이번 산행 처음 본 공식 이정표에는 상정바위산까지 2.8km, 애산리(오반동)에서 3.2km 거리에 있는 게 마치라고 알려준다. 정확히는 여기가 마치라는 걸 공식 이정표로는 전혀 알 수 없고, '곰목이재'의 표지를 만든 '반바지'라는 산꾼이 만들어 나무에 매단 표지가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고양리나 큰골이 아닌 애산리(오반동)는 어디지? 해서 지도를 찾아봤다. 마치에서 좌회전해서 내려가면 되는데, 이정표의 화살표는 고양산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상정바위산이 그 유명한 한반도 지형을 조망할 수 있는 봉우리라, 정선에서 상정에 오를 수 있는 다양한 코스를 개발했으나, 그게 관리가 안 되는 거 같다.
열심히 달려왔는데, 아직 2.8km를 더 가야 하고, 현재 시각 2시 48분! 마감까지 2시간 30분 조금 넘게 남았다. 당연히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까지 거리는 모른다. 어쨌든, 그때까지 체력이 버텨줘야 하는데, 갈증도 나고 배도 고프다. 해서 비상식 중 하나인 오렌지를 꺼내 먹으며 걸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능선이 순해, 걷는 데 어려움이 없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30분가량 가자, 그럼 그렇지, 상정바위산이 가까워서인지, 암릉과 암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당연히 등산로는 암릉과 암벽의 능선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있어, 그 길을 따라 위로 가는데, 반대편에서 등산객이 내려오는 게 보인다. '응? 산행 중 뭔가를 잃어버렸나? 아니면, C 코스 참가자가 코스를 바꾼 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전진해 중간에서 만났다. 그러자 그가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건넨다. 우리 일행은 아니고, 홀로 상정에 오른 등산객으로,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등산객이 반가웠는지, 정상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 준다.
정상에서 늘씬하고 잘생긴 대장을 만났는데, 그가 '나는 문곡리에서 올라왔고, 고양리에서 출발한 20명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했다는 거다. '응? 대장 분명 우리와 같이 고양산에 올랐는데, 그럼 다시 내려가 택시를 불러 타고 문곡리로 갔나?' 그의 얘기를 듣자,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어서 '오다가 둘을 만났고, 이번이 세 명째니, 계속 가면 17명을 더 만나겠네요?' 해, '네, 그렇죠!' 한 후 인사하고, 헤어져 각자의 길을 갔다. 거의 같이 움직인 둘을 빼고 알바하는 동안, 추월한 일행이 없었나? 그런데, 조망봉에서 내려올 때, 숲속에서 무언가 움직여 깜짝 놀라 쳐다봤는데, 급경사 숲속으로 들어가는 심마니 팀 셋이었다. 그 셋은? 그들의 행방을 추측하며, 급경사를 올라가자, 이제부터 평범한 등산로가 아니라, 사지를 사용하는 암벽이 기다린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반겨준다. 잔뜩 기대하고 20여 미터를 가자, 밧줄이 매달린 암벽이 보인다. 그걸 보는 순간, 암벽 정상까지 올라가기 위한 밧줄로 생각해 신이 났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옆으로 건너가기 위한 밧줄이다. 상정바위산 정상까지 이런 식이다. 뭐가 위험하다는 건지!
