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에 관한 생각
박주하
거문고에 줄이 없었다면
누가 줄을 튕겨 심연을 건드려 보았을까
어미가 줄을 놓아주었으니
새끼도 그 줄을 타고 지상에 발을 들였겠지
탯줄을 감고 노래 부르고
탯줄을 타고 춤을 추고
한 올 한 올
서로를 튕겨주는 믿음으로 즐거웠으나
약속에 매달리고
관계에 매달리고
그 줄 점점 얇아지고 가늘어졌으니
돌아갈 길이 멀고도 아득하여라
몸으로 엮었던 줄을 마음이 지워버렸네
서로에게 낡고 희미해져
먼지처럼 가늘어진 사람들
요양원의 투명한 링거줄에 매달려있네
잃어버린 첫 줄을 생각하네
―시집『없는 꿈을 꾸지 않으려고』(걷는사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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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주는 여운]
엄마의 줄 ( The umbilical cord)
정환웅
엄마와 나를 연결해주었던 줄
그때 내겐 단순한 줄이 아닌 생명줄이었다.
풍진 (風塵) 으로 우주를 떠돌던 나에게
인간 세상을 맛보게 해준 억겁 (億劫) 인연의 줄
탯줄을 자르고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로
세상 번뇌와 생존에 끄달리다 보니...
생명줄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지고
마침내 첫 줄의 기억을 잊어버렸네.
투명한 링거줄에 흐르는 엄마의 자양분
똑똑 듣는 생명의 물방울에 감사하네.
멀고도 아득한 그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
그 사랑의 줄을 쓰다듬네.
몸의 기억을 마음이 잊지 않도록
그 옛날 배꼽 줄의 기억을 소환하네.
2021. 06. 21.
전남대 화순병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