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11.
도림동 성당 일본 나가사키 성지순례 둘쨋날(2)
히라도에서 남쪽으로 이동.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2시간30분 정도 달려서12:30에 소토메 지역 휴게소 ”석양의 언덕“이라는 곳에 도착.
저 멀리 식사 후 방문할 시츠 성당과 옛 구조원 건물이 보인다. 해안쪽에는 <침묵>의 작가 엔도 슈사쿠 기념관도 내려다 보인다.
식사 시간이 1시로 예약되어 있어서 30분 정도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바다의 멋진 경치를 바라보는데 주변에 교우들이 없다. 알고보니 모두 마트에서 간식 거리 쇼핑 중. ㅎㅎ
소토메 역시 박해로 인해 오랜 세월 잠복 기리시탄이 살던 지역이다.
1879년 이 지역에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도로”( Marc Marie De Rotz:1840-1914) 신부가 부임했다. 도로 신부는 1882년 시츠 성당을 건립하면서 소토메의 가난한 사람들이 생활 개선을 위해, 즉 구조(救助)를 위해 자활시설을 세웠다.
도로신부는 이미 나가사키 오우라에서 인쇄소와 신학교 건설 등 능력이 뛰어난 신부였다.
도로 신부가 세운 자활 시설인 “구조원”에서는 면직물, 제분(소면, 파스타, 빵), 간장 등을 만들었고, 약국, 정어리 공장, 마카로니 공장도 포함되어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수녀님 설명에 의하면 이곳에서 숙식하며 기술을 배운 젊은 여성들은 일등 신부감으로 알려져 구혼하러 오는 남성들도 많았다고 한다.
2층에는 도로신부님이 프랑스에서 가져온 성상, 도로 신부님 어머니의 선물인 대형 쾌종시계, 초기 파이프 올갠도 있는데 15분 단위로 다른 소리를 내는 시계소리도 직접 들려주시고, 스톱 조정에 따라 네 가지 다른 소리를 내는 올갠 연주도 들려주셨다.
도로 신부님이 펼쳤던 구조원에서의 헌신적 활동과 어머니 이야기 등 수녀님의 감동적인 설명과 이곳을 찾는 다수의 한국 신자들의 관심 요청에 기부금함이 금방 가득찼다.
우리나라에서 척박한 제주 땅에 신협과 이시돌 농장을 만들어, 목축업, 방직기술을 전파하고 다양한 사회복지 시설을 만드신 성골롬반 외방전교회의 아일랜드 출신 임피제 신부님들과 도로 신부님의 활동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떠올았다.
이분들은 단지 신앙만을 전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주민들의 어려운 삶에 연민을 느끼고 실질적인 도움과 사랑을 전한 것이다.
옛 구조원에서 시츠성당으로 오르는 오솔길에 피어있는 야생화들은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종류인데 아름답고 생기 넘쳐보였다.
시츠성당에서 3시에 미사 드리고 나가사키로 이동.
◈ 글과 사진 : Jung-Woo Hugo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