3시 25분에 상정바위산 0.7km 거리의 이정표 통과 후, 다시 안전 가드 겸 안내 가드로 설치한 밧줄 구간을 오르자, 거의 평지에 가까운 지역이다. 그리고 숲에 가려 명확히는 보이지 않으나, 저 앞에 암봉이 있다. 상정바위다! 다 왔다는 기쁨을 안고, 암봉을 향해 가자, 삼거리 이정표다. 상정바위 0.1km, 북평면(문곡리) 5.9km, 애산리(오반동) 6.0km다! 상정바위야 이번 산행의 목표 중 하나라 익히 아나, 나머지 둘은 모르는 지명이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바위를 향해 가자, 등산 앱이 상정바위산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해서 그 순간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갔는데, 등산로는 왼쪽으로 보이는 암봉을 우회한다. 그리고, 헬기장 위로 올라서기 직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6시에 가리왕산에 소나기 소식이 있었는데, 여기도 그 영향권 내라는 걸 하늘이 알려준다. 헬기장에서 보니, 오른쪽이 상정바위, 왼쪽으로도 산악회 리본이 있는 등산로가 보인다. 끝이 멀지 않은 금대지맥이다. 당연히 우회전해 상정바위로 향해, 3시 36분경 정상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정상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인기척이 전혀 없다. 중간에 만난 등산객에 의하면 대장이 정상에서 기다린다고 했는데, 내가 잘못 들었나? 정상에서 어느 정도 기다렸다가, 마감에 맞춰 내려가겠다고 버스에서 언급했었다. 해서 그가 정상에서 대장을 만났다고 했을 때, 수긍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그건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먼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긴 후, 힙색에서 삼각대를 꺼내,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이로써, 이번 산행으로 162번째 고양산, 163번째 상정바위산에 올랐다. 인증을 찍은 후 일행쌍산(一行雙山)에 기뻐하며, 정상 주변을 둘러봤다. 정상석 맞은편에는 '고양리 1.5km, 애산리(오반동) 6.0km'의 이정표가 있고, '제1전망대'를 가리키는 이정표는 관리를 안 해 쓰러졌다. 고로 제1전망대가 어딘지 알 수 없으나, 정상의 지세로 봐서, 쓰러진 이정표가 가리키는 반대 방향인 정상석 뒤일 확률이 높아 보여 그리로 갔다. 그런데, 관목이 조망을 방해하고, 결정적으로 능선이 남도 지방을 가리고 있다. 고로 여기는 제1전망대가 아니다.
정상에서 할 건 다 했으니, 이제 하산로 길목에 있는 제1전망대를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나마 있는 이정표는 관리 부실로 쓰러져 어디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고, 등산 앱 지도도 명확하지 않다. 해서 일단, 쓰러진, 이정표가 가리키는 고양리 방향으로 갔다. 한반도 지형을 만든 조양강, 반대편이라는 건 알지만, 등산로가 정상을 끼고 돌 수도 있고, 결정적으로 그때는 뭐가 씌었는지 고양리가 어딘지 감이 안 왔다. 그렇게 반대쪽으로 100여 미터를 갔는데, 여전히 등산로는 직진이고, 고양리가 B 코스 들머리라는 것과 헬기장에서 능선을 따라 난 등산로가 떠올랐다. 해서 헬기장으로 내려가, 금대지맥을 따라가며, 조양강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지 살폈으나 없다. 다시 등산 앱 지도를 확인하자, 하산 목표가 큰골인데, 점점 멀어지고 있어, 헬기장으로 돌아와, 처음 올라왔던 길로 내려갔다. 그리고 올라올 때 만났던 삼거리 이정표를 보는 순간, '여기다!'를 외치고, 이정표를 보며, 기억을 더듬자, 아래를 가리키는 '북평면(문곡리) 5.0km'의 문곡리가 날머리라는 게 생각났다. 기억이 난 건 좋은데, 멀어야 3km 정도라 생각했는데, 5km라 놀랐다. 현재 시각 3시 48분, 마감까지 1시간 32분 남았다.
