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전선
오난수 루시아
⌜남부지방에 걸쳐있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리겠음. 에상 강우량 80~120mm, 습도 95%, 서해 중부 해상남동~남서풍, 풍속 15~20m, 파고 1.5~2m, 우기 대책 바람.⌟
장마 전선!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반갑지 않게 찾아드는 여름손님.
거리는 온통 물벼락을 뒤집어 쓴 채 칙칙하고 하늘은 불투명한 벽지를 발라 놓은 듯 음습하고 푹푹 찌는 무더위와 변수로 작용하는 불쾌지수까지. 이렇듯 지루한 장마철이 되면 햇빛만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 사물들은 눅눅한 이물질처럼 섬뜩하고 모든 일상은 무겁게 가라앉아 생활의 리듬까지 회색 공간에서 밀폐된 공기를 마시는 느낌을 갖게 한다.
생각해보면 장마전선이 날씨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작고 짧은 우리들 인생 여정에도 몇 번씩은 장마에 갇혀 출구 없는 미로를 헤매야 할 때가 있다.
나이가 먹을수록 더위도, 추위도, 잠시의 불쾌함도 못 참는지 스스로 야속하기만하다.
마치 제동장치가 고장 난 것처럼 마구 내리막길을 질주하는 꼴이다.
육체와 영혼, 이상과 현실, 믿음과 불신, 욕구와 좌절, 존재와 부재 등등 서로 다른 구 기단이 인생행로 세력을 저울질 하며 그 경계면상에 불연속적인 장마기류가 온통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어두컴컴하고 습습한 곰팡이 향기에 천장만 응시하다보면 장마철 금족령처럼 극한상황의 충동적 유혹이 엄습해 오기도 한다.
그러나 장마는 거쳐 가는 법. 지리 한 무더위 장마도 터진 구름 사이 불어오는 서풍으로 시원한 길이 열리듯, 우울한 인생의 우기도 ‘욕심을 버려라’ 하는 값진 교훈을 전해준다.
단, 장마철에 유의해야 할 것은 우산을 빼놓지 말아야 하듯이 인생의 우기 속에서도 노력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 온 뒤 땅은 더욱 굳어지고 어둠이 깊어야함 새벽이 온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두텁게 내려앉은 하늘 저편 구름 속에는 눈부신 햇살이 빙긋이 웃고, 큰 비속에서도 산국화가 보라 빛 별처럼 탐스럽듯이, 우리들 살아가는 어두운 저변에도 희망의 새는 여전히 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