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계만 믿어선 안 된다" 벤치마크 캐나다 프로젝트 출범
케빈 부옹 전 의원 주도… 경제·의료·이민·국방 등 다각도 평가
캐나다의 경제와 의료, 이민, 국방 수준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일까.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성장률이나 국가채무 비율만으로는 캐나다의 실제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를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수 있는 새로운 통계 사업이 시작됐다.
캐나다 정책연구기관 맥도널드로리에연구소는 최근 '벤치마크 캐나다'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경제와 보건의료, 이민, 국방, 생활수준 등 40개 이상의 지표를 통해 캐나다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어느 수준인지 보여주는 사업이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케빈 부옹 씨는 2021~2025년 토론토 스파다이나-포트요크 지역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으며, 현재 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옹 씨는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정부는 자신을 가장 긍정적으로 보여주려는 동기가 있다"며 정부가 내세우는 통계만으로 국가의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캐나다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둘러싼 논쟁에서 출발했다. 정부가 재정 상태를 긍정적으로 설명하더라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지 않으면 그 수치가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옹 씨는 약 1년 동안 국내외 전문가들과 비교 기준을 마련했다. 그는 기업 매출이 12% 증가했더라도 경쟁업체들이 25% 성장했다면 좋은 실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국가 경제도 같은 기준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벤치마크 캐나다는 주요 7개국과 경제 여건이 비슷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 의료, 이민, 가계·정부 재정, 주택, 치안, 공공서비스 등을 비교한다. 국가별 통계 기준이 다른 분야에서는 캐나다 정부가 정한 서비스 기준도 활용한다.
국방비가 군사장비 구매와 병력 확보에 어떻게 쓰이는지, 지하철과 철도 건설비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지도 살펴본다. 국세청 전화 대기시간과 여권 발급 기간처럼 국민이 체감하는 행정서비스도 포함됐다.
조사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도 나왔다. 캐나다는 주요 산유국 민주주의 국가 7곳 가운데 휘발유 판매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두 번째로 낮았다. 다만 이는 휘발유 가격 자체가 저렴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면 모기지 연체율은 악화하고 있다. 캐나다은행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모기지 연체율은 0.29%로, 2022년 8월의 0.14%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주요 7개국과 비교한 지표에서도 캐나다는 하위권에 가까웠다. 다만 국가별로 연체 기준과 통계 집계기간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부옹 씨는 하원의원 시절 모기지 상환금이나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식비부터 줄이는 주민들을 자주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대출금이나 월세를 연체하기 전에 다른 생활비부터 줄이는 경우가 많다며, 연체율 상승을 가계 재정이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벤치마크 캐나다는 일반 시민과 연방의회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통계를 하원 상임위원회별로 분류해 의원들이 담당 정책 분야의 국제 비교 자료를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시민들도 정부 정책의 성과를 살펴볼 수 있다.
부옹 씨는 정부 발표나 정치적 주장보다 실제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이고 어떤 결과를 내는지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평범한 캐나다 국민들이 언제 화를 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