삼거리에서 문곡리 방향으로 제1전망대를 찾으며, 5분가량 내려가자, 저 앞으로 밖으로 튀어 나간 전망대가 보인다. 그 앞에 금줄을 치고 '위험 '경고문이 달았고, 그 주변에는 철거한 전망대 자재가 쌓여있다. 분위기로 봐서 여기가 제1전망대인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철거했다. 그래도 뭐가 보이나, 가까이 다가가 아래를 봤으나, 울창한 숲에 가려 보이는 게 없다. 실망하고 돌아서 나와, 등산 앱의 지도에 있는 '전망'을 향해 서둘러 내려가, 4시 10분에 큰골 갈림길에 도착했다. 오른쪽은 작은골, 왼쪽이 큰골이다. 그 분기점이 바위라, 뭐가 보이나 위로 올라갔다. 역시 숲에 가려 보이는 게 없어, 그나마 등산 앱 지도에 전망이라는 표기가 있는 큰골로 방향을 잡았다. 물론 큰골은 우회 코스라, 날머리 기준 작은골보다 멀다. 그런데 그 길이 심상치 않다. 상정바위 높이가 1,000m가 넘는데, 날머리는 강가다. 대개 강가는 해발 100m 내외다. 고로 900m를 정도를 내려가야 하니, 급경사 등산로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산행이 끝나고 확인한 바에 따르면, 300m가 조금 넘어 생각보다는 높았다. 이 역시 여기가 오지라는 방증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칼바위능선이라 위험하다.
쌓인 낙엽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며, 내려가는데, 의외의 장소에서 조양강이 만든 한반도 지형을 조망할 수 있어, 그걸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비록 10여 미터 아래에 전망대 이정표가 있기는 하나,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감에 늦지 않게 서둘러 하산하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라, 잡고 내려갈 밧줄이 있다. 문제는 관광객도 등산객도 찾지 않고, 관리도 하지 않아, 낙엽이 쌓여 미끄럽다는 거. 고로 몇 번의 엉덩방아를 찧은 후 작은 계곡을 건너는 나무다리에 도착했다. 지세로 봐선 험로는 다 내려왔다. 예상대로다, 그 다리를 건너, 고개를 넘자 저 아래로 포장임도가 보인다. 길이 없는 오지, 와중에 알바, 거기에 비, 더해 엉덩방아 찧기를 하는 동안, 온몸이 땀 또는 비에 반죽이 된 먼지라, 큰골이라 불리는 계곡에서 알탕할 생각이었는데, 분위기를 보니, 저 포장임도 옆의 개울이 큰골이다
현재 시각 4시 33분, 마감까지 남은 시간 47분! 씻을 시간은 충분하다. 해서 서둘러 내려가, 4시 34분에 이정표가 있는 임도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까지 85분,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날머리인 주차장은 35분 거리다. 그나마 여유가 10분 정도라, 서둘러 개울로 내려갈 만한 곳을 찾으며 가는데, 등산화에 뭐가 걸리는 느낌이라 내려다보니, 밑창이 찢어졌다. 이 상태로 그냥 가면, 걷기에 불편하고, 더 찢어질 거 같아, 칼을 꺼내 찢어진 부분을 잘라냈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자, 개울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이 있다. 큰골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개울이나, 더운밥 찬밥 가릴 때가 아니라, 거기서 외부에 노출된 모든 부분을 깨끗이 씻었다. 물론 머리에 쓰고 있던 치과에서 준 수건도 빨고.
대략 8분 정도 씻은 후 임도로 돌아와 개운한 기분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소량의 물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하며, 주차장으로 향해, 5시 정각에 작은골 갈림길에 도착했다. 마감 시간에 쫓기기는 하나, 그래도 리뷰는 해야 해, 입구에 있는 지도를 봤다. 그런데, 이 지도의 큰골과 산행 중 만나 이정표의 큰골이 다르다. 말인즉 큰골이라 생각했던 개울이, 큰골이 아니다. 정확히는 큰골이 반대편에도 있고, 여기저기 있다. 따져봐야 머리만 아파, 정선 사람들이 알아서 하라고 놔두고, 마감에 늦지 않게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조양강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저 멀리 보이는 주차장으로 가는데, 앞이나 뒤나, 사람이건 동물이건 움직이는 게 전혀 없다. 둘 중 하나다. 선두거나, 꼴찌다. 개울에서 씻는 동안, 17명이 작은골로 주차장에 도착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뛸 생각은 없다. 마감 전에 도착할 자신이 있고, 지쳤다. 혹시 누군가 오나 수시로 뒤를 살피며 주차장으로 향해 5시 12분에 버스와 그 주변에 서성이는 일행이 명확히 보이는 주차장에서 50여 미터 거리에 도착했다. 사실상 산행이 끝난 시각으로 마감보다 7~8분 빨랐다.
