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임준빈
섬에 오면
작동하는 내 모든 걸 정지시키세요
몰아치는 거센 파도
그걸 엄마처럼 받아주는 갯바위에
쌓아놓았던 내 모든 걸 내려놓으세요
그리고나서
제 마음대로 가게 내버려두세요
밤이면 별들이 내려와
꽃물든 손으로 목화송이 파도를 만들고
새벽빛 닿으면 떠오르는 동해에
주섬주섬 희망을 들고 나와
바다 저편 꽃밭을 일굴 것입니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하듯
시처럼 따뜻한 환호를 보내겠지요
왼종일 꽃밭에 뒹굴다
돌아갈 무렵이면
온몸에 물든 꽃자욱 따라
갈매기는
가벼워진 그대 뒷모습을
아주 오래오래 바라볼 것입니다.
첫댓글 섬세하고 아름다운시를 쓰실줄 아시는 선생님께서는 속사람도 섬세하신듯 합니다.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