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면
가는 곳마다 거기서
나는 사라졌느니,
얼마나 많은 나는
여행지에서 사라졌느냐.
(중략)
그 낯선 시간과 공간
그 모든 처음의 마약에 취해
나는 사라졌느냐.
얼마나 많은 나는
그 첫사랑 속으로
사라졌느냐.
- 정현종 '여행의 마약' 부분
낯선 시간과 공간으로 가면 우리는 우리의 일부를 두고 온다. 버리기 위해, 사라지기 위해, 떼어놓기 위해 떠났던 것이다. 떠나기 전, 그 최초의 열의를 품었던 과거의 나에게 인생을 빚지며 우리는 산다. 그러나 그곳에 두고 온 자아는 항상 우리 자신에게 중얼거린다. 아직도 여기에 있다고, 가끔 추억만 해달라고. 저 메아리를 간직하면서 우리는 다시 다른 길을 찾아 나선다. 완전한 봄, 여행을 떠나도 되는 시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