3
5시 13분,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한반도마을’ 간이 주차장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B, C 코스를 탐방한 등산객과 알바한 덕에 선두를 내준 둘 등 10여 명의 일행이 주위에서 쉬고 있다. 꼴찌 아니면, 선두라는 예상 중 선두가 맞았다. 제대로 된 이정표 또는 표지가 없어, 등산로 찾기가 쉽지 않고, 군데군데 산세도 험해, 비록 알바 등으로 정상보다 거리로는 1km 이상, 시간상으로는 20분 이상 더 걸려, 거의 마감에 맞춰 도착했지만, 거의 선두다. 어쨌든 오지를 돌아다니느라, 아주 피곤해, 가능하면 어딘가에 드러누워 푹 쉬고 싶었고, 당연히 그건 버스다. 해서 안식처에 탔는데, 시동이 꺼진 버스 내부는 숨이 턱턱 막히는 한증막이다. 지금 상황은 버스에서 탈출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서둘러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비닐봉지에 넣고 입구를 철저히 봉쇄한 다음 의자 아래에 밀어 넣고, 슬리퍼를 신고 탈출했다.
상정바위산 직전에 조우한, 등산객이 정상에서 만났다는 인솔 대장이 보이지 않고, 버스 주변의 일행이 나누는 주 대화는 주차장을 떠나는 시각이라, 그 주제는 화재는 대장이다. 하지만, 아직 도착 전이란다. 그럼 그렇지, 후미에서 따라오겠다던, 대장이 본인의 말을 어길 리가 없다. 그럼, 등산객이 만난 대장은 누굴까? 어쨌든 날머리인 간이주차장으로 오기 위해서는 상정바위산에서 '큰골', '작은골' 어디로 하산하든 '작은골' 입구에서 조양강 변을 따라 난 도로로, 1km 넘게 상류로 올라와야 한다. 고로 주차장에서 작은골 방향의 하류를 보면, 도로에서 움직이는 모든 게 보인다. 그런데 이 시각 현재 도로에서 움직이는 건 생명이 있든 없든 아무것도 없다!
말은 안 하지만, 수시로 하류에서 올라오는 도로를 보고 있는, 코스와 무관하게 도착한 일행은 6시에라도 출발하면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물론 나도 같은 생각이라, 편히 쉬면서 시간을 보낼 곳이 필요한데, 주위에는 없다. 그렇다고 강으로 내려가기는 귀찮아, 조금 아래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 의자에 앉아 쉬면서 주차장 주변의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그러다 심심하면 버스 시간표를 보며, 대중교통으로 상정바위산 등산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다. 물론 저 시간표가 아직 유효하다는 가정하에. 그렇게 혼자 노닥거리고 있는데, 5시 40분경 인솔 대장이 거리 계산에 오류가 있어 죄송하다며, 죽을죄를 지은 표정으로 주차장에 도착했다. 말인즉, 실제 거리가 13.5km 아니라, 14.5km가 넘으니, 소요 시간을 6시간 30분이 아니라, 7시간으로 책정해야 했다는 거다. 시간 책정에 오류가 있음에도, 대장이 공지한 마감 시간 전에 도착한 산꾼은 나머지 일행이 도착하기를 마냥 기다려야 하기에 사죄하는 거다.
