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화壓花
마경덕
매몰된 가을이 발견되었다
책을 끼고 그곳을 지나갔을 때
유난히 뺨이 붉은 꽃이 틈으로 뛰어들고
45쪽과 46쪽은 닫혔다
붉은 물을 토하며
서서히 종이처럼 얇아지는 동안
책은 책 밑에서 피를 말리고
계절이 계절을 덮치듯이
시간의 두께와 어둠에 기억은 갇혀 있었다
방치된 것들은 대부분 변형을 일으킨다
책갈피 사이
책의 생각과 엉겨있는 꽃의 얼굴
꽃들이 선호하는 죽음은 태어난 자리에서 치르는 풍장이다
압사壓死를 두려워하는 꽃들
한 권의 책으로도
죽일 수 있는 게 많다
시집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2022. 상상인
마경덕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 -新 글러브 중독자 『그녀의 외로움은 B형』
2004년 한국문화예술문화위원회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
2010년 한국문화예술문화위원회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
2012년 ‘100명의 시인이 뽑은 올해의 좋은 시집’ 『글러브 중독자』 선정
2013년 ‘시인이 뽑은 올해의 좋은 시’ BEST 10 「놀란흙」 선정
2014년 ‘시인이 뽑은 올해의 좋은 시’ BEST 10 「뻐꾹채는 피고」 선정
2016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사물의 입』 세종나눔도서 선정
제2회 북한강문학상 대상 . 두레문학상 , 선경상상인문학상. 모던포엠 문학상 수상
롯데백화점, AK문화아카데미, 강남문화원, 솜다리문학 시 창작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