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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살면
여한이 없을까?*
독특한 저음의 가수 레너드 코헨이 2014년 9월14일 80세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싱어송라이터로서 경력이 화려하고, 유대인으로서 유대교인이며 불교에 관심이 많아서 한때 머리를 깎고 승려생활을 했던 그가, 자신의 생일을 맞아 두 가지 자축을 했었다. ‘음반’과 ‘흡연’이었다.
80세인 그는 여전히 현직 가수다. 그런 그가 “젊어서는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할 수 있는 게 많이 있다”며 그 중 하나가 ‘흡연’이라고 했다.
음악과 음색이 담배연기와 잘 어울리는 그는 원래 골초였었다.
줄담배를 피우던 그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50세에 담배를 뚝 끊었다. 그러고는 “80세가 되면 담배를 다시 피우겠다”는 말을 수사로 해왔다.
그 날이 왔고,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이 순간을 30년 동안 학수고대해 왔었노라고 말한다.
“나이 80, 이만하면 살만큼 살았다. 언제 죽어도 여한은 없다. 그러니 건강 걱정은 그만 접자.” - 아마도 그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코헨의 흡연 선언은 두 가지 진리에 도전을 한다.
누구나 다 알고 진리로 받아들이고 믿는 것인, ‘흡연은 나쁘다’와 ‘오래 살수록 좋다’이다.
담배가 암이나 심장병 등 온갖 질병의 원인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아울러 점점 늘어나는 기대수명은 ‘장수’를 우리의 당연한 소망으로 자리잡게 했다.
너나 할 것없이 건강에 좋다는 영양제와 처방약을 매일 한 웅큼씩 먹고, 몸에 안 좋다는 것은 안 먹고 안 하며, 80이 넘어도 암 걱정 때문에 정기검진을 빼놓지 않는 것이 밥 먹듯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코헨의 ‘담배’는 이런 흐름에 등을 돌리는 ‘거역’의 행위인 것이다.
때마침 한 저명한 의학자가 잡자 애틀란틱에 쓴 에세이가 공개되면서, ‘말년의 삶을 맞는 태도’가 미국사회에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전국 건강관리국(NIH) 임상 생명윤리국 디렉터인 이즈킬 임매누얼 박사의 에세이, ‘내가 75세에 죽고 싶은 이유’이다.
70대나 그 이상의 연령층이 듣거나 보면, “나 이제 죽어야 하나?” 싶은 제목이다.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80, 90대까지 장수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대신 삶의 질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75세가 넘으면 육체적 정신적 기능에 문제가 온다.
그 나이가 되면 사랑할 만큼 사랑하고 사랑받을 만큼 또 받았을 것이다.
자녀들은 자리잡고 잘 살 것이며, 손주들이 태어나 자라나는 모습도 볼 만큼은 보았을 것이다.
그보다 더 오래 살면 가족들에게도 사회적으로도 부담이 된다.“
그러니 “75세에 죽는다면 나는 여한이 없겠다“고 그는 썼다.
그렇다고 자살을 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생명연장을 위한 그 어떤 치료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늙음’과 ‘죽음’울 맞겠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주장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은 57세라는 그의 나이가 문제가 되었다.
”지금은 젊어서 그렇지 나이가 더 들어 봐라. 75살이 되면 더 오래 살고 싶어질 것“이라는 핀잔이다.
아울러 의학이 날로 발전해서 그가 75세가 될 때면 지금의 60세 만큼 젊을 것이라는 것이다.
과학의 발달로 길어진 긴 수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는 주장들이다.
찬반을 떠나 코헨과 임매뉴얼이 전하는 메시지는 따로 있다. ‘끝’에 대한 인식이다.
그래서 젊어서는 건강지침을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느 나이 이상이 되면 미래의 건강보다 자금 당장의 즐거움을 챙기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코헨이 다시 담배를 다시 집어든 이유이다.
건강 걱정 때문에 하고 싶은 것 한번 못해 보고 죽는다면 그 또한 가엽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원 없이 산 사람은 조지 번스다. 평생 시거를 입에서 떼지 않았던 그는 “의사가 담배를 끊으라고 했을 때 그의 말을 따랐더라면 내가 그 의사의 장례식에 못 갔을 것”이라며 100세 넘게까지 살았다.
끝을 끝으로 받아들이면 죽음 앞에서 의연할 수 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76세에 복부 대동맥류로 사망했다. 의료진이 수술을 권유했지만 그는 거부했다.
“인위적으로 생을 연장하는 것은 격이 없어요. 내 할 일 다했고, 이제는 갈 때입니다. 우아하게 가렵니다.”
얼마나 오래 살면 여한이 없을까?
사람마다 건강상태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바라는 수명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나이에 이르면 그것이 75세든 80세든, 생명을 내려놓는 자세는 필요하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 - /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 지금은 가야 할 때 - -.’
👩❤️👨 12월 마음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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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