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시집 {질문} 출간
김형식金炯植 시인은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고,전남대 농경제학과와 무불선학대대학원을 졸업했다. 해인총림 고경총서 37권, 성철스님 법어집 11권에 심취, 불가에 입문한 후 말과 글을 기피하고 강원 심산에서 20여 년을 칩거해온 공부인이다. 성철스님 몽중 상좌로 해인총림 수좌 원융대선사로부터 법명 '인묵印默'을 받은 제가불자. 詩聖,한하운의 발제자로 시성, 한하운문학회 보리피리 편집주간, 고흥문학회 초대회장, 詩서울 자문위원장과 월간문학상 선정위원장 역임.한국문인협회 제도개선위원, 국제펜크럽 회원, 매헌 윤봉길사업회 지도위원, 한강문학 편집위원, 대지문학 심사위원, 불아문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청소년 문학대상. 제2회 시가서울 문학대상을 수상했다. 1969년 현대문학 창작입문과정 이수, 2015년 불교문학에 시 「그림자 둥지」외 4편으로 시 등단, 2020년 한강문학에「詩聖 한하운의 詩 어머니에 대한 소고」로 문학평론가 등단 .시집으로는 『그림자 하늘을 품다』,『오계의 대화, 『광화문 솟대』,『글, 그 씨앗의 노래 』,『인두금의 소리』,『성탄절에 108배』등이 있다.
김형식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인 『질문』은 ‘불교’와 ‘문학’이라는 2개의 축이 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는 보기 드문 수작秀作이라고 할 수가 있다. 김형식의 시에는 부처와 불교의 따뜻하고 넉넉하며 자유로운 가르침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평화는 영혼의 대화를 가능케 할 것이고, 마음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근원이자 그 모든 것이 될 것이다.
질문하고 질문하라
당신도 질의 문에서 나왔다
질문은 생명의 문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
태양도 지구도
석가도 예수도
철학도 예술도
질문에서 나왔다
질문에는 세 가지 갈증이 있다
그 하나는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것이요
그 둘은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고
그 셋은 지혜를 구하는 것이다
질문을 던져라
인간의 심장을 뜨겁게 하라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죽은 몸이다
질문만이 위대하고, 또, 위대하다
질문하고 질문하라
질의 문은 당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질문」 전문
이 시에는 언어에 민감한 시인의 역량이 잘 녹아 있고, 이것과 저것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가능성이 내재한다. 김형식은 “질문”과 “질의 문(질문)”을 제시한다. 전자의 ‘질문(質問)’은 알기 위해서 묻는 행위를 뜻하고, 후자의 ‘질문’은 ‘질(膣)의 문’ 곧 여성의 생식 통로를 의미한다. 시인은 앎을 추구하며 물음을 던지는 행위와 “살아 있는 것”이 “생명의 문”으로서의 ‘질’을 열고 나오는 행위를 겹쳐서 바라본다. 그가 포착한 ‘질문’에는 “태양”이나 “지구”와 같은 자연이나 우주가 있고, “석가”나 “예수”와 같은 인간이 있으며, “철학”이나 “예술”과 같은 학문이나 문화가 있다. 곧 김형식이 제안하는 질문은 이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포괄한다. 그에 의하면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진실로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모르는 것을 알고”,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며, “지혜를 구하”게 되는 것일까? 시인의 바람처럼 질문을 실천함으로써 “존재를 증명”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사랑을 연기하다/ 배우가 되었다// 부부로 살아가는 것/ 무대 위에 사는 것/ 이 모두가 세상을 배우는 일이다// 만남은 이별을 배우고/ 이별은 만남을 배운다// 유상은 무상을 배우고/
무상은 유상을 배운다// 삶은 죽음을 배우고/ 죽음은 삶을 배운다// 인생사 모두가 연기다//
배우며 사는 세상/ 우리 모두가 배우다
—「배우」 전문
김형식이 이 시에서 집중하는 영역은 “세상”이자 “인생사”이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가 주목하는 대상은 “부부”로 대표되는 인간의 “삶”과 “죽음”이다. 특이한 점은 시인이 도입한 렌즈로서의 어휘이다. 그것은 “배우”, “무대”, “연기” 등으로 구체화된다. 사람은 때로는 “사랑을 연기하”고, 때로는 미움을 연기한다.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대 위에 서는 것”이고 “세상을 배우는 일이다” ‘사랑’과 ‘미움’이 하나이고, “만남”과 “이별”이 하나이며, “유상”과 “무상”이 하나이다. “우리 모두”는 “삶”과 “죽음”이 하나이고, “인생사 모두가 연기”임을 평생 “배우며” 살아간다. 인간은 누구나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로서의 운명을 살아간다. 인간의 인생은 결국 ‘배움’의 연속이자 ‘연기’의 연쇄라는 김형식의 값진 인식이 더없이 소중하다.
새벽 찬물에
얼굴을 씻고 나니
들리는 것은
모두가 부처님 법문이다
새소리
바람 소리
개울 물소리 건너
보니
부처 아닌 게 없다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
어제도
내일도 오늘
부처님 오시는 날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아 미 타 불
—「부처님 오신 날」 전문
‘불교’와 관련된 일련의 정황은 김형식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인용한 시에는 불교와 관련된 다채로운 요소들이 그득하다. 독자들로서는 우선 “부처”, “부처님”, “나무아미타불” 등 직접적으로 연결된 어휘에 주목하게 된다. 이 시에서 보다 중요한 측면은 간접적이고 내재화된 불교적인 요소이다. 우리는 2연의 “들리는 것은 모두가 부처님 법문이다”, 4연의 “보니 부처 아닌 게 없다” 그리고 6연의 “어제도 내일도 오늘” 9연의 아미타불에 주목할 수 있다. 이 시를 읽는 이들은 모든 곳에서 ‘부처님 법문’이 들리고, 모든 곳에서 ‘부처’를 만나며, 모든 날이 “부처님 오신 날”이 되고 부처가 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겪는다. 시인은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부처가 되어 맑고 향기로운 세상을 살아가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육안으로 바라볼 때는/ 보이지 않던 안갯길도// 마음의 눈으로/ 살펴보면 길이 보인다// 아들아/ 인생길도 그렇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서두르지 말고/ 마음의 눈으로 살펴 보거라// 가만히 들여다보면/ 길이 보인다
—「아들에게」 전문
김형식의 시를 읽는 독자는 다양한 인간사를 경험할 수 있다. 시인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전언을 시로써 형상화한다. 김형식은 인간의 눈을 “육안”과 “마음의 눈”으로 구분한다. 그에 의하면 육체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던 “길”이 ‘마음의 눈’ 또는 심안(心眼)에는 보이는 경우가 있다. 마음의 눈으로 찾을 수 있는 ‘길’은 인생의 방향과 관련된 “인생길”일 수 있다. 인생을 진행하다 보면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생기기 마련이다. 답답하고 암울한 상황에 놓인 ‘아들’에게 시인은 “서두르지 말고 마음의 눈으로 살펴 보거라”, “가만히 들여다보면 길이 보인다”라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생각하다 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길’ 또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김형식 시집 {질문}, 도서출판 지혜, 값 10,000원
첫댓글 좋은 자료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오늘도 행복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