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82. 돌아오던 날
비핼기는 출발 준비가 완료되었으나 인천공항의 트래픽으로 인하여 관제탑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온 후에도 40분이나 지연되어 이륙하였다.
밴을 몰고 와서 마닐라 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리게 될 Glak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쓰인다.
비행기의 착륙이 가까워지자 나는 필리핀 휴대전화를 꺼내고, 한눈에 알아보도록 충전 로드의 번호를 굵은 글씨로 적어놓는다.
언제든지 공항에 내리면 제일 먼저 휴대폰 충전 (充錢)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죠셉이 수화물을 찾는 동안 나는 열심히 100페소의 로드 충전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여러 번 했어도 몇 달 후면 다시 낯설어져서 그 순서를 모두 적어 놓고 시도한다.
223을 send하고 앞자리 숫자를 누르고 #을 치고 뒷자리 숫자를 누르고 #을 치면 영어로 멘트가 나오는데 잘 알아듣긴 힘들지만 Balance가 100페소라는 소리만큼은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 실패다. 만일을 대비해서 다른 카드 하나의 숫자까지 긁어서 써 왔는데 두 가지 다 오류란다.
공항직원에게 설명을 하고 부탁해 본다. 그도 역시 두 가지 카드 번호가 다 오류라고 한다. 무슨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까?
할수없이 그의 전화로 Glak에게 전화해 줄 것을 부탁했는데 그것마저 통화가 되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가방을 찾고 밖으로 나왔는데 Glak이 보이지 않는다. NAIA 1 공항에선 매번 만났지만 NAIA 2 에서 그를 만나긴 처음이다.
맘을 졸이고 이리저리 헤매다보니 Glak이 먼저 알아보고 찾아온다. 친절한 그가 반갑다고 나를 얼싸안는다.
또다시 한 시간 반을 걸려 집에 도착한 후 냉장 해야하는 주사약과 급한 물건부터 정리하고 나니 새벽 3시다.
밀라가 집 청소와 침구들을 아주 깨끗이 해 놓아서 기분이 좋다.
창밖에 바람이 가을처럼 스산하게 불고 있다. 창문으론 엄청난 달이 보인다. 정월 대보름의 달이다.
서울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마닐라까지 비행기를 타고, 또 우리집까지 밴을 타고 왔으니 오랜 시간을 버틴 성치않은 내 몸이 천근이다.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돌아왔다. 두 달 후면 돌아올 줄 알았던 이 집에 넉 달이 넘어서야 돌아오게 된 것이다.
속내의를 벗으니 여기도 약간 춥지만 영하 10도를 넘던 서울에 비하면 가을날씨다. 숨쉬는 공기부터 완전히 다르다.
첫댓글 두 나라를 넘나들며
즐거움과 어려움의 경험담은
여러가지로 흥미롭고
이 글을 읽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고국에서 다시 떠나는 마음 !
대단한 마음이네요
집떠나 여행지에서 이틀밤도 이렇게 힘들게하는데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