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란 남을 아프게 하는 행위다. 원초적인 폭력은 힘을 써서 남을 때리는 것이지만 비수(匕首)같은 말로 마음에 상처를 준다든지, 인간을 교묘하게 소외시켜 괴롭힌다면 마찬가지로 폭력이다. 폭력은 공동체 생활에 대한 가장 중대한 위협이다. 약육강식, 강자의 생사여탈이 횡행하는 무법천지가 아니라면 폭력에 대한 단호한 응징이 필요하다. 모든 폭력범죄엔 동기가 있다. 가정폭력은 가정불화로 인해, 성폭력이나 성매매 범죄는 강자의 성적인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약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원인은 보다 근본적인 데 있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학교생활은 불행하고, 경쟁에서 낙오된 학생들의 욕구불만은 흔히 폭력으로 발현된다. 학교폭력 대책은 뭣보다도 성적에 상관없이 즐겁고 신나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만 한다. 흔히 잔인한 폭력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짐승’으로 표현한다. 비폭력 저항을 주도한 인도의 간디도 “폭력은 짐승의 법칙이고, 비폭력은 인간의 법칙”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성인범죄가 늘면 청소년범죄도 늘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보고 자란 것이 폭력이요 범죄이니까. 학교폭력은 반짝 효과로서 절대로 ‘근절’될 수밖에 없는 사회악의 일부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우선 학교가 비난의 화살을 맞는다. 교사는 수업시간이나 휴식시간 등 교육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엔 학생의 대리감독자로서 보호, 감독할 의무가 있어 집단따돌림이나 폭행사건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현재 일어나는 많은 학교폭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 아이들이 남긴 말에는 ‘선생님에게 말해도 소용없다’는 불신과 아무도 봐주지 않는 절망감이 배어있다. 그동안 상당수 학교가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학교폭력을 은폐하거나 조기봉합 하는데 급급해 학생들의 입막음에만 신경을 써온 것이 사실이다. 학교폭력의 또 다른 심각성은 많은 피해학생은 보복이 두려워 부모와 교사에게 숨긴 채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 현실이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인격형성 과정에 놓인 초중학교에서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제는 올바른 인성과 사회성 계발을 강화하여 개인과 감성은 물론 배려와 상생의 공동체 가치를 제고하고 존엄한 인권을 강조하는 교육으로서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인성교육이란 말 그대로 마음의 바탕을 교육하고 사람 됨됨이를 교육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확고한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하여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특히 타고난 소질과 적성에 따라 개인별 목표를 설정하여 꾸준히 노력하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고, 도덕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해와 배려의 참된 길을 익혀가야 한다. 뭣보다 근본적인 인성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법을 앞세우기보다는 올곧은 품성과 인격을 길러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인이 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를 ‘소황제’처럼 키워 자기 자식만 옹호하는 분위기는 학교폭력 조장의 원인이다. 이런 학부모의 자세는 피해학생과 가족에게 가장 큰 마음의 응어리로 남는다. 큰 사람은 부모가 키운다는 말이 있다. 예부터 훌륭한 자녀 뒤에 자애로운 어머니의 기도가 있었고 훌륭한 제자 뒤에는 눈물로 씨를 뿌린 스승의 지도가 있었다. 자녀들과의 대화와 소통은 학교폭력을 막는 지름길이다. 정보기술시대를 사는 우리는 밤중에도 세상과는 잘 소통하면서 정작 자녀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져 간다. 이러한 대응책으로 우리 조상의 전통미풍인 ‘밥상머리 교육’이 거듭 강조되고 있다. 대가족이 도란도란 얘기하며 두레상에 둘러 앉아 웃어른부터 수저 들기를 기다렸던 지난날, 우리네 가정의 식사 모습이었다. 바로 사랑과 배려, 화합과 소통의 밥상머리 예절교육이었다. 질서와 공경을 통해 효와 충을 배우며 넘치지 않는 행복을 익히는 교육의 장이었다. 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따뜻한 밥을 먹는 것만큼 아이들에게 좋은 영양제는 없다. 하지만 시대변천으로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기업전사(戰士)로 사는 직장부모, 학원을 전전하느라 함께 식사하기 어려운 아이들로 평균 하루에 한 번 이상 함께 밥을 먹는 가족이 23%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밥상머리교육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장이기보다는 아이들과 교감(交感)하는 장이다. 주 5일 수업제가 실시함에 따라 부모와 함께 하는 주말체육활동은 또 하나의 밥상이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책임만 강조했던 과거와는 달리 학생과 학부모, 지자체들이 학생 곁으로 다가가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피는 관심과 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
|