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츠 온천 / 김석수
구사츠 온천은 군마현에 있다. 기후현의 게로, 효고현의 아리마 온천과 함께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다. 온천수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온천물이 분마다 3만 2천 리터 이상 땅에서 나온다. 시내 중심부 ‘유바타코(湯畑)’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이곳에서 ‘유노하나’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온천 성분이 결정된 것을 말려서 만든 분말 가루다. 시내에 들어가면 온천물에서 나오는 유황 냄새가 여기저기 진동한다.
구사츠 온천에 꼭 다녀오라고 권한 사람은 정년 퇴임한 ㅊ 교장이다. 그는 오래전에 동경 한국학교에서 파견 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인천 공항으로 가고 있는데 그는 안부를 묻는 카톡을 내게 보내왔다. 지금 일본 여행하러 간다고 했더니 봄에 가면 좋은 곳으로 몇 군데를 알려주며 군마현에 꼭 가보라고 했다. 다음 날 일기 예보를 보니 흐리고 비가 온다. 그런 날씨에는 온천을 즐기는 것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민박집에서 아침 여섯 시에 나와서 스치우라역에서 여섯 시 31분 특급으로 우에노역으로 갔다. 매표소 안내원이 구사츠까지 가는 기차 일정을 자세하게 알려 주었다. 우에노에서 다카사키역으로 가려고 신칸센 플랫폼으로 갔다. 한 시간 반쯤 걸린다고 해서 기차에 오르자마자 배낭에서 컴퓨터를 꺼내어 대학교에 보낼 강의 원고를 작성했다. 잠깐 사이에 다카사키역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와서 급하게 짐을 챙겼다. 아마 그때 내가 썼던 모자가 없어진 것 같다.
제이알(JR) 전철로 다시 갈아타고 나가노쿠샤츠역으로 갔다. 완행이라 한가하다. 옆에 여자는 휴대 전화를 보다 하품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 여행하는 것 같다. 아이가 가진 조그만 카메라가 신기하다. 나가도쿠사츠역에 도착하자 제알(JR)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나는 제이알 패스가 있어서 버스도 무료 승차다.
40여 분 걸려서 구샤츠 온천 터미널에 도착했다. 관광안내소에 들러서 온천과 식당을 물어봤다. 여직원이 영어로 또박또박 잘 알려준다. 대중 온천은 다섯 개 그중 세 개는 무료 온천이다. 유로 온천 중 700, 980엔 하는 온천이 있다. 700엔 온천은 매주 금요일 남녀 혼탕으로 운영한다. 호기심이 갔지만 가는 날이 토요일이라 혼탕에서 온천욕은 경험하지 못했다.
관광안내소 직원이 맛집이라고 알려준 미즈호 식당에 가서 우동 한 그릇으로 점심을 때웠다. 식당 분위가 우중충 하지만 음식은 괜찮았다. 길을 따라 아래로 걸어가다 제일 좋다는 ‘오타키 노유’ 온천에 980엔 주고 들어갔다. 신발장 키와 귀중품을 넣은 사물함만 있고 옷과 가방은 바구니에 넣는다. 물건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기대보다 온천은 작았다. 들어가자 큰 탕이 있고 야외 탕이 따로 있다. 반 지하에 뜨거운 찜질을 하는 곳이 있다. 그곳은 너무 뜨거워 발만 담갔다. 유황 온천이라 물이 좋다. 야외 온천에서 싱그러운 벚꽂과 푸른 하늘을 쳐다보며 나왔다 들어갔다 하니 신선이 된 기분이다.
온천욕을 마치고 ‘톨로(Tolo)’에서 붕어빵 사려고 창구로 갔더니 여직원이 한국말을 한다. 한국어를 어디서 배웠느냐고 했더니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 노래가 너무 좋아서 혼자 공부했다고 한다. 그녀가 맛집이라고 알려준 소바 식당을 찾아갔다. 소바 거리를 지나가니 빵을 무료로 주면서 시식해 보라고 한다. 맛있어서 두 번이라 먹었다. 매주 금요일에 혼탕을 운영하는 ’사이노 가와라‘ 온천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니 군데군데 노천에서 족욕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다시 온천 아래로 내려와서 맛집으로 소문난 메밀 국숫집에서 소바를 먹으려고 했더니 세 시 조금 넘었는데도 영업 종료란다. 그녀가 가르쳐 준 다른 상점을 찾으러 가려고 했지만, 거리가 멀어서 포기했다. 마지막 버스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터미널 근처 전통 상점에서 조그만 ‘팟빵’만 샀다.
오후 세 시 50분 버스로 나가노구샤츠역으로 돌아와서 20여 분 기다리다 전철을 탔다. 다카사기역에서 김밥을 890엔 주고 사서 먹었다. 우에노역에 일곱 시 3분 도착해서 특급으로 스치우라역으로 왔다. 집에 오니 저녁 여덟 시 35분이다. 온천물이 좋아서인지 피곤하지 않았다. 피부가 좋아지고 상처 부위가 깨끗해졌다. 온천물의 여운이 열흘 넘게 남았다. 이번 학기에는 해외여행 글만 올렸다. 여행하면서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글을 쓰면서 알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공감하는 글을 쓰려면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댓글 여행 많이 다니면서 좋은 글 써 주세요.
대리 여행이라도 열심히 할랍니다. 하하!
국내에서 잘 놀라다 갑자기 선생님의 글로 일본으로의 여행을 합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계속 이곳에 머물러 있었을 텐데요. 글 고맙습니다.
역시 처음 들어보는 곳입니다.
일본은 자유 여행 한 적이 없어서 더 그러겠지요.
생생한 구사츠 여행, 저도 잘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어디 다니는 것도 어렵던데. 정말 부럽습니다.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구사츠 온천 저도 기억해 놓겠습니다. 세세하게 쓴 선생님 글 덕분에 한 학기 동안 베트남, 일본 여행 재미있게 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