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입도요문론'은 말 그대로 단숨에 깨달아서 도에 들어가는 요긴한 길을 제시한 글이다. 이 책은 중국 선불교의 위대한 스승 중 하나인 대주스님이 직접 저술한 책으로, 대부분의 선사 어록이 선사 입적 후 한참이 지나 후세 사람들에 의해 집필된 것에 비해 대단히 이례적이다. 저자가 직접 쓴 이유로 후세 사람들의 오류나 가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대혜 스님은 위대한 선지식인인 마조스님의 제자이다. 이 책은 두 분이 다 살아 있을 때 저술되었고 마조 스님 자신이 극찬하고 인정한 바가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 생에 바로 깨쳐 이번 생애에 해탈하는 것을 돕기 위해 저술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작년에 선물받아 읽다가 책이 너무 좋아 아는 사람 선물하고 또 사서 보다가 아는 사람 선물하기를 몇번을 했다. 서점에 또 새 책을 사러 갔다가 절판이 되는 바람에 정작 나는 끝까지 읽지 못하고 무척 아쉬어 하고 있었는데 인연이 있어서인지 1달전에 교보문고에 다시 출판되어 있는 걸 발견하고 냉큼 사서 읽었다.
책은 길지 않아 53개의 간단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자가 묻고 대혜스님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서로 연결되는 것 같지만 서로 독립적이어서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도 무방하다. 글은 간결하고 소박하지만 읽을 수록 깊은 뜻이 있으며 씹는맛이 대단하다. 하나 하나의 문장이 버릴 것이 없다.
구구절절 설명해도 소용없으니 인상적인 구절을 소개하는 것으로 만족하겠다.
문: 어떤 것이 바른 생각입니까?
답: 바른 생각이란 오직 깨달음만 생각하는 것이다.
문: 깨달음은 얻을 수 있습니까?
답: 깨달음은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문: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깨달음만 생각할 수 있습니까?
답: 오직 깨달음은 임시로 내놓은 개념일 뿐 실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 또한 앞뒤 순서를 따라 차례대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헛된 생각이 없다. 다만 이 헛된 생각이 없는 것을 '참생각'이라고 하니 깨달음은 '생각할 바'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할 바가 없다는 것은 어느 곳에도 집착하는 마음이 없는 것, 이 것이 생각할 바가 없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이런 종류의 무념들은 모두 인연을 따른 방편이니, 임시로 내세운 개념이요, 모두 동일한 바탕이요, 서로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어떤 곳에도 집착할 마음이 없음을 알면 곧 이것이 무념이니, 무념을 얻을 때 저절로 해탈하는 것이다.
.....
문:어떤 것이 바른 견해입니까?
답: '보되 보는 바가 없는 것' 이를 바른 견해라고 한다.
문: 어떤 것을 '보되 보는 바가 없는 것'이라고 합니까?
답: 온갖 경계를 볼 때 집착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니 이를 일러 '보되 보는 바가 없다'라고 한다.
'보는 바가 없는 경계'를 얻을 때 이를 '부처님의 눈'이라 이르니 이를 놓아두고 다시 다른 부처님의 눈은 없다.
첫댓글 귀하고 소중하옵신 진리말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보는 바가 없는 경계의 원만함은 진실로 우리 수행자들에게 필요한 행선의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보는 바가 없는 경계에 대하여, 한 말씀 전해주시기를 바래도 될까요...?
언제나 사랑과 자비가 충만하며 지혜로우신 선생님!보는바가 없는 경계란 각성이 청정하여 원만함을 이룬경계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즉 자신의 변별상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맑고 고운 일체유심조의 종지의 세계를 의미하기도하며, 더 없는 바른 깨달음을 이룬 경계지를 뜻하기도 합니다. 번뇌의 망상도 그리고 집착도, 멸함도, 법도도 상을 여읜 그러한 경계를 말합니다.
인도하시는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