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기자 시절이던 1999년 6월 30일 세벽 사건 담당 테스크로부터 화급한 전화를 받았다.
당장 경기도 화성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어린이 수련원 화재였다.
사고는 한밤중에 났다.
컨테이너로 만든 수련시설에 불이 나 유치원생 19명과 교사 4명이 숨졌다.
특히 문이 열리지 않은 방 한 곳에서 아이들이 많이 희생됐다.
'선생님 살려주세요'
아이들이 벽을 긁으며 울었다고 한 목격자가 증언했다.
지금 되돌아봐도 악몽인 씨랜드 화재 사고다.
현장을 찾은 가족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우리 애 머리띠야!'
한 엄마가 털썩 주저 앉았다.
그 여픙로 머리카락 한 뭉텅이가 보였다.
'열기를 견디지 못해 아이가 쥐어뜯은 것 같다'고 경찰관이 말했다.
아이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공포 속에서 죽음을 맞았을 것이다.
그 후로도 해병대 캠프, 세우러호 침몰 등의 사고로 아이들이 희생되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통계로 보면 우리 사회의 안전도는 조금씩 나아져 왔다.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1990년 1537명에서 2000년 518명, 작년 71명까지 줄었다.
지난해 세이브더칠드런(Save rhe Children)에서 발표한 G20 어린이 안전 순위에서 한국은 9위였다.
영국, 독일, 일본이 상위권이었고 미국이 10위, 중국이 13위였다.
지난 9일 중국 산동성 웨이하이시 터널에서 통학 버스 화재로 한국과 중국 유치원생 11명이 희생됐다.
대선에 묻혔지만 너무 가슴이 아프다.
세 살짜리 어느 아이는 아빠에게 '유치원 차가 너무 뜨거워'라고 말한 적이 한 두 번 있었다고 한다.
뭔가 예감이 있었던 것일까.
그 아빠는 '아이를 한 번만 다시 안아볼 수 있었으면 소우너이 없겠다'고 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어제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인 유치원생 사고를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지방정부에 잘 처리하라고 전했다.'고 했다.
차에서 ㅂㄹ이 나기 시작했을 때 터널을 지나던 차량에 탓던 시민들이 버스 창문을 깨 탈출을 도와 주었다면 어땠을까.
중국에선 교통사고 희생자가 나와도 못 본 척 지나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2011년 10월 중국 남쪽 조시 포산에서는 두 살 짜리 아이가 승합차에 치어 쓰러졌는데
6분 동안 17명이 아이를 보고도 그냥 지나쳐 결국 아이가 숨진 일이 있었다.
유차원과 어린이집, 학원 통학 차량이 국내 30만대다.
통학 버스가 아이를 탈출이 용이하도록 비상문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이 2~3년 뒤에나 시행된다고 한다.
더 서둘러야 한다. 안석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