대장이 사죄의 뜻으로 가지고 온 모든 막걸리를 꺼내, 기다리고 있던 산꾼에게 반 잔씩 권했다. 물론 막걸리가 부족해 반 잔이다. 술 생각은 없었으나, 가지고 있던 모든 물을 마셔, 갈증 해소를 위해 막걸리를 받아 마시며, 대장을 둘러싸고 있는 일행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제일 후미의 47년생 산꾼이 막 작은골 입구에 도착했다고 전화했고, 대장은 모두에게 그 상황을 알렸다. 주차장까지는 10~15분 거리다. 고로 최소 10분 정도는 여유가 있어, 조양강으로 내려가, 차가운 물에 발을 넣고, 주차장 주변을 주시하다가, 한 무리의 일행이 도착하는 걸 보고, 주차장으로 가자, 막 도착한 후미와 기다리고 있던 선두가 서로의 무용담을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5시 55분경 47년생 산꾼이 도착하는 거로, A 코스를 탐험한 모두가 아무런 사고 없이 산행을 마감했다. 인솔 대장을 비롯해 많은 산꾼이 알고 있던 것과 엄청난 차이를 보인 정선 고양산, 상정바위산 연계 산행을 7시간 정도에 마감했다는 게 보통 산꾼들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어쨌든 이제 막 도착한 산꾼이 급하게 씻고, 짐 정리가 끝난, 6시 10분경 버스는 한반도 마을을 떠나, 한반도의 수도로 향했다. 이미 20분 전에 가장 편한 자세로 자리에 앉아, 버스 안과 밖의 일행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던, 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한반도 모양의 마을 표지와 민박집을 기록으로 남긴 후,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오지 산행에서 체력 소모가 심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깨어보니, 한 시간이 지난, 7시 10분경이다. 어디쯤 왔는지, 궁금해 창밖을 보니, 아직 국도를 달리고 있다. 배는 고파 죽겠는데, 10시 이전 집 도착은 틀렸다는 생각이 뒤통수를 때린다.
지난 일요일 백두대간 성삼재, 주촌마을 산행 때도 그랬지만[산행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전세버스를 찾는 중소 안내산악회 시스템의 문제로, 딱히 해결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번에 같이 한 버스는 관광버스가 아니라 정기 버스다. 그리고 기사는 그야말로 모범기사로, 차량이 거의 없는 구간은 속도를 낼 만도 한데, 절대 과속하는 일 없이 정숙 주행이다. 와중에 길을 몰라, 내비게이션에 전적으로 의지해 달린다. 어쨌든 그렇게 달려, 7시 30분경 휴게소로 들어갔다. 당연히 문막이라 생각했는데, 횡성이다. 어디든 갈증과 허기를 달래는 게 급해 바로 버스에서 내려,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식혜 하나 사서 마시다가, 코로나가 종료됐다는 걸 깨달았다. 말인즉 버스 내에서 마셔도 된다는 거다. 바람막이와 넥워머를 힙색에서 꺼내 착용할 정도로 날이 추워, 밖에서 마시고 있을 때가 아니다. 늦어서인지, 추워서인지 모르겠지만, 휴게소에 인적도 거의 없다.
급한 불은 꺼, 들고 탄, 식혜는 앞주머니에 넣고,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는데, 평소라면 인원 점검을 하고 있을 대장이 아직이다. 그리고 휴식이 끝나기, 3분 정도 전에 손에 음료수 상자를 들고 타, 비타민 음료를 승객 모두에게 하나씩 나눠준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코스 계획 오류에 대한 사과의 뜻이다. 다시 정속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서 가끔 번화가가 보여, 여주? 하면, 문막이라 한숨을 푹푹 쉬며 가는데,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원래 시청이 종점이나, 도심지 시위 때문에, 양재, 강남을 거쳐 신사에서 마감한다고 알린다. 세상이 시끄러울 때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 다들 그러려니 한다. 다만, 원래 코스에 없던 강남과 양재가 들어간 게 이상할 뿐이다. 이 또한 한반도의 수도에 늦게 도착한 것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넣은 거로 보인다.
