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행보다 길었던 운행끝에 찾아든 천관산
산행은 새벽별로 시작되었습니다.
쏟아질 듯 반짝이던 청량산 별들과는 달리
궁궐을 숙위하는 근위병처럼 밤하늘
촘촘히 박혀있는 천관산 새벽별
북두칠성에 내 저리 가까이 다가간 적이 있었나
손가락 가리키는 거리가 지척임을 알겠습니다.
별이 저리 많은 데 "...신이 밤사이 천문을 보매.."
운운하는 옛일이 고이하지 않고, 마침
머리위로 유성 하나 지나가고,
마음 속 희망하나 별과 함께 날려 보냈습니다.
북한산 야간산행을 즐겨한다는 어느 사장님 이야기
떠올리며 랜턴 부여잡고 오르기 얼마 지나
희미하게 멀리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또 섬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면서 발걸음을 올리는 대신
바다를 향해 뒤돌아 보며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 하는 것이었다."
예정에 없던 일출이 햇빛 사람들 발길 잡아끌고
나역시 남도의 해돋이 오래할 수 없음을 아쉬어하여
사진을 찍었으나 어제의 일이건만 기억에 희미합니다.
날이 밝아 산행 곧 끝날것을 요량하고 서서히 산을 밟으니
산의 능선이 갈라지는 곳으로 바다가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그 건너 섬들이 제각각 뭉쳐있지도 떨어지지도 않은 채로
다도해의 일단을 보여 주었습니다.
억새풀 나부끼는 천관산 정상에서 섬들이며 연해를 바라보며
진남관에서 여수 앞바다를 근심스레 살필 이순신장군을 생각했지요.
"...성 방비를 게을리하기로 곤장 스무대를 때렸다."
"...000가 애썼음을 알겠다"
"...공무를 마친뒤 활 스무순을 쏘았다"
기강 흐트린자에게는 매로 엄히 다스리고, 본분에 충실한 부하
마음 속으로 아끼던 충무공.
심상치 않은 동태속에서 마음 외로워 질때는 활을 당겨 이를
추스리고 허무와 싸웠던 그의 다심함이 다도해를 통하여 전해지니
아마도 내게는 이 바다가 전략가의 고독으로만 다가오나 봅니다.
감정을 다독여 연대봉을 지나니
"날씨 맑은 날이면 일출산, 한라산, 속리산 문장대가 보인다"는
안내판에서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얼추 짐작해도 장흥에서 속리산까지는 250km는 될 터인데
문장대가 보인다 믿기 어려웠습니다.
관악산에서 문장대가 보인다는 격이니.
문장대에서 천관산이 뵌다는 말 역시 들어본 적 없고하여
달나라에서 만리장성이 보인다는 전언에까지 의심해 보았습니다.
네이버를 검색하여 보니
"...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달에서 만리장성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거짓이다. 만리장성보다도 더큰 구조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만리장성이 보인다면 고속도로, 수에즈 운하, 철도등
장성보다도 크고 쉽게 볼 수 있는 인공구조물도
수없이 다 보일 것이다..."라고 명쾌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기분 탓인지 억새밭이 더이상 감흥으로 다가오지 않고
하산하고픈 마음만 재촉하기로 큰일없이 길을 따랐습니다.
약간 졸리었다면 날씨 탓이었을 것입니다.
한주일의 밀린 잠을 채우듯 눈이 감겼고
열시간 가까이 또 잠들었습니다.
산보다야 사람이 귀한 것이나
사람을 만나기 위해 산행에 동참하지는 않으리라는
첫산행의 마음가짐을 떠올리며 이른 밤 신사역사를 떠났지요.
다음산행은 세번 오르면 극락왕생한다는 문장대가 있는
속리산으로 예정되어 있는데, withabroader는 개인적인 일로
시험이 하나 있어 참석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로써 1차 산행은 종결짓고 2차 산행을 준비할까 합니다.
햇빛님들 속리산행후 좋은 산행후기나 남겨주어
속리산 소식 전해주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총총.
첫댓글 같은 산행을 하면서도 님의 사색하시는 깊이가 심해와도 같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하나의 억새풀과 멀리 보이는 바다와 일출을 보면서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시는 모습 부럽습니다. 저는 풀이면 풀, 하늘이면 하늘, 나무면 나무,,,, 하나 밖에 보지를 못하는데.
달에서 본 만리장성이야기를 들으니 암스트롱이 달나라에 갔다는 것은 거짓이라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달나라에서 만리장성이 안 보인다면 암스트롱이 거짓말을 하고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되네요. 음~~~~~~
산은..산.. 물은 물이로다.!!~~ 생각과 혜안이 넓고 깊으신 분이군요..(퍼플74**)
헐 길다 ㅜㅜ 덕택에 고이 잠들었었습니당 ㅋ 먹는게 남는건데 쩝쩝 분위기가 다 길게 쓰는 분위기라 캬캬캬
거침없이 속내를 드러내는 친근함과 근접하기 힘든 거의 독백에 가까운 글....무료한 나날이 한없이 늘어지는 날들...차라리 시험이라도 봤으면...벽돌쌓기 기능공시험, 미용기술시험... 몸으로하는 시험에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날씨가 아주 좋은 날에는 실제로 제주도가 보인답니다. 서해쪽의 섬들도 보이고요(그날도 10시경까지 서해쪽 섬들이 아주 잘보이던데..) 하지만 속리산 문장대가 보인다는 말에는 저두 고개가 갸우뚱하네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산행을 하지 않으리라"흠~~조은애기네요 하지만 저는 사람만나는것도 조코 산 역시 조으니 어찌합니까!! 뜻맞는 사람끼리 산에 오르고 술한잔 걸치니 이보다 조은것이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ㅋㅋ 주제넘는 애기했군요 조은하루 보내시고 담에뵈요~~
버스안에서 저와 가까운 자리에 앉아계셨는데 몇마디 못 나누었네요. 기회가 되면 다음 산행에서는...
작가신가요???? 천관산의 여정이 그려지네요.셤 잘 보길바래요.
본시 본인이 작성한 글에는 꼬리말을 달지 않지만 열분이나 댓글로 관심을 보여주셔서 몇자 적습니다. 짧지 않은 글 읽고 소회까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긍정적인 하루 되세요.
인간적으로 넘길오~ 잉 ~ 미오용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