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하는 캠핑이나 등반 중에 예기치 못한 비를 만나면 '젠장' 구시렁거리십니까. 아니면 오히려 빗소리가 현악4중주처럼 들리십니까? 어느 여행사의 광고카피처럼 "정글 같은 일상에서 잠시 로그아웃"을 꿈꿔온 당신에게 스스로 부여한 모처럼 휴식인데 야속하게 비가 내립니다. 하지만 평상시 완벽하게 준비된 분들에게는 빗소리가 감미로운 음악이거나, 이마에서 콧등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이 오히려 시원하게 야성을 식혀주는 기분 좋은 간지러움일 것입니다.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과 어울려야 할 반가운 빗소리가 바닥에서 스멀거리거나 천장에서 똑똑 돋아나는 빗물로 인해 구질거리는 것은 방수대책에 무심했던 나의 게으름 때문입니다. 입술이 파래지도록 빗속에서 산길을 달려도 마음은 느긋할 수 있었던 것은 완벽하게 방수 처리된 내 배낭 속에 잘 모셔진 뽀송한 여벌옷에 대한 믿음 덕분입니다.
작년에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지리산종주 중에 벽소령대피소에서 라면을 끓이던 중이었습니다. 저녁 어스름에 반달곰이 잔반통 뚜껑을 들고 우리 옆에서 슬며시 일어서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사건에는 항상 그것을 미리 알리는 전조가 있는 법. 다음날 아침부터 쏟아지는 폭우 속으로 아이들을 몰아붙여 세석에 이르러, 추위에 벌벌 떠는 아이들에게 라면을 끓여 먹이며 장터목이 코앞이라고 달래고 있는데, 호우경보가 내렸으므로 이 시간부로 모두 무조건 하산 하라는 국립공원 직원들에게 등 떠밀려서 가장 코스가 짧다는 거림마을로 방향을 잡아야 했습니다. 가슴까지 불어난 급류계곡을 넘으며, 저체온증으로 얼굴까지 하얗게 된 둘째 아들을 업고 배낭은 앞으로 매어 발걸음이 보이지도 않는 상태에서, 졸지에 배낭이 동생 것까지 두 개가 되어버린 큰 아들을 달래며 가까스로 어둠직전에 마을에 닿았습니다. 완전히 수달 패밀리가 되어,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가 살아난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아이들의 첨단 기능성 재킷도, 우아하게 준비한 우산도, 고어텍스 등산화도 물폭탄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겨우 민박을 잡아 아이들을 씻기고 배낭을 열어보니 그 속엔 아직도 뽀송한 아이들의 여벌 등산복과 내복들이 가지런히 숨 쉬고 있었습니다.
지난 7월 중순에는 독일 프리드리히샤펜 아웃도어쇼에 다녀왔습니다. 도착하는 날 취리히에서부터 시작된 비는 뮌헨을 거쳐, 전시장에서도 기간 내내 계속되었습니다. 노트북 백팩만큼은 방수성능을 제대로 시험해 볼 기회가 설령 오더라도 사양하고 싶은 저는 늘 전전긍긍해야 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제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브랜드 중에는 독일의 오르트리브(ORTLIEB)라는 방수 바이크 카고백·아웃도어 백팩 전문 브랜드가 있습니다. 오래 전 폭풍우 속에서 인도차이나 반도 최고봉인 베트남 판시판산(3143m)을 등반할 때, 이 브랜드의 방수배낭을 사용해서 톡톡히 재미를 본 필자는 배낭 장식의 사용법이 다소 불편한 것을 감수하면서 이 제품을 계속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작년부터 이 브랜드의 배낭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개폐장식의 불편함이 개선되었고, 디자인이 진화되었으며, 배낭전문 브랜드인 도이터와의 협업으로 도이터 등반과 어깨끈 모듈이 그대로 도입되었습니다. 자신들만의 완벽한 방수실링 기술에 덧붙여 진화된 디자인에다가 전문브랜드와의 협업으로 가장 까다로운 등판모듈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입니다.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짐을 느끼면서 저는 수년 내로 방수배낭이 백패커들의 기본옵션으로 자리 잡는 현실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달의 주제는 기본적으로 폴리우레탄 코팅이 되어 있는 텐트 바닥과 레인플라이 그리고 타프와 같은 캠핑장비 및 배낭의 방수코팅의 재생에 관한 내용입니다. 대부분 코팅이 잘 되어있지만 평상시 관리가 부실하면 상태가 나빠지거나 벗겨지기 시작합니다. 주요원인은 기온이 높고 습한 곳에서 장기간 보관하거나, 태양광에 의한 손상입니다만, 방수코팅의 수명이 다한 경우도 있습니다. 방수코팅을 보강하거나 재생하려면 제법 수고가 따르지만 하고나면 그 만큼 보람도 있습니다.
▶ 제1단계 : 벗겨지거나 까진 손상부분의 정리와 작업준비
오래된 코팅은 가능한 전부 벗겨내는 것이 좋습니다. 날이 곧은 긁는 도구나 철솔을 사용하여 가볍고 예민하게 문질러서 패브릭에 손상이 가해지지 않도록 벗겨냅니다. 방수코팅을 작업하기 전에 필히 남은 찌꺼기가 없도록 깨끗하게 마무리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표면을 물로 세척해서 긁어 낸 부스러기가 남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완벽하게 건조시킵니다.
▶ 제2단계 : 우레탄 방수제 바르기
텐트 바닥을 작업하려면 텐트를 먼저 설치합니다. 플라이나 타프는 평편한 곳에 반듯하게 펼쳐서 작업하되 가능한 바닥에 보호막을 깔고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방수액이 배어 나와서 바닥에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배낭의 경우는 다림질용 스탠드를 사용하면 편리합니다. 전문방수제는 물을 기본원료로 하여 만든 우레탄 실란트인 미국 McNett사의 텐트슈어 (Tent Sure)를 사용하겠습니다.
첨부되어 있는 폼페인트브러시를 이용하여 잘 흔들어 섞은 용액을 펼쳐 바릅니다. 브러시를 표면에 평행되게 쓸어내듯 단번에 발라서 군데군데 고이지 않도록 하고, 가능한 한 번에 얇게 바르는 것이 제일 효과가 좋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용액이 고인 부분은 휴지나 헝겊으로 툭툭 쳐서 닦아내야 합니다. 24시간 이상 완전히 건조시킵니다. 남은 용액은 비비색이나 비옷의 마모가 심한 부분, 우산이나 보트커버, 캠핑의자나 잡주머니, 혹은 구명조끼 같은 장비의 방수력 보강을 위해 발라주면 좋습니다.
▶ 제3단계 : 건조 및 방수복원 상태 확인
방수코팅 작업은 가능한 넓은 공간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작업 후 최소한 24시간 이상 경과하면 대부분 완전히 건조됩니다. 건조된 표면은 끈적임이 없으며, 표면질감의 변화도 없습니다.
방수력에 변화가 있는지 물을 스프레이 하여 시험해 보겠습니다. 재생된 우레탄 코팅막이 제대로 된 방수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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