애초 버스 전용 차선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버스와 기사지만, 웬일인지 죽전까지는 한가하다가, 만남의 광장을 지나자 막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간신히 9시 25분경 국립외교원 앞으로 내려가자, 대장이 좌회전해 양재역 3번 출구에 1차로 정차하고. 이후 강남역, 신사역까지 죽 달리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국립외교원 앞이나, 12번 출구 아래 마을버스 정류장에 정차해야 하는데, 대장이 무언가 오판하고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그 뇌리를 스친 예감이 적중했다. 버스가 좌회전이 아니라, 양재역 사거리 지하도로 들어간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 승객들이 난리라, 기사가 유턴하겠다는데, 매봉역에서 내려달라고 아우성이라, 매봉역 옆에 정차했고, 대부분이 내렸다. 더 앉아있어 봐야 귀가 시간만 늦어질 뿐이라는 걸 잘 알아서다.
덕분에 9시 30분 매봉역에 하차해,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고 10시 33분경 구산역에 내려, 집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40분경이다. 그리고 서둘러 씻은 후 정신없이 저녁을 먹고, 이번과 일요일 귀가 사태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코로나 이전에는 주로 중소 안내산악회를 이용하고, 어쩌다 자체 차량을 보유한 산악회를 이용해 그 차이를 잘 몰랐는데, 코로나 시기 그나마 각지의 산으로 출발하는 건 대형 산악회밖에 없어, 그 시기 내내 거의 그 산악회와 다녔다. 그리고 코로나가 어느 정도 종식된 이후 중소 안내산악회가 살아나면서, 둘의 차이를 깨달았다. 말인즉 자체 차량 보유 산악회는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이 거의 없는데, 그렇지 않은 산악회는 산행 시간보다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이 더 많다. 문제는 귀가로 날머리에 식당이 없으면, 쫄쫄 굶은 상태라 더 민감한 듯하다. 중소 산악회와 함께 할 때는 코로나 이전과 같이, 버너와 코펠 등을 준비해야 하나?
오지 전문 산악회 코스 계획인 '고양산 이정표 → 임도 정상 → 고양산 → 곰목이재 → 마치 → 암벽 → 헬기장 → 상정바위산 → 헬기장 → 한반도 전망대 → 갈림길 → 전망대 → 큰골 → 문곡리 → 덕송교'를 한 번의 알바와 정상에서 전망대 하산길을 찾아 헤매느라, 약간 거리가 늘어난 15.5km(트랭글) 오지를 6시간 28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6시간 19분, 휴식 9분! 휴식은 큰골에서 땀으로 반죽이 돼 맨살에 달라붙은 오지의 먼지를 씻은 시간이다.
한 번에 두 개의 천고지에 오른 가성비 좋은 산행이었다. 일단 지금까지 알고 있는 천고지를 먼저 오르기로 했으니, 10개만 더 오르면, 1차인 173 천고지 목표를 달성한다.
알고 있던 것과는 달리 맥 산꾼만 찾는 오지 중의 오지라 기대하지 않은 즐거움이 있었다. 물론 그만큼 체력 소모도 많은 산행이다. 그런데, 고양산에서 상정바위산까지 등산로는 이해할 수 있는데, 한반도 지형 조망처로 광고 중인 상정바위산 등산로를 관리하지 않는 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길바닥에 뿌리는 시간이 산행 시간보다 길다는 걸 코로나 이전에는 당연시했는데, 최근 몇 번의 산행으로 중소 산악회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 하산주 없이 귀가할 때는 소요 시간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어, 중소 안내산악회와 동행할 때는 과거와 같이 버너, 코펠, 라면을 들고 다녀야 하는지 심각히 고민하게 만드는 최근 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