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고 과도한 의료 이용을 근절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당장 내년부터 1년에 병원 외래진료를 300번 넘게 받는 환자는 초과분에 대해 진료비의 90%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하고, 오는 5월 4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외래진료 본인부담 차등제'의 기준 강화다. 현재는 연간 병원 방문 횟수가 365회를 초과할 경우에만 90%의 본인부담률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 문턱이 연 300회로 대폭 낮아진다. 통상 의원급 외래진료의 본인부담률이 3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300회를 초과하는 순간부터 환자가 체감하는 진료비 부담이 3배가량 급증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조치에 나선 배경에는 압도적으로 높은 국내 의료 이용량이 자리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평균 외래진료 횟수는 18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8회)의 2.8배에 달한다. 특히 매년 2,000명이 넘는 인원이 1년 365일보다 더 자주 병원을 찾고 있으며, 이들 대다수는 60대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전산망도 새로 구축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을 운영하여 환자의 연간 진료 횟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과도한 의료 이용을 사전에 통제할 방침이다. 다만, 의학적으로 잦은 내원이 필수적인 아동, 임산부, 중증·희귀질환자 등 산정특례 대상자는 강화된 기준에서 예외로 인정받는다.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중증장애인 등도 별도 심의를 거쳐 구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