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대륙간컵을 보고 느낀 게 있다. 새벽에 중계된 경기를 거의 빼놓지 않고 봤는데 그 중에서도 현대축구에서 전문 키커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절감했다.
특히 이웃 일본 대표팀의 프리킥이나 코너킥 센터링 능력이 어느새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국내에서도 일본에서 뛰고 있는 고종수나 스페인리그에 진출하는 이천수 등이 전문 키커로 실력을 자랑했지만 아직 국내축구의 전반적인 수준은 세계의 그것과 거리가 멀다. 다행히 고교나 대학 선수들의 킥 능력이 과거에 비해 매우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갈수록 프리킥이나 코너킥 등 세트플레이는 ‘반 골’로 여겨지는 추세다. 그런 점에서 전문 키커의 육성이 더욱 필요하다. 지난 대륙간컵대회에서 일본은 이탈리아에서 뛰고 있는 왼발잡이 미드필더 나카무라가 위협적인 전문 키커로 주목을 끌었다. 프랑스전에서는 직접 프리킥 골을 터뜨리는 등 여러 차례 위협적인 킥을 선보였다. 오래 전부터 일본이 유소년이나 프로 팀에서 전문 키커를 육성하려는 노력을 해온 결과다. 그렇게 세트 플레이에 맞춘 중점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국내축구는 심지어 프로에서조차 그 점을 등한시하고 있다. 게임 전날이나 돼야 한두번 세트플레이 훈련을 하는 게 고작이다. 1년 365일을 해야 하는 게 바로 세트플레이 훈련이다. 일본만 해도 오른발, 왼발잡이를 가려가며 킥 능력이 있는 선수 서너명을 뽑아 팀 훈련이 시작하기 전이나 끝난 뒤 벽을 쌓아놓고 별도로 킥 전문 훈련을 한다.
킥이 정확하면 골로 연결하기가 그만큼 쉽다. 국내 축구는 이 같은 훈련이 적어 세트플레이에서 골이 터지는 빈도가 적다. 킥 능력은 굳이 세트플레이뿐만 아니라 센터링과도 직결된다. 유럽선수들의 센터링은 슈팅처럼 직선으로 뻗어나가 수비수를 당황하게 만드는데 우리 선수들의 센터링은 대부분 포물선을 그리는 경우가 많아 골과 연결하기가 무척 어렵다. 과거 국내에는 하석주나 신태용 등이 전문 키커로 명성을 날렸는데 그들도 감독이 지시하니까 즉흥적으로 킥을 전담하게 됐을 뿐이다. 만약 이들을 전문키커로 집중 훈련을 시켰으면 얼마나 더 효과를 봤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프리킥도 축구수준